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진과 준>은 ‘선돌에 서다’ 시리즈 마지막 공연으로 공연단체 그린피그의 여섯 번째 작품이다. <진과 준>은 ‘샴 쌍둥이’를 전제하에 사랑하지만 서로 함께할 수 없는 남과 녀의 엇갈리는 운명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화합을 원하지만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인류역사와 같은 내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적의 생명, 샴 쌍둥이
‘샴 쌍둥이’는 5만~10만 명 가운데 1 명 꼴로 태어나며, 이 가운데 60 %는 사산, 35 %는 출생 24 시간 내에 사망하는, 실제 생존빈도는 20만 명 당 1명 정도 이다. ‘샴’이란 단어는 최초로 태국의 이름(Siam/사이암)에서 유래되었고, 우리말로는 ‘기적둥이’라 불린다. 기적적인 생명인 만큼 ‘샴’은 독특한 소재로 영화(공포물)와 만화(스릴러물)에서 다뤄져 왔다. <진과 준>에서는 ‘샴’이란 소재에 전설적인 러브스토리를 담아 새롭고 신선한 각도로 풀어낸다. 

천 년의 인연 설, 진과 준
<진과 준>은 오래 전 서로 사랑해선 안 될 오누이의 슬픈 ‘사랑의 전설’을 담고 있다. 전설에 의하여 그들은 후세에 천 년의 단 한번, 그러나 서로 마주볼 수 없는 ‘샴 쌍둥이’로 태어날 운명을 갖게 된다. 한번의 만남 이전에 그들은 한 공간에서 마주칠 수 있지만 서로 알아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인연만 주어질 뿐이다. <진과 준>은 올 겨울 전설 같은 기이하고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로 관객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들 것이다.

사랑, 평화 그리고 부조화의 갈등
<진과 준>은 운명의 장난으로 만나지 못하는 연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크게는 평화를 일구며 함께 살지 못하는 남과 북, 세계인의 이야기, 그 역사이기도 하다. 신체적 기형과 의식의 부조화, 외부세계와의 마찰로 빚어지는 갈등은 단순히 남녀의 문제, 육체적 장애의 문제를 뛰어 넘는다. 이러한 부조화와 갈등은 시공간을 통해 확대되고 재생산되어 민족의 문제, 국가의 문제, 대륙의 문제, 결국은 인류의 문제에까지 이르게 된다.

박상현의 난해한 텍스트는 작가의 언어적 섬세함과 함께 새로운 극작술, 작가적 문제의식의 결합으로 기존의 텍스트와는 다른 구조와 언어를 구사한다. 이에 윤한솔의 실험적 연출이 더해져 주제적 파격을 극대화한다.

줄거리

7개 장면의 남녀 이야기, 함께하려 하지만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의 장난.

진과 준1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 남자와 여자는 각각 자기의 연인과 이야기를 나눈다. 남녀는 떨어져 앉아 초점 없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 같다. 쓸쓸하다.

진과 준2
태중. 여기서 만나기 위해 둘은 몇 세기 엇갈린 생을 살아왔다. 그러나 만남도 잠깐, 쌍둥이였던 이들 중 하나는 사산되고, 그래서 다시 긴 이별이 시작된다.

진과 준3
안개 속. 철망에 갈라져 만나지 못하는 진과 준. 수십 년 갈라져 살아왔지만 아직도 만나 섞이기에는 요원한 반도의 사람들 같다.
진과 준4
미국의 한 홀. 샴 쌍둥이인 진과 준이 사람들에게 소개된다. 이들은 몇 천 년 전 태국의 전설에서부터 유래된 어떤 왕가의 오누이, 그 현신. 그러나 지금은 한낱 술집의 구경거리..

진과 준5
새벽 뉴욕의 한 공원. 늙은 청소부가 쓰레기 더미를 뒤지고, 아랍에서 온 한 소녀는 능욕당한 지난밤을 떠올린다. 눈이 내리듯 하늘에서 재가 내린다.

진과 준6
어느 방 안. 준은 자신이 지난 밤 진을 죽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진이 다른 남자를 꿈꾼다는 것을 알고 질투 끝에 죽인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시체가 썩으면 자기의 몸도 썩는 것.

론도
우리는 춤춘다 - 이 곳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곳이 아닌 저 곳으로 갈 수 없기에, 우리는 춤을 춘다. 헤어지지 않기 위해, 손 끝이라도 잡을 수 있기에 - 우리는 춤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