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80년대 한국의 가장 가슴 아픈 현대사를 건드린다

관객과 평단을 모두 만족시킨 수작
5.18이 짬뽕 한 그릇 때문에 일어났다는 기막힌 발상으로 시작된 연극 <짬뽕>은 진실이 왜곡된 우리의 부조리한 현대사와 당시 아무것도 모른 채 희생당했던 소시민들의 삶을 블랙 코미디 형식으로 새롭게 접근했다. 어쩌면 무겁고 슬픈 사건인 5,18이란 소재를 다룬 여러 작품 중에 연극 <짬뽕>은 코미디란 형식을 접목하여 정치적인 이슈가 아닌 소시민의 시선과 생활 속에서 풀어감으로써 대중들이 좀 더 쉽게 그 정신과 의의를 가슴을 통해 웃음과 감동으로 느낄 수 있게 한 최초의 작품이기도 하다. 5.18을 교과서로만 접했던 관객들은 1980년 한 중국집의 사람들을 통해 자연스럽고 무겁지 않게 5.18을 접하게 되고, 그 결과 <짬뽕> 매니아를 자칭하며 매년 연극 <짬뽕>을 기다리는 관객층이 형성되었다. 관객의 호평과 함께 2004년 신인문학상 수상(한국희곡작가협회)과 2004년 사후지원사업 선정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을 통해 평단의 관심까지 끌어 모은 <짬뽕>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잠시나마 지금의 고된 일상을 웃음과 감동으로 잊게 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짬뽕같은 세상, 그러나 상식은 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에게 아픈 기억이자,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상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념의 논쟁 속에 가장 큰 희생양이었던 사람들은 사라져갔다. 당시에는 폭도라 불렸고, 이후에는 가족을 잃은 슬픔을 보상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 상식을 지키고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꿈이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무너져야만 했던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조명을 통해 우리 사회의 기준은 무엇인지를 돌아보고자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던 1980년 대한민국. 2009년의 대한민국은 어떤가? <짬뽕>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상식은 <어떤 순간이라도 사람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지켜가는 것>이다. 경제 한파가 가시지 않은 2009년의 봄, 1980년의 봄이 우리에게 준 상식이 소중한 희망의 새싹으로 싹트길 바란다.

줄거리

5월 17일 저녁, 중국집 개업 후 처음 가려는 내일의 소풍에 한껏 들떠있는 춘래원 식구들.
분주한 일과를 마치고 소풍 준비를 하려는데, 늦은 시각 탕수육과 짬뽕, 짜장 주문이 들어온다. 악착같이 돈을 벌려는 주인 신작로는 영업이 끝나 고고장을 가려는 배달원 만식에게 탕수육과 짬뽕을 배달시킨다. 고고장에 갈 야릇한 복장을 한 체 하기 싫은 배달을 나간 만식은 잠복근무 중인 군인 두 명에게 검문을 당하는데 군인들은 국가의 특수임무를 수행 중인 자신들이 배가 고프기 때문에 배달 가던 음식을 먹겠다고 한다. 만식은 돈 안 받고는 못 준다며 버티는데 군인들은 만식에게 국가의 명령을 무시한다며 만식을 빨갱이로 몰아세운다. 만식은 자기는 빨갱이가 아니라며 군인들에 대항하고 이들의 싸움 도중 일병이 철가방에 부딪혀 머리를 다친다. 일병은 기필코 짬뽕을 빼앗으라고 이병에게 명령하고 이병은 총을 겨누며 만식을 위협한다. 만식은 두려운 나머지 엉겁결에 철가방을 이병에게 던지는데, 순간 이병의 총이 발사 된다. 겁에 질린 만식은 줄행랑을 친다. 중국집으로 도망 온 만식이 춘래원 식구들에게 군인들과 싸운 이야기를 하는데 춘래원 식구들은 만식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 던 중 TV에서 광주 지역에 폭도들이 출현했고 중국집 배달통까지 동원하여 국군을 공격하여 국군들이 부상을 당했다는 보도와 함께 광주에 출현한 폭도는 북한의 사주를 받는 빨갱이들이라면서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된다. 뉴스를 함께 본 춘래원 식구들은 자신들 때문에 밖의 상황이 벌어졌고 사태가 점점 악화되어간다고 생각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