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알렉산드르 밤삘로프’ 의 ‘오리사냥(1967)’ 은 ‘상실의 시대’에 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리사냥’은 젊은 세대의 정신적 공허와 그 고통스러운 자의식의 문제를 전면에서 다룬 작품으로, 1970년대 ‘지하공연’ 을 통해 관객의 큰 호응을 얻으며 이른바 ‘포스트 밤삘로프 극작’을 이끌어낸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떠한 것에도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언제나 진보적이고 목적의식이 있어야 한다’는 세대 , 즉 현실세계에서 그 존재 자체로서의 존재가 부정되었던 세대를 보여 주며 그 세대가 살아가는 ‘질로프’가 파국으로 이를 수 밖에 없는 ‘공허의 병’을 앓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리사냥’ 은 주인공 ‘질로프’ 가 정신적 공허에서 비롯된 파국과 그 결과에 대한 힘겹고도 고통스러운 인식과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줄거리

주인공 질로프는 잠에서 깨어나 친구들이 보낸 조화를 받는다. 전날 술자리에 자신들을 불러 놓고는 혼자 술에 취해 독설을 퍼부어 대고, ‘시체’ 처럼 뻗어버린 질로프에게 친구들이 짓궂은 장난을 친 것이다. 오직 오리사냥을 기다리는 것 외에 진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던 공허한 영혼의 질로프는 어느 날 한꺼번에 다가온 절망과 공허함의 시작이 어디부터였는지 과거의 한 장면 한 장면을 회상하기 시작한다. 즐겁고 가볍게만 보이는 삶의 순간 순간들은 대수롭지 않은 일상으로 가득차 있었지만 아내와의 이별 후 그 작은 갈등들은 질로프의 내부에서 커다란 고통으로 폭발하게 되고 결국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자살을 시도 하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