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쉬 그로반의 뮤지컬 <나타샤와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대혜성>
- 2017.01.24
- 강경애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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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성처럼 등장한 신작 <나타샤와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대혜성>
뮤지컬 <해밀턴>의 대성공 이후, 볼만한 새 작품에 목말라 있던 브로드웨이에 드디어 ‘대단한 신작’ <나타샤와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대혜성>이 오픈해 매진행진 중이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이 팝페라를 “<해밀턴> 이후 가장 혁신적인 최고의 신작”이라고 극찬할 만큼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건 바로 팝페라 스타 조쉬 그로반이 피에르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잠깐 소개하면, 열일곱 살 때 보첼리 대타로 그레미 어워즈 리허설에서 셀린디온과 ‘The Prayer’를 불러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2001년 발매한 데뷔 앨범 <조쉬 그로반>부터 멀티플래티넘을 기록! 그 이후 쭉 내놓는 앨범마다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빌보드 차트에까지 오른 그야말로 대형슈퍼스타다.
뮤지컬 <해밀턴>의 대성공 이후, 볼만한 새 작품에 목말라 있던 브로드웨이에 드디어 ‘대단한 신작’ <나타샤와 피에르, 그리고 1812년의 대혜성>이 오픈해 매진행진 중이다. 뉴욕타임스에서도 이 팝페라를 “<해밀턴> 이후 가장 혁신적인 최고의 신작”이라고 극찬할 만큼 이 작품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건 바로 팝페라 스타 조쉬 그로반이 피에르 역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잠깐 소개하면, 열일곱 살 때 보첼리 대타로 그레미 어워즈 리허설에서 셀린디온과 ‘The Prayer’를 불러 인기를 얻기 시작한 이후, 2001년 발매한 데뷔 앨범 <조쉬 그로반>부터 멀티플래티넘을 기록! 그 이후 쭉 내놓는 앨범마다 전 세계적인 히트를 치며 빌보드 차트에까지 오른 그야말로 대형슈퍼스타다.
‘영혼을 울리는 감동의 목소리’라는 명성만큼이나 홀딱 반하게 아름다운 그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몰려드는 그의 팬에, 라셀 카브킨 연출가가 만들어내는 2시간 반 동안의 혼 쏙 빠지게 유쾌하고 예술적인 난리법석을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는 뮤지컬 팬으로 브로드웨이에 재현된 1812년 러시아 제국은 올 겨울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부담스러운 원작의 방대함을 위트 넘치는 오프닝넘버로 극복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 그 복잡하고 긴 고전을 2시간 반으로 어떻게 압축했을까? 공연 전 플레이빌을 펼쳐보니 특이하게 시놉시스와 등장인물 가족 관계도가 있다. ‘이게 뭐지?’했는데 오프닝넘버 가사를 듣고 작가의 재치에 한바탕 웃었다.
당신은 지금 오페라를 보고 있구요.
만약 내용을 잘 알고 싶으면 공부를 좀 하셔야해요.
왜냐하면 모든 등장인물이 다른 아홉 개의 이름을 가진
복잡한 러시아 소설이 (원작이)거든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을 읽어보세요.
그럼 저희가 많이 고마울 거예요.
부담스러운 원작의 방대함을 위트 넘치는 오프닝넘버로 극복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 그 복잡하고 긴 고전을 2시간 반으로 어떻게 압축했을까? 공연 전 플레이빌을 펼쳐보니 특이하게 시놉시스와 등장인물 가족 관계도가 있다. ‘이게 뭐지?’했는데 오프닝넘버 가사를 듣고 작가의 재치에 한바탕 웃었다.
당신은 지금 오페라를 보고 있구요.
만약 내용을 잘 알고 싶으면 공부를 좀 하셔야해요.
왜냐하면 모든 등장인물이 다른 아홉 개의 이름을 가진
복잡한 러시아 소설이 (원작이)거든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갖고 있는 프로그램을 읽어보세요.
그럼 저희가 많이 고마울 거예요.
스토리도 원작에서 관객의 구미를 당길만한 엑기스만 잘 뽑아냈다. 배경은 1812년 모스코바. 부유한 이상주의자 피에르는 아내 엘렌과의 불행한 결혼생활에 염증을 느끼며 시를 쓰고, 술독에 빠져 우울한 나날을 보내고, 한편 나타샤는 전쟁에 나간 약혼자 안드레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다 그녀가 오페라에서 만난 방탕한 아나톨리의 유혹에 빠져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이야기는 비극적으로 전개된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깬 파격적인 쏭쓰루 뮤지컬
이 쇼는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쏭쓰루 뮤지컬이다. 그래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데, 대본, 가사, 음악과 편곡까지 맡은 데이브 멀로이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음악으로 절적히 표현한데다, 라셀 카브킨의 뛰어난 연출로 시종일관 작품은 긴장감과 위트를 놓치지 않는다.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특히 빛나는 부분은 파격적인 무대와 그 무대 사용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 관객도 자신이 배우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면, 공연 내내 배우들이 춤추고, 악기 연주하고, 노래까지 하면서 무대부터 3층까지 극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관객과 눈 맞추고 호흡한다. 그래서 공연 내내 든 생각이, ‘대체 이 쇼는 어디서 보는 게 제일 좋을까? 무대 위? 조쉬 그로반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석? 아니면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2층? 아니면 가끔씩 배우들이 관객 사이에 끼어 앉아 연기하는 무대 뒤편 자리?’ 혹시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잘 생각해보고 자리를 고르시길! 이 얘기는 즉, 이 극장의 모든 좌석이 VIP석이라는 말이기도 하겠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깬 파격적인 쏭쓰루 뮤지컬
이 쇼는 대사가 없이 노래로만 진행되는 쏭쓰루 뮤지컬이다. 그래서 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데, 대본, 가사, 음악과 편곡까지 맡은 데이브 멀로이가 등장인물의 성격을 음악으로 절적히 표현한데다, 라셀 카브킨의 뛰어난 연출로 시종일관 작품은 긴장감과 위트를 놓치지 않는다. 이번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데뷔한 연출가의 아이디어가 특히 빛나는 부분은 파격적인 무대와 그 무대 사용이다. 무대와 객석의 구분을 없애 관객도 자신이 배우인 것처럼 느껴진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냐면, 공연 내내 배우들이 춤추고, 악기 연주하고, 노래까지 하면서 무대부터 3층까지 극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관객과 눈 맞추고 호흡한다. 그래서 공연 내내 든 생각이, ‘대체 이 쇼는 어디서 보는 게 제일 좋을까? 무대 위? 조쉬 그로반을 코앞에서 볼 수 있는 오케스트라석? 아니면 전체를 다 볼 수 있는 2층? 아니면 가끔씩 배우들이 관객 사이에 끼어 앉아 연기하는 무대 뒤편 자리?’ 혹시 이 작품을 볼 기회가 생긴다면 반드시 잘 생각해보고 자리를 고르시길! 이 얘기는 즉, 이 극장의 모든 좌석이 VIP석이라는 말이기도 하겠다.
조쉬 그로반과 함께 한 시간 모두 눈부셨다
조쉬 그로반의 솔로곡 ‘먼지와 재(Dust and Ashes)’는 단연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그의 연기 또한 그의 목소리만큼 훌륭하다. 그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피에르를 연기하기 위해,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으로 타고난 수려한 외모를 가린 채 공연 내내 노래는 물론, 악기연주에, 격렬한 댄스까지 소화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연기한다.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브로드웨이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고, 이번이 데뷔무대라고 했다.
조쉬 그로반과 함께 주연 나타샤 역을 맡은 드니 벤튼 역시 학교를 졸업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의 눈송이처럼 청명한 목소리는 손끝만 닿아도 부서져 녹아버릴 것처럼 어리고 순진한 나타샤와 잘 어울려, 조쉬 그로반의 노래를 들으러 온 관객에게 기대 밖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조쉬 그로반의 솔로곡 ‘먼지와 재(Dust and Ashes)’는 단연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 그의 연기 또한 그의 목소리만큼 훌륭하다. 그는 우울하고 비관적인 피에르를 연기하기 위해, 헝클어진 머리와 수염으로 타고난 수려한 외모를 가린 채 공연 내내 노래는 물론, 악기연주에, 격렬한 댄스까지 소화하며 겸손하고 성실하게 연기한다. CBS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어릴 적부터 브로드웨이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었고, 이번이 데뷔무대라고 했다.
조쉬 그로반과 함께 주연 나타샤 역을 맡은 드니 벤튼 역시 학교를 졸업한지 2년 밖에 되지 않은 신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만큼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녀의 눈송이처럼 청명한 목소리는 손끝만 닿아도 부서져 녹아버릴 것처럼 어리고 순진한 나타샤와 잘 어울려, 조쉬 그로반의 노래를 들으러 온 관객에게 기대 밖의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쏭쓰루 뮤지컬인데다, 너무 많은 걸 보여주고자 하는 경향이 있어 이해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언론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작품의 퀄리티와 상관없이 대형스타를 내세워 관객의 관심을 끄는 그런 작품이 절대 아니다. 하지만 단연 <피에르와 나타샤, 그리고 1812년의 대혜성>은 조쉬 그로반의 작품이라고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단한 신작이 그로 인해 대히트작이 된 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 어디서 보는 게 좋을까?
리뷰를 마치며, 극장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화 하나 소개하자면, 운이 좋게도 조쉬 그로반 보컬 코치 옆에서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조쉬 그로반이 인터미션 중에도 그녀에게 계속 문자로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자신의 이름을 ‘크리스틴’이라고 밝힌 이 보컬 코치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 작품 좌석 고르는 팁을 하나 줬다. 그녀 말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석에서 보면 너무 정신이 없으니 전체 무대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게 좋단다. 물론 조쉬 그로반을 코앞에서 보고 싶으면 무대 위에 앉아야겠지만. 왜냐하면 그와 함께 한 시간은 모두 눈부시니까.
이 작품, 어디서 보는 게 좋을까?
리뷰를 마치며, 극장에서 있었던 즐거운 일화 하나 소개하자면, 운이 좋게도 조쉬 그로반 보컬 코치 옆에서 이 작품을 관람할 수 있었다. 조쉬 그로반이 인터미션 중에도 그녀에게 계속 문자로 조언을 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자신의 이름을 ‘크리스틴’이라고 밝힌 이 보컬 코치에게 인사를 건네자 이 작품 좌석 고르는 팁을 하나 줬다. 그녀 말에 따르면, 오케스트라 석에서 보면 너무 정신이 없으니 전체 무대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는 게 좋단다. 물론 조쉬 그로반을 코앞에서 보고 싶으면 무대 위에 앉아야겠지만. 왜냐하면 그와 함께 한 시간은 모두 눈부시니까.
글: 강경애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뉴욕에서 뮤지컬극작 전공 후,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비 라이크 조> 등을 쓴 작가. 뉴욕에 살며 오늘도 뮤지컬 할인 티켓 구할 방법과 재미있는 작품 쓸 방법을 궁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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