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부조리에 대해 침묵하길 결심한 시대에 고함

‘내부고발자의 목소리는 헛된 희생이 아니라 탐욕의 끝을 향해 치닫는 조직의 욕망을 제한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2015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는 치열한 경쟁에 내몰려 전대미문의 경제적, 문화적풍요 속에 서도 시대와 개인의 부조리에 대해 성찰할 여유를 갖지 못한다. 필연적으로 조직에 속할 수 밖에 없는 개인은 학습 혹은 체험을 통해 조직(System) 이란 거스를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라는 인식을 가지고 개인의 역량을 헌신하길 마다하지 않는다. 따라서 조직은 개인의 희생을 양분 삼아 욕망의 몸짓을 한없이 키워나간다.
내부고발자의 몸부림은 잠깐의 가십 정도로 취급되고 그들의 패배를 지켜보며 대중은 다시 한 번 조직의 거대한 힘을 학습하고 방관자로 남길 자처한다. 결국 내부고발자의 희생이란 덧없는 것이란 결론에 이르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조직의 욕망이란 무한대에 가깝다. 견제 없는 조직은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의 욕망이 무한대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삼국사기 ‘검군전’을 모티브로 한 이 극은, 내부고발자의 희생이 바로 그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한다.

본 작품은 표면적으로 대기업 서비스센터 비정규직원의 자살과 그 이면을 파헤치는 기자의 활약이 주가 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 신라의 검군, 대기업 서비스센터의 비정규직원(자살자), 언론사의 기자를 엇비슷한 상황에 처하게 만들어 내부고발자의 역사성을 설명함과 동시에 내부고발이라는 상황에 대처하는 각기 다른 유형을 보여준다.
극은 기본적으로 징계위원회장에 선 기자의 진술을 통해 진행된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1,2, 정규직, 사측변호사, 인권변호사, 부인 등이 인터뷰(취재) 형식으로 자살한 비정규직원의 행적과 대기업이 개인을 파괴하는 과정을 묘사하며 내부고발에 대한 각양 각층의 해석과 신념을 보여준다.
실제 내부고발자들의 생생한 인터뷰 영상과 내부고발과 관련된 자료들을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려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줄거리

대기업 서비스센터 비정규직원들에게 가해진 도심 한복판에서의 얼차려.

여론의 비난이 극에 달할 때쯤 엉뚱하게도 얼차려를 당한 비정규직원 중 하나가 자살한다. 대기업측은 곧바로 자살한 비정규직원이 비리가 적발되자 앙심을 품고 얼차려 제보를 날조한 것이라고 발표한다.
여론은 반전돼 이를 보도한 기자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간다. 기자는 대기업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직감하지만 유족이 유서공개를 거부한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심증에 불과했다. 하지만 자살자가 죽음 직전 삼국사기의 ‘검군전劒君傳’을 필사했단 얘기를 단서로 유족으로부터 유서를 입수한다. 그리고 유서가 말하는 진실, 거기엔 불법하도급을 문제 삼은 비정규직원 하나를 사회적으로 매장시키기 위해 대기업이 저지르는 야비한 행위와 동료가 동료를 죽이게 만드는 부조리한 시스템에 대한 고발이 담겨있었다.
기자의 취재를 통해 이 모든 것이 밝혀질 때쯤 언론사는 대기업의 압력으로 취재사실에 대한 함구령을 기자에게 내리고 재빠르게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결국 기자는 검군과 자살한 비정규직원이 받았던 고통의 순간을 직면한다.
이제 기자는 선택해야 한다. 순응할 것인가, 맞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