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연애 이야기는 뻔하다.
만나서 사랑하고로 시작해서 헤어지거나 결혼하거나로 끝나는. 이 단순한 공식에서 우리는 수도 없이 다양한 감상을 도출해낸다. 어떤점에서는 공감을, 어떤점에서는 납득하지 못함이 오롯이 발생하면서 당황하고 혼란스럽다.
연애라는 무책임한 낭만은 상실감을 줄 때가 있다. 누구나 떠들 수 있는 개개인의 연애 담론을 듣다 보면 그들의 모습 자체가 나른하고 나약하며 나태하다는 기분이 확실해진다. 왜 이들의 연애는 유통기한을 넘겨 잔뜩 부풀어 오른 우유팩처럼, 선뜻 열어볼 수 없는 꺼림칙한 날들이 되고 말았을까.
2015년 봄. 사랑이 마냥 애틋하다 말한다면, 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일 이들을 위해. 누군가는 어떤 이에게, 어떤 이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시답잖은 미련까지도 뭉클하게 다가갈 수 있는 날이 되길 바란다.

제작배경
연애보다 치열한 이별의 순간, 그 찰나에도 미학이 있을까?
뜨거울 때보다 이내 차갑게 식었을 때, 비로소 헤어질 때가 돼서야 우리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어느 때보다 인간적일 지도 모른다. 속내를 터뜨리다 결국 치부를 드러내기도 하고, 가끔씩 미련을 엿보다가도, 상대방의 시선과 목소리 한 톤, 혹은 미묘한 표정 변화 하나를 따라가며 참았던 감정이 복받쳐 오른다. 이렇게 흔하지만 흔하지 않은 어떤 연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작품의 특징
기승전결에 따른 사건의 흐름과 구조 보다는 어딘가 있을 법한 우리의 이야기를 보다 현실적으로 다루는데 무게를 두었다. 타인의 스캔들처럼 은밀하고 자극적인 것은 없다. 그렇기에 더 불편하고 더 노골적이다. 서로를 향한 욕망과 현실의 벽 사이에서 위태로운 관계의 지속과 균열을 오가는 남녀의 심리묘사에 더 밀도 있게 접근하고자 하였다.

줄거리

남자와 여자가 있다. 끊으려 할수록 질겨지고, 놓으려 할수록 당겨지는 둘의 관계. 상투적인 애증이 공허함을 채우고, 한때의 애절했던 심정마저 진부한 추억으로 전락하게 됨을 느끼면서 그들의 연애는 더 혹독해진다.
상대가 나에게 익숙해질수록, 상대의 정서에 동감할수록 연애란 것은 아슬아슬해지고 위태로워지는 것일까.
누구나 될 수 있는, 그래서 서로 다른 두 남녀가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들의 결말이 무너져 내리든 담담하든, 어쩌면 예감했던 종지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