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어리>는 양녕대군 폐세자 사건이라는 소재, 국악 연주로 순간순간 변화하는 무대, 씻김굿의 독특한 차용 등 다양한 방면에서 전통을 끌어오면서도 현대적인 관점을 놓치지 않는다. 텅 빈 무대 위 공간이 오로지 소리와 움직임만으로 가득 채워지는 모습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을 표현 너머의 무한한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더불어 <어리>는 언어가 가지는 소통적 한계를 극복하는 실험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배우의 신체와 움직임, 그들의 감정을 투영하고 해석하는 음악 등을 통해 단순히 비언어적인 표현이 대사의 한계성을 보완해주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지시하는 기호만으론 나타내기 힘든 존재의 본질, 인간 내면의 복잡한 의식을 함축적으로 암시함을 보여준다.
줄거리
현재, 도시의 공연장. 배우와 악사가 샤먼이 되어 1462년에 사망한 양녕대군과 그의 연인인 어리, 그리고 아버지 태종의 혼을 부르는 제의를 시작한다. 마침내 불러온 원혼은 어리와 자신을 갈라놓고 폐세자시킨 태종을 향한 원망을 쏟아낸다. 어리의 혼령이 등장하자 무대는 그들이 처음 만났던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1418년 조선을 뒤흔든 세자 폐위사건이 재구성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