작품설명

떼아뜨르 봄날의 <메데아>

에우리피데스 원작의 그리스 비극 <메데아>를
이수인과 ‘떼아뜨르 봄날’이 그들만의 스타일로 무대화한 작품이다.
‘떼아뜨르 봄날’의 공연이 그러하듯
<메데아> 역시 원작의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하되
극의 전개방식과 인물들의 대사, 그 밖의 극적 표현이 거의 재창작 수준으로
변형된다.

만연체에 가까운 원작의 서술적 대사들은 보다 직접적으로 인물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감각적이고 리드미컬하며 생생한 언어들로 대체되거나 보완된다.

장면의 분위기, 인물들의 감정을 보다 아름답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음악적 수단들이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도 <메데아>의 독특한 특색이라 할 수 있겠다.
팝과 클래식, 포크와 동요를 망라해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선곡된 기성의 음악과
배우들이 직접 부르는 노래와 구음, 라이브 연주를 통해 관객은 ‘귀가 즐거운’ 방식으로
극의 전개와 인물들의 심경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다.

주의깊고 정교하게 조율된 집단적 움직임과 춤 또한 <메데아>의 시각적 미덕이 될 것이다.
음악과 함께 조화를 이룬, 긴장감 넘치고 아름다우며 때로 유머러스한 움직임을 보노라면 마치 백코러스와 백댄서를 갖춘 한편의 매우 특이한 콘서트를 보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극의 전개 방식 또한 시간의 순서에 따라 장면들이 단선적, 일률적으로 진행된다기 보다는
중첩되거나 융합되거나 속도감 있게 교차된다.
때로 관객이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요소들이 마치 회화의 꼴라주나 몽타주를 연상시키는 방식으로 결합되면서 극의 이해와 감상에 보다 풍부하고 흥미로운 가능성을 더하고 있슴도
즐거운 감상포인트가 될 것이다.

줄거리

나 메데아, 콜키스의 왕녀, 황금 양털을 가지러 온 그 남자 이아손을 본 순간 모든 것이 바뀌었다. 그는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그 때 마다 나는 대답해주었다. 그가 바라는 그가 되도록, 나는 그가 ‘누구’ 일 수 있게 내 모든 지식과 지혜와 결단과 재주를 그에게 주었다. 그를 위해서, 그를 얻기 위해서.
그가 황금 양털을, 자신의 왕위를, 또 새 나라에서의 재기를 손에 쥘 수 있도록 힘쓰는 동안, 그래서 그 자신이 누구인가, 답을 찾게 되어가는 동안, 나는 나의 배다른 동생을 잃고, 내 아버지를 잃고, 내 고향 마저 잃은 채 낯설고 물설고 산 설은 이 나라 코린토스에 와 모두에게 야만의 땅에서 온 두려운 존재가 되버리고 말았다.
그저 목숨같이 생각 한 바로 그 사람, 바로 그 남자 이아손 때문에.

사랑은 깨어졌고, 그 사랑의 결실이었던 두 아이와 나는 외롭고 험한 추방길에 몰렸다.
이것이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그의 질문에 답을 만들어주었던 것에 대한 댓가란 말인가.
그렇다면, 나는 어찌 해야 하는가. 나에겐 단 하룻밤이 남았다.
나는 이제 그에게 주었던 답을 거두려고 한다. 그 사랑의 결실인 아이들도 지우려고 한다. 백년 굳은 맹세는 휴지 조각 보다도 힘없는 거짓이 되었고, 그는 더 이상 내가 목숨 같이 여겼던 단 한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이제 나 메데아가 이아손에게 묻는다.
너는 누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