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사람은 태어나 늙어 죽는다.
이 단순한 한마디의 명제는 인간이 피할 수 없는 절대적인 운명이고 상식이었고, 모든 생명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는 신의?결정에 대한 인간의 저항은 인간의 문명을 생성, 발전시키며 문명의 모든 의학기술 또한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데에 집중돼왔다.
하지만 지상의 어떤 문명도 이러한 신의 섭리에 이길 수 없었고 그래서 소멸됐으며 그 어떤 권력자 역시 이 진리에 대한 숱한 극복의 몸부림을 했을 뿐이었고 한발 더 나아가 죽음이라는 것은 육체의 소멸일 뿐 영혼은 불사한다는 사상을 잉태했으며 무수한 종교들은 인간의 정서적인 안정추구와 욕망의 결합체로써 사후세계를 창조하게 하는데 동서양이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현대과학 기술은 인간의 "줄기세포의 배양"이라는 신의 영역을 넘보기에 이르러 이미 할리우드의 영화와 소설 속에서는 갖은 상상과 과학발전을 무기로 "인체의 복제"라는 유사이래의 단어까지 만들게 되었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이라는 것은 공상속의 이야기가 아닌 어쩌면 미래의 그 어느 날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선사해주었다. 이미 미국에서는 자신이 기르는 애완동물을 복제함으로써 언제까지나 똑같은 개와 고양이를 제공해 주는 산업이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인간도 언제 그리 될지 모르는 일이 된 것이다.
영원히 죽지 않고 살수 있다는 의미는 다른 말로 하면 우리는 언제나 같이 산다는 의미로도 통하는 것이고 보면 최소한 육체적인 사망에 의한 이별은 없다는 뜻이기에 부모형제를 떠나보내는 슬픈 이별도 사랑하는 그 무엇과 헤어져야하는 아픈 추억과도 영원한 이별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당연시 되었던 죽음이란 공포는 영원히 살아야만 없어지는 것일까
죽음이 당연한 것처럼 영혼도 있는 것이고 사후세계라는 것도 당연히 있다면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가 마치 엄청난 그 무엇을 다루는 것 같이 되어버렸지만 이 연극의 가장 기본은 이러한 인간의 욕망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으며 떠나는 죽은 이들의 감정이나 그것을 그저 지켜 볼 수밖에 없는 살아있는 이들의 감정이 다르지 않음을 조금은 재미있는 방법으로 유도해 가며 설명하고 있다.
벚꽃의 꽃잎이 아리땁게 떨어지는 어느 봄날 세상을 그다지 정성스럽게 살지는 않았던 두 영혼이 자신의 몸이 태워지는 화장터에서 각각의 생각과 슬픔을 갖고 애도하는 살아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면서 이 연극은 시작된다.

날씨 불순한 어느 봄날이기에 장래의 그 어느 날을 생각해 보면서 지금을 다듬고 보듬고 싶어서 하얀 연극으로 만들어 이 땅에서 살고 있는 다 같은 운명을 갖고 태어난 사람들과 하얗게 웃고 싶다는 말로 기획의도의 글을 대신한다.

줄거리

죽는 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영원한 이별이기에 다시는 만날 수없고 그리고 더 이상 무엇도 할 수 없으며
차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니 더 말할 나위없겠다.

우리 집 선산에 가보면 저 먼 위에서부터 보이는 수많은 산소 중에서 내가 가늠할 수 있는 산소라고는 증조할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의 산소뿐인걸 보면 나머지 조상님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의 웃대 조상님이라고 얘기만 들었을 뿐 그 어떤 관계를 인지하기가 참 어렵다.
나는 돌아가신 분들의 영혼이 있기를 바라며 그 영혼들이 나와, 또한 그 나머지 가족들과 부단히 얘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며 언제나 우리들을 지켜보리라 생각한다. 차원이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기에 보이지 않고 주파수가 다른 곳이기에 말 할 수 없을 뿐이지 우리는 그 어떤 무엇으로 항상 같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고 정말 그렇게 믿고 있다.

꽃잎이 지는 것처럼 그렇게 아쉽게들 날아가 버린 사람들이지만 그 분들의 못 다한 인생 또한 대신한다고 믿고 있고 그렇기에 얼굴 또한 비슷하고 목소리도 닮았으며 하고자하는 뜻이 같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살아갈 내 자식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또 그 자식의 자식도 그러하리라 생각한다. 빨간 황토 흙 속에 매장을 하든 시뻘건 불구덩이 속에서 화장을 하든 달라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따뜻한 봄날, 영혼들의 얘기를 만들어 웃고 싶고 후회하고 싶고 달라지고 싶고 한번 찡하고 싶고 먼저 가신 아버지에게 용서도 빌고 싶다.

벚꽃 만발한 곳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하얀 벚꽃 잎을 조심스레 밟으며 산을 내려가면서 부서지는 벚꽃 잎을 머리에 이고 내려오며 "그래 올해도 벚꽃이 피었구나" 하며 중얼거리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