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이 더욱 기대되는 이들 - 배우 김진우, 전미도

뮤지컬 <그리스>의 대니, <캣츠>의 럼 텀 터거, 창작 뮤지컬 <사춘기>의 수희, 연극 <신의 아그네스>의 아그네스.
배우 지망생의 ‘꼭 해 보고 싶은 작품과 배역’을 나열한 것이 아니다. 두 명의 신인 남녀 배우가 놀랄만한 재치와 연기력으로 자신들의 2008년을 탄탄히 채웠던 무대들이다. 따라서 2009년, 그 누구보다도 무대 위에 선 김진우와 전미도는 주목 받고 있다. 해를 넘기면서도 여전히 ‘공연 중’인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금은 공연 중

전미도(이하 ) : 공연 시작하면서부터 한번도 긴장 안 되는 날이 없었는데 막바지에 오니까 더 긴장이 되는 것 같아요. 감정을 쏟으며 눈물 흘리고 장면이 많아서요, 굉장히 집중이 안 되는 날은 눈물이 안 나올 때도 있거든요. 그럴 땐 정말 공연 끝나고도…어휴.(웃음)

김진우(이하 ) : 눈물이 안 나오면 어떻게 해요?

: 눈물이 안 나온다고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 그대로 이어가죠. 그런데 관객분들은 눈물 흘리는 모습에 더 감동하시고, 그런 것 같더라고요.

: 저도 연극으로 공연을 시작했고, 그 때 1년에 100편 정도 작품을 볼 정도로 연극을 좋아해요. 그때는 대부분 소극장이었고, 지금 대극장으로 옮겨 오면서 관객들이 많아졌어요. 처음에는 감회가 컸지만, 사람들이 많다는 것 자체가 힘들기도 했어요. 사람들이 주는 압박감, 답답함, 숨쉬기도 곤란하고 더 더워지는 것 같기도 했고요. 

플레이디비(이하) : 새해 기분은 나시나요?

: 없어요, 저는요. (전 : 나도!) 아마 구정이 지나면 조금 느끼지 않을까요?

: 지금까지 한 네 작품 정도를 계속 해 와서 1월은 무조건 쉬고 싶어요. 꼼짝 안 하고 침대에 누워있기!

: 저는 3년 째 쉬지 않고 계속인걸요. <캣츠> 서울 공연 후에 바로 지방에서 6월까지 하고. 연말에도 다른 계획이 있어서 올해도 쭈욱 이어질 것 같아요. 1월 18일에 서울 공연 후에 2월까지 잠깐 쉬는데, 스노우보드 강사를 한 적이 있어서, 잠깐 보드 타러 다녀오지 않을까 해요.


꽉 찬 2008년

: 두 분 다 2008년 청춘물로 시작해서 두 번째 작품은 대선배님들과 탄탄한 작품들을 하고 있습니다. 감회가 남다를 것 같아요.

: <그리스> 할 때는 정말 비장한 각오로 4, 5시간 자면서 연습했어요. 그 전 작품이 중간에 엎어졌기 때문에 ‘이 작품만이 내가 살 길이다’ 그것 밖에 없었거든요.

: 대니 역할은 어땠나요?

: 제가 고등학교 때 살짝 리더였거든요(웃음). 과거에 많은 경험들이 나중에 시간이 지나면서 연륜으로 쌓이고 그게 연기로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인생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솔직히 조금 놀기도 했지만(웃음), 그런 리더쉽 같은 것이 작품과 잘 맞았어요. 한 60% 이상 대니와 제가 맞지 않았나 싶어요.

: 전미도씨는 <사춘기>에서 유일한 여배우였습니다.

: ‘모 아니면 도’라고 생각했어요. 남자배우들의 에너지가 너무 좋아서 내가 제대로 못하면 완전 묻힐 거고, 반대로 잘하면 플러스가 되겠다고요. 그 전까지 제 외모 때문에 할 수 있는 역할이 한정되어 있었는데 <사춘기> 대본 보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가지 면들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죠. 저 뿐만 아니라 연출님께도 저를 쓰신다는 게 굉장한 모험이었던 것 같아요. 아그네스 역도 마찬가지고요. 윤석화 선생님께 굉장히 중요한 역할인데 내가 해가 되지 않을까, 이것도 역시 모험이었고 도전이었어요.

: 비슷했구나, 저랑. <캣츠> 한국어 첫 공연이라는 것도 굉장히 힘들게 느끼고 있던 부분인데 대성이 빼고 남자배우들 중 제가 막내거든요. 터거가 막 까불고 놀아야 하는데 대선배님들 앞에서 부담도 되고 반대로 재롱도 펴야 하고(웃음).

: 그게 젤 어려웠어요. 저 그런 거 잘 못하거든요.(웃음)

: 성급한 감이 있지만, 공연 막바지에 선 지금의 생각은 어떠세요?

: 조엔 연출님이 첫 공연 때 전 배우들에게 카드를 한 장씩 주셨는데 저한테는 ‘You are fantastic’ 그리고 ‘enjoy’라고 써주셨어요. 무대 위에서 실컷 즐기라고요. 연습하면서도 제가 부족했던 부분이 그런 거였어요. 충분히 즐기지 못하고, 아직도 선배님들 앞에서는 어렵고요. 그런데 회가 거듭될수록 다른 배우들에게 장난도 치고, 제가 터거 중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섰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 것 같아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고양이들이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디테일 한 부분들이 많이 살아났어요. 무대가 꽉 찬 느낌. 많은 토대가 더 탄탄하게 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 처음에 <신의 아그네스> 연습할 때는 대본 읽으면서 스스로 인물을 이해하기도 전에 선생님들이 다 말씀해 주셔서, 내가 구축해야 될 부분들도 있을 텐데 너무 많이 가르쳐주시는 건 아닌가 생각도 했는데요.

: 그런데 자기도 모르게 방향이 잡혀가는 거죠. 그렇게 되요.

: 맞아요. 그런 것들이 길잡이 역할을 해주더라고요. 그게 없었다면 도저히 이 인물을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아요. 나중에는 너무나 감사하고 고마웠어요. ‘선생님들이 굉장히 생각이 깊으셔서 이런걸 미리 다 알고 계셨구나’ 하고요. 또 다른 사람이 와서 선생님과 작품을 한다면 또 이렇게 집중 받을 수 있는 아그네스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 자신의 경험? 아니면 텍스트 분석? 배역에 들어가는 방법이 배우마다 특징이 있더라고요. (clamp99 님)

: 저는 텍스트가 없으면 안되요. 표면에 나타나는 드라마를 통해 그 안의 내용을 파악하죠. 또 제가 아닌 모습으로는 공연을 할 수가 없거든요. 저만의 경험이 필요하고, 또는 그 이미지를 구상하기 위한 다른 경험도 필요하고요. 그러면서 풀리지 않는 것들은 주변인들을 떠올리거나 많이 물어보죠.

: 첫 번째는 무조건 이성적인 분석. 머릿속으로 상황과 인물이 왜 이렇게 되는지 이해가 되어야만 감성적인 것들이 들어갈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살아온 기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모든 것을 경험해 봤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 그럴 땐 간접 경험이나 다른 사람이 경험한 자료를 보고 느껴보려고 해요.

‘시작’을 하다

: 2009년 유망주분들에게 많은 매거진 독자들이 질문 많이 해 주셨어요.

: 유망주, 정말 송구스럽게…(웃음) 솔직히 정말 창피한데 안 그런 척 하고 있는 거예요.

: 너무 부끄러워요.

: 어떻게 연기를 시작하게 되셨어요? (jo8877 님, hsh1165 님 )

: 제가 생각할 때 배우들이 어떤 공연을 보고 ‘아, 내가 해야 할 게 저것이구나’ 그럴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배우들은 본능적으로 그런 걸 하고 싶다는 생각이 어떤 영향을 받기 이전부터 있었지 않았나, 생각해요. 잠재되었던 재능이나 끼들이 무언가를 보고 나서 ‘아, 이 끼가 저것을 위해서 있었던 것이구나’ 하고 깨닫는 그런 것. 저는 부산에서 자라서 문화생활을 그리 많이 하지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대 위에 있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등학교 때 처음 유준상 선배님이 나오신 뮤지컬 <그리스>를 보고 ‘뮤지컬, 내가 해야 하는 게 저거구나’ 그 생각을 하게 됐죠. 전 연기도 하고 싶은데 노래도 하고 싶었거든요. 겁 없이 서울에 올라와서 입시도 치르고, 정말로 한번도 의심 없이 운이 좋아서 자연스럽게 지금까지 온 것 같아요.

: 전 군대 갔다 와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 2006년에 1년간 무용, 보컬, 연기 세가지를 함께 배웠죠. 그 해 8월에 연극 <아담과 이브 나의 범죄학>을 하면서 거창, 밀양도 다니고. 그러다가 <댄서의 순정> 앙상블, <풋루스>의 렌, <그리스>, <캣츠>를 하게 됐고요.

: <캣츠>는 트레이닝 기간도 길고 오리지널 스텝들이 직접 지도했잖아요. 고양이로의 변신은 어떠셨나요? (wassebari 님)

: 무대에 설 때보다 거울을 보며 고양이의 동작, 반응들을 생각하며 연습할 때가 더 힘들었어요. 럼 텀은 네 발로 기는 장면이 없어서 그런 부분은 다른 고양이들보다는 좀 수월했지만(웃음), 그게 또 인간 같이 보이면 안 되잖아요. 고양이를 분양 받아서 기르기도 했고 집 근처에 사는 밤고양이들을 따라다니기도 하고요.

남자들은 타이즈 입잖아요.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웃음). 타이즈 안에 입는 보호대도 잘 적응이 안되고(웃음). 발레하는 형들 따라서 타이즈 사러 갔는데 아, 이건, 참… “형, 이거 도저히 못입겠어요” 그러기도 했는걸요. 그런데 나중에는 막 골라주셔서 호피 무늬도 입고(웃음).

 : <사춘기>에서 전미도씨는 1인 5역을 했습니다. 순진한 학생에서부터 학부모까지. 전부 개성이 강한 배역이었잖아요. (gavels 님)

: 짧은 순간에 확 집중 해서 들어가야 해서 처음에는 접근조차 힘들었어요. 새 엄마 역할의 감정을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거든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지 못하는데 남편이 다른 곳에서 아이를 낳아 온다면, 마냥 좋지만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간의 본능에 악한 면이 나도 모르게 나오지 않을까. 그 여자의 행동을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그런데 대사는 굉장히 짧거든요. 그 짧은 대사를 계속 묵독하다 보니 굉장히 가슴이 아파서 막 눈물이 나더라고요. 가슴으로 이해를 하고 나니까.

: 두 분 평소 성격은 어떠세요?

: 김진우씨는 되게 발랄하실 것 같아요. 발랄하신 데 진지하시죠?

: 네, 와~ 맞아요(웃음). 제가 태어나서 가장 말이 많을 때가 인터뷰 할 때에요. 가족이나 정말 친한 사람 같으면 말 안 해도 서로 잘 알지만, 좀 서툰 사람들 앞에서는 가까워지려고 말도 많이 하고 애쓰는 편이에요. 배우 하다 보니까 성격이 그렇게 바뀐 것도 같아요.

: 저도 비슷해요. A형은 좀 소극적이고 쭈뼛쭈뼛하는게 있잖아요. 그런데 저도 연극하면서 성격이 많이 변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저보고 B형이나 O형 같데요(웃음).

그리고 더하기

: 요즘의 하루는 공연을 중심으로 흘러가겠죠?

: 공연 중반까지는 더블 배역들이 하는 걸 봤는데 너무 보니까 저도 모르게 자꾸 닮아가려는 것들도 있고, 그러면 무대에 올라서도 낯설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잘 안 봐요. 간간이 선생님들께 트레이닝 지도도 받고, 다른 공부도 하는 게 있어요. 연극도 하고 뮤지컬도 하고 있지만 미디어나 스크린도 계획이 있거든요.

: 많은 분들이 드라마나 영화 진출 계획이 있는지도 궁금해 하셨습니다. (kybba 님)

: 영화는 굉장히 하고 싶어요. 독립이든 상업이든 좋은 작품들이 있다면 달려가서 하고 싶어요. 제가 하지 못했던 것들을 계속 배우고 싶거든요. 먹는 거 좋아해서 맛집 찾아다니거나 자는 것 빼고 가만히 놀질 못해요.

: 공연이 있는 날에 오로지 아그네스에 집중해요. 다른 걸 못하겠더라고요. 무대 세트가 의자 하나 밖에 없는데 2막 끝나고 그 의자를 빼야 하는데 그걸 저희 나머지 아그네스가 해요(웃음). 그래서 제가 의자 옮기는 날은 에너지가 이만큼 업이 되어서 저보고 주변에서 ‘다른 사람 왔다’고 해요(웃음). 공연이 끝나면 아르바이트를 할 까 생각 중이에요. 배우 이면에 갖고 있는 인간적인 면을 잊지 않기 위해서,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는 많은 것들을 얻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 작년 두 분의 모습을 보고 연기와 무대의 꿈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을 것 입니다. 아직신인이지만 친구로, 친한 선배로 이야기 해 주고 싶은 게 있다면요?

: 배우가 무대 위에 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잖아요. 그럴 때 포기하고 좌절해서 손을 놓으면 정말 끝이거든요. 그 때에도 무대에 서고 싶다, 할 수 있다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한다고 생각을 해요. 또 ‘돈 보고 하면 절대 못한다’고 후배들에게 이야기 해요. 저는 배우를 하면서 이 직업으로 부귀영화를 누리고 스타가 되서 떠받들고, 제가 예쁜 얼굴이 아니어서인지 그런 걸 꿈 꿔 본 적이 없어요. 그냥 무대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하면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기회는 많거든요. 거기에 돈이라는 게 붙으면 그 때부터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작품 고르기도, 진행하는 것도요.

: 저는 세 가지. 처음에는 도전하라. 배우가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무엇을 하기 전에 겁을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먹고 살다 보니 하고 싶은 것에 도전하지 못하고 다른 일을 하는 경우들이 다반사고요. 두 번째는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뭘 하든지 내가 하는 일을 뒤돌아 보지 않고 목표를 세웠다면 쭉 그것만 보고 필요한 것들을 욕심 내보면서 계속 진행해 갔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는 즐겨라!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도전했고 열정적으로 이어간다면 즐겨서 내 행복을 찾았으면 좋겠어요. 태어나서 그것 하나도 못하고 죽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김&전 : 아, 정말! 맞아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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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9.01.13

    너무 풋풋하네요. 보기 좋아요~~ 너무 빨리 변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