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국내·외 명작들을 특유의 도발적이고 신랄한 감각으로 해체·재구성하여 사회를 날카롭게 비판하는 연출가 김현탁의 <변신>이 남산예술센터에서 공연된다.

어느 날 문득 벌레로 변해있더라는 원작의 설정은 현대 속에서 매물되고 있는 우리의 삶과 이 괴기스러운 변신이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보여줄 것이다. 가족, 혹은 관계 속에서 의도치 않게 상처입었던 크고 작은 기억들은 어쩌면 흔한 일상의 풍경인 동시에, 꿈처럼 일그러진 기이한 이미지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일상적인 파편들 속에서 전위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을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더욱 또렸하게 보여주고 있는 김현탁 연출이 어떻게 관객이 자신의 모습과 만나게 해줄 지 기대된다.

<변신>은 하룻밤 사이 억울하고 비참한 마법에 빠져버린 한 가상의 인물의 이야기가 아니라, 과거에도 벌레였고 지금도 벌레이며 앞으로도 벌레일 우리 모두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판타지다. 그리하여 마침내 관객들이 지금, 여기 우리 안의 벌레르르 마주할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변신이 아닐까.

상점의 판매원으로 일하는 그레고르는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났을 때 자신이 벌레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레고르가 몸을 일으켜 문 밖으로 나갔을 때 모든 사람이 경악한다. 그 이후 벌레로서의 비참한 생활이 시작된다. 이제 그레고르는 없어져야 할 골칫거리일 뿐이다. 얼마 후 그레고르가 방 안에서 죽자 하녀에게 그 소식을 들은 아버지는 ‘자 이로써 하느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이라고 말하고, 하녀는 벌레의 시체를 치운다.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가족은 행복한 기분으로 전차를 타고 산책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