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2012-13) 이후 다양한 음악적 성장을 거듭해 온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016년 여름, 베토벤 피아니즘의 또 다른 큰 산 ‘디아벨리’ 변주곡을 중심으로 베토벤 피아노 연구에 한 발 더 나아간다. 모차르트, 슈베르트 그리고 베토벤. 김선욱 음악세계의 코어를 이루는 독일 레퍼토리로 구성된 이번 연주는 가장 ‘김선욱다운’ 프로그램을 실연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전반부는 모차르트 환상곡 d단조 K. 397과 슈베르트 소나타 D. 894이 커플링됐다. 두 곡 모두 환상곡풍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분위기는 사뭇 대조적이다. 모차르트의 어둡고 암울한 시기를 관조할 수 있는 환상곡에 밝고 따듯한 슈베르트가 대비를 이룬다. 출판업자 토비아스 하슬링거(Tobias Haslinger)에 의해 ‘환상(Fantasie)’이라는 부제로 출판된 슈베르트 소나타 D. 894는 자유로우면서도 서정적이고, 희망적이며 긍정적인 면에서 가장 슈베르트다운 소나타다. 그동안 슈베르트를 다각도로 조명 해 온 김선욱은 “30대가 되면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에 도전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후반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베토벤과 변주곡이다. 김선욱의 음악 활동과 베토벤 연구는 같은 궤적을 그려왔다. 2009년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 2012-2013년 피아노 소나타 사이클, 2015년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와 변주곡을 아우른 김선욱이 2016년 바라보는 지점은 작곡가의 또 하나의 걸작 디아벨리 변주곡이다. 김선욱은 연주 시간만 한 시간에 달하는 이 난곡을 ‘고전음악의 하드코어’라 표현한다. 연주자나 청중 모두에게 쉽지 않은 작품이지만, 끝없는 음악적 유희를 내뿜는 33개 변주곡에서 하나의 ‘우주’를 만날 수 있는 의미있는 프로그래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