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원작 / 윌리 러셀 연출 /글렌 월포드
손숙의 유쾌한 모노드라마
셜리 발렌타인

“안녕하세요? 난 한때 당신의 아내였어요. 또 애들의
엄마였구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셜리 발렌타인이 되었답니다.
함께 와인 한잔 하시겠어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좋아한 바로 그 여자, 셜리 발렌타인!
집안의 벽하고만 대화를 나누던 중년여성이 그리스 여행을 통해 새로운 삶을 꿈꾸게 된 이야기!

“손숙을 처음 보는 순간 ‘셜리 발렌타인이 걸어오는구나’라고 생각했다.”
--글렌 월포드(1986년 <셜리 발렌타인>을 최초로 연출한 영국의 여류 연출가)


영국의 여류 연출가 글렌 월포드가 직접 연출하고
산울림과 신시 뮤지컬 컴퍼니가 협력 제작하는 명품 연극!

줄거리

막이 오르면 셜리가 부엌에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고 있다. 메뉴는 저녁식사로는 어울리지 않는 감자튀김과 계란 후라이. “난 요릴 하면서 와인 한 잔 하는 게 좋아. 알지 벽아?”라는 첫 대사에서 짐작하듯 셜리 발렌타인은 집안의 벽에다 대고 얘기해야만 하는 두 자녀를 둔 42세의 평범한 주부. 남편에게는 목요일마다 고기요리를 대령해야 하고, 다 큰 딸이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하면 ‘자동엄마’처럼 냉큼 아이스크림을 가져다주는, 엄마와 아내의 역할만 요구당하며 소외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이혼한 여성운동가 친구 제인이 2주 동안의 그리스 여행을 제의해 오고 망설이던 셜리는 3주 동안 은밀하게 다림질하고, 짐 싸고, 2주 동안 남편이 먹을 음식을 완벽하게 준비한 뒤 ‘그리스에 감. 2주 후 돌아오겠음.’이라는 메모를 남기고 그리스로 떠난다. 2막은 그리스의 한 해변. 맨발에 수영복을 입은 셜리가 “날 알아보겠니?”라며 벽 대신 바위에게 말을 건넨다. 그녀를 그리스로 이끈 친구 제인은 비행기에서 만난 남자와 로맨스에 빠져 혼자 남게 된 셜리. 그녀의 작지만 오랜 꿈은 바닷가에 내놓은 테이블 앞에 앉아 보는 것. 술집 웨이터인 코스타스는 테이블과 의자를 바닷가로 옮겨 셜리의 오랜 꿈을 이루게 해준다. ‘여자에게 얘기하는 법’을 아는 친절한 그리스 남자, 코스타스와 사랑에 빠진 셜리. ‘만일 내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날 그리워할 사람이 하나라도 있을까? 근데 왜 다시 돌아가 더 이상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여자가 돼야 하지.’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깨닫는다. 코스타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게 아니라 자신의 삶과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그리고 또 깨닫는다. 지금까지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지 않았다는 것을. 사용하지도 않을 감정과 꿈과 희망을 지닌 채 살아가는 건 신에 대한 범죄라는 것을. 스스로를 진실로 사랑하게 된 셜리는 결심한다. “난 돌아가지 않아. 돌아가지 않을거야.” 그리스에 남아 웨이트레스로 일하며 살겠다는 셜리에게 어리석은 짓 집어치우고 당장 돌아오라고 전화 속에서 소리 지르던 남편이 어느 날 그녀를 데리러 오겠다는 편지를 보낸다. 셜리는 코스타스에게 다시 한번 자신을 위해 바닷가에 테이블을 내놔 달라고 부탁한다. 바닷가 테이블에 앉아 남편을 기다리는 셜리. 남편에게도 휴가가 필요하고 피부에 태양을 느끼고 영원만큼 깊은 바다를 오래 바라보고 이해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만일 남편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치면 이렇게 말하리라 생각하면서. “안녕하세요? 난 한때 당신의 아내였어요. 또 애들의 엄마였구요. 하지만 지금은 다시 셜리 발렌타인이 되었답니다. 함께 와인 한잔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