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해일」이란 작품은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던 해를 배경으로 만들어집니다. 인천상륙작전으로 조선 인민군의 허리를 절단한 연합군은 북으로는 수송로 및 진입로를 차단하고 남으로는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온 인민군들의 퇴각로를 장악하여 열세에 몰리던 한반도의 전황에 극적인 반전을 가져오게 합니다. 그때, 조선 인민군은 뼈아픈 후퇴를 감행하면서 아군의 퇴각 지연 전술로 수많은 전사들을 족쇄나 사슬에 묶어 연합군의 총알받이로 만들어 놓고 후퇴했다고 합니다. 물론 자의반 타의반 선택된 사람들은 거의 하급에 속한 전사들이었다고 합니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상상해봅니다. 이념으로 무장한 자기신념에 의해서든, 세뇌된 의식화에 의해서든 자신의 힘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 강제로 묶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그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상상 말입니다. 마지막까지 위대한 어버이 수령님을 외치고 인민 해방을 위해 싸웠을까요? 살아남고 싶은 인간 고유의 본성을 이데올로기라는 이름으로 스스로가 스스로를 말살시켰을까요? 죽음 앞에 섰을 때 전쟁을 수단 삼아 되찾고자 했던 것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자신에게 되물어보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그렇지만 그들도 본연의 모습으로 그리워했던 것은 과연 아무것도 없었을까요?「해일」은 인간의 그런 나약하지만, 그것이 바로 진실인 모습을 담아내려고 합니다.이데올로기의 힘을 무기로 삼지 않고, 절대 권력의 힘을 방패로 삼지 않는 처절한 상황 속에서의 인간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국가적 이기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의 야수적 속성을 드러내려고 합니다. 반미주의나 반전주의, 반공주의, 자본주의, 민족주의….「해일」은 무슨 주의나 구호를 먼저 내세우기 보다는 인간과 사회의 본질적인 모순을 가슴으로 간파하고자 합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우리는 지금 이곳에 있는 비밀을 알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