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찾아내라. 피처럼 붉은 입술, 대리석처럼 하얀 살결, 까마귀 깃털처럼 검은 머리의 여자를.” ‘까마귀’의 작가 까를로 고찌(Carlo Gozzi/1720-1806/이탈리아 베네치아)는 동시대 이탈리아의 최고 코메디 작가인 까를로 골도니(Carlo Goldoni/1707-1793)와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에 대한 논쟁으로 서양연극사에서 반드시 언급되는 작가이다. 고찌는 골도니의 코메디아 델 아르테에 대한 사실주의적인 접근방식에 맹렬히 반발하여 자신의 주장이 옳다는 것을 무대위에서 입증하기 위하여 동화적이고 신화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10편의 작품을 쓰고 무대에 올려 관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고찌의 작품들은 당시 이탈리아에서도 인기를 끌었지만 19세기초 괴테, 실러등의 독일 낭만주의자들에 의해 높이 평가받았으며 특히 슈레겔(Friedrich von Shlegel)은 세익스피어의 작품에 견주기도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그의 작품의 비사실적인 연극성에 매료된 막스 라인하르트(Max Reinhardt), 메이어홀드(Vsevolod Meyerhold)등의 연출로 무대화 되었으며 그의 작품 ‘투란도트’와 ‘세개의 오렌지의 사랑’은 푸치니와 프로코피에프에 의해 각각 오페라로 만들어졌다. 근래에는 아메리칸 레퍼토리 씨어터(Ameican Repertory Theatre)에 의해 ‘왕 숫사슴 The King Stag’과 ‘녹색새 The Green Bird’가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이 공연에 디자이너 및 연출로 참여했던 줄리 테이머(Julie Taymor)는 여기서 얻은 경험으로 ‘라이언 킹’을 성공적으로 이끌기도 하였다. 지난 17년간 국내에 소개되지 않는 세계적인 명작들을 국내 관객들에게 실험적인 시도와 밀도있는 정극무대로 소개해온 극단 화동연우회에 의해 2008년 12월 국내 초연되는 이 작품에는 신구, 손학규, 이석희, 최용민, 이근희 를 비롯한 개성있는 화동연우회 연기자들과 공개오디션을 통해 20: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실력파 여자 연기자 유동숙, 귀례, 임예나 등이 출연하며, 과감한 연극적 시도와 신선한 무대연출로 기존공연에 지루함을 느끼던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연의 기쁨을 선사할것이다.

줄거리

프라톰브로사의 왕 밀로는 사냥을 하던 중 우연히 까마귀 한 마리를 쏘아 죽인다. 그 까마귀는 숲속의 신비로운 여인이 아끼던 까마귀였고, 그 대가로 밀로는 죽음의 저주를 받는다. 저주를 풀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 대리석과 같은 하얀 피부, 까마귀가 흘린 피처럼 붉은 입술, 까마귀 깃털처럼 검은 머리를 가진 여인을 찾아내어 삼년 안에 결혼하는 것뿐이다. 밀로 왕의 동생 제나로는 형의 저주를 풀 여인을 찾아 배를 타고 세상을 떠돈다. 삼년이 다 되어가던 어느 날 제나로는 마침내 한 여자를 찾아낸다. 그녀는 바로 다마스커스의 공주 아르밀라로 다마스커스의 군주이자 마법사인 노란도의 딸이었다. 제나로 일행은 아르밀라 공주와 시녀 스메랄디나를 납치하여 프라톰브로사로 데리고 온다. 고국으로 돌아오던 중 폭풍우를 피해 머물렀던 한 섬에서 제나로 일행은 훌륭한 말과 사냥매를 발견하고 밀로 왕에게 줄 선물로 사들인다. 하지만 그 말과 매는 딸 아르밀라의 납치에 분노한 노란도가 계략을 세워 보낸 동물이었다. 제나로에게 노란도가 나타나 복수를 선언한다. 만약 밀로에게 말과 매를 선물로 주면 그 동물들이 밀로 왕을 해칠 것이다. 그리고 아르밀라가 밀로와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 날 용이 나타나 밀로왕을 잡아먹을 것이다. 그리고 노란도는 제나로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린다. 준비한 동물과 아르밀라를 밀로에게 주지 않거나 이 사실을 누구에게라도 발설하면 제나로는 돌로 변하게 될 것이다. 프라톰브로사로 돌아온 제나로 왕자는 형 밀로 왕에게 선물을 바치면서 매의 목을 베고 말의 오금을 자르는 무례를 범하여 형을 구한다. 제나로는 아르밀라와 밀로의 결혼을 만류하다 오해를 사 밀로에게 의절 당한다. 결국 아르밀라와 밀로는 결혼식을 올리고 제나로는 비밀 통로로 신방에 숨어들어 용과 싸운다. 치열한 싸움 끝에 용이 사라지고 뒤이어 들어온 밀로가 칼을 든 제나로와 맞닥뜨린다. 제나로는 왕을 시해하려던 것으로 몰려 체포당하고 사형판결을 받는다. 감옥에 갇힌 제나로는 밀로를 불러 이 모든 기행이 노란도의 복수로부터 형을 구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밝히고 결국 돌로 변한다. 동생을 잃은 슬픔에 빠진 밀로 앞에 노란도가 나타난다. 노란도는 밀로에게 단검을 내밀며 제나로를 소생시킬 방법을 알려주고 사라진다. 그 방법이란 아르밀라가 스스로를 찔러 그 피로 제나로를 적셔야 한다는 것이다. 고통스러워하던 밀로는 아르밀라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고, 아르밀라는 단검으로 자결하여 피로 제나로를 적신다. 제나로가 저주에서 풀려 돌에서 깨어난다. 하지만 눈앞에서 아르밀라가 죽어간다. 아내의 죽음을 목격한 밀로는 자살을 시도한다. 그 순간 이들 앞에 노란도가 다시 나타나 아르밀라의 희생으로 모든 저주가 풀렸음을 알린다. 아르밀라가 다시 살아나고 모두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