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인간의 기억은 기호(嗜好)를 가지고 있다.
주관적일뿐더러 취사선택의 의지를 지닌다.
그리고,
때때로 파렴치하게도 왜곡을 일삼는다.
……
모든 것은 ‘나’로 부터 시작되어 ‘나’로 끝이 난다.

우리에겐 때로 살기 위해서 잊는 기억이 있는가 하면, 피할 수 없이 각인되는 기억도 있다.
날마다 새살처럼 다시 살아나려고 기를 쓰는 기억...
자, 그 어딘가의 기억 속으로 〈가족의 왈츠〉의 선율을 따라가 보자.

일 년의 반이 겨울인 북구 사람들이 축제 때마다 서로의 집에 모여 이 음악에 맞춰 춤을 췄대요.
왈츠! 하나 둘 셋, 하나 둘 셋, 세 박자의 춤곡을 왈츠라고 해요. 자, 이제 언니랑 추세요.

어머니와 아버지는 서툴게 왈츠에 맞춰 스텝을 밟는다.

연극 〈가족의 왈츠〉는 인수(아들)의 기억을 찾아간다, 현실과 과거, 추억과 환상이 교차되며 시간과 공간이 혼재하는 겹의 형식이다. 인수라는 '나'로 시작하여 '나'로 끝나는 이야기로 36년간 비워져 있던 빈 집에 돌아온 인수의 기억을 더듬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되묻고 있다.

‘몸치’ 부부로 불리 울 정도로 춤에는 젬병인 엄마와 아빠는 하지만, 상대의 발을 밟으면서까지 왈츠를 계속 춰 나간다. 그들은 가족의 모습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을 해 나가지만, 사는 게 서툴기 마련이듯이 가족의 박자 맞추기는 결코 쉽지 않다. 인수네 가족 역시 작은 오해가 쌓이고 쌓여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된다.
연극 〈가족의 왈츠〉는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길지 않는 36년간의 세월 동안 그들은 자신의 가족에 신뢰와 믿음만 보여줬다면 그렇게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을 거라는 것을 모른 체 그렇게 외롭게 살아간다.
차라리 ‘왈츠’같이 보기 좋은 춤에 박자를 맞추려고 노력하지 말고, 아웅다웅 엇박자라도 그들만의 박자에 맞추며 가족과 시간을 가졌다면 어땠을까?
연극 〈가족의 왈츠〉는 36년이 흘러간 인수의 가족을 통해 ‘가족’이란 건 빠르고 경쾌하게 만들어지는 게 아니고 서로간의 믿음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