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순환하는 자연처럼 돌고 도는, 우리네 인생과 무척 닮은 연극
<링링링링>은 삶의 지난한 순환 고리를 ‘사랑’이라는 보편적 주제로 풀어낸 작품이다. 작품 속 연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데, 이들의 만남과 이별은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닌 순환의 구조를 갖고 있다. 내가 누군가에게 쏘아버린 화살이 돌고 돌고 돌아, 나의 가슴에 와 박히는 격이다. 극중 인물들은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쇄 고리 사이에서 태어나고 (우리는 어디서 왔을까? 이야기, 웃음, 노래, 놀이... 반지?), 사랑하고, 이별한다. 그리고 그 연쇄 고리 끄트머리에서 결국, 수많은 시간이 쌓여서 성숙해진 자기 자신과 만나게 된다.

이별공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러나 남녀얘기만은 아닌 연극

순환이라는 <링링링링>의 주제의식은 반복 기법을 사용한 독특한 극형식에 의해 더욱 선명해진다. 장면 1에 등장한 남자가 여자를 차버린 방식 그대로, 장면 2에서는 같은 여자가 새로 만난 사람을 차버린다. 첫째 장면과 같은 상황, 같은 대사. 그러나 장면1에서 이미 들었던 모든 대사가 장면 2에 겹쳐지면서 그 느낌은 두 배, 세 배의 울림으로 관객을 파고든다. 더욱이 차고 차이는 관계가 남녀에 한정되지 않고 남남(男,男), 여여(女女)로 혼재됨으로써 타고난 성(性)인 sex와 사회가 부과한 성역할인 gender에 혼선이 온다. 그 순간, 관객은 이 연극이 ‘그렇고 그런 남녀가 통속적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얘기’가 아닌,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치는 수많은 ‘관계’에 대해 숙고하는 작품임을 깨닫게 된다.

트라이앵글처럼 맑고 투명한, 울림이 있는 연극
영어 ring은 동그란 반지를 뜻하는 말이면서 또한 소리의 울림을 표현하는 단어이기도 하다. (참고로 권투를 하는 사각의 공간도 ring이다.) 이 단어를 네 번 이어서 발음해 보라. 링링링링~~ 입 속에서 맑고 투명한 소리가 울려 퍼지면서 왠지 모를 설레임이 온몸을 감싼다. 연극을 보는 동안 관객은 장면이 겹쳐지면 겹쳐질수록 자꾸, 링링링링~~ 그 투명한 소리가 온몸을 휘감으며 울리는 느낌을 갖게 된다.

줄거리

사랑의 완성은 어쩌면 헤어짐, 그 뒤의 새로운 만남과 또 다른 이별의 반복.
사랑은 도대체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 것일까?

어느 날, 오래된 연인이 습관처럼 만난다. 남자는 이별을 꿈꾸며, 여자는 둘만의 아기를 꿈꾸며. 오늘, 둘의 만남은 처음부터 삐걱거린다. 남자는 사랑을 광기라 하는데 여자는 사랑을 축복이라 한다. 남자는 아기를 갖는 것은 죄악이라 말하지만 여자는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우리의 삶이 다시 부활하는 거라 말한다. 둘의 대화가 계속될수록 모든 것이 어긋난다. 그래서 둘은 결국 헤어진다. 아니, 남자가 여자를 차버린다. 여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지만 자신이 차였던 방식 그대로 그 사람을 차버린다. 그녀에게 차인 사람 역시 또 다른 이를 같은 방식으로 밀쳐낸다. 차고, 차이고, 차고, 차이고. 링링링링 - 돌고, 돌고, 돌아 다시 제 자리. 반복되는 이별의 끝에서 그들은, 또 다른 ‘너’가 아닌 ‘나’ 자신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