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캣츠> 한국말 하는 고양이들이 더 끌려

객석 사방에서 ‘스멀스멀’ 고양이들이 기어 나온다. 어둠을 더욱 잠재우는 은근하고도 재빠른 발걸음은 이렇게 시작되지만, 그러나 왠걸, 이들 고양이들의 출현을 반기는 환호와 박수는 우레처럼 쏟아져 나온다. 여기, 한국말 할 줄 아는 고양이들의 연례 행사 ‘젤리클 축제’가 벌어질 곳, 한국어 공연중인 뮤지컬 <캣츠> 공연장에서다.

그간 오리지널 캐스트의 내한공연 <캣츠>가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에서도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마니아 양산’으로 증명하고 있었으나, 한국어 <캣츠>가 그 기세를 뒤엎을 것이란 예감을 이번 공연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무리 없이 하게 될 것이다.

한국어, 이것이 지난 19일부터 한국 배우들이 장식하고 있는 뮤지컬 <캣츠>의 가장 큰 힘이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다양한 고양이들 삶의 모습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해 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스토리와 경쾌하고도 감미로운 음악, 화려한 무대, 그 무대 위 아래에서 자유로이 뛰노는 배우들 등 오리지널의 재미를 모두 안고 있음은 물론. 여기에 ‘소리’가 바로 ‘이해’로 연결되어 자막에 빼앗기는 시선을 더욱 무대 위로 집중할 수 있으니 어찌 아니 좋을소냐.

1년에 한번, 젤리클 볼에 모여 새 생명을 얻게 될 한 마리의 고양이를 뽑는 이 축제에선 모두가 주인공이다. 축제의 나레이션을 맡은 멍커스트랩을 시작으로 악당 고양이, 도둑 고양이, 경비 고양이, 기차 고양이 등 개성 강한 고양이들의 인생사가 다채롭다. 다양한 고양이들처럼 <캣츠> 무대에 선 다양한 배경의 배우들을 뮤지컬 이름 아래 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

먼저 이희정, 홍경수, 신영숙 등 내로라 하는 탄탄한 실력의 뮤지컬 배우들은 물론이고 해외 무대를 누볐던 이은혜, 천선화, 오유나에 오페라 가수로도 활발히 활동 중인 테너 강연종, 전공인 무용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다른 이들까지 보고 있노라면 그리자벨라 역의 옥주현과 럼 텀 터거 대성의 등장이 특별하지만은 않다.

무엇보다 국립발레단 발레리노 출신으로 첫 뮤지컬 데뷔작에 서고 있는 유회웅은 새로운 발견이다. 반짝이 검은 옷을 입은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 역의 그는 오물거리는 입모양 등 고양이들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을 재간 가득한 얼굴에 담는다. 이어지는 제자리 및 공중 회전, 무리가 느껴지지 않는 고난이도의 재치 있는 동작 등에서 오디션 당일 바로 발탁된 까닭을 알 수 있다.

<그리스>의 대니에서 섹시 고양이로 변신한 김진우가 무대에 등장할 때 마다 탄성은 끊이지 않았고, 옥주현의 메모리는 <캣츠> 전체를 압도하지 않았으나 그리자벨라의 절절한 회고를 담기에는 충분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무대 위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지거나, 걸음 걸이 마다 발자국 소리가 나는 등 ‘완벽한 고양이’로의 변신에선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춤과 노래가 어울려 더욱 즐거운 뮤지컬이나, 화려한 춤으로 인해 노래에 거친 숨소리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뮤지컬 <캣츠> 한국어 공연은 비록 해외 라이선스 작품이긴 하나 한국 뮤지컬계에 많은 발견들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주조연 틀에서 벗어나 끼와 실력을 갖춘 참신한 배우들, 더욱 좁아진 번역극의 한계,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두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냉정한 시각을 잃지 않은 성숙된 관객들까지 말이다.


글: 황선아 기자(인터파크I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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