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의 상상력이 무대 위에 펼쳐진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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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에는 스포일러성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J.K.롤링의 해리포터 시리즈를 잇는 해리포터의 연극판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가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지난 7월 그 막을 올렸다. 해리포터의 팬들에게는 희소식일 새 이야기는 이전 시리즈의 소설과는 다르게 연극 대본으로 쓰여졌다. 해리포터 원작자 롤링과 극작가 잭 스론(Jack Thorne), 존 티파니(John Tiffany)가 함께 쓴 작품으로, 개막전부터 팔래스 씨어터(PALACE Theatre)는 곧 시작될 해리포터 소식으로 떠들썩했다. 공연의 베일이 벗겨지기도 전에 전석 매진을 기록, 홈페이지에서는 현재 2017년 5월 공연까지 판매하고 있으나 이미 전체 공연이 매진된 상태다. 매일 공연장앞에서는 리턴티켓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늘어서 있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공연장 입구에는 책의 표지에 그려진 둥지와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글씨로 꾸며져 있어 입장부터 해리포터 속 마법학교에 들어온 듯 들뜬 분위기가 느껴진다. 입장하기 위해 줄을 선 관객들은 모두 가방 검사와 티켓 확인을 마친 후, 전통적인 영국 공연장의 그 좁은 자리에서 일어나 서로 자리를 비켜주며 제각각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나이가 많건 적건, 관객들 모두 마법의 세계로 들어온 듯 들뜬 모습이었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는 파트를 둘로 나누어 2부작으로 공연된다. (공연이 Two Show라 두개 공연을 예매해야 한다) 해리포터의 마지막 시리즈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부터 19년이 흐른 뒤, 해리포터의 아들인 알버스, 말포이가의 아이인 스콜피어스가 호그와트에 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해리포터와 불의 잔> 편에서 죽은 세드릭 디고리를 살리려는 두 등장인물의 무모한 시도에서 비롯된 나비효과로 인해 생긴 사건들, 해리포터의 고뇌와 가족간의 관계가  이야기의 주 핵심이다. 
 
공연은 연극 대본으로 쓰인 원작의 텍스트에 충실하게 무대 위에서 재현되었다. 연극 해리포터는  영화에서 CG로 당연하게 만들어지는 장면을 무대 위에서도 재현될 수 있는지가 공연 전부터 초미의 관심사였다. 영화에 비해서 무대는 단순한 편이다. 킹스크로스역이나 호그와트를 연상시키는 벽시계, 등장인물이 들고 이동하는 여행가방, 호그와트 안에서의 등장인물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표현하기 위한 이동식 계단이나 줄줄이 놓인 집들을 표현하는 이어진 문, 전화부스 등의 세트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무대를 보고 있음에도 순간적으로 무엇을 봤는지 의심될 정도의 마술과 같은 등 퇴장, 장면 전환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실제로 마법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디멘터가 나타나는 순간에는 오싹한 기운이 느껴지기까지 한다.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1부는 해리의 아들 알버스가 호그와트에 가서 그리핀도르가 아닌 슬리데린으로 배정되어 말포이의 아들 스콜피어스와 친해지게 되면서 시작된다. 알버스는 아버지인 해리와의 갈등으로 고민하는 동시에 세드릭 디고리의 아버지인 에이모스와 사촌인 델피를 만나게 되면서 해리가 막아내지 못한 세드릭 디고리의 죽음을 시간을 되돌려 바꿔보고자 한다.

알버스는 스콜피어스, 델피와 함께 폴리주스를 마시고 론, 해리, 헤리미온느로 변장해 마법부로 들어가 헤르미온느가 보관하고 있던 타임터너를 가지고 나온다. 그렇게 시작된 시간여행에서 세 사람은 과거로 돌아가 세드릭 디고리가 죽지 않도록 만드는데, 이로부터 발생한 나비효과로 인해 20년 후  볼드모트가 세상을 지배하게 된다. 게다가 해리까지 죽게 되어 알버스 또한 존재하지 않는 충격적인 전개가 이어진다. 1부 공연은 별도의 커튼콜 없이 종료되었는데, 관객들은 어안이 벙벙한 상태로 공연장을 나서며 무대에 재현된 마법 세계에 대해 이야기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2부는 호그와트에 볼드모트를 상징하는 깃발이 걸리고 머글 출신의 마술사들이 박해받는 상황에서 시작된다. 혼자 남은 스콜피어스는 론과 헤르미온느를 만나 시간여행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타임터너를 이용해 다시 현재로 돌아오게 된다. 현재로 돌아온 스콜피어스 옆에 알버스가 등장할 때는 모든 관객들이 박수를 치며 그를 환영했다. 

 2부 공연은 1부에서 나온 여러 단서를 끼워맞추고 이야기를 완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펼쳐진다. 알버스와 스콜피어스를 이용해 볼드모트의 부활을 꾀하려던 델피의 음모가 밝혀지고, 델피를 뒤쫓던 해리 일행은 해리의 부모님이 볼드모트에게 죽임을 당하던 시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이 델피의 방에서 벽에 가득한 예언을 찾아낼 때 공연장 내의 벽에 빼곡히 드러난 글씨는 관객들이 아직도 마법의 공간 안에 있음을 깨닫게 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거나 영화로 접하지 않았다면 등장인물이 외쳐대는 주문이나 폴리주스를 먹은 등장인물의 변신 등이 당혹스러울 수 있지만, 이전 스토리를 충분히 알지 못하더라도 극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 물론 원작 시리즈에 대한 사전 이해가 있다면 더 즐거운 관람이 될 것은 자명하다.
 
공연장 밖에 수 놓인 별의 향연으로도 알 수 있듯 이 공연에 대한 영국 평단의 평가는 압도적으로 좋은 편이다. '이 공연은 진짜다. 당신의 눈앞에서 마법이 나타난다'라고 극찬한 더 타임즈를 비롯해 더 데일리 텔레그라프, 더 선데이 타임즈, 파이낸셜 타임즈가 모두 별 다섯개의 평점을 주었다. 내년 올리비에 어워즈에서의 성적도 기대해봄직하다.

공연장 로비에서는 그리핀도르, 슬리데린, 후플푸프, 래번클로의 넥타이와 연필부터 볼드모트의 심볼이 프린트 된 티셔츠나 열쇠고리, 린야드, 깃털펜, 책 등의 다양한 MD를 판매하고 공연의 여운을 잊지 않기 위해 MD를 구매하려는 관객들로 북적였다.

조앤 롤링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힌 8번째이자 마지막 이야기, 그 결말을 무대에서 확인하고 싶은 관객들의 발길이 팔래스 씨어터로 향하고 있다. 마법의 세계에서 날아오를 준비가 되었다면, ’윈가디움 레비오사!’


글/사진: 신지은
언론정보학, 공연영상학 전공, 뮤지컬/연극실기석사를 마친 후 공연계에서 일하던 중 갑자기 런던으로 향한 공연 여행자. 워킹홀리데이로 런던에 갔지만 한량으로 살면서 공연소식을 전하고 있다.
사진: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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