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뮤지컬 <판>은, 19세기 말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양반가 자제인 ‘달수’가 염정소설과 정치풍자에도 능한 최고의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정은영 작가는 짜임새 있는 구성과 재치 넘치는 대사로 ‘달수’가 ‘호태’를 통해 이야기꾼의 매력에 빠지고 ‘낭독의 기술’을 전수받는 과정, 낮에는 점잖은 양반가의 도련님으로 밤에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꾼으로 변신하는 ‘달수’의 아슬아슬 이중생활 등을 흥미진진하게 펼쳐냈다.
풍족하게 자란 탓에 줄곧 세상에는 무관심했던 달수가 이야기를 통해 뒷골목 서민들의 애환을 알게 되고 진정한 이야기꾼으로 거듭나는 모습이나 극중 중심 공간인 매설방(이야기방)의 비밀스럽고 즐거운 분위기에 대한 묘사는 두 신진 창작자의 내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의 백미이다.

줄거리

19세기 말 조선. 춘섬의 매설방(이야기방).
쓰개치마로 얼굴을 가린 이야기꾼 달수와 그의 잽이들인 일석, 이조 형제가 등장한다. 잽이들의 장단이 들려오자, 달수는 부채를 펴들고 이야기를 시작한다. 한 때는 양반가의 도련님이었던 자신이 어떻게 유명한 이야기꾼이 되었는지.

몇 년 전. 서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세상을 풍자하는 패관소설들이 퍼지자, 세책가를 중심으로 소설들을 모두 거둬 불태우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양반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어긋나게 과거 시험에는 별다른 관심이 없던 철부지 달수. 어느 날 세책가 앞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덕에게 반한다. 무작정 그녀를 따라가게 된 달수는, 한 매설방 앞에 당도하게 된다. 살짝 열린 문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이야기꾼의 매력적인 목소리와 여인들의 들뜬 호흡소리…. 그는 전국 팔도 매설방을 돌아다니며 특별한 기술로 여인들에게 사랑받았던 희대의 이야기꾼 호태였던 것.

이전까지 여러 이야기꾼들을 보았어도, 이 정도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하는 자를 본 적이 없었던 달수는 강렬한 호기심에 호태를 불러 이야기를 청한다. 그 날 이후 달수는 호태로 인해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빠지기 시작하고, 급기야 호태를 따라다니며 ‘낭독의 기술’까지 전수받는다. 낮엔 양반가의 도련님으로, 밤엔 야담을 읽는 이야기꾼으로 이중생활을 하게 된 달수. 풍족하게 자란 탓에 줄곧 세상에는 무관심 했던 달수는 이야기를 읽으며, 그 당시 사람들의 모습과 뒷골목의 풍경들을 알게 되는데……

캐릭터

달수 | 대대로 시전 상인을 지낸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뇌물을 바쳐 호적을 고치고 양반이 된 아버지는 그의 유일한 약점이다. 그는 양반이 되길 원하는 아버지의 기대와 어긋나게, 저잣거리의 놀이패와 어울리기 좋아하는 자유로운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희대의 이야기꾼 ‘호태’를 만나게 되면서 금지된 이야기의 맛에 서서히 빠지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는다.

호태 | 희대의 이야기꾼.

이덕 | 현실적 제약이 많은 조선의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답답함을 느낀다. 달수가 읽어주는 소설 속 여주인공과 같은 자유로운 삶을 꿈꾼다.

춘섬 | 주막을 겸한 매설방(이야기방)을 운영하며 살고 있다.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진 밝은 여성이다.

이조 | 달수의 몸종이었지만, 그가 이야기꾼이 되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결국 달수의 잽이로 성장하게 되는 인물. 극중극에서 여러 역할로 분한다.

분이 | 이덕의 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