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한국연출가협회가 주관하는 신춘문예당선작 공연은 매년 전회 매진이라는 기록적인 객석 점유율을 보이며 많은 관심 속에서 진행되어왔다.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열리는 ‘2009 신춘문예 당선작’ 릴레이 공연은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새내기 희곡작가의 출발을 격려하는 자리이자 관객에게 재능있는 작가의 탄생을 소개하는 무대이다.
이번 공연은 특히 베테랑 연출가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신진 작가의 참신함과 중견 연출가의 노련함이 어울려 색다른 무대를 빚어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 동안 차범석, 윤대성, 노경식, 이강백, 오태석. 엄인희, 조광화. 장성희, 장정일, 장진, 고연옥, 고선웅 등 수많은 극작가들이 신춘문예 공연을 통해 연극계의 첫발을 내딛었다.

줄거리

최문애의 ‘실종’은 극의 진행이 선명하고 일정한 거리 두기를 통해 학생의 실종사건을 무심히 다루는 냉소적인 시각이 뛰어났으며 기성세대의 비겁함, 무능, 추악함을 통렬하게 비꼬는 수작이다. 다가올 무서운 미래를 암시하는 뛰어난 작품이다.

닭들은 일생에 딱 두 번 햇빛을 본다고 한다. 막 태어났을 때랑 더 이상 알을 낳을 수 없
어 죽으러 나갈 때. 그렇게 딱 두 번. 그런 닭의 생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닭들은
자기 몸이 겨우 놓일 만한 공간에 앉아서 일생을 보낸다. 신도시 아파트촌처럼 차곡차곡 들어선 양계장에 꼼짝 않고 앉
아 알만 낳는 거다. 짧은 시간 안에 더 많은 알을 낳기 위해서 특별 제작된 사료도 먹고 주사도 맞는다. 상상해보라. 그
많은 닭들의 엉덩이에 일제히 꽂히는 주사바늘을!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그런 닭들의 사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걸 봤다. 그곳에선 닭들이 축
구를 하고 있었다. 여럿이서 공을 가지고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닭 한 마리당 자기 몸에 다섯 배가 되는 공간을 차지하고
있어서 날갯짓도 마음대로 칠 수 있었다. 닭들은 분명 신분상승을 한 거다. 유기농 닭이라는 이름으로. 알을 낳던 닭은 이
제 맘껏 활개를 칠 수 있다는 생각에 신나게 공을 굴린다. 그런 날이 언제라도 지속될 것 같지만 결국 닭은 슈퍼마켓에 보기 좋게 진열되고 만다. 해방을 맞았다고 생각한 순간, 자연스럽게 목숨이 끊어지는 자유마저 빼앗기고 목숨을 박탈당하고 마는 것이다. 어차피 닭으로 태어난 이상 닭의 운명은 바뀔 수 없다. 어떤 닭은 태어나지도 못하고 알에서 뭉개지고, 어떤 닭은 태어날 때 느낀 따뜻한 햇볕을 그리워하며 무럭무럭 알만 낳다 죽는다.
이건 비단 닭들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 번이라도 상자 안에 놓인 달걀들의 취향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그런 달걀 같은 존재다. 우리가 알을 낳는 닭이건, 고기로 쓰일 유기농 닭이건어차피 같은 신세가 될 것은 뻔하다. 우리가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사회라는 시스템 자체를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살아가
는 것은 불가능하다. 닭들에게 그 지독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가지라고 말한다면 너무나 가혹한 일이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금씩, 더디더라도, 어떻게든 진화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어쩌면 그 진화의 결과가 조류 인플루엔자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닭들이 날 수 있게 된다면, 양계장 문을 뚫고 날아가 자기를 사육한 세상을 향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흩뿌릴지도 모른다. 부디 살아남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