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해롤드 핀터(1930-2008)의 관리인(The Caretaker)은 핀터에게 극작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 준 첫 번째 작품이다. 1960년 4월 27일 런던 웨스트 앤드의 극장에서 초연되자마자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엄청난 지지를 얻었다. 초연 이후 꾸준하게 공연되었으며 TV와 영화로도 재탄생되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중에는 모든 등장인물을 여성으로 캐스팅한 경우도 있었다.
관리인은 부조리극으로 잘 알려진 베케트의 1955년 작품인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단순히 부조리극이라고 단정내리기에 핀터의 관리인은 조금 더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현실과 환상 사이의 괴리감, 가족관계, 거짓말, 힘의 논리라는 주제 안에서 정신병과 빈곤함의 극치라는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이야기를 끌어낸다. 그 안에서 비극과 코미디를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으로 하여금 복잡한 감흥을 느끼게 하는 것이 이 극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희곡의 근간이 되는 이야기는 핀터의 친구가 경험했던 일에서 비롯되는데, 함께 살던 형제 중 한 명이 나이든 떠돌이를 데려와 집에 잠시 머물렀던 사건에서 시작되었다.

줄거리

어릴 적 정신병원에 갇힌 후 폐쇄공포증을 앓지만 자상한 성격의 비비안(애스톤), 사람의 성의를 쉽게 무시하고 인종차별주의에 돈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폭력성 짙은 떠돌이 헬렌(데이비스), 비비안의 동생으로 언니의 존재에 대한 불안감과 그로 인한 냉소적인 성격의 20대 낸시(미크), 이 세 인물 안에서 벌어지는 갈등으로 인해 상황들이 벌어진다.
낸시가 방안에 있는 모든 잡동사니들을 뚫어지게 바라보는 장면으로 이 극은 시작된다. 비비안이 곤경에 처한 헬렌을 집으로 데려오고 인정을 베풀지만 정작 헬렌의 반응은 그다지 감사함을 느끼는 것 같지는 않다. 신발이 필요하다는 헬렌에게 한 켤레의 신발을 주는 비비안. 헬렌은 자신의 발에 맞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지만 비비안이 주는 돈은 기쁘게 받는다. 또한 헬렌은 자신의 이름이 가짜라는 것을 밝히며 자신의 실제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 서류가 시드컵에 있으니 그곳에 갔다 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하룻밤이 지나고 헬렌의 잠꼬대에 잠을 이루지 못한 비비안은 그녀를 깨워서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자서 그렇다, 창문이 열려서 그렇다는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오히려 화를 낸다. 비비안이 외출한 후, 지저분한 집을 살피던 헬렌은 조용히 집안에 들어온 낸시를 만나 식겁하지만, 낸시의 힘에 눌려 고분고분한 모습을 보인다. 낸시의 힘을 등에 업은 채 기고만장한 헬렌은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비비안을 오히려 무시하고 그녀를 내쫓을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헬렌의 생각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편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낸시는 자신의 언니 비비안의 편에 서고, 헬렌의 뻔뻔한 태도에 질린 비비안도 결국 헬렌을 내쫓는데...

캐릭터

데이비스 | 40대 중후반으로 거리의 부랑자이면서 뻔뻔하고 이기적이며 기회주의자이다. 약자에겐 강하고 강자에게는 비굴하다. 버나드 젠킨스(Bernard Jenkins)라는 가명을 쓰고 있으며 그의 말과 행동에는 진실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애스톤 | 20대 후반으로 과거 정신병원에서 전기치료를 받은 이후로 정신적인 장애를 갖고 있다. 따뜻한 마음을 소유하고 있으며 진실된 인간관계를 원한다.

미크 | 20대 중반으로 애스톤의 동생이다. 정신적으로 온전하지 못한 형을 보호하며 살고 있다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지고 있으며 세상에 대한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형과의 공간에 누군가가 침입하는 것을 위협으로 생각하며 그 공간을 지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