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음악으로 그리는 “베토벤의 초상”
허원숙은 이번 공연을 준비하며 스스로 베토벤의 음악 본질에 다가가고자 “조선시대에는 초상화를 그릴 때 현상의 묘사보다 정신의 표현을 더욱 강조하려고 했죠. 그러나 외양(겉모습)을 터럭 하나까지 똑같이 그린다고 하더라도 정신(본질)을 그대로 그릴 수는 없었습니다.”라고 말하며 자신 또한 “작품을 대할 때 예전보다 더 핵심에 다가가고자”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조선시대에 초상화를 그리는 마음가짐과 피아니스트 스스로가 ‘베토벤의 초상’을 소리로 그려내고자 하는 모습이 닮아 있다.

음악에 근본적으로 접근하는 피아니스트 허원숙
피아니스트 허원숙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피아노과를 졸업했으며, 발세시아 국제 콩쿠르 1위 및 비오티 국제 콩쿠르, 포촐리 국제 콩쿠르, 마르살라 국제 콩쿠르에 입상하였다. 다수의 독주회 및 초청연주회를 비롯하여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 2014년 3월 둑스(DUX)에서 발매한 앨범을 포함하여 다수의 앨범을 발매하였다. 그 외 KBS 클래식 FM에서 진행 및 음악 작가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하고 있다.

베토벤의 ‘32개의 변주곡’ 그리고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용’
이번 공연에서 허원숙은 비교적 짧은 곡인 ‘32개의 변주곡 WoO 80 (32 Variationen uber ein eigenes Thema)’과 70여분에 다다르는 대곡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용(Veranderungen uber einen Walzer von Diabelli, Op.120)’을 연주한다. 32개의 변주곡은 8개의 간결한 주제를 가지고 샤콘느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한편,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용은 장황하고 약간은 산만한 주제에 내포된 5개의 핵심요소를 중점으로 변주를 이끌어가 두 곡의 대조를 보인다.

허원숙은 베토벤이 ‘32개의 변주곡’과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용’에서 각각 사용한 단어에 주목한다. 베토벤은 ‘32개의 변주곡’에서는 변주곡이라는 Variationen을, 디아벨리 왈츠에 의한 33개의 변용’에서는 변용이라는 Veranderungen로 분명히 둘을 구분을 해주고 있으나 흔히 우리는 이것을 똑같이 변주곡으로 번역하여 사용하고 있다. 허원숙은 베토벤이 단어 선택에 구분을 지은 이유를 찾았다. 그는 “변용이라는 제목은 변주곡보다 더 근원적이며 실체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베토벤이 그러하듯 ‘변주곡’과 ‘변용’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구분을 지어준다.

허원숙의 피아노 리사이틀 ‘베토벤의 초상’에서는 베토벤이 추구했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고자 하는 허원숙의 내면의 울림과 심도 깊은 연주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