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해피엔딩’은 올리버와 클레어의 성장 드라마” 정욱진·한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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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미래,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헬퍼봇’들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그간 각종 뮤지컬 상을 석권했으며, 미국 애틀란다 트라이아웃, 일본 라이선스 공연 등 해외에서도 작품성을 인정받은 작품이다. 매 시즌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이 작품이 올여름 다시 한번 특유의 섬세하고 아날로그적인 감성과 아름다운 넘버로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오는 22일 개막을 앞두고 있는 '어쩌면 해피엔딩'에 특별한 배우들이 돌아온다. 전미도, 고훈정과 함께 리딩 단계부터 참여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부여한 정욱진과 지난해 이 작품으로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 신인상을 받은 한재아가 바로 그들. 인터뷰 내내 정욱진과 한재아는 극중 올리버와 클레어처럼 사랑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두 사람에게 이 작품의 의미와 연습 과정에 관해 물었다.

Q 두 분 모두 ‘어쩌면 해피엔딩’과 다시 만나게 됐어요. 이 작품의 첫 만남은 어땠는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해요.
정욱진: 우란문화재단에서 작품 개발 당시 리딩 때 '어쩌면 해피엔딩'을 처음 만났어요. 그때 윌&휴 콤비가 이 작품이 앞으로 성장하면서 너도 함께 크면 좋겠다고 한 말이 기억이 나요. 벌써 6년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 그동안 이 작품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으며 엄청 성장했잖아요. 이번에 다시 만나면서 제 지난 시간을 한번 되돌아보게 됐어요. 저도 앞으로 ‘이 작품처럼 성장해야겠다’고요.

2015년 첫 리딩 할 때는 대본을 보고 리딩 하는 것인데도 관계자분들이 작품에 공감하며 눈물을 흘렸는데 처음에 그런 반응이 놀라웠어요. 트라이아웃 첫 공연 때는 관객들과 처음 만났는데 관객들이 줄거리 정도만 알고 사전 정보 없이 이 공연을 관람하러 오셨는데, 공연이 다 끝난 후 객석에 불이 켜졌는데 체감상 한 10초 정도 정적이 흐른 후에 박수 소리가 나더라고요. 보니까 관객들이 계속 울고 계셨어요. 배우로서 엄청 벅찬 순간이었어요. ‘어쩌면 해피엔딩’은 저에게 이런 소중한 순간을 선사해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에요.

한재아: ‘어쩌면 해피엔딩’을 2016년 욱진 오빠, (최)수진 언니 캐스트로 봤어요. 그때 공연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더라고요. 음악도 좋고, 스토리도 좋고, 로봇이란 소재도 새로웠고요. 그리고 두 분이 정말 연기와 노래를 잘하시는 거예요. 공연을 처음 봤던 때가 제가 막 데뷔한 시기인데 ‘이 작품 하고 싶다’라는 생각을 엄청 많이 했어요. 그때부터 제일 좋아하는 뮤지컬을 이야기할 때 ‘어쩌면 해피엔딩’을 꼭 말하고 다녔고요.

작년에 오디션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너무나 이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오디션을 볼 수 있었고,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데, 클레어를 연기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죠. 사실 처음에는 클레어랑 저랑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간 클레어를 연기하셨던 분들이 작고 마르며 예쁜 배우들이었잖아요. 올해도 최장신의 클레어로 연습실을 지키고 있어요. (웃음) 작년에 정말 행복하게 공연을 했고요. 또 이 작품 덕분에 올해 열린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신인상을 받았는데, 너무 좋기도 하지만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어요.
 
Q 이 작품으로 서로 처음 만났어요.
정욱진: 재아 씨를 프로필 촬영 때 처음 봤어요. ‘피부가 정말 하얗다’고 느꼈죠. 제가 은근히 낯을 가려서 처음에는 인사만 나눴어요. 첫인상은 새침할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연습하면서 그런 느낌이 아니어서 놀랐어요. 재아 씨가 굉장히 반전 매력이 있더라고요. (웃음)

한재아: 저는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 하면서 임준혁 배우랑 같이 작업을 했는데, 그때 연습실에서 준혁 배우랑 욱진 오빠랑 닮았다는 이야기를 정말 많이 들었거든요. 욱진 오빠가 누군지는 당연히 알았고, ‘언젠가 욱진 오빠랑 같이 작품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 진짜 같이하게 돼서 좋았어요. 저도 초면에 은근히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드러내놓고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처음 인사를 나눴을 때 내적 반가움이 컸어요. 그리고 오빠가 정말 웃겨요. 그래서 연습하면서 금방 친해졌어요.

Q 다시 연습에 참여하면서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있나요?
한재아: 작년에 공연을 했지만 올해 다시 만나니 새롭고 그때는 몰랐던 감정들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작년에 공연했을 때는 정말 좋아했던 작품이라 잘 하고자 하는 의욕이 정말 많았는데 여유가 없었거든요. 클레어의 대사도 많고, 무대에서 약속도 많은데 거기에 감정도 같이 따라가야 하고 할 게 너무너무 많더라고요. 작년에는 정해진 틀 안에 저를 맞추기 바빴던 것 같아요.

이번에는 대사와 가사가 새롭고 더 느껴지는 게 많고요. 작품의 시작 부분, 제임스가 등장해서 '우린 왜 사랑했을까'를 부르는데 가사가 너무 슬픈 거예요. 작년에는 이 부분 들어갈 때 마냥 설레기만 했었거든요. 이 넘버가 꼭 클레어와 올리버의 결말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고요. 이번에는 좀 더 성숙한 클레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누나처럼 올리버를 잘 보듬어주고 싶어요. (웃음)

정욱진: 일단 제가 이 공연을 했던 2016, 2017년과 극장이 달라지면서 무대가 좀 커졌어요. 제 몸이 기억하고 있던 무대의 위에 소품과의 거리나 동선이 조금씩 늘어나서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렸어요. 이 작품은 배우로서 보여줄 것이 많은데, 특히 올리버는 제주도 여행 전은 작품을 맛깔나게 하는 감초 역할처럼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고요. 여행 후에 이야기는 그 어떤 작품보다 진한 멜로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새로워요. 제가 공연했던 때와 지금 사이에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그러다 보니 올리버의 감정도 깊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Q 작품 속 맡은 역할이 구식 로봇으로 나오는데, 각자 캐릭터 만들어가면서 고민했던 것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한재아: 저는 이성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작년에 처음 참여했을 때 클레어와 올리버의 사랑을, 그 감정을 이해하기 힘든 점이 있었어요. 그렇지만 점차 많이 클레어에 동요되는 것 같아요. 공연하면 할수록 정말 마음 깊이 올리버를 사랑하게 되고 그래서 진짜 슬퍼지고요. 클레어 마음을 점점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이번에 연습하면서도 올리버를 사랑하는 클레어의 마음에 더 집중하게 되고요.

작년에는 로봇 연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연기 자체도 힘든데 로봇이란 캐릭터로 연기해야 하니까 더 어렵더라고요. 작년에 연출님이 저보고 양반집 규수가 걷는 것 같다고 그러실 정도로 걷는 것도 느리고 어색했는데 이제는 걸음 걸이이나 손동작은 좀 더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것 같아요. 이번에는 클레어의 정서에 집중하려고 하다 보니 로봇 연기는 저절로 나오는 것 같아요.

정욱진: 우리가 살면서 이 정도 수준의 로봇을 본 적이 없잖아요. 그래서 로봇 연기는 상상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작품보다 연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연습하면서 창의력이 발현되는 것 같아요.

Q 극중 헬퍼봇들은 자율적으로 사랑에 빠지지 않게 설계돼 있어요. 클레어와 올리버는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여행 후 사랑에 빠지고 말죠. 클레어와 올리버에게 사랑이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정욱진: 로봇이니까 입력된 사전적 의미의 사랑을 알았을 거예요. 그런데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처음에는 놀랐을 것 같고요. 옛날 주인 제임스를 보고 싶어 하듯 클레어도 자꾸 생각나고 보고 싶은 느낌을 받았을 것 같아요. 이런 올리버의 마음이 극중 '사랑이란' 넘버에 잘 나와 있어요. 사랑이란 멈추려고 해봐도 계속 한 사람이 생각나는 거. 이런 감정이 사랑 아니었을까요?

한재아: '사랑이란' 가사를 보면 설렘과 두려움이 동시에 뒤섞인 기분이라고 하거든요. 클레어는 사랑이 너무너무 좋기도 한데 무섭기도 하고 너무 좋은데 눈물도 나고요. 뭐지 뭐지 의문을 품다가 이게 사랑인가 봐 느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작년에는 이 장면이 너무 어렵단 생각밖에 없었는데 이번에는 정말 클레어가 느끼는 감정이 절실하게 다가오더라고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기도 해요.
 
Q 욱진 씨는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정욱진: 저는 극의 마지막 올리버가 클레어를 다시 만나러 가는 그 장면을 가장 좋아해요. 이번에도 역시나 좋더라고요. 배우마다 생각하는 마지막 ‘해피엔딩’의 의미는 다르겠지만, 저는 이 작품의 올리버와 클레어의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하거든요.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이 똑같이 흘러가지만, 그 사이 올리버는 아이에서 어른으로 훌쩍 자란 느낌이에요.

Q 클레어와 올리버가 처음 접촉하며 감정을 느끼는 ‘터치 시퀀스’ 장면은 이 작품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인 것 같아요.
정욱진: 클레어와 올리버가 처음 접촉하며 감정을 느끼는 ‘터치 시퀀스’이란 장면은 사실 매뉴얼이 있긴 해요. ‘몇 마디에서 손을 부딪친다’하는, 그런데 그렇게 하면 다른 의미의 로봇이 돼버리니까요. 올리버가 느끼는 낯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해요. 이번에 연습 때 다들 서로 친해진 후에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연습하고 있어요.

한재아: 이 장면은 연습할 때도 진짜 떨려요. 심장이 쿵쿵거려서 상대 배우에게 들리면 어쩌나 할 정도예요.

Q 요즘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한재아: 저는 밤에 제 방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요. 음악을 듣을 수도 있고, 영상을 보기도 하고요. 그 시간이 제일 중요해요. 하루 중 편안하고 치유되는 시간 같아요. 밝은 걸 안 좋아해서 방을 어둡게 해놓는데요. 내 방과 어두움이 주는 안정감이 좋더라고요.

정욱진: 저는 요즘 연습실에서 정말 즐겁고 행복해요.

한재아: 저도 사실 연습 시간이 정말 좋아요. ‘공연을 빨리 올리고 싶다’는 마음도 크지만 ‘공연이 안 끝나면 좋겠다’는 마음도 커요. 이 작품을 정말로 사랑하고 그만큼 연습에 온 에너지를 쏟고 있거든요. (웃음) 좋은 사람들 만나서 작업하는 것이 에너지가 엄청나더라고요.
 

Q 올해 어떤 계획이 있나요?
한재아: 저는 기회가 닿으면 다양한 작업을 해보고 싶은데 특히 연극에 도전하고 싶어요. 이제 조금씩 연기하는 재미를 알게 됐어요. 처음에는 연기 전공자가 아니다 보니 대사를 읽고 하는 게 너무 어려웠는데 하면 할수록 재미있어서 연기를 깊게 팔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요.
 

정욱진: 근 몇 년간 항상 만성피로가 있었어요. 자도 자도 너무 피곤한 거예요. 이번에 ‘어쩌면 해피엔딩’ 연습하면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피곤함이 좀 사라지더라고요. 수면 시간이 줄어도 ‘몸의 리듬이 살아나는 게 중요하구나’라고 느꼈어요. 올해는 무엇보다 건강을 위해서 몸의 리듬을 잘 만들어 보는 게 목표입니다.
 

Q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
정욱진:
내가 공연에서 최선을 다할게. 항상 옆에서 보듬어 주고 챙겨줘서 고마워.
한재아: 오빠랑 함께 공연할 수 있어 행복하고, 매번 다른 클레어가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잘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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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 (스튜디오 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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