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릴 미' 최재웅·김무열 "전설? 패기로 도전했을뿐"

2007년 초연 당시 '전설'로 불린 페어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연기력 성장시킨 2인극으로 전환점 마련 "도전적인 작품 앞으로도 계속 만나고파"
뮤지컬 ‘쓰릴 미’의 ‘전설’로 불리는 배우 최재웅(왼쪽), 김무열 페어가 지난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개막한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랜만에 다시 무대에 서고 있다. 이들은 “다른 배우들의 공연을 보니 작품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며 “그들에게 뒤처지지 않고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사진=달 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뮤지컬 ‘쓰릴 미’의 팬들에게 배우 최재웅(38)과 김무열(35)은 ‘전설’ 같은 페어다. 2007년 초연과 2010년 네 번째 시즌 공연에 출연했던 이들은 두 주인공의 팽팽한 심리대결을 어떤 페어보다도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 ‘마니아 관객’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했다.

초연 당시 20대였던 두 사람을 ‘쓰릴 미’로 이끈 것은 패기와 열정이었다. 풍부한 연기경험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린 과감한 도전이었다. 그 선택이 이들의 연기 인생을 바꿔놓았다. 10년이 지난 지금 두 사람은 뮤지컬과 연극을 넘어 영화와 드라마까지 종횡무진하는 배우가 됐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결혼도 했고 극적인 삶의 변화도 맞았다. 30대를 훌쩍 넘겨 다시 ‘쓰릴 미’(5월 28일까지)로 돌아온 최재웅·김무열을 공연을 올리고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만났다.

△10년 전 ‘파격’…“연기적인 성장 얻어”

10년 전 초연을 올릴 때 ‘쓰릴 미’는 파격적인 시도였다. 뮤지컬에서 흔히 소재로 삼지 않는 유괴와 살인, 동성애 등을 내세워 일단 ‘튀었다’. 단 2명의 배우와 피아노로 꾸미는 ‘2인극 뮤지컬’도 당시에는 새로웠다. 최재웅·김무열이 ‘쓰릴 미’를 선택했던 것도 흥행성이 아닌 “배우로서 파격적인 작품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관객 반응도 처음부터 지금처럼 뜨겁지는 않았다. 김무열은 “임신한 관객이 공연을 보러 와 항의한 적도 있었고 공연을 보던 관객이 중간에 나가는 경우도 잦았다”며 10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썰렁했던 객석은 개막 후 1~2주가 지난 뒤에야 서서히 차기 시작했다. 최재웅은 “폐막 때는 엄청나게 많은 관객이 공연을 보러 왔다.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쓰릴 미’의 흥행으로 두 배우는 활동 영역을 보다 넓힐 수 있었다. 무엇보다 연기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최재웅은 “2인극을 하고 나니 어떤 템포와 리듬으로 연기를 해야 할지를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무열은 “지금도 ‘쓰릴 미’는 많은 것을 공부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연기의 측면에서 큰 성장을 이루게 했다”고 의미를 더했다.

10주년 기념 공연에 다시 출연하는 감회도 남다를 법하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쓰릴 미’를 다시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작년 초 수현재씨어터에 오른 ‘얼음’에 출연할 때였다. 그때 마침 같은 건물 지하에 있는 대명문화공장에서 ‘쓰릴 미’를 공연하고 있었다. 늦은 밤까지 출연배우를 만나기 위해 문전성시를 이룬 관객을 보니 ‘이 작품은 여전히 잘되는구나’ 싶어 흐뭇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이렇게 다시 ‘쓰릴 미’ 무대에 오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김무열). 최재웅도 “‘10주년 기념 공연’이란 타이틀이 붙지 않았다면 쉽게 결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배우 최재웅(왼쪽)과 김무열이 출연한 뮤지컬 ‘쓰릴 미’의 한 장면(사진=달 컴퍼니).


△20대 패기 떠올리며 다시 무대에

실제로 두 사람은 2010년 공연을 끝으로 ‘쓰릴 미’와 작별을 고했다. 그럼에도 팬들은 ‘쓰릴 미’의 전설인 이들 페어의 앙코르공연을 기다려 왔다. 관심을 증명하듯 두 배우의 공연 회차는 개막 전 이미 전석 매진됐다. 그럼에도 두 배우는 “우리는 전설이 아니고 그저 옛날부터 ‘쓰릴 미’에 출연했던 배우일 뿐”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김무열은 “‘쓰릴 미’는 작품을 여러 번 보는 ‘뮤지컬 마니아’의 활동이 활발한 작품이라 관객이 배우보다 작품에 더 많이 이해하고 치밀하게 분석한다”며 “배우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제는 연기의 베테랑이란 소리를 듣는 최재웅조차 이번 첫 공연 때는 너무 큰 부담에 무대에서 부들부들 떨기까지 했단다.

지금 다시 ‘쓰릴 미’를 하면서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은 20대 때의 패기다. 김무열은 “이 어려운 작품을 10년 전에는 어떻게 했나 싶다”며 “무지함에서 비롯한 용기가 있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얼마 전에는 아내인 배우 윤승아가 친구들과 함께 공연을 봤다. ‘쓰릴 미’를 이번에 처음 본 아내의 반응은 “무섭다”였단다. 덕분에 김무열은 초심을 떠올렸다. “초연 때도 관객이 보였던 반응과 비슷했다. 아내 덕분에 초심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두 배우의 바람은 ‘쓰릴 미’가 지금처럼 계속 롱런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다만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진짜’ 이번이 마지막이란다. “10년 뒤에는 ‘쓰릴 미’를 정말 못할 것 같다. 굳이 출연해야 한다면 심의관 목소리 정도는 괜찮을 것 같다”(최재웅).

분명한 것은 30대가 된 지금도 ‘쓰릴 미’처럼 새로운 도전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싶다. 10년 전 ‘쓰릴 미’가 파격적인 시도를 한 것처럼 배우로서 많은 도전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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