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아름답고 쓸쓸하여라, 부생약몽(浮生若夢) - 덧없는 인생, 꿈꾸며 사는 게지..
우리말의 묘미를 가장 절묘하게 잘 살리는 작가로 알려진 이만희(55세).
드러내놓고 주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재미와 철학이 조화되어 있는 그의 작품 가운데서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인생의 패잔병인 노인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욕망과 꿈의 덧없음을 직설적인 언어에 은유적인 효과로 풀어낸다.
갈 때까지 간 패잔병들의 마지막 한탕, 프로젝트명 ‘신 왕오천축국전’
작품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신라 때의 고승 혜초가 727년에 4년 동안 천축(인도)을 기행한 후 쓴 「왕오천축국전」에서 따왔다.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만난 여자로부터 신라 때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절터 얘기를 들으면서 이들은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절터(돈황사)의 도굴에 건다. 이들의 도굴을 뒤에서 조종하는 여자는 신혜초, 나이순으로 신왕오(이문수 역), 신천축(김재건 역), 신국전(오영수 역)이라고 창씨개명까지 한 이들은 ‘신왕오천축국전(新往五天竺國傳)’이라 사업명을 정하고, 돈황산 아래 돈황굴을 파며 오로지 보물을 발견하겠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한달 한달 하며 참던 것이 어느새 3년. 보물은 과연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아니 보물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능가하는 이만희의 <피고지고 피고지고>
부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끝없는 기다림을 통해 구원의 세계를 찾아보는 사뮤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대표적인 연극 작품이다.
“난 누굴 기다리는 게 제일 싫어. 밀수 할 때도 매일 접선 접선 접선! 기다리는 게 일이었지. 저쪽 놈을 기다리노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라. 일이 잘못된 건 아닐까, 이 자식이 배신한 건 아닐까, 짜부가 낌새챈 건 아닐까…. 의심의 연속이지. 극도로 불안해지고 도망치고 싶고 나중엔 내가 먼저 배신해버리고 싶어진다고.”(왕오)
3년 동안의 도굴생활로 사람들과 하다못해 택시나 버스까지 아니 서울역 화장실 찌린내까지 그리워하는 왕오, 천축, 국전. 보이지 않는 보물에 대한 이들의 기다림은 미련이 있는 한 욕망이 있는 한 결코 버릴 수 없는, 아니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마는 또 하나의 ‘고도’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인간 욕망의 질기고 질긴 미련을 기다림의 미학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또한 현대사회 속에서 지표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리를 조용히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 진리, 대저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대저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인간이 신선의 경지에 달하면 어찌 재물이 재물인쏜가, 어찌 권력이 권력일쏜가, 죄는 욕망을 좇음이요, 욕망은 무지를 좇음이니 욕망의 개꿈 속에 머물다간 세월들이 못내 아쉽도다.”(천축)
“… 그런데도 인간이 우주의 주인이고 만물의 영장이란 말이야. 지구는 별 축에도 못 껴. 더부살이하며 떠도는 항성에 불과해. 인간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떵떵거리며 살았든 죽을 쑤며 살았든 똑같은 거야. 그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는 거야. 이 쪽 저 쪽 옮겨 다니면서…. 어디 쯤 엔가 우리가 살만한 별들이 또 있겠지, 안 그래? 이렇게 큰 우주 속에서 그런 별 하나쯤 없을 라고? 헤헤헤….” (천축)
우리말의 묘미를 가장 절묘하게 잘 살리는 작가로 알려진 이만희(55세).
드러내놓고 주제를 강요하지 않으면서 재미와 철학이 조화되어 있는 그의 작품 가운데서 <피고지고 피고지고>는 인생의 패잔병인 노인들을 등장시켜 인간의 욕망과 꿈의 덧없음을 직설적인 언어에 은유적인 효과로 풀어낸다.
갈 때까지 간 패잔병들의 마지막 한탕, 프로젝트명 ‘신 왕오천축국전’
작품의 주인공들의 이름은 신라 때의 고승 혜초가 727년에 4년 동안 천축(인도)을 기행한 후 쓴 「왕오천축국전」에서 따왔다. 무교동 낙지골목에서 만난 여자로부터 신라 때 보물이 묻혀 있다는 절터 얘기를 들으면서 이들은 인생의 마지막 베팅을 절터(돈황사)의 도굴에 건다. 이들의 도굴을 뒤에서 조종하는 여자는 신혜초, 나이순으로 신왕오(이문수 역), 신천축(김재건 역), 신국전(오영수 역)이라고 창씨개명까지 한 이들은 ‘신왕오천축국전(新往五天竺國傳)’이라 사업명을 정하고, 돈황산 아래 돈황굴을 파며 오로지 보물을 발견하겠다는 신념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한달 한달 하며 참던 것이 어느새 3년. 보물은 과연 언제쯤 나타날 것인가,
아니 보물이 과연 있기나 한 것일까?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능가하는 이만희의 <피고지고 피고지고>
부랑자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의 끝없는 기다림을 통해 구원의 세계를 찾아보는 사뮤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고도를 기다리며>는 이미 고전의 반열에 들어선 대표적인 연극 작품이다.
“난 누굴 기다리는 게 제일 싫어. 밀수 할 때도 매일 접선 접선 접선! 기다리는 게 일이었지. 저쪽 놈을 기다리노라면 별의별 생각이 다 떠올라. 일이 잘못된 건 아닐까, 이 자식이 배신한 건 아닐까, 짜부가 낌새챈 건 아닐까…. 의심의 연속이지. 극도로 불안해지고 도망치고 싶고 나중엔 내가 먼저 배신해버리고 싶어진다고.”(왕오)
3년 동안의 도굴생활로 사람들과 하다못해 택시나 버스까지 아니 서울역 화장실 찌린내까지 그리워하는 왕오, 천축, 국전. 보이지 않는 보물에 대한 이들의 기다림은 미련이 있는 한 욕망이 있는 한 결코 버릴 수 없는, 아니 살아가는 이유가 되고 마는 또 하나의 ‘고도’다.
이 작품의 미덕은 인간 욕망의 질기고 질긴 미련을 기다림의 미학으로 풀어낸다는 데 있다. 또한 현대사회 속에서 지표를 잃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시대와 상황이 변해도 결코 변하지 않는 인생의 진리를 조용히 일깨워 준다는 것이다.
마지막 진리, 대저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대저 인생은 공수래 공수거 아니던가. 백일홍이 피었다 진다한들 어찌 세월을 탓할 쏘며 이 몸 죽어 무소귀면 산천 또한 더불어 황천행이 아니던가. 인간이 신선의 경지에 달하면 어찌 재물이 재물인쏜가, 어찌 권력이 권력일쏜가, 죄는 욕망을 좇음이요, 욕망은 무지를 좇음이니 욕망의 개꿈 속에 머물다간 세월들이 못내 아쉽도다.”(천축)
“… 그런데도 인간이 우주의 주인이고 만물의 영장이란 말이야. 지구는 별 축에도 못 껴. 더부살이하며 떠도는 항성에 불과해. 인간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떵떵거리며 살았든 죽을 쑤며 살았든 똑같은 거야. 그저 피고 지고 피고 지고 하는 거야. 이 쪽 저 쪽 옮겨 다니면서…. 어디 쯤 엔가 우리가 살만한 별들이 또 있겠지, 안 그래? 이렇게 큰 우주 속에서 그런 별 하나쯤 없을 라고? 헤헤헤….” (천축)
캐릭터
왕오 | (69세) “이놈아. 사귀어 봐야 절교하고 죽어봐야 저승 안다고 파 보기 전에 누가 알겠어? 확신이 있었으니까 지금까지 파 온 것 아냐.” 절도로 이 세계에 입봉한 왕오는‘무교동 불곰’이란 별명에 어울리는 우직한 덩치의 소유자. 보물을 발견하면 청맹과니 여동생 집 한 채 마련해 주고 막내동생 짐차 하나 사 주는 게 소원이다.
천축 | (68세) “우리한테 너무나 어울리지 않지만 난 우리가 수행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각자의 죄를 씻기 위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굴을 파고… 저 산 너머엔 뭔가가 있겠지 하면서 또 굴을 파고… 속죄키 위해 또 파고.” 귀한집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선생까지 했지만 노름에 빠져 처자식 모두 잃고 버스 운전수로, 종국엔 밀수운반책을 거쳐 형무소를 전전하였다. 시인과 철학자의 면모를 갖춘 천축은 몸은 약하지만 인생의 의미를 가장 절절하게 표현할 줄 안다.
국전 | (67세) “우리네 인생에서 기다리는 걸 빼고 나면 남는 게 뭐 있어? 손을 씻을 날을 기다리고 소식 있길 기다리고 친구를 기다리고 종국엔 회춘을 기다리겠지 기다리는 수밖에” ‘젊게 살자’가 신조인 국전은 보물을 찾으면 마카오에 가서 카지노를 경영하는 게 꿈이다. 허풍과 변덕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전이지만 가슴속에 뼈저린 아픔을 묻어두고 있다.
난타 | (35세) “전 진하게 살고 싶어요. 요즘은 주머니 속에 독약 넣고 다니면서 그날 그날을 최후의 날인 듯 살아가는 덜 떨어진 철학도들이 차라리 부럽다니까요?” 본래부터 뒤죽박죽인 난타는 불란서 유학까지 갔다 온 연극배우 출신이지만 어쩌다 요정 마담이 되었고, ‘진한 삶’에 대한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다.
천축 | (68세) “우리한테 너무나 어울리지 않지만 난 우리가 수행자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각자의 죄를 씻기 위해 캄캄한 어둠 속에서 굴을 파고… 저 산 너머엔 뭔가가 있겠지 하면서 또 굴을 파고… 속죄키 위해 또 파고.” 귀한집 아들로 태어나 초등학교 선생까지 했지만 노름에 빠져 처자식 모두 잃고 버스 운전수로, 종국엔 밀수운반책을 거쳐 형무소를 전전하였다. 시인과 철학자의 면모를 갖춘 천축은 몸은 약하지만 인생의 의미를 가장 절절하게 표현할 줄 안다.
국전 | (67세) “우리네 인생에서 기다리는 걸 빼고 나면 남는 게 뭐 있어? 손을 씻을 날을 기다리고 소식 있길 기다리고 친구를 기다리고 종국엔 회춘을 기다리겠지 기다리는 수밖에” ‘젊게 살자’가 신조인 국전은 보물을 찾으면 마카오에 가서 카지노를 경영하는 게 꿈이다. 허풍과 변덕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전이지만 가슴속에 뼈저린 아픔을 묻어두고 있다.
난타 | (35세) “전 진하게 살고 싶어요. 요즘은 주머니 속에 독약 넣고 다니면서 그날 그날을 최후의 날인 듯 살아가는 덜 떨어진 철학도들이 차라리 부럽다니까요?” 본래부터 뒤죽박죽인 난타는 불란서 유학까지 갔다 온 연극배우 출신이지만 어쩌다 요정 마담이 되었고, ‘진한 삶’에 대한 꿈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