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가슴 한 구석에 남아있는 이야기 〈분장실〉

세상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람, 기회가 닿아도 놓쳐버리는 사람, 희망조차 품지 못하고 아예 포기해버리는 사람 등 저마다 다양한 사연들을 가슴에 안고 산다.
주역을 연기하지만 여배우로서의 삶이 잔혹하다고 느끼는 여배우, 생전에 주역을 한 번도 못해본 게 한이 되어 죽은 뒤에도 분장실에 머무는 두 여배우 귀신. 다른 배우의 배역을 빼앗고 싶은 여배우....의 이야기 〈분장실〉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일’과의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며 사는 모든 현대인들의 답답한 가슴을 어루만져 주는 공연이 될 것이다.

사색과 유희와 환상의 열기로 가득 채운 작품

〈분장실〉은 일본을 대표하는 극작가 시미즈 쿠니오의 원작으로 방대한 삶의 주제를 깔끔하고 쉽고 편하게 표현하었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다. 오태석이 이 작품에 우리말의 운율을 가미하여 각색, 연출하였다. 오태석 특유의 연출 색깔로 현실의 세계와 죽은 유령들의 세계가 천연스럽게 공존하는 분장실 공간은 관객을 훤히 비추는 대형거울과 바퀴 달고 굴러다니는 화장대, 그리고 러시아풍의 음악, 브레히트 극의 음악 등 다양한 연극적 오브제가 가득! 극의 재미를 더한다.

“이 연극이 담아내고 있는 인생의 사연들은 통신매체에 젖어 살면서 사람냄새에 갈증을 느끼는 모든 젊은이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줄 것”
당신은 당신의 역할을 캐스팅할 수 있는가?
하고 싶은 것과 하고 있는 것, 할 수 있어도 기회가 없는 것, 잃은 것과 얻는 것, 지금 당신이 서있는 곳은 어디입니까?

줄거리

안톤 체홉 연극 “갈매기”를 공연하는 자그마한 극장 분장실

주인공 ‘니나’ 역을 맡았지만 배우로서 절정기를 넘기면서 무대는 잔혹하다고 느끼는 여배우가 쓰는 이 분장실에 생전에 주인공을 하지 못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두 조연급에 죽은 여배우가 매일같이 찾아와 연습을 한다.
그래서 여배우 ‘니나’는 분장실에 자기 말고 누가 같이 쓰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분장실을 바꾸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전에 프롬프터를 해주던 젊은 여배우가 찾아와 주인공 역 ‘니나’를 돌려달라면서 무대의상을 걸친다.
오죽 연기를 하고 싶으면 이럴까 동정이 가 달래서 보내려고 타일렀으나 그냥 떼를 쓰는 바람에 감정이 솟구쳐 술병을 휘두르는 지경에 이른다.
이렇듯 산 여배우 둘 하고 귀신 여배우 둘이 엎치락뒤치락 배역 다툼을 하면서 이 작은 분장실에 즉흥 연극은 밤새 폭소를 동반 꼬리에 꼬리 물고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