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획의도 
- 최근 현대사의 문제적 사건을 재조명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문제 치유와 건강성 회복을 위한 관심과 성찰의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 
- 억압과 지배의 정치·심리학적 메커니즘에 대한 연극적 탐구를 통해, 자유롭고 평화롭고 민주적인 사회의 조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 한 개인의 막가파식 정치적·종교적 신념과 폭압적인 권력의 공조, 그리고 대다수 사회구성원의 방조와 무관심이 사회적 약자에게 초래할 수 있는 참혹한 폭력의 기제와 그 실상을, 실제 사건에 바탕하여 무대화하고자 합니다.

작품의 배경
한국의 아우슈비츠 ‘형제 복지원’ - 누구를 위한 ‘해피 투게더’인가?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의 대규모 감금과 인권유린 사건을 무대화!!
86아시안 게임과 88올림픽을 앞두고 부랑인과 걸인 및 무연고자 등에 대한 대대적인 격리 수용 조치의 과정에서 발생한 상상초월의 폭력과 강제노동과 착취와 살해의 전말과 그 메커니즘을 냉철하고 치밀한 시선으로 극화한 작품이다.

70년대 말에서 8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최소 3천명 이상이 수용되었고 무려 539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한 ‘형제 복지원’ 사건을 통해, 누가, 왜, 어떤 근거와 신념으로 무고한 인간을 감금하고 때려죽일 수 있었는지, 그러고도 아무런 가책과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이 끔찍한 범죄의 단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식으로 멀쩡했던 한 인간이 두려움의 노예가 되어가는지, 어떤 과정을 통해 폭력의 공포에 떨던 피학자가 무시무시한 가학자로 변해가는 지를, 담담하고 치우치지 않는 시선으로 그려낸다.

동시에 ‘우리’ 안에 있는 ‘작은 행복’에 대한 소박한 욕망과 배타적인 무관심이 어떤 식으로 타인의 삶을 파괴하고 유린하는데 공모할 수 있는지를 드러냄으로써 개인의 행복과 공동체의 안녕 사이의 상관관계를 묻고 있다.

작품의 특징
관객의 선입견과 관습적인 반응 욕구 흔들기
인간의, 인간에 대한 거리낌 없는 폭력과 그것을 가능케 하는 사회적·심리적 동기와 기제를 냉철하게 드러내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 혹은 ‘나쁜놈과 우리편’의 관습적 구분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자면 가해자에 대한 선험적인 증오와 분노, 그리고 피해자에 대한 감성적인 동조와 연민에서 거리를 두게 하는 극적 장치가 필수적이다. 동시에 사건의 참혹함 자체에 압도되지 않으면서 묻고 따지고 생각할 여지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해피투게더>는 이를 위해 ‘악당이자 가해자’인 복지원장을 논리적이고 확신에 가득찬 1인칭 화자로 내세우고, ‘피해자’들과 주변인들의 객관적 진술을 교차시킴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상적인 분노와 연민에 치우침 없이 주체적으로 성찰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극적 장치를 제공한다. 가해자는 충분히 매력적이며 설득력 있게, 심지어 동의와 동정과 연민이 느껴질 정도로, 반면에 피해자는 비극성을 강조하기보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남의 일 얘기하듯 보여주고 있다. 그럼으로써 관객은 자신이 가졌던 선입견과 관습적인 반응에의 욕구가 뒤흔들리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VARIETY SHOW - 흥미로운 대중극으로
<해피투게더>에는 각종 성가, 찬송가, 군가, 대중가요, 캠페인송, 서양팝송 등의 온갖 노래들이 때로는 가수들의 라이브 연주로, 때로는 장면의 필수적인 요소로서 배우들에 의해, 때로는 기성곡의 플레이백으로, 매우 빈번하게 무대를 채운다. 하지만 이 공연에서의 노래, 음악은 단지 청각적 즐거움의 제공이라는 목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곡 하나하나가 가진 원래의 이미지와 정서적 효과는, 그것이 사용되는 국면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과 효과로 뒤집어지거나 변용되거나 확대될 것이고 그로 인해 장면과 상황들은 아이러니와 역설의 옷을 입게 되는 것이다.

고전적 의미의 다이얼로그 대신 길거나 짧은 독백형식의 진술, 대상이 모호한 질문이나 일방적인 명령, 상황에 대한 다큐멘터리적 재연, 정교하게 조율된 움직임과 격렬한 액션, 관객을 향한 직접적인 호소나 탄원, 춤과 노래, 기록영상, 박진감 있는 사운드 등의 요소를 밀도 있게 결합해 빈틈없고 박력 있는 전개를 선보인다.

줄거리

86아시안 게임과 88서울올림픽 준비가 한창이던 1980년대 부산...
일곱 살 종성과 누나 수인은 생활고에 시달리던 아버지 손에 이끌려 동광파출소에 맡겨진다.
서른여덟 살 백과사전 파는 아무개 씨는 부산역 대합실서 잠들었다가 엉뚱한 곳에서 눈을 뜬다.
스물일곱 살 서상렬 씨는 부산역 대합실에서 낮잠 자다가 철도공안원 신고로 잡혀간다.
육교에서 구걸하던 아무개 씨는 어느날 경찰에 끌려 알 수 없는 곳으로 가게 된다.
원양어선을 타던 바다 사나이 서른네 살 김민효 씨는 모처럼 육지의 밤을 술로 달래다 누군가에게 끌려 간다. 부산 연산동에 살던 이명렬 씨는 마누라를 때린 혐의로 경찰에 연행된다.
충북 음성에서 택시기사를 하던 한아무개 씨는 부산에 취직차 왔다가 포장마차에서 소주 몇 잔 걸치고 졸다가 누군가의 차에 태워진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부산시 북구 주례 2동 산 18번지, 형제복지원!
이들을 가둔 것은 내무부 훈령 410조.
1975년과 1986년 사이 형제복지원에서 사망한 사람은 539명.
과연 누구를 위한 ‘해피투게더’였던 것일까?
그들은 왜 이곳에 갇혔고, 도대체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