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억나?
가을향기가 귓불을 스치면, 우리 다시 만나기로 한 그 약속.
바람 한 줌이 추억을 실어날아 포근히 우리를 감싸 안아주는
밤이 되면 너의 눈망울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던 그 너른 호숫가
올림픽공원 88수변무대에서 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잖아.
10월 3일.
마침내 두 손을 모으고 기다리던 그날이 돌아왔네?.
나는 벌써부터 심장이 왈랑왈랑거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될 약속 장소 앞에서 작은 바자회를 준비했어.
몇 달 전부터 이 날을 위해 옷장을 정리해 왔거든.
정성스럽게 정돈해 착하디착한 너를 떠올리게 하는
보랏빛 라벤더 향 가득 채워서 가지고 갈게.
우리가 만날 그 곳에 준비해 가는 그 옷들이
작은 생명들에게 새로운 희망의 날개를 달아줄 수 있도록 말이야.

가을밤 공기에 혹여나 차가워진 자리에 앉게 될까
유난히도 뜨거웠던 지난 여름날의 추억이 녹아든 방석도 준비했어.
너희들을 따뜻하게 감싸줄 이 방석은
우리를 흠뻑 적셔줬던 그날 사용했던 방수천들로 재활용해 만들었단다.
우리가 숨 쉴 맑은 공기와 우리가 마실 깨끗한 물은 너희들만큼이나 소중하니까.
우리 만나는 날, 함께 할 착한 친구들도 소개해 줄게.
내 가족 같은 사람 김광진과 착하고 예쁜 동생 빌리어코스티, 홍대 사는 홍대광이
환한 미소와 맑은 목소리를 들려줄거야.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을 외치는 한떨기 꽃같은 미모의 강풀과
뜨거운 가슴에 차가운 머리를 가진 주진우,
영롱한 목소리와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박혜진도
우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울거야.
정말 깜짝 놀랄만한 반가운 손님도 오실 거야. 기대해도 좋단다!

아 참, 중요한걸 깜빡 잊을 뻔 하였구나!
이날 만남에 드레스코드는 ‘순정만화 주인공’이야.
‘차카게 살자’는 순정 하나로 가을밤 호숫가를 찾는 모두가 주인공일 테지.
그런 너에게 어울리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나타나 주렴.

끝으로 15년 동안 자선공연 ‘차카게살자’를 만들어오며
사람에게는 의지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보다
누군가의 의지가 되는 게 더 큰 의미일 수 있다는 걸 느꼈어.
그게 사람이 보다 단단하고 강해지는 길이더구나.
15년째 ‘차카게살자’ 객석을 지켜온 너희가
나의 의지가 돼준 게 새삼 고마워졌어.

그럼 안녕. 우리 곧 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