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닫힌 공간 속에 갇혀, 어디론가 뚫고 나가거나 혹은 그 상황을 받아들여 시간을 감내하며 견디어야 하는 다섯 사람이 있다. 그들은 부단한 삽질을 통해 닫힌 공간에 구멍을 내어 보려고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진정으로 그곳을 벗어나고픈 간절한 욕망이나 열정은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같지만 같지않은 반복된 죽음과 살인 이야기로 지독하게 잔혹한 극이 될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살인의 연속적 형식. 
살인이 놀이이자 욕망과 열정의 분출구로 작동. 
우리 자신들의 모습과 닮아 있는 무대 위 펼쳐지는 결코 낯설지 않은 살인의 풍경.

줄거리

“진실을 말하려 제발 애쓰지들 마. 어차피 하지도 못할 거니까.”
세 개의 통로, 세 남자 그리고 교복을 입은 두 소녀가 있다. 무인도에 내동댕이쳐진 표류자처럼 자신이 있는 곳이 어디인지 모른 채 불가능한 꿈과 답이 없는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 남자와 교복2를 교복1이 차례로 죽이고 자신 또한 밧줄에 목을 매려한다.

“정확한 이율 모르는 게 이유야. 그냥 그러고 싶은 게 이율 수도 있고. 세상이 그렇잖아.”
계속되는 삽질, 반복된 행동 속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가려고 했던 곳마저 불확실해진 듯 그저 무료한 삽질만을 반복한다. 그러다 불현듯 이러한 악몽에서 깨기 위한 몸부림으로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놀이를 시작하게 된다.

“지금 내가 느끼는 깜깜한 현실은 누구 탓일까?”
살인과도 같은 신념을 버린 삽질. 모두가 죽어야 끝나고 다시 시작되는 삽질과 살인놀이는 마치 컴퓨터 게임처럼 리셋 되기를 반복하며 그들에게 주어질 수 있었던 빛마저 차단시킨다. 그러던 중 교복1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으로 그들은 차츰 집요한 놀이패턴으로부터 벗어 날 수 있게 되는데 … .

캐릭터

교복1女 | 1920년에 18살을 맞은 여고생. 동경대학 입학을 앞둔 부유한 집안의 딸내미.

교복2女 | 2008년에 18살을 맞은 여고생. 꿈마저 저당 잡힌 기초생활 수급자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늘 주눅 들지 않으려 애쓰는 자존심 강한 촛불소녀.

남자1 | 1953년에 33살을 맞은 남자. 빨치산이 된 형을 전쟁 통에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묻어버린 깡패출신의 남자.

남자2 | 1973년에 33살을 맞은 남자. 성실하고 열정적인 교사이지만 자신의 교육현장에서 유신헌법을 아이들에게 강요한다. 결국 한 학생의 미래를 자신의 손으로 묻어버리게 된다.

남자3 | 1998년에 33살을 맞은 남자. 자신의 성공을 위해 벗에게 비수를 날리고 결국 자살로 몰고 간, 돈이라면 뭐든 하는 벤처 사업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