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그 남자가 수상하다 <서툰사람들>
여교사와 도둑의 엉뚱한 만남을 소재로 한 이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는 작품속에서 오는 결코 가볍지않은 사회풍자와 지루하지 않은 상황의 전개, 등장인물들의 소시민적 캐릭터에서 오는 친근함때문일 것이다. 거꾸로가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세상에 총구를 겨눴던 지강헌의 일화가 주인공 장덕배를 대변하는가 하면 남자에 대한 편견을 가진 화이의 독신자 아파트 문이 잠겨있지 않은 상황은 세계를 향하는 그들의 존재양식이 그대로 드러나는 상징이기도 하다. 상호간 서툰 몸짓으로 열린 세계를 향하는 장덕배와 유화이의 만남은 처음부터 세상에 대한 뒤집기의 언어감각으로 펼쳐진다.
초연과 달리 화이가 집밖에서 들어오는 장면이나 덕배의 등장, 춤으로 이어지는 화이와의 만남, 덕배의 어설픈 침입등은 대본상에 없는 가마골 <서툰사람들>의 특유의 장면들이다. 또한 마지막 부분에 희곡에서 보여주는 덕배의 두 번째 방문은 초연때부터 삭제되었고 덕배가 남기고 간 스타킹을 머리에 쓰며 우는 화이의 연기는 관객들이 꼽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기도 하다. 자살하는 남자 김추락의 나체출연은 초연때도 충격이었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웃음과 더불의 막혔던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장면이고, 구애하는 남자 서팔호에 가하는 덕배의 일장연설과 ‘작은아버지’는 관객들을 덕배의 편으로 만드는 데 최고의 장면이다. 또한 극중 광고를 시도했던 별난아버지 유달수의 ‘차세대 종합주택적금’은 ‘차세대 외환주택적금’으로 바뀌어 매회 찾아오는 협찬사의 직원들과 더불어 관객들까지 즐겁게 해주는 장면이다.
2004<서툰사람들>은 8년간 공연된 가마골만의 공연형태와 희곡 속에 숨겨진 장진의 뉴로망적 아이러니가 잘 조화된 공연이다. <서툰사람들>에서 장진이 보여주는 도시 속의 우스꽝스런 낭만, 그리고 역설은 관객에게 대단한 연극적 재미로 다가선다. 그는 부조화의 일방적 현실을 초월하거나 건설을 꿈꾸지 않는다. 세속도시에 투신하려한다. 장진의 투신, 혹은 자멸을 구원해 주는 힘은 사랑이다. <서툰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장진의 사랑학이다. 이 부조화의 세속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 장진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어한다. 현실을 견뎌나갈 수 있는 힘은 현실을 뒤집는 사랑의 힘이란 역설- 그래서 <서툰사람들>은 그 달콤한 낭만적 감각으로 관객과 만나는 데 성공한다.

줄거리

중학교 여교사인 '화이'의 독신자 아파트에 서툰 좀도둑 '덕배'가 들어온다.
군대를 갓 제대하고 도둑전선에 뛰어든 '장덕배'는 도둑이라고 칭하기에는 너무나 소탈하고 어리숙하다. 수첨을 꺼내들고 밧줄 묶는 방법을 연구하는가 하면, 쉴새없이 조잘대는 '화이' 에게 꼬박꼬박 대답까지 해주는 친절한 도둑이다. 여기에 '화이' 또한 만만치 않다. 제대로 된 가전제품 하나 없는 자기 집에 온 도둑이 불쌍해서 비상금도 털어 가라며 가르쳐주기도 하고 상대가 무서운 도둑이라는 것도 잊고 소리치며 대들기도 한다. 이러한 가운데 '덕배'와 '화이'는 서로에게 호감을 갖게 되고 이름을 밝히며 친구가 되기로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분신자살을 하겠다며 소동을 벌이는 아래층 남자 '김추락'의 출현으로 동네 경찰은 엉뚱하게 화이네 집을 찾아와 '덕배'를 긴장하게 한다. 자살소동이 잠잠해질 즈음 영업사원 '서팔호'가 찾아와 화이에게 프로포즈를 하는가하면 별난 아버지 '유달수'가 찾아와 '장덕배'를 남자친구로 오해하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