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전쟁으로 폐허가 된 미래의 어느 도시, 작은 기차역 광장에 어린 앵벌이 남매와 포주가 있다. 다양한 군인들과 구두쇠 자본가가 이 역을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간간히 들려오는 폭음과 군복을 통해 우리는 이 작품이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을 짐작할 뿐 작품의 어느 부분에서도 반전의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인간성을 상실한 포주에게 심신을 박해당한 어린 앵벌이 남매가 유쾌하고 순박한 떠돌이 마술사 부부와 우연히 만나 너무도 통쾌한 해프닝을 겪으며 결국 인간이 누려야 할 따뜻함을 서로에게 안겨주고 헤어질 뿐이다. 관객들은 배우들의 우스꽝스런 몸짓과 땀방울에 서서히 빠져들어 함께 웃고 울다가 어느새 가슴을 파고든 따뜻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린 남매로부터 따뜻함을 빼앗아 간 것이 바로 전쟁임을 공감할 것이다. 기차는 각박한 삶에 놓여진 수많은 사람들을 위한 은유적인 시이며 동화 같은 연극이다.

줄거리

간간히 폭격소리가 들려오는 낡은 기차역 앞 공터.
내모는 듯한 긴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차표를 잃어버린 노부부가 역 밖으로 내쫓긴다.
첫눈에도 엉뚱하고 우스꽝스럽다.
기차를 타지 못해 발을 구르는 그들을 뒤로 기차는 떠나고
노부부는 역 앞을 지키던 앵벌이 남매를 만난다.
앵벌이 남매는 생존을 위해, 노부부는 잃어버린 차표를 다시 사기 위해
몇 안 되는 군인들을 상대로 필사적인 구걸경쟁을 벌인다.
각양각색의 군인들의 주머니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온 동전들이
번번이 어린 남매의 손아귀로 들어가자 노부부는 약이 오를 대로 오른다.
그러나 다음 순간 어린 남매는 무서운 포주에게 가진 돈을 모두 빼앗기고
숨 돌릴 틈도 없이 폭력에 휘둘린다.
무대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듯 적막해진다.
비겁한 연민에 고개를 떨구는 노부부.
부부는 자신들이 연주하는 피리소리가 남매를 위로해 준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들을 위한 연주를 시작한다.
노부부와 어린 남매는 음악과 춤으로 마음을 나눈다.
하늘에서 눈꽃하나가 떨어진다.
남매는 하염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부부는 남매를 위해 한 번도 성공해 본적 없는 눈 마술을 시도한다.
이들 네 사람의 간절함이 하나가 될 때쯤
노인의 손아귀에서 하나 둘 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기차역 광장은 하얀 눈꽃과 온기로 가득 찬다.
그때 부인의 신발 속에서 잃어버렸던 차표가 나온다.
실수야 누가 했건 감격한 노부부는 어린 남매도 잊고 신이 나서 역으로 뛰어 들어간다.
망연자실해 있던 남매.
다시 한 번 탈출을 시도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건 포악해질 대로 포악해진 포주의 채찍.
날카로운 채찍이 허공을 가르는 순간 포주의 시선을 빼앗으며 역에서 튀어나온 두 사람.
물론 노부부다.
이제 이들 네 사람은 하나가 되어 포주와 싸우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