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1997년 이미지 연극을 표방하며 창단하여 <개가된 남자, 보이첵>, <그림쓰기>, <메디아 왈츠>, <사랑의 기원> 등 신체 언어와 시적인 대사를 통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들로 주목 받아온 극단 표현과 상상이 오랜 침묵을 깨고 5년 만에 정기공연을 올린다. 이번 작품은 캐나다 여성 작가이자 연출가와 배우를 겸한 앤 마리 맥도널드의 대표작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올려지는 초연이다. <굿나잇 데스데모나, 굿모닝 줄리엣>은 1990 년 캐나다 작가협회상, 캐나다 문화부 장관상 드라마 부분 수상작품이며 캐나다를 비롯하여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끊임없이 공연되어오고 있는 수작으로 평단에서는 ‘셰익스피어 비극에 대한 독창적인 여성주의적 패로디’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의 비극 <오델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실은 희극이었을지 모른다고 가정하는 영문학자 콘스탄스가 원전 희극의 작가를 찾아가는 여정에서 이아고의 모함으로 콘스탄스를 적국의 스파이로 알고 전쟁에서의 승리를위해 적에 대한 복수심을 갈구하는 전사 데스데모나와 죽음만이 영원한 사랑을 보증한다고 확신하면서도 언제나 영원한 사랑을 갈구하는 줄리엣을 만나면서 자기 자신이 바로 원전 희극의 작가라는 것을 깨닫고 자아를 찾는 이야기이다. 데스데모나와 줄리엣에 대한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 여성인물에 대한 현대적 해석과 그로인한 비극의 희극으로의 치환이 돋보이는 이 작품에는 인간 내면의 서로 상반된 두 개의 자아가 서로 대립해 있기 보다는 조화를 이루며 융합했을 때 진정한 자아를 이룰 수 있다는 주제를 담고 있다. 이에 이번 표현과 상상에서는 인간 내면의 여성성과 남성성의 융합에 대한 이미지를 강화하고 여성인물에 대한 관객의 고정 관념에 도전하는 새로운 여성 인물의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작품 속의 모든 여성 역할을 남자 배우들이 연기하는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이것은 관객으로 하여금 여성인물에 대해 객관적인 거리를 두고 ‘관찰’할 수 있게 하고, 여성인물에 대해 낯설지만 새로운 해석을 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연출 고안이다. 또한 남자 배우들 내면에 대한 또 다른 대안을 찾아보기 위한 시도이다.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셰익스피어의 인물들
작가인 앤 마리 맥도널드와 이번 공연의 연출자인 노승희는 비슷한 연배로서 캐나다와 한국이라는 공간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시대적인 관심사와 여성 연극인으로서의 동질감을 갖고 있다. 연출자 노승희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처량하기만 한 기존의 데스데모나와 줄리엣은 내 눈에는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데, 앤 마리의 재해석에 의해 용해된 두 여성인물은 지금 여기에 살아있는 인물로 보인다”며 “셰익스피어가 멀게 느껴질 수도 있는 대중들에게 이 작품이야말로 가장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새로운 셰익스피어”라고 경탄했다.
이 작품이 여성주의 성향의 작품이면서도 희극적 즐거움과 현실적인 공감을 줄 수 있는 대중적 요소를 가진 이유가 여기 있으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보유한 이 작품의 특성이야말로 20년 가까이 캐나다와 미국에서 끊임없이 공연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연금술의 수수께끼를 풀어가는 재미
-무어인 장군 오델로는 이아고의 모함으로 부인 데스데모나를 오해하여 질투 끝에 그녀를 목졸라 죽인다. 데스데모나는 오델로의 전쟁담을 즐겨 듣다가 아버지를 속이고 오델로를 따라 나서기로 결심했던 여인이다. 그런 그녀가 어째서 열정적이고 용감했던 모습을 잃고 나약하고 수동적인 여인이 되어 죽음을 맞이하게 된걸까?
-원수의 아들인 로미오와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가 마침내 목숨을 바친 줄리엣은 과연 영원하고 순수한 사랑의 상징일까? 줄리엣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반드시 로미오에 대한 사랑 때문일까? 만일 로미오와의 사랑에 성공했다면 그녀는 여전히 그와의 사랑만을 영원히 간직하려 했을까? 또 다른 사랑을 갈구하는 일은 없었을까?
-셰익스피어는 <오델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들을 ‘운명적으로’ 비극 에 처할 수 밖에 없는 인물로 그리기 보다 하찮은 오해와 실수로 비극을 가져오는 인물로 만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셰익스피어는 그 비밀을 상형문자와 같은 고어로 된 필사본에 남겨서 연금술사 친구인 구스타브에게 준 것은 아닐까? 구스타브의 고어를 해독할 수만 있다면 모든 비밀은 밝혀질까? 

남자 배우의 여성 인물 창조
- 이번 작품에서 여성인물이자 주인공 영문학자 콘스탄스 역할을 맡은 배우 김정호는 2004년 동아연극상 신인연기상 수상자로 그동안 <유다의 키스>, <사랑의 기원>, <하녀들>, <염소 혹은 실비아는 누구인가> 등에서 독창적인 인물 창조를 보여준 역량있는 연기자이다. 특히 이번 <굿나잇 데스데모나, 굿모닝 줄리엣>에서는 여성 역할을 맡아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인물 창조를 이룰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장점인 정확한 대본 분석력과 인물의 내적 심리를 간파하는 능력 이외에 코믹 연기에서 진수를 보여 온 그의 특질을 이번 작품에서 십분 발휘하고자 매진하고 있기에 그의 여성 인물 창조는 더욱 기대된다.
- 이 작품은 6명의 배우가 13명의 역할을 연기한다. 콘스탄스를 제외하고 데스데모나와 여대생 라모나/ 줄리엣과 머큐쇼, 사이프러스 병사/ 오델로와 콘스탄스가 사랑한 나이트 교수, 티볼트/ 로미오와 이아고/ 코러스와 유령이 일인다역으로 연기함으로써 인물들이 유사한 유형의 이미지로 중첩되는 효과를 보여준다. 또한 남자 배우들이 남성 인물과 여성인물을 번갈아 연기하는 것을 보는 즐거움을 부여한다.
 
무대 공간의 비틀림과 환타지의 세계
-극 중간 중간 ‘비틀림’ 혹은 ‘감김’ 효과에 의해 주인공 콘스탄스는 연금술의 세계로 시공간을 넘나드는 모험을 즐기게 된다. 콘스탄스는 자기의 연구실에서 시공간의 비틀림이 시작되면서 사르가소 바다 속을 항해하고 마침내 사이프러스 섬과 베로나 광장에 도달하면서 구스타브 필사본에 적힌 “1더하기 2가 3이 아닌 1이 되는 곳”을 찾아나선다.
- 비틀림 효과 중 하일라이트인 마지막 장면은 등장인물들이 모두 남녀 의상을 상하의 엇갈려 입는 변환을 보여준다. 이 작품이 강조하는 남성성과 여성성의 자웅동체적인 조화와 결합의 이미지를 집약시킨 것이다. 콘스탄스, 데스데모나, 줄리엣 세 여성이 함께 맞이한 생일을 축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이 의상 변환과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마지막 무대 변환, 연금술처럼 금으로 변해있는 선물상자들을 통해 이 연극이 무의식의 세계와 환타지의 세계, 그리고 연금술의 세계 속을 모험한 것임음을 드러내주고 신비로운 이미지를 전달한다.



줄거리

퀸스 대학의 조교수인 콘스탄스는 셰익스피어가 비극을 쓸 때 도용했다고 알려진 작자미상의 두 희극의 원본으로 추정되는 필사본을 연구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는 학계에서 무시당하고 있지만 그녀의 학문적인 호기심은 열정적이다. 이를 이용하여 나이트 교수는 수년간 그녀에게 자신의 논문을 대필하게 시키고, 교수를 사랑하는 콘스탄스는 묵묵히 그 일을 해왔다. 그러나 나이트 교수는 종신교수가 되어 그녀의 도움을 빌지 않게 되자 젊은 여학생과 옥스퍼드로 떠나버린다. 콘스탄스는 충격 속에서도 <오델로>와 <로미오와 줄리엣>에 광대가 등장했다면 이 작품들이 비극이 되지 않았을지 모른다는 추정을 하면서 자신이 연구하는 필사본의 작가가 바로 광대일 것이라 생각한다. 그 순간 콘스탄스는 필사본에 적힌 글을 해독하면서 오델로의 성으로 이동하게 된다. 거기서 그녀는 이아고가 손수건을 떨어뜨려 오델로에게 데스데모나를 모함하려는 것을 보고 이를 제지시키게 된다. 이를 계기로 용감하고 전쟁을 즐기는 데스데모나와 친분을 갖게 되고 그 과정에서 데스데모나는 나이트 교수의 이기적인 인간성에 분노하며 그를 죽여버리자고 독려한다. 한편 콘스탄스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이아고는 데스데모나에게 콘스탄스가 적국의 스파이라고 모함을 꾸미고 데스데모나는 콘스탄스와 오델로가 사랑에 빠진 것으로 오인하고 질투심에 불타 콘스탄스를 죽이려 하게 된다.그 순간 다시 콘스탄스는 필사본의 한 구절을 보다가 소용돌이와 함께 베로나로 이동하게 된다. 콘스탄스는 로미오가 머큐쇼, 티볼트가 죽일 기세로 싸움하는 것을 목격하고 이를 제지한다. 그러나 콘스탄스는 베로나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치마가 벗겨져 바지 차림이 되는 바람에 남자로 오인받게되고 결혼 다음날로 애정이 식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을 받게 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콘스탄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로미오는 자신이 남자라서 거부당한다고 생각하여 여장을 하고, 줄리엣은 콘스탄스가 동성애자인줄로 알고 남장을 하면서 서로 콘스탄스의 눈에 들려고 애를 쓴다. 줄리엣은 콘스탄스를 찾아가 영원한 사랑을 위해 함께 죽자며 매달리는데, 이때 베로나에 나타난 데스데모나와 함께 만나게 된다. 데스데모나는 콘스탄스와 오델로간의 오해는 풀게되지만 이아고를 함께 죽이자며 사이프러스로 데리고 가려하고 줄리엣은 여기서 함께 죽자고 떼를 쓴다. 이렇게 죽이거나 죽자는 두 인물 가운데서 콘스탄스는 극단적인 확신에 삶의 비극을 보게된다. 그녀는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지 질문하게 되고 세 여자는 서로에게 질문하고 답하면서 새로운 삶을 바라보게 된다. 그러면서 콘스탄스는 자신이 이 두 인물을 구원할 수 있는 광대 역할을 하고 있었으며 자신이 바로 필사본의 작가였음을 인식하게 된다. 그 순간 그녀는 다시금 필사본의 구절을 따라 대학 연구실로 돌아오게 되는데, 그녀 앞에는 황금으로 변한 세계가 그녀를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