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불량 집 귀신의 오밤중 난장판! 30년 전,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7건의 살인 사건. 그 진실은 무엇인가? 죽은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귀신들의 집 흉가에서, 얽히고 설킨 욕망의 뜨거운 밤으로 달려가는 한 남자의 코믹하고 숨막히며 가슴 아픈 30년 전 ‘그 날 다시 살기’

‘흉가에 볕들어라’는 극단 인혁(연출 이 기 도)에 의해 1999년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초연된 이후 제37회 백상 예술대상 신인 연출상 수상, 2000년 한국 대표희곡 선정, 2000년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 공연, 2004년 LG아트센터 젊은 연출가전 초청 공연, 2005년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한국의 연출가전 초청 공연 등을 해오면서 관객과 평단, 그리고 해외평론으로부터 커다란 호응과 찬사를 받은 극단 인혁의 대표적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에 다시 공연 될 <흉가에 볕들어라>는 인간 욕망의 근원적 비극성에 대한 진지한 주제의식과 각 인물과 상황의 뛰어난 해학성, 그리고 치밀하고 잘 짜여진 희곡 구성의 토대 위에 전통연희 양식을 적절히 수용하고 배우들의 긴밀한 앙상블을 구현 하여 수준 높은 한국창작극을 대표하는 공연으로 관객들에게 새롭게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줄거리

파복숭이 신갑문이라는 자는 파를 잔뜩 지게에 지고 이리저리 헤매고 다니는 실성한 사내다. 을씨년스러운 어느 날 밤 파복숭이는 30년 전 몸담았던 남부자 집으로 자신도 모르게 찾아 들어간다. 흉가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그곳에서 파복숭이는 고통스런 과거를 회상하며 자살을 기도하려고 한다. 그 때 대문귀신이 되어 나타난 남부자. 남부자는 파복숭이에게 자신의 집이 왜 몰락했는지 까닭을 추궁하다가 파복숭이와 내기를 한다. 가신행세를 하며 이 집에 붙어 있는 불량 귀신들에게 파복숭이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까다로운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죽었다고 말로해서는 안되고, 둘째 남부자 자신을 끌어들여서도 안되고, 셋째 새벽까지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파복숭이는 어쩔 수 없이 내기를 수락하게 된다. 이윽고 나타난 가짜 가신들. 삼승할망, 변소각시, 조왕부인, 용단지, 노적, 바래기, 성주. 자세히 보니 이 집에서 같이 살았던 위아래 사람들이다. 30년 전 어느 날과 똑같이 행동하는 이들을 보고 파복숭이는 기가 찬다. 마님은 대를 못 이은 게 한이 되어 삼승할망이 되어있고 부엌때기 화출이는 조왕부인이 되어 있다. 마당 쓸던 운봉이 아범은 노적(마당귀신)이요, 크고 작은 집안일을 맡아하던 청지기 황씨는 용단지가 된 게 아닌가. 이래저래 기구한 사연으로 불량귀신이 되어 있는 그들을 데리고 파복숭이는 일을 만들어 나간다. 파복숭이는 30년 전 그날과 똑같이 일을 꾸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