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끊임없이 꿈꾸라’ 외치는 돈키호테의 이야기

세계 최초의 근대소설로 꼽히는 <돈키호테>는 성서 다음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다양한 언어로 번역된 책이다. <돈키호테>는 68개 언어로 번역돼 오늘날까지도 전 세계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꾸준한 인기의 이유는 400년이 흐른 시점에도 이 책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데 있다. 부와 성공만을 좇는 현대 사회에 괴짜 사나이 돈키호테는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꿈꾸라고 말한다. 앞뒤 생각 없이 도전하는 사람을 돈키호테라 부르기도 하지만 정작 책 속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따라가다 보면 돈키호테가 단순무식한 괴짜가 아님을 알게 된다. 126개 에피소드에 총 659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돈키호테는 그들 속에서 꿋꿋하게 꿈꾸지 않는 사람들을 향해 오히려 미쳤다고 질책한다. 연극 <너, 돈끼호떼>는 모노드라마를 통해 17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이야기와 돈키호테의 심리와 진실을 알려준다.
또한 관객의 눈길을 끄는 것은 살아생전의 돈끼호떼보다 더 늙고 말라버린 싼초를 등장시키기 때문이다. 소설은 병든 돈끼호떼의 죽음만을 보여주고 그의 환상을 암묵적으로 지지한 싼초의 앞날은 책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연극은 돈끼호떼의 죽음 이후 홀로 외롭게 살아갔을 싼초를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혀 색다른 상상력을 자극할 것이다.

줄거리

우리의 기억 속에 소설 ‘돈끼호떼’는 오직 ‘돈끼호떼’만 남아 있을 뿐이다. 거대한 풍차를 자신이 무찔러야 할 적으로 보고 용감하게 돌진한 늙은 기사. 기사도 소설에 심취해 자신이 진짜 기사라고 착각한 돈끼호떼는 자신의 하인으로 싼초를 지명한다. 그렇게 돈끼호떼의 모험에는 머리는 둔하지만 현실에는 약삭빠른 싼초가 늘 함께 했다. 싼초는 돈끼호떼의 무모한 도전을 말리기도 하고, 때로는 그의 ‘명령’을 지키며 둘시네아의 현실을 직시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끼호떼와의 모험을 사랑한 사랑스러운 ‘뚱보 하인’ 이다.

돈끼호떼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홀로 살아남은 늙은 싼초의 상상 속에서 연극 <너,돈끼호떼> 무대의 막이 오른다.
작품의 시작은 말을 타고 호기롭게 등장하는 ‘돈끼호떼 코스프레’ 부터다. 싼초는 자신이 모신 환상의 기사 돈끼호떼와의 기억들을 하나 둘 더듬으며 그와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나열하기 시작한다.

싼초의 육체는 늙었지만 정신은 돈끼호떼와 함께했던 그 때처럼 무모한 것을 의미있게 받아들인다. 이발사의 대야를 황금투구로 착각하고, 웬만한 남자보다 우람한 체격의 여인을 존귀한 공주로 받아들인 주인의 태도를 여전히 이해 못하지만, 싼초는 어느새 돈끼호떼의 엉뚱한 모험에 완전히 합류해 버렸다.

원작 소설이 주는 묘미가 환상을 현실로 믿고 싶은 우리 감정에 대한 자극이라면, 이 연극은 독자들 혹은 관객들의 원함을 잘 포착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연극의 무대 한 켠에서 악사 겸 폴리아티스트가 싼초와 함께 공연의 재미를 더한다. 공연의 현장성을 최대한 살린 음향효과를 거의 라이브로 보여주며 관객들을 더욱 실감나는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