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나와 우리를 돌아볼 수 있는 연극,
극단 그룹 動?시대의 <그녀들의 집>

연출가 오유경의 나와 우리 되돌아보기/여성시리즈 2번째 작품.

가정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겪었던 부모자식 간 그리고 자매들 간의 일그러진 사랑과 상처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작품, 연극 <그녀들의 집>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아 정체성을 찾지 못하고, 부표처럼 떠도는 상처 입은 인간들의 현주소를 그려낸다. 인물들의 세밀한 감정표현과 상징적이고 추상적인 무대 환경은 작품 속 내재된 심리적 공포와 긴장의 밀도를 높인다.

연극 <그녀들의 집> 공연은 희곡에서는 드러나지 않는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행동을 찾아 장면 곳곳에 배치함으로써, 실제 진행되는 장면과 숨겨진 행동이 교차하여 목격되도록 연출된다. 관객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 아닌 인물들을 목격하며, 이웃의 한 사람 혹은 오랫동안 이 집안에 놓여 진 가구나 벽처럼, 숨겨진 목격자로서 인물들의 엉킨 심리와 집안의 비밀 그리고 그 파국을 묵도하게 된다.
인물들이 각기 자기만의 방에서 홀로 또는 주 무대와 연동하여 일으키는 숨겨진 행위들을 묘사하며, 독특한 관객석 배치를 통해 관객이 주된 장면과 인물들의 숨겨진 개별 장면들을 동시에 교차하며 목격할 수 있도록 무대를 연출한다. 관객의 위치에 따라 특정 장면들이 가까이 혹은 멀리 보이거나 또는 시각 밖에서 들리기만 할 수도 있는 작품이다.
극단 그룹動·시대의 나와 우리 되돌아보기 시리즈는 아직 낯설고 불편하지만 사회적 관계에서 우리가 함께 목격하고 고민해야할 문제를 다룬다. 여성은 아직 사회 속에서 홀로 서지 못했다. 제도적 뒷받침도 더 많은 보안이 필요하지만, 여성정체성의 자각과 사회 안에서의 심리적 독립도 더 많은 고민과 교육이 요구된다. 굵직하고 긴박한 현안들에 밀려, ‘개인사정’이라 쉽게 다뤄지는 여성심리문제. 작품 <그녀들의 집>은 소외된 여성문제의 또 다른 원인을 짚어본다.

줄거리

재개발이 한창인 도시 외곽 호숫가
몸이 굳어 죽어가는 아버지가 사는 '그녀들의 집'
도망쳐 나왔던 그곳으로 그녀들이 돌아온다.

무한한 기대 속에 무너져내린 첫째.
조건없는 복종과 헌신 속에 박제된 둘째.
아버지의 성스런 존재 막내
이들을 기다리는 지난 날의 추억

아버지의 그늘 아래 화석처럼 남아 있는 가족의 흔적

가족이란 이름의 메말라 버린 혈관 속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스며든다.

캐릭터

큰 딸 | 아버지의 꿈을 자신의 꿈으로 삼았던 첫째. 한번도 최고를 놓친 적이 없었다.
언제나 완벽한 딸이었던 그녀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아버지를 마주보는데..

둘째 딸 | 아버지의 인정을 갈구하던 둘째. 자매들이 모두 떠난 집에 혼자 남아 늙고 병든 아버지를 돌보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오래 전 집을 떠난 후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자매들을 불러모은다.

막내 딸 | 원하는 모든 걸 선물 받으며 아버지의 사랑으로 자라났던 막내. 언니의 전화를 받고 왔지만 사실은 하루도 머물고 싶지 않은 지긋지긋한 집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오래된 상처와 마주한다.

아버지/의사 |
아버지 | 젊은 시절의 아버지는 실패를 용납하지 않으며 왕으로 군림한다. 그러나 지금은 타인의 도움 없인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몸이다.
의사 | 정기적으로 왕진을 오는 젊은 의사. 세심하고 예의바르며 세 자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건에 휘말린다.

만길 | 막내와 같이 자란 동네 소꿉친구. 한쪽 다리를 절고 있다. 세 자매의 낡은 집을 고쳐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