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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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동극장, 2022년 라인업 발표…뮤지컬 신작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등 총 14편
(재)국립정동극장(대표이사:김희철)은 지난 11월 30일 오후 2시 국립정동극장에서 2022년 공연 라인업을 발표했다.
국립정동극장은 2022년도 공연 라인업으로 총 14개 작품을 선보인다. 이날 간담회에서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는 내년에 선보이는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소개하며 재건축 사업 계획도 밝혔다.
그는 “2022년 8월말까지 공연장을 운영하며, 2025년 재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을 통해 대극장 662석, 소극장 313석의 새로운 공연장이 확보되며, 증축공사 기간에도 공연은 멈추지 않는다. ‘이화여고100주년기념관’을 2년간 장기 임대하여 공연 사업을 안정적으로 진행하며,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등 타 공연장으로 이관하여 공연을 올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2022 정동시즌 총 14편 공연 라인업 발표
발레 1편, 콘서트 2편, 연극 2편, 뮤지컬 4편, 예술단 정기공연 3편
이날 공개된 2022년 공연 라인업 14편은 발레1편, 콘서트 2편, 연극 2편, 뮤지컬 4편, 예술단 정기공연 3편으로 구성됐다.
국립정동극장 이수현 공연기획팀장은 "국립정동극장은 제작 극장을 표방하고 있다. 올해 본격적으로 제작극장으로서 극장을 가동했는데, 내년에는 더 키워보고 싶다. 내년에 국립정동극장이 표방하는 키워드는 안정 속의 변화와 발전이다. 안정만을 꾀하지 않고, 새로운 레퍼토리들로 알차게 라인업을 구성했으며, 다양한 단체와 협업이 예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국립정동극장에서 내년 첫 선보이는 공연은 신년음악회 '虎氣: 범의 기운'(1.4)이다. 2022년 임인년 호랑이띠의 해를 맞아 호기롭고 비범한 호랑이 기운을 염원하며 신년을 맞이하자는 의미로 준비했다. 또한 올해에 이어 작곡가 시리즈 '오걸작-오선지 걸어가는 작곡가'(5.26~28, 6.2~4)를 선보인다. '오걸작'은 대한민국 대표 뮤지컬 작곡가들이 꾸미는 특별한 무대이다.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품을 수놓던 작곡가들이 주인공이 되어 사랑과 우정, 음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또 함께 작업했던 뮤지컬 배우들과 연주자들 모두가 하나가 되어 교감하며, 뮤지컬 작품 주요 넘버는 물론 신곡도 엿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 대표 공연 시리즈 'HISTORY OF KNB MOVEMENT SERIES 2'(5.21~22)는 국내 창작발레 안무가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국립발레단 단원들이 안무가로 변신해 단원들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무대이다. 참신한 콘셉트의 매력적인 창작 발레를 감상할 수 있다.
국립정동극장은 공동제작 작품 한 편, 자체 제작작품 한 편으로 총 두 편의 연극을 선보일 예정이다.
내년 1월에 만날 수 있는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1.18~2.27)은 학술 비평가 아빠, 작가 엄마, 언어에 대한 논문을 쓰고 있는 형, 오페라 가수를 꿈꾸는 누나, 그리고 막내 빌리의 평범한 부족(가족)의 이야기다. 가족 구성원들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비난과 비판이 난무하는 논쟁을 끊임없이 펼친다. 이 시끄러움 안에서 유일하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청각장애를 가진 막내 빌리다.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들을 수 없기에 더 열심히 들어줄 수밖에 없는 빌리를 통해서 진정한 ‘듣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와 함께하는 국립정동극장 '연극 시리즈'는 배우 류정한이 선택한 연극(11.22~12.31)이다. ‘연극 시리즈’는 한 명의 배우를 주목해, 그의 철학과 인생을 담는 작품을 제작하여 ‘무대예술의 중심’ 배우의 역할을 되새겨보는 국립정동극장만의 브랜드 기획 공연이다. 2022년 연극 시리즈의 주인공인 배우 류정한은 한국 뮤지컬을 대표하는 배우이자 한국 공연계의 걸출한 스타로 이름을 남기고 있다.
김희철 대표이사는 "내년 연극시리즈는 배우 류정한이 선택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 류정한도 그동안 연극에 대해 갈망을 해왔기에, 국립정동극장과 연극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됐다. 배우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앞으로 국립정동극장은 연극시리즈를 통해 연극 배우뿐만 아니라 새로운 배우를 발굴하고 싶다"고 전했다.
국립정동극장은 신작을 포함한 총 4편의 뮤지컬을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 뮤지컬 '포미니츠', 뮤지컬 '적벽', 뮤지컬 '금란방'이다.
먼저 뮤지컬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3.29~5.15)는 창작 뮤지컬의 대표 3인방인 작가 한정석, 작곡가 이선영, 연출가 박소영이 모여 만든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누군가의 대리인이자 자기 자신의 독재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피아노 퍼포먼스’로 화제를 일으킨 뮤지컬 '포미니츠'(6.21~8.14)가 내년 다시 국립정동극장 무대에 오른다. 천재적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이지만, 살인수로 복역 중인 18세 소녀 제니 폰뢰벤과 2차 세계 대전 이후 60년간 여성 재소자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쳐 온 ‘크뤼거’가 피아노를 통해 각자의 상처를 치유해나가는 이야기다. 이 작품의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고 있는 배우 양준모는 "올해 초연했던 '포미니츠'의 두 인물의 감정과 라인을 섬세하게 수정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공연으로 다시 관객들과 만나겠다"고 이야기했다.
국립정동극장 대표 레퍼토리 공연으로 자리 잡은 뮤지컬 '적벽'(8.20~9.29)도 다시 무대에 오른다. 세련된 판소리와 감각적 현대무용으로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뛰어넘은 '적벽'은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전쟁 중 하나인 ‘적벽대전’을 배우들의 폭발적인 판소리 합창과 역동적인 안무로 치열하고도 비장한 전장의 순간을 그리고 있다.
국립정동극장과 서울예술단과 함께하는 만드는 공동기획공연, 뮤지컬 '금란방'(10.7~11.13)도 만날 수 있다.
'금란방'은 강력한 금주령을 실시했던 영조 시대에 있었을 법한 밀주방이자 매설방을 배경으로 신분·연령·성별의 차이를 넘어 펼치는 유쾌한 소동극이다. 18세기 조선을 관통하는 두 가지 키워드, 금주령과 전기수라는 흥미로운 소재를 바탕으로 한다. 김희철 대표이사는 "'금란방'은 우리에게 익숙한 프로시니엄 구조가 아니라 관객과 무대가 소통하는 열린 공연으로 기획됐다. 민간 단체에서 이런 이머시브시어터 형태의 공연을 하기란 쉽지 않다. 국립정동극장같은 국공립단체가 이런 실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동에서 즐기는 고품격 문화 데이트 컨셉의 '정동 팔레트'(3월~7월)는 평일 오전, 오페라와 클래식의 음악과 해설을 함께 듣는 ‘이야기가 있는 문화 프로그램’이다. 내년에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청중을 사로잡는 지휘자 금난새의 ‘클래식 데이트’와 뮤지컬 배우이자 테너 양준모와 함께 하는 ‘오페라 데이트’가 찾아온다. 양준모는 "'오페라 데이트'는 내년에 다양한 가곡 무대와 대중적인 오페라를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청년국악인큐베이팅 '청춘만발'(7월 중)은 인큐베이팅 및 경연 공연을 통해 재능과 실력을 겸비한 청년국악예술인들을 발굴·소개하고 그들의 첫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7년 처음 선보인 '청춘만발'은 2022년 6년차를 맞이한다.
마지막으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정기공연 '춘향'(3.8~13)은 2022년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첫 번째 정기공연으로, 2009-2013년 정동극장에서 선보였던 'MISO: 춘향연가'의 소재 ‘춘향’을 모티브로 전통연희 작품을 새로이 제작해 선보인다. 세상의 권력에 기대지 않고, 이성 간의 사랑에 흔들리지 않으며 자신만의 주체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추구하는 춘향의 모습을 전통연희 공연으로 유쾌하게 그린다.
단원 창작 플랫폼 '바운스'(7.22~24)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단원이 직접 기획부터 제작까지 참여하며 외부 아티스트와의 합작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창작플랫폼 공연이다. 내년에는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무용팀과 타악팀이 각각 다른 예술가들과의 콜라보를 통해 특별한 두 개의 작품을 선보이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2022년 국립정동극장 예술단의 두 번째 정기공연 '초월'(11.1~6)은 단체의 예술성을 한 층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현대적 연희 작품이다. 예술단원과 연희자들은 시간, 공간, 예술의 초월자(超越者)가 되어 연희의 본질을 파고들며 그 안에 담긴 날 것의 에너지를 무대 위에 생생하게 펼쳐낼 예정이다.
한편, 국립정동극장은 '헬로, 정동' 패키지 티켓 판매를 실시한다. 핫이슈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뮤지컬 패키지', 예술단의 창작공연으로 구성된 '국립정동극장 예술단 패키지' 등 각양각색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2022년 '헬로, 정동' 패키지는 12월 1일 오전 10시부터 티켓 오픈하며, 12월 14일까지 단 2주간 인터파크를 통해 한정 판매한다.
☞ '국립정동극장' 뮤지컬 패키지 티켓 예매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국립정동극장 제공
2021.12.01 / 조회 1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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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남명렬, 이재균, 강승호, 안재영, 오정택 등 캐스팅 공개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 2022년 1월 국립정동극장에서 개막한다.
2014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초연한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진실한 소통이 부재한 가족을 부족(部族)이라는 집단적 특성에 투영시켜 우리는 진실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진정한 소통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평단과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국립정동극장과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공연은 8년 만에 돌아온다.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의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청각 장애인인 막내아들에게 ‘수화’를 가르치지 않고 그들의 언어에 적응하며 살도록 키워온 한 유대인 가족의 이야기다. 작가는 “곧 태어날 아이가 청각 장애인으로 태어나길 바란다.”는 한 청각 장애인 부부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가족이란 그 구성원들이 믿는 것, 그들의 문화, 그들의 언어를 그대로 전수하고 공유하고 싶어 하는 하나의 부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원제목은 부족, 종족, 집단의 의미를 가진 'Tribes'였으나, 국내에서는 작가의 의도를 관객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2014년 초연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인 남명렬과 이 작품을 통해 제 51회 동아연극상에서 최연소 신인연기상을 거머쥔 이재균이 다시 출연하고, 그 외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합류해 기대감을 높였다.
언어에 집착하는 학술 비평가 아버지 크리스토퍼에는 연극 '그을린 사랑', '라스트 세션'의 남명렬과 연극 '히스토리 보이즈', '리어왕'의 오대석이, 추리 소설 작가인 어머니 베스 역에는 연극 '존경하는 엘레나 선생님', '분장실'의 정재은과 연극 '블라인드', '푸른배 이야기'의 김정영이 출연한다.
언어를 주제로 논문을 쓰는 형 다니엘 역에는 뮤지컬 '칠칠', '브라더스 까라마조프'의 안재영과 연극 '알앤제이', '톡톡'의 오정택이 함께한다. 오페라 가수 지망생 누나 루스 역에는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 '앤ANNE'의 임찬민이 원 캐스트로 참여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청각장애인 막내 빌리 역에는 드라마 '검은 태양', '어사와 조이' 등 활발한 매체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재균과 연극 '빈센트 리버', '엘리펀트 송'의 강승호가 함께한다. 청력을 잃어가고 있는 수화통역사 실비아 역에는 연극 '오일'을 통해 주목받은 신예 박정원이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되었다.
박정희 연출이 초연에 이어 다시 한번 연출을 맡았고, 여신동 아트디렉터가 미술 감독으로 새롭게 합류해 초연의 깊이에 세련된 미장센을 더해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가족이라는 이름의 부족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의 삶과 이면을 다룬 연극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은 2022년 1월 18일부터 2월 27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노네임씨어터컴퍼니 제공
2021.11.30 / 조회 9,4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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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청 연출, 연극 ‘그을린 사랑’ 다시 만난다…5월 25일 LG아트센터 개막
2020년 백상예술대상에서 연극 부문 대상 격인 ‘백상연극상’ 수상한 신유청 연출의 '그을린 사랑'이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연극 '와이프', '녹천에는 똥이 많다', '궁극의 맛' 등으로 절정에 오른 연출력을 선보이고 있는 신유청 연출가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그을린 사랑'은 레바논 태생의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Wajdi Mouawad)의 희곡 '화염 (Incendies)'을 원작으로 하며, 2010년 드니 뵐니브(Denis Villeneuve)감독이 만들어 아카데미상 외국어영화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동명의 영화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1년에 개봉해 당해 예술영화로서는 최다 관객을 동원하기도 했다. 연극으로는 2003년 프랑스어로 초연된 후 유럽,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서 공연되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고,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명동예술극장에서 故김동현 연출에 의해 무대화 되었던 바 있다.
'그을린 사랑'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와 전혀 존재조차 몰랐던 형제를 찾아 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의 이야기이다. 오랜 침묵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던 어머니 나왈(이주영)은 자신의 친구이자 공증인 에르밀 르벨(남명렬)에게 유언을 남긴다. 딸 잔느(황은후)와 아들 시몽(이원석)이 그들의 아버지와 형을 찾아 자신의 편지를 전해달라는 것.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중동으로 간 남매는 나왈을 알고 있는 인물들을 수소문하여 그녀의 과거를 하나씩 재구성하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그을린 사랑'은 전쟁, 난민, 억압, 폭력 등 한 여인의 힘겨운 삶 속에 묻혀있던 참담한 사건들과 그 결과로 빚어진 가혹한 운명을 버텨내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선과 악, 사랑과 증오, 고통과 화해, 인간의 의지와 저항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신유청 연출은 다양한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원작의 압도적인 서사를 미니멀한 무대와 세련된 미장센을 통해 밀도 있게 채운다. 배우들은 절제된 연기로 시적인 대사들을 깊이 있게 전달하며 3시간 30분에 달하는 긴 러닝 타임을 매 순간 몰입하게 만든다. 2019년 공연에서 뛰어난 앙상블을 선사했던 남명렬, 이주영, 이원석, 이진경, 하준호, 백석광, 우범진 등 대부분의 배우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잔느 역으로 황은후 배우가 새롭게 합류한다.
연극 '그을린 사랑'은 5월 25일부터 5월 3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만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2021.04.21 / 조회 6,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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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오는 3월 1일까지 공연기간 2주 연장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Old Wicked Songs)'이 당초 2월 14일(일)까지로 예정했던 공연 기간을 3월 1일(월)까지 2주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2월 개막 이후 관객들의 호평을 받아온 '올드 위키드 송'은 정부의 거리두기 지침에 따른 ‘두 좌석 띄어앉기’로 인해 관람의 기회가 적었던 관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 어려운 시기를 묵묵히 이겨내는 분들께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미국의 극작가 존 마란스(Jon Marans)가 쓴 '올드 위키드 송'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슬럼프에 빠진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과 괴짜 교수 ‘요제프 마쉬칸’의 만남을 그린 2인극으로, 살아온 배경도 예술적 성향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음악을 통해 소통하고 지난 아픔을 위로하며 나아가 희망을 노래하는 따뜻한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은 로베르트 슈만의 대표적인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음악극으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슈만의 음악과 하이네의 시가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풍부하게 완성시킨다. 이외에도 베토벤과 바흐, 차이코프스키, 스트라우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의 클래식 선율이 무대를 채우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새로운 프러덕션으로 돌아온 이번 시즌에는 남경읍과 남명렬이 괴짜 교수 마쉬칸 역으로 분해 무대에 오르며, 이재균과 정휘, 최우혁이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역을 각각 나눠 맡는다.
오는 3월 1일까지 공연 기간을 연장한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티켓 예매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나인스토리 제공
2021.01.26 / 조회 3,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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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12월 개막…남경읍·남명렬·이재균·정휘·최우혁 캐스팅
올해로 25주년을 맞은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 (Old Wicked Songs)'이 오는 12월, 약 4년의 공백을 깨고 새로운 프러덕션으로 돌아온다.
'올드 위키드 송'은 1986년 오스트리아 비엔나를 배경으로 슬럼프에 빠진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과 괴짜 교수 ‘요제프 마쉬칸’의 만남을 그린 2인극이다. 살아온 배경도 예술적 성향도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하면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쌓아가는 과정이 섬세하게 표현된 수작이다.
이번에 공개된 포스터는 피아노 건반을 거대한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로 표현, 작품이 내포하고 있는 상징적 의미를 시각화했다. 피아노가 놓인 문을 사이에 두고 어두운 안쪽과 바깥의 환한 전경이 대비되는 가운데 “마음을 열고 서로를 듣는 거야”라는 대사 카피가 음악을 통한 소통과 화합, 위로와 희망의 정서를 전달한다.
미국의 극작가 존 마란스(Jon Marans)가 쓴 '올드 위키드 송'은 1995년 미국 초연 후, 이듬해 퓰리처상 드라마부문 최종 후보로 오른 데 이어 LA 드라마 로그 어워드, 뉴욕 드라마 리그 어워드, 오티스 건지 최고 연극상을 연달아 수상하며 일찍이 그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국내에는 지난 2015년 처음 소개되었으며 당시 높은 평점과 함께 ‘관객이 뽑은 최고의 초연 연극 1위’에 선정되는 등 예술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으로 호평 받았다.
이번에 제작사가 바뀌면서 새롭게 돌아오는 이번 시즌에는 tvN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뮤지컬 ‘명성황후’, ‘벤허’ 등 브라운관과 무대를 오가며 굵직한 작품들에 출연해온 베테랑 배우 남경읍이 익살스럽고 유쾌한 성격의 괴짜 교수 요제프 마쉬칸 역을 맡는다. 여기에 연극 ‘오이디푸스’, ‘그을린 사랑’, ‘알리바이 연대기’, ‘라스트 세션’ 등 밀도 높은 작품마다 카리스마 있는 연기로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준 연극계 대부 남명렬이 같은 역을 맡아 무대에 오른다.
비엔나에서 뜻밖에 성악 수업을 받게 된 천재 피아니스트 스티븐 호프만 역에는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 ‘뉴시즈’, ‘귀환’, 연극 ‘엘리펀트 송’, ‘히스토리 보이즈’ 등에서 강렬한 연기로 일찌감치 그 실력을 인정받은 이재균, 연극 ‘에쿠우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시데레우스’ 등 장르불문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정휘,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주역으로 데뷔 후 ‘벤허’, ‘올슉업’, ‘다윈 영의 악의 기원’ 등 꾸준히 대극장 무대에 오르며 연기 내공을 쌓아온 최우혁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이 작품은 슈만 · 베토벤 · 바흐 · 차이코프스키 · 스트라우스 등 위대한 음악가들의 아름다운 클래식 선율이 귀를 사로잡는 음악극으로, 특히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Dichterliebe Op.48)’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되는 점이 특징이다. 실제로 극중 ‘스티븐’과 ‘마쉬칸’의 음악 수업은 ‘시인의 사랑’ 첫 곡으로 시작해 마지막 곡에서 끝나는데, 이 노래는 작품 전체를 관통하며 두 사람의 이야기를 보다 풍부하게 완성시킨다.
한편 지난해 창작뮤지컬 ‘스웨그에이지 : 외쳐, 조선!’을 성공으로 이끌며 공연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우진하 연출이 이번 '올드 위키드 송' 공연의 지휘봉을 잡는다. 또한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국내외 최정상급 연주자들의 전문음악코치로 활발하게 활동해온 김연정이 독일어 코치 및 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김연정 감독은 실제로 한국과 유럽에서 수년 간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을 가르쳐왔다.
여기에 연극 ‘아트’, 뮤지컬 ‘스모크’, ‘인터뷰’의 이은석 무대디자이너, 뮤지컬 ‘만추’, ‘트레이스 유’, ‘빈센트 반 고흐’의 김재원 조명디자이너 등 실력 있는 크리에이티브팀이 호흡을 맞춰 완성도 높은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음악극 '올드 위키드 송'은 오는 12월 8일(화)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한다.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나인스토리 제공
2020.10.19 / 조회 3,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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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 튀는 무대가 될 것” ‘라스트 세션’ 신구·남명렬·이석준·이상윤
공연계 노장 신구를 선두로 배우 남명렬, 이석준, 이상윤이 한 작품에서 만난다. 내달 10일 국내 초연을 앞둔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다. 단 두 명의 배우가 이끄는 이 연극은 정신분석학의 선구자 프로이트, 그리고 ‘나니아 연대기’를 쓴 작가이자 영문학자였던 C.S. 루이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신과 인간, 삶과 죽음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그린다.
프로이트 역 신구, 남명렬과 루이스 역 이석준, 이상윤은 공교롭게도 각자 맡은 인물처럼 무신론자, 유신론자로 나뉜다. 그래서일까, 지난 17일 진행된 인터뷰에서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던 네 배우는 ‘과연 신은 존재하는가?’라는 화두로 즉석에서 뜨거운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깊은 분석과 탐구, 그리고 저마다 삶에서 켜켜이 쌓아온 철학과 통찰이 만나 무대에서 빚어질 환상적인 호흡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C.S. 루이스,
두 거장의 만남 그린 ‘라스트 세션’
신구: 감히 근접하기 어려운 인물들이다. 지금도 두 인물의 근처에도 가지 못한 것 같아 두려운 마음이 있다. 책을 보고 자료를 봐도 아직 얼떨떨하다. 노력하고 있다. 단어 하나만으로도 몇 시간을 얘기할 수 있는 주제들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보시는 분들께 어떻게 명쾌하게 전달할지가 고민이다.
이석준: 2시간 안에 이 두 사람의 대화와 사상을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두세 마디의 대사가 책 한 권만큼의 깊이를 갖고 있다. 우리가 가장 고민한 건 그것들을 어떻게 쉬운 말로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였다. 서로 책 한권 분량에 가까운 대화를 나눴다. 직접 만날 수는 없으니 그 분들이 남긴 책과 사진 등을 보며 이해하는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현실에서 ‘이런 얘기를 던질 법한 인물이 아닐까’를 그려나가고 있다. 마지막까지 최대한 근접해보고 싶다.
▲ 신구
남명렬: 유신론자와 무신론자의 대결뿐 아니라 당대 최고 지성인들이 자기 신념에 대해 자존심을 걸고 나누는 논쟁을 그린 작품이다. 우리도 일상 속에서 수많은 논쟁을 하지 않나. 그것이 무대 위에서 좀 더 심도 있게 이뤄진다. 겉에서 뿐 아니라 그 배면에서 이뤄지는 심리 싸움을 읽어내면 재미있을 것이다.
이상윤: 선배님들이 ‘왜 하필 첫 연극으로 이걸 했냐’고 하시더라(웃음). 처음엔 어려웠는데, 하다 보니 어느 순간 앞과 뒤가 통하며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고, 겉에 보이는 논쟁 뒤에 숨은 심리전이 있다. 빠져든다. 알수록 재미있고 빠져드는 것이 이 작품의 매력 같다.
한 번도 만나지 않았던 프로이트와 루이스
두 학자를 무대로 소환한 까닭은
이석준: 두 인물은 실제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지만, 각자의 행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다. 둘 다 방대한 양의 편지를 남겼고, 편지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하려 했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생각을 회의하는 과정을 거쳤다. 루이스는 프로이트의 학문을 굉장히 오랫동안 공부했던 사람이고, 그걸 토대로 프로이트에 반론하는 책을 써냈다. 루이스는 옥스퍼드 대학 안에서 ‘소크라테스 클럽’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무신론자를 모아놓고 매번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하더라. 실제로 만나지는 않았지만, 만약 이들이 만났다면 얼마나 격렬히 논쟁을 벌였을까 싶다. 그런 상상에서 작가가 이 작품을 쓴 것 같다.
그렇게 쓰인 작품을 연습해보니 일단 너무 재미있다. 지적유희라고 할까, 두 사람의 거목이 만나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논쟁을 벌인다. 서로의 입장과 서로 가진 물음표를 끝없이 무대 위에 펼쳐 놓는다. 스포츠 경기라고 보시면 된다. 단 한번도 펀치를 날리지 않지만, 굉장히 근접한 거리에서 위협적인 칼을 들고 있다.
이상윤: 연습하면서 실제로 두 인물이 만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 대체 어떻게 대화를 했을까 싶고. 만약 루이스를 만날 수 있다면 “당신이 프로이트에게 딱 한 마디를 할 수 있다면 무슨 말을 하시겠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 남명렬
무신론자 신구·남명렬 VS 유신론자 이석준·이상윤
“각자 신념과 맞는 캐릭터 맡아…치열한 무대 될 것”
이석준: 내 경우는 무신론이었다가 유신론으로 돌아선 계기나 하나님을 만나게 된 계기 등이 루이스와 굉장히 비슷했다. 평소 루이스의 책을 많이 읽었던 것도 그래서였다. 그런데 (루이스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더 다가가기가 어렵더라. TMI가 너무 많은 거지.
남명렬: 나는 석준 씨와 정반대의 경험을 갖고 있다. 과거엔 신앙이 있었지만 (종교가) 내가 가진 의문을 풀어주지 않아 프로이트처럼 무신론자가 됐다. 신앙을 갖지 않은 신구 선생님과 나의 프로이트, 반대로 독실한 기독교신자인 두 분(이석준, 이상윤)의 루이스. 각자 자기 신념과 맞는 조합이라 아주 불꽃이 튀지 않을까.
이상윤: 대본을 읽으며 프로이트에 동의하는 분들이 이해가 안 되더라. 누가 봐도 루이스가 맞는데?(웃음) 단지 루이스의 말은 좀 어렵다. 서양의 사고방식이나 기독교적 세계관에 어느 정도 익숙한 분들은 쉽게 이해하실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좀 낯설 수도 있다.
남명렬: 루이스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증명해야 하니까. 신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과학적으로도 증명이 안 된다. 그래서 루이스의 논리가 맞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보기엔 허약한 거지.
이상윤: 증명을 해야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 같다(일동 웃음). 신의 존재는 원래 합리적이지 않다. 신이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줬다는 게 중요하다. 모든 사람이 합리적으로 이해 가능한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다면 선택에 의미가 없지 않나.
이석준: 과학적이라는 말도 별로다(웃음). 세상에 존재하는 것 중에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극히 일부거든. 나머지는 다 추론일 뿐이다.
남명렬: 지금 여러분이 쓰는 전자기기는…(일동 웃음) 거기 들어간 마이크로칩도 눈에는 안 보이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우리 대본에도 나오지만, 갈릴레오 시대에는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생각했다. 그 때까지의 과학의 수준에서는 증명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 이후 많이 증명됐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인간이 알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렇게 신에 대한 우리의 개인적인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대사에 완전히 익숙해지고 실제로 무대에 서게 되면 정말 첨예한 생각들을 주고받게 될 것이다. 자기 신념과 다른 걸 연기하면 가짜가 되는데, 지금은 다행히 각자 가진 신념과 배역이 같다. 나중에 무대에 올라가면 자기의 생각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정말 불꽃 튀는 연기를 할 것 같다.
신구: 난 신앙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낯설다. 그래서 프로이트 이 양반이 얘기하는 게 귀에 쏙쏙 들어온다.(일동 웃음)
▲ 이석준
코로나, 남북관계…지금 시대에 던지는 메시지는?
“지적 충족감 느낄 수 있는 작품”
이석준: 극중 배경이 2차 세계대전 발발 직전이다. 두 인물이 신에 대해 치열하게 얘기하다가도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에 순간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이념에 대해 옳다 그르다 서로 잘난 척 하며 얘기하지만, 작은 병균 하나에 온 국민의 삶이 흔들리지 않나. 이 작품도 그런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이해가 없으면 이 모든 이야기가 무슨 소용이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
남명렬: 신에 대한 논쟁을 더 근본적으로 들어가보면, 신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 삶을 더 행복하고 바르게 이끌어주느냐, 아니면 신이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삶을 더 잘 이끌어 주느냐에 대한 이야기다. 결국 우리 인간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주제인 거다. 이건 시대와 장소를 초월해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벌어질 얘기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볍고 날라 다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좀 더 무겁고 깊이 있는 얘기에 대한 욕구도 큰 것 같다. 대학로 역시 그렇다. 연극 한 편을 보고 뭔가를 채워나가는 충족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이 늘어났다. 거기 걸맞은 연극이 되지 않을까.
▲ 이상윤
이석준: 개인적으로도 이런 식으로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 올라오기를 바랐다. 그동안의 작품들이 가벼웠다는 것이 아니라, 관객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작품이 좀 적지 않았나, 싶은 거다. 펜싱 경기 같은 말싸움을 즐기러 오시면 좋겠다.
신구: 오시는 분들께 즐겁고 지적인 부분이 충족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매우 위트 있고 유머러스한 말들, 또 촌철살인 같은 대사가 곳곳에 있어서 즐겁게 보실 것 같다.
타 장르에서 느낄 수 없는 연극의 매력
“첫날부터 대본 외운 신구 모습에 충격 받아”
이석준: 첫 (대본) 리딩하는 날 나랑 상윤이는 대본을 보면서 열심히 읽는데, 누가 자꾸 나를 보는 것 같더라. 신구 선생님이 대본을 다 외우시고 날 보면서 연기를 하고 계시더라. 충격 먹어서 그날부터 잠이 안 왔다(웃음).
남명렬: 선생님은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린 기가 죽는다(웃음).
신구: 나도 대본 보고 있었다(웃음). 그건 별 거 아니다. 이제 어지간히 나이가 들어서 기억력도 쇠퇴한 것 같고 순발력도 떨어져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것 같다.
이상윤: 선생님은 심지어 상대방 대사도 외우신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신구 선생님이다. 신구 선생님의 선구안을 믿었다(웃음).
연극의 매력은 ‘배움’ 같다. 연습 기간이 너무 궁금하고 이 기간을 가져보고 싶어서 연극을 선택했다. 방송(드라마)할 때 리딩을 하긴 하지만 서로 인사하며 점검하는 정도지, 나머지는 각자 준비하고 현장에서 맞춰보는 거다. 물론 그것도 어려운 작업이지만, 같은 걸 계속 반복했을 때 나오는 것들이 분명히 있을 것 같았다. 사실 그것부터 시작했어야 하는데 내가 부족한 게 많은 것 같아서 (연극을) 하게 됐다.
엊그제 선생님이 연극과 타 장르의 차이점에 대해 ‘관객의 반응이 바로 온다는 것’을 꼽으시더라. 아직 그것까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궁금하다. 그것까지 좋다면 (연극이) 정말 훨씬 더 매력적일 것 같다.
이석준: (이상윤이) 진짜 빨리 습득한다. 왜 스마트한 배우라고 하는지 알겠더라. 미처 생각하지 못한 텍스트의 빈 부분을 가져와서 얘기하기도 하고, 연습하는데 날마다 다른 사람이 온다. 너무 잘한다. 1년에 한 번씩 꼭 연극을 했으면 좋겠다.
남명렬: 무대 위에서 관객의 피드백이 있다고 해서 공연 자체가 변하지는 않는다. 근데 공연이 끝나고 내가 잘 했다고 느낄 때, 또 관객들의 박수를 받을 때의 성취감은 다른 장르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이다. 그 매력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지 못할 거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파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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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3 / 조회 7,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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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5월 개막, ‘혼마라비해?’ 등 공식선정작 8편 선정
제41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5월 2일부터 31일까지 30일간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다.
1977년부터 시작된 '서울연극제'는 올해 코로나19로 개막행사, 특별 프로그램을 전면 취소하였다. 현시대에 가득찬 욕망을 가각의 형식과 시선으로 표현한 번역극 4작품, 창작극 4작품이 공식선정작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남명렬 서울연극제 예술감독은 "8편의 작품이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어려운 시기에 공감과 위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극단 실한 '혼마라비해?'(5.2~10)는 2013년 일본 아베 정부가 조선학교 학생들을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학생들이 반발하며 소송을 제기한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창작공동체 아르케 '전쟁터의 소풍'(5.2~13)은 2005년 노벨문학상 최종 후보에 오른 페르난도 아라발의 작품으로 전쟁터와 소풍이라는 이질적인 소재의 활용이 돋보인다.
아어 '죽음의 집'(5.2~13)은 연극계 시인이라 불리는 故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된 유일한 희곡으로, 관객에게 살아있는 것과 죽어있는 것의 차이가 무엇인지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공연제작센터(PCPA) '달아 달아 밝은 달아'(5.5~10)는 최인훈 작가의 동명 희곡을 무대로 옮겨 효의 상징인 심청전을 뒤집었다. 드림플레이 테제21 '만약 내가 진짜라면'(5.19~29)은 1986년 문화대혁명 시대를 배경으로. 특권층의 자제가 아니면 연극 한 편도 볼 수 없는 비합리적 사회를 살아가는 청년 리샤오장이 고위간부 아들로 사칭하며 벌어지는 블래코미디극이다. 중국의 사예신의 희곡에 김재엽 연출의 리드미컬한 감각을 불어넣었다.
극장 김장하는날 '피스 오브 랜드'(5.19~29)는 땅(부동산)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서울의 폭등하는 아파트 가격과 반지하옥탑, 고시원으로 내몰린 청년 빈곤에 관한 고찰 등 총 3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었다. 프로덕션IDA '환희 물집 화상'(5.20~30)은 2013년 퓰리처상 연극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가정 주부 그웬과 성공한 교수 캐서린이 본인이 갖지 못한 서로의 삶에 대해 갈망하다 서로의 위치를 바꿔 살아보는 '자리 바꾸기 게임'을 하기로 한다. 극단 수 '넓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5.23~30)는 재일교포의 삶을 진솔하게 다뤄 온 정의신 작가와 구태환 연출이 호흡을 맞추는 작품이다.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폐관을 앞둔 레인보우 시네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공식선정작 공연은 거리두기 객석제로 운영되며, 공연장에서도 참여 연극인과 관객의 안전을 위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극장 시절 방역, 열화상 카메라 설치 및 체온 측정, 손소독제 비치, 공연장 출입 인원 문진표 작성 등 공연장 내 감염 예방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 공식선정작외에도 프린지 '서울창작공간연극축제'는 무관객으로 공연을 진행한다. 프린지 25편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서울연극협회 유튜브에서 편집 영상으로 만나볼 수 있다.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8편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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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서울연극협회 제공
2020.04.13 / 조회 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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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만에 돌아오는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남명렬, 정원조 등 초연 배우들 총출동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가 5년 만에 돌아온다.
김재엽 작·연출의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작가의 실제 가족사를 바탕으로 개인의 일생에 우리 역사를 촘촘히 엮어낸 작품이다. 서울과 대구, 오사카를 오가는 160분동안 관객은 영어교사로 평화롭게 퇴직한 아버지가 걸어온 뜻밖의 발자취를 따라가게 된다. 동시에 개인의 역사 안에서 불가분하게 흘러가는 국가의 역사를 맞닥뜨린다.
'알리바이 연대기'는 2013년 초연된 작품으로 당시 동아연극상, 대한민국연극대상 등 국내 연극상을 휩쓸며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다. 초연 당시 소극장 판 무대에 올랐던 이 작품은 이번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또한 남명렬, 정원조, 이종무, 지춘성, 전국향 등 초연을 빛낸 배우들이 총출동해 깊은 내공의 연기 앙상블을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는 10월 16일부터 11월 10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티켓예매 ☞
글: 강진이 기자(jini21@interpark.com)
사진: 국립극단 제공
2019.10.02 / 조회 4,2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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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그을린 사랑’ 7월 11일 개막
연극 ‘그을린 사랑’이 7월 11일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개막한다.연극 ‘그을린 사랑’은 원작 희곡 화염과 드니 뵐니브 감독의 2011년 예술영화로 알려져 있다.작품은 쌍둥이 남매 잔느와 시몽이 어머니 나왈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애를 만나게 한다. 이들은 진실과 고통을 마주하고 자신들을 둘러싼 가혹한 운명을 버텨내는 한 가족의 모습을 그린다.이번 공연은 배우 남명렬, 이주영, 이원석, 이세인, 송희정, 이진경, 우범진, 하준호, 백석광 등이 지난 시즌에 이어 대거 합류해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출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 신유청이 맡았다. 그는 2008년 거창연극제에서 ‘동물원 이야기’로 작품상 금상을 수상, 2016년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첫 번째로 시행한 비주얼쇼 공모 사업 Paradise Creative Move에서 ‘스트레인지 엘’로 최종 선정된 차세대 연출가다. 최근에는 두산인문극장 2019:아파트, 연극 ‘녹천에는 똥이 많다’를 연출해 주목받았다.연극 ‘그을린 사랑’은 2019년 7월 11일부터 8월 10일까지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 공연된다.사진제공_마크923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9.07.16 / 조회 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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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보는 연극 10편, 제40회 ‘서울연극제’…오는 27일 개막
제40회 '서울연극제'가 오는 27일 개막해 6월 2일까지 37일간 펼쳐진다.
'서울연극제'는 대한민국 대표 연극 축제로, 연극 발전을 위한 창작극 개발을 목표로 1977년 '대한민국연극제'라는 이름을 시작해 1987년 '서울연극제'로 명침을 변경하여 40년 동안 이어오고 있다. 이번 서울연극제는 공식 선정작 10편의 공연과 더불어 개막행사 '온리 대학로', 시민과 배우가 함께하는 '희곡 읽기' 등 시민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서울연극제'의 지난 40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학술제 & 토크 콘서트', 폐막식을 진행한다.
이번 '서울연극제'는 초연과 재연, 창작과 번역을 망라한 10편의 작품이 선정되었다.
'어떤 접경지역에서는'(5.3~12, 동양예술극장 2관)은 국가 통일이라는 거대람론을 현재 우리의 문제로 현실성 있게 그려낸 작품으로, 8개월 뒤 남북통일이 된다는 가상을 배경으로 통일을 향한 기성과 젊은 세대의 우려와 갈등들을 꺼내놓고 통일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댓글부대'(5.3~12, 동양예술극장 3관)는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2012년 국정원 대선 개입 이후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인터넷 여론 조작을 다루고 있다. 이 작품에는 방황하는 20대 청년,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이끌었지만 기득권이 되어 현실과 타협한 중년, 그리고 경제성장과 독재 하에서 부와 권력을 독식한 노년이 등장해 촛불 이전 한국 현대사를 압축적으로 전달한다. 윤상화, 정연심, 하동준 등 출연.
'단편소설집'(5.3~12, SH아트홀)은 2016년 초연 당시 전회 매진을 기록했던 작품으로, 2000년 퓰리처상 수상 작가 도널드 마굴리스의 상실과 자아 찾기라는 주제로, 자신이 이뤄낸 성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스승과 기성세대를 넘어서 성공하기 위해 심적 고통을 겪는 제자 사이의 팽팽하고도 섬세한 심리적 줄다리기를 그린다. 스승과 제자 역에는 '신의 아그네스' 전국향과 2017년 영화 '더 킹'으로 청룡영화상, 백상예술대상 등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김소진이 맡았다.
'공주들'(5.4~12,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은 일제 강점기 공창제로 시작해 일본군 위안부, 한국군 위안부, 미군 위안부, 베트남 한국군 민간인 학살, 기생관광, 현대의 성매매까지 다루며 끊임없이 반복되는 역사의 메커니즘을 '성매매 체제의 연속성'으로 읽어내는 작품이다.
'집에 사는 몬스터'(5.17~26,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는 우란문화재단 창작개발지원 과정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스콜트랜드를 대표하는 젊은 극작가 겸 연출가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희곡 'the Monster in the hall'를 연출가 임지민이 인간관계성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접목시켜 만든 작품이다. 4면 무대와 4면 객석으로 관객들은 회전의자로 마련된 객석에 앉아 자기 자신이 보고 싶은 방향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김은석, 남미정, 이지혜, 이종민 출연
'BENT'(5.17~26, 동양예술극장 2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보다 더 혹독한 대우를 받았던 독일 동성애자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다. 이 작품은 영국 국립극장이 선정한 20세기 최고의 연극 100편 가운데 한 작품으로, 지난 38년간 40여 개 국가에서 꾸준히 상영되었다.
'대한민국 난투극'(5.17~26, 동양예술극장 3관)은 2014년 여름 서울 동작구 한 고등학교에서 실제로 벌어졌던 사건으로 기본으로 완성된 픽션 드라마이다. 강해 보이고 싶었던 고등학생이 5만월 주고 30대 남성을 고용하여 벌인 이 자작극 사건은 창작집단 LAS의 이기쁨을 연출을 통해 새로운 리얼액션활극으로 다시 태어났다. 주인공 대한과 민국의 상상 속 인물 '견자단'을 통해서 보여주는 액션 장면들이 화려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윤성원, 김바다, 허영손 등 출연.
'중첩'(5.17~26, SH아트홀)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결정을 선택한 한 남자가 총구를 떠난 총알이 뇌를 관통하기 직전의 짧은 시간 동안에 겪게 되는 자신의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담았다. 이 작품은 남자가 펼치는 과거의 현상들을 현실과 비현실, 상징과 은유, 이미지와 판타지의 혼재와 양립을 통해 흥미롭게 보여준다.
'데모크라시'(5.17~22,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영국의 유명 극작가 마이클 프레인의 작품으로, 서독의 수상 집무실에 침투한 동독의 고정 간첩이라는 세기의 간첩 스캔들을 통해 민주주의의 복잡한 민낯을 들여다본다. 김종태, 권태건, 선종남 등 출연.
'낙타상자'(5.26~6.1,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2019년 신작으로,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을 잇는 고선웅 연출의 중국 희곡 시리즈 제2탄이다. 이 작품은 중극 근대 문학사의 대표 작가 라오서가 1937년 발간한 소설을 바탕으로 20세기 초 인력거꾼 상자의 인생 역정을 통해 당시 하층민들에 대한 구(舊) 사회의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각 공연은 인터파크 티켓에서 예매할 수 있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서울연극제 제공
2019.04.08 / 조회 4,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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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의 무대 복귀작, 연극 ‘오이디푸스’…5개 도시 투어 돌입
배우 황정민의 무대 복귀작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오이디푸스'가 지난 24일을 끝으로 한달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비극의 원류로 통하는 소포클레스 원작을 새롭게 재해석한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졌지만 피하려 할수록 거침없이 다가오는 비극의 그림자와 충격적인 진실에 절규하는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이번 공연은 황정민, 배해선, 남명렬, 박은석, 최수형 등 원 캐스트로 구성된 배우들의 열연, 무대기술, 조명, 영상, 음악 등이 어우러져 관객들의 호평을 받았다.
특히 타이틀롤 황정민은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을 피하기 위해 고뇌하고, 감당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 속에서도 한 발씩 내딛는 ‘오이디푸스’의 모습을 섬세하고 표현해 '역시 갓정민'이라는 찬사와 함께 관객들의 깊은 울림과 공감을 이끌어냈다.
고전의 저력을 보여준 연극 ‘오이디푸스’는 내달부터 전주를 시작으로, 광주, 구리, 여수 울산 등 5개 도시 투어를 앞두고 있으며, 티켓은 인터파크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연극 '오이디푸스' 투어 일정]
3월 8일~9일 전주 |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
3월 15일~17일 광주 |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3월 22일~23일 구리 | 구리아트홀 코스모스 대극장
3월 29일~31일 여수 | GS칼텍스 예울마루 대극장
4월 5일~6일 울산 |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글: 강진이 기자 (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샘컴퍼니 제공
2019.02.26 / 조회 5,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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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어? 연극 ‘오이디푸스’ 리뷰, 운명에 맞서는 황정민의 미친 연기력
천만 배우 황정민의 1년 만의 연극 무대 복귀작으로 캐스팅 발표부터 화제가 됐던 ‘오이디푸스’가 지난 1월 29일 개막했다. 고대 그리스 작가 소포클레스의 대표작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아 버려진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어? 황정민의 미친 연기력
기자가 90분간 폭풍같이 휘몰아친 ‘오이디푸스’를 보고 나온 느낌은 ‘역시 황정민은 황정민’이다. 그는 미친 연기력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관객들의 기립 박수를 이끌어냈다. 황정민이 연기하는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춰 스핑크스로부터 위험을 받던 테베를 구해 왕이 되고, 테베의 왕비 이오카스테와 혼인한 인물이다.
극은 오이디푸스가 테베의 왕의 되어 몇 년의 세월이 흐른 후부터 시작된다. 그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테베 국민들의 비를 내려달라는 요구에 크나큰 책임감을 느끼고, 그들의 절망과 고통에 마음 아파한다. “나는 비를 내려줄 수 없다. 신이 아니다”라며 괴로워하지만, “나는 이 재앙에 맞서 싸울 것이다”라고 한 나라의 왕으로서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다. 재앙의 원인을 찾으러 신의 말을 들으러 갔던 오이디푸스의 처남 크레온은 테베의 전왕 라이오스의 비극적인 죽음의 범인을 찾아 벌 주라는 신의 이야기를 오이디푸스에게 전한다.
재앙을 해결하려는 오이디푸스는 전왕을 죽인 범인이 자신이며, 왕비인 이오카스테가 어머니라는 비극적인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는 절망스런 운명에 가슴을 치며 절규하지만 결코 사랑하는 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오이디푸스가 이런 사람이었던가 재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유 있는 원 캐스트, 인상적인 엔딩
시종일관 오이디푸스 곁에서 그를 관찰하는 코러스장 박은석은 극에 비장미를 더하고, 맹인 예언가 테레시아스 역의 정은혜는 여전히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무대를 채운다. 베테랑 배우 배해선과 남명렬 또한 극의 한 축을 담당하며 제 몫을 해낸다. 많은 공연에서 여러 이유로 더블 캐스트를 하고 있고 그것의 장점도 있지만, '오이디푸스'를 보고 나니 오랜 시간 함께 연습한 한 팀에서 오는 시너지가 생생히 느껴졌다.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음악과 한정된 공간이지만 거대한 신전과 땅으로 떨어지는 태양 등 깊이감 있게 표현한 무대도 오이디푸스 비극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마지막으로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는 테베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오이디푸스가 객석 쪽으로 내려와 뚜벅뚜벅 발걸음을 내딛자, 메마른 테베의 땅에 비가 쏟아진다. 이 작품의 인상적인 명 장면이다.
‘오이디푸스’ 연습 공개 때 “영화보다 연극이 더 좋다”라고 고백한 황정민의 미친 연기를 계속해서 무대에서 보고 싶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오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만날 수 있으며, 이후 전주, 광주, 구리, 여수 등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
사진: 샘컴퍼니 제공
2019.02.01 / 조회 1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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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오이디푸스’ 도전하는 황정민, “영화보다 연극이 더 좋아”
“(젊은 시절) 열심히 준비해도 관객이 없어서 공연을 못했던 날도 있다. 그때 ‘나중에 유명해지면 꼭 관객들과 무대에서 계속 소통해야지’라고 생각했었다. 영화도 좋지만 연극이 더 좋다. 무대에서 1시간 반 동안 연기하고 있을 때 제일 자유롭다고 느낀다”
처절한 악인으로 변신, 뜨거운 박수갈채를 자아냈던 연극 ‘리차드3세’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오는 황정민의 말이다. 영화 ‘베테랑’, ‘국제시장’ 등으로 ‘쌍천만배우’라는 타이틀을 얻은 그는 지난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연습실에서 진행된 연극 ‘오이디푸스’ 기자간담회에서 자신이 처음 배우 생활을 시작했던 연극 무대에 대해 깊은 애정을 표했다.
황정민이 이번에 도전하는 작품은 소포클레스의 고전 비극을 원작으로 한 ‘오이디푸스’다. ‘리차드3세’ ‘주홍글씨’ 등의 서재형 연출과 한아름 작가가 참여해 새롭게 구성했고, 타이틀롤을 맡은 황정민을 필두로 배해선, 남명렬, 최수형, 박은석, 정은혜 등이 무대에 오른다.
황정민의 오이디푸스는 어떻게 다를까
”지금까지 보지 못한 새로운 오이디푸스 탄생할 것”
오이디푸스는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남자, 그간 숱한 무대에서 여러 배우들에 의해 연기되었던 오이디푸스를 황정민은 어떻게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오이디푸스’는 비극의 원류이자 연극쟁이들에게는 교과서적인 작품이다. 2500년 전 쓰인 작품을 지금 공연하는 것 자체가 기적 같은 일”이라며 이번 공연의 의미를 짚은 황정민은 “허투루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어떻게 해야 관객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계속 고민 중이다. 연극을 지망하는 학생이나 관심 있는 분들이 공연을 보고 (오이디푸스에 대해) 또 다른 느낌을 가질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다”며 신중히 작품에 접근했다고 전했다.
황정민은 “'리차드3세'를 끝내고 나서 이제 어떤 연극이든 두렵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보다 더한 작품을 하게 됐다”며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이 많이 휘몰아치게 되는데, 그걸 매 연습 때마다 해내야 해서 힘들다. 또 그중 가장 좋았던 감정선을 매일 보여드려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운명의 비밀을 찾고자 나선 오이디푸스를 돕는 코린토스의 사자 역 남명렬은 황정민이 연기할 오이디푸스에 대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오이디푸스가 탄생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1995년 '오이디푸스'에 출연했던 그는 “서재형 연출의 디테일한 무대 미학과 황정민 배우의 열정이 만나 새로운 오이디푸스가 탄생할 거라는 확신이 있다”는 말로 작품에 힘을 실었다.
오이디푸스에 대한 새로운 해석
운명에 굴하지 않고 응전하는 오이디푸스
황정민의 연기와 더불어 기대되는 것은 오이디푸스에 대한 제작진의 새로운 해석이다. “2019년 현재, 의지를 가진 인간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오이디푸스를 통해 그런 인간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는 서재형 연출은 극의 후반부에 대해 “(진실을 알게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을 찌르는 장면 등이 있다. 폭력적이거나 움직임이 크지는 않지만 감성적 인상은 매우 클 것”이라며 “그 순간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의지를 갖고 스스로 걸음을 걷는 장면이 준비돼 있다”고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배우들이 덧붙인 말들도 더욱 기대를 높였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인 이오카스테 왕비로 분하는 배해선은 “극 중 수많은 비탄과 절규의 대사 중 하나를 꼽는다면 오이디푸스가 마지막에 하는 ‘아니, 괜찮소’라는 말이다. 나약한 인간이 신이 준 운명을 그대로 겪어내고 나서 그래도 자신의 의지로 그 길을 걷고자 하는 결심의 순간 말하는 대사다. 그 단어 하나에 이 작품의 깊이와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또한 배해선은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그에 대한 슬픔과 희망, 기쁨, 좌절의 몫은 관객 분들이 누리실 것 같다. 필요에 따라선 손수건이나 휴지가 필요하실 수도 있다. 주체하지 못하고 마구 우셔도 된다”고 말했다.
황정민 역시 “마지막에 오이디푸스가 ‘나는 살았고, 그들을 사랑했고, 그래서 고통스러웠다’는 대사를 할 때 가장 기분 좋고 행복하다. 이 모든 극을 함축하는 말 같아서다”라는 말로, 남명렬은 ‘내 발아, 어디로 가야 하지?’라는 대사가 계속 마음에 와 닿는다. 이제껏 그랬듯 앞으로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설 텐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많은 생각이 든다”는 말로 이번 공연이 삶과 운명에 대해 묵직한 메시지를 남길 것임을 짐작하게 했다.
연극 ‘오이디푸스’의 무대는 3천여 년 전의 신화와 현실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서재형 연출은 무대와 관련해 “연극에서 잘 구현하지 않는 스펙터클한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오이디푸스’는 오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9.01.25 / 조회 7,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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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주역, 연극 ‘오이디푸스’의 3가지 기대 포인트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을 낳은 어머니와 결혼할 운명을 타고난 남자, 문학사상 가장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오이디푸스가 배우 황정민의 열연으로 다시 태어난다. 내년 1월 개막을 앞둔 ㈜샘컴퍼니의 연극 ‘오이디푸스’에서다. 얼마 전 황정민의 강렬한 아우라를 담은 캐릭터컷으로 기대를 끌었던 이 작품은 어떤 무대로 펼쳐질까. 지난 11일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열린 제작발표회를 통해 작품의 3가지 기대 포인트를 전망해봤다.
‘오이디푸스’ 기대 포인트 1, ‘국민 배우’ 황정민의 변신
무엇보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이목을 끄는 존재는 타이틀롤 ‘오이디푸스’로 변신할 황정민일 것이다. 그는 작년 초 연극 ‘리차드3세’를 통해 10년 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 광기 어린 악인 ‘리차드3세’를 처절하게 그려내 흥행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 ‘오이디푸스’는 그가 ‘리차드3세’에 이어 또 한번 원캐스트로 주역을 맡아 이끄는 무대다.
‘오이디푸스’는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꼽히는 소포클레스의 작품으로,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의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태어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다. 가혹한 운명과 처절한 진실 앞에서 자신의 운명과 맞서 싸우는 이 유명한 비극의 주인공을 ‘공작’ ‘아수라’ ‘군함도’ ‘곡성’ 등 수많은 영화로 1억 명의 관객을 만난 국민 배우 황정민이 어떻게 그려낼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다.
새로운 작품에 임하는 황정민의 각오도 예사롭지 않았다. ‘리차드3세’와 관련해 “내 에너지와 관객들의 에너지가 합쳐졌을 때 너무나도 큰 행복감을 느끼는 나를 발견했다”고 회상한 그는 이번 공연에 대해 “관객 분들이 돈이 안 아깝다고 생각하시면 좋겠다. 저 사람이 왜 무대에서 저렇게 열정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느끼시고 모든 에너지를 충분히 받아가시면 좋겠다. 보시는 분들의 머릿속에 ‘황정민의 오이디푸스’가 각인되어 나중에 친구들이나 자녀들에게도 ‘예전에 그 공연을 봤는데 너무 훌륭했다’고 하실 만큼 잘 하고 싶다”는 단단한 각오를 밝혔다.
황정민은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의 굴레 속에 갇힌 오이디푸스를 통해 자신의 삶도 함께 돌아보고 있다고. 이번 작품을 연습하며 "인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는 그는 “나는 어떤 운명을 가졌길래 지금까지 이 직업을 떨치지 못하고 수많은 못된 댓글 속에서 배우로서 살고 있나, 내가 정말 좋은 배우인가, 잘 하고 있나를 자문자답하게 된다. 그런 부분이 이 작품과 서로 맞닿는 면이 있다. 한낱 인간이 운명에 의해 얼마나 간사하게 움직여지는지, 그걸 딛고 일어나는 인간은 누구일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고 말했다. 이미 작품에 푹 빠져든 듯한 그의 이야기는 장차 무대에서 완성될 황정민의 오이디푸스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증폭시켰다.
(왼쪽부터)배우 정은혜, 최수형, 배해선, 황정민, 남명렬, 박은석, 서재형 연출
‘오이디푸스’ 기대 포인트 2, 원캐스트로 무대 이끌 실력파 배우들
황정민과 함께 호흡을 맞출 다른 배우들의 탄탄한 존재감 역시 ‘오이디푸스’의 기대 포인트다. 무대와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해온 배해선이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로 분해 뮤지컬 ‘의형제’(1998) 이후 20년 만에 황정민과 호흡을 맞추고, 남명렬이 진실을 찾는 오이디푸스를 양치기에게 안내하는 코린토스의 사자로 분해 극의 한 축을 이끌 예정이다.
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이자 오이디푸스의 삼촌 크레온은 ‘노트르담 드 파리’의 최수형이, 극의 전반을 이끄는 코러스 장 역은 ‘레드북’의 박은석이, 오이디푸스의 신탁을 확인시키는 고명한 예언자 테레시아스는 국립창극단 출신으로 지난해 연극 ‘리차드3세’에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정은혜가 연기하며, 이밖에도 극단 ‘죽도록 달린다’의 배우들 등이 전원 원캐스트로 공연에 출연한다.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은 공연에 임하는 각별한 소감을 밝혔다. 배해선은 황정민과 1998년 함께 공연했던 뮤지컬 ‘의형제’를 돌아보며 “당시 어린 후배를 많이 돕고 독려해주던 잊을 수 없는 선배였는데, 이번에 호흡 맞출 수 있어서 너무 긴장되고 기대된다. 과연 이 작품과 역할에 얼마나 몰입해서 뛰어들 수 있을지가 내게는 새로운 모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1995년 이오카스테 역으로 연극 ‘오이디푸스’에 출연한 적이 있는 남명렬은 “고전이 끝없이 새롭게 변주되고 재공연된다는 것이 연극만의 매력 중 하나다. 오로지 배우 스스로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르라 더 어렵고, 그만큼 희열이 있다”며 새로운 역할로의 변신에 대해 설렘을 표했다.
‘리차드3세’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황정민과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된 정은혜는 “선배님의 ‘리차드3세’를 지켜보며 매순간 경이로웠고, 저 분이 한 땀 한 땀 엮어갈 때 나도 잘 해서 좋은 어시스턴트, 좋은 배우가 되자고 다짐했었다. 나를 연극 무대에 세워주신 연출님과 제작사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전력질주해서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오이디푸스’ 기대 포인트 3, 서재형 연출이 이끄는 무대
서재형 연출이 소포클레스의 고전을 어떻게 재탄생시킬것인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그는 ‘리차드3세’, ‘메피스토’, ‘왕세자 실종사건’, ‘주홍글씨’ 등을 통해 섬세하고 강렬한 연출력을 선보인 바 있다.
"’리차드3세’를 할 때 황정민 배우의 일상생활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언젠가 같이 비극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운명처럼 기회가 닿았다”며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배경을 밝힌 서재형 연출은 “운명에 휩쓸려 살아가지는 게 인생일 수도 있지만, 어려워도 다시 딛고 일어나는 게 인간이지 않을까. (오이디푸스가) 힘든 일을 겪고 다시 일어나는 그 순간을 소박하고 담담하고 두껍게 그려내는 것이 이번 작업의 목적”이라고 밝혔다. 제11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자인 한아름 작가를 비롯해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등 실력파 창작진도 서 연출과 함께 공연을 준비 중이다.
연극 ‘오이디푸스’는 내년 1월 29일부터 2월 24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샘컴퍼니 제공
2018.12.12 / 조회 5,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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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내년 1월 개막 앞두고 황정민, 배해선 등 캐스팅 공개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의 고전 희극 ‘오이디푸스’가 황정민, 배해선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오는 2019년 1월 29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혼인해 그 사이에서 자식을 낳을 것이라는 신탁 때문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졌지만 아무리 벗어나려 애써도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비극적인 운명을 타고난 테베의 왕 ‘오이디푸스’의 이야기다.
오이디푸스 역은 ‘공작’, ‘곡성’, ‘베테랑’ 등 수많은 영화는 물론 ‘리차드3세’ 등 무대에도 꾸준히 서온 황정민이 맡았다. 신탁을 피해 갓 낳은 아이를 버리지만 되돌아온 진실에 절망하는 오이디푸스의 어머니 이오카스테 역은 TV와 무대를 종횡무진하는 배우 배해선이 연기한다.
‘메디아’, ‘비명자들2’ 등을 통해 연륜 넘치는 연기를 선보여온 남명렬은 진실을 알고자 하는 오이디푸스를 양치기에게 안내하는 코린토스 사자 역에 캐스팅됐다. ‘노트르담드 파리’, ‘안나 카레니나’ 등 많은 작품을 통해 깊이 있는 연기와 가창력을 인정받은 최수형은 이오카스테의 남동생이자 오이디푸스의 삼촌인 크레온으로 변신한다.
‘해롤드 앤 모드’, ‘로미오와 줄리엣’, ‘리차드3세’에 이어 샘컴퍼니가 네번째로 선보이는 이번 작품에는 섬세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서재형 연출과 제11회 차범석희곡상에 빛나는 한아름 작가콤비를 비롯해 뛰어난 공간활용과 미장센을 보여줘 온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등이 참여한다.
연극 ‘오이디푸스’의 1차 티켓은 오는 12월 11일(화) 인터파크에서 오픈된다.
글 : 김대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mdae@interpark.com)
사진 : 샘컴퍼니 제공
2018.11.30 / 조회 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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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자들의 'SOS' 사회의 고통 꿰뚫다
극단 고래 신작 연극 '비명자들2'
비명자 통해 사회의 고통 이야기
"사회적 의제 거리감 두고 표현"
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뉴스를 통해 들려오는 많은 소식 중 중 뼈저린 아픔에 공명을 느낀 사건을 하나둘 모아 이야기를 썼다. 이런 아픔이 왜 계속 생기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관객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연출가 이해성이 자신이 대표로 있는 극단 고래와 함께 신작 연극 ‘비명자들 2’(30일까지 나루아트센터)를 선보이고 있다.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비이성적인 존재가 돼버린 ‘비명자들’과 이들을 막기 위한 파사현정연구소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좀비와 흡사한 비명자들을 통해 장르영화 같은 흥미로운 스토리를 보여준다. 그러면서도 사회적 이슈를 담아 생각할 거리를 함께 던진다. 비명은 고통의 은유다. 고통은 곧 작품을 관통하는 테마다. 이 연출은 “고통에 대한 글을 쓰다 보니 영감이 하나씩 붙어 ‘비명자’가 탄생하게 됐다”면서 “‘비명은 SOS다’라는 어떤 철학자의 말처럼 자신의 고통을 도와달라고 타인에게 알리는 비명을 통해 사회의 고통을 이야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비명자들은 죽음 직전 자신이 고통에 빠진 이유를 이야기한다. 세월호 참사, 쌍용자동차 해고 사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 학교폭력문제 등 한국사회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사건·사고가 이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적 이슈를 관객에게 직접 들이밀지는 않는다. 이 연출은 “고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이를 피하게 된다”면서 “미학적인 방법으로 고통과 관객 사이에 거리감을 두고 이를 사유할 수 있게 하는 형식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안무와 음악의 활용이 눈에 띈다. 안무가 박이표가 배우들과 함께 3개월 동안 함께 연습하며 몸짓을 만들었다. 음악감독을 맡은 기타리스트 박석주,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김성배 등이 라이브 연주로 참여해 현장성을 살렸다. 남명렬·강애심·박완규 등 연륜 있는 배우들과 극단 고래의 젊은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꾸민다. 이 연출은 지난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에 저항하기 위해 연극인들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블랙텐트 극장장을 맡았다. 광장에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작품을 ‘2017 서울문화재단 공연장상주예술단체 육성지원사업’ 선정작으로 선보인다. 극단 고래는 지난해부터 광진문화재단의 상주예술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이 연출은 “상주예술단체로 한 해 적어도 2편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어 작품에 보다 열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약기간이 1년인데 기간이 조금 더 길었다면 보다 안정적인 작품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목에 ‘2’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이 3부작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3부작 중 2편이 먼저 무대화됐다. 이 연출이 극본을 직접 썼다. 그는 “5년 전쯤부터 초고를 쓰기 시작했는데 한 편으로는 내용을 다 담을 수 없다고 생각해 3부작을 기획하게 됐다”면서 “현재 1편의 초고까지 나온 상태이며 3편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명자들 2’는 열린 결말로 끝난다. 이 연출은 “모든 이야기는 3편에서 마무리되겠지만 아직 고통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 맺어질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종 계획은 내년과 내후년에 각각 1편과 3편을 올린 뒤 이를 묶어서 7시간의 연극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비명자들 2’는 사회적 이슈를 다루고 있지만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작품”이라면서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연극 ‘비명자들2’의 한 장면(사진=극단 고래).▶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11.27 / 조회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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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메디아’ 세계 3대 비극의 현대적 무대
국립극단이 연극 ‘메디아’를 명동예술극장 무대에서 선보인다. 연극 ‘메디아’는 전 세계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고 있는 그리스 고전이다. 연극 ‘메디아’는 작가 에우리피데스의의 작품으로 아이스킬로스와 소포클레스와 함께 당대 3대 비극 작가로 불린다. 작품은 주인공 메디아가 행복했던 과거의 기억과 욕망이 교차되며 결국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이 고전은 헝가리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가 동시대적으로 풀어내며 현대성을 갖춘 작품으로 탈바꿈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는 “메디아에 대한 관객들의 ‘공감’이 관건”이라고 밝히며 “인간이라면 한 번쯤 느낄 수 있는 끝없는 고립감과 공포, 분노에 초점을 맞춰 메디아를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릴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주인공 메디아 역은 격정적인 심리 변화를 표현해야 하는 만큼 여배우들에게 도전으로 꼽힌다. 이번 공연에는 배우 이혜영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고립되고 절망적인 심경의 여자를 과감하게 그릴 예정이다. 배우 남명렬은 메디아의 조력자격인 아이게우스 역을 맡았다. 배우 박완규는 메디아를 추방하려는 비정한 왕 크레온으로 분하고, 손상규는 참혹한 복수의 결과를 전하는 사자 역을 열연한다. 배우 하동준은 이아손 역을 맡아 자신의 출세를 위해 메디아를 배신하는 한 남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이번 무대는 패션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진태옥이 처음 연극 의상에 입문한다. 무대디자이너 박동우와 조명 디자이너 김창기는 현대적인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연극 ‘메디아’는 믿었던 사랑에는 배신당하고 이방인으로서 추방될 위기에 처한 메디아가 복수심에 가득 차 자신의 아이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비극적인 이야기다. 연극 ‘메디아’는 2월 24일부터 4월 2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사진제공_국립극단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7.02.15 / 조회 3,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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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혜영 "연기 거저 했더라, 메디아 일생일대 도전"
1년만에 국립극단 제작 '메디아'로 복귀
24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서 개막
헝가리 연출가 알폴디가 재해석
“낯선 신화 속 메디아 아니야”
패션계 진태옥 무대의상 첫 도전배우 이혜영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열린 연극 ‘메디아’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국립극단).[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신화 속 메디아가 동시대와 무슨 관련이 있냐고요. 천만의 말씀. 전혀 낯설지 않아요. 정말 재미있고요. 낯선 신화 속 ‘메디아’가 아닙니다.” 배우 이혜영(54)이 ‘갈매기’ 이후 1년 만에 국립극단 제작 연극 ‘메디아’로 돌아온다. 오는 24일부터 4월2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에우리피데스의 ‘메디아’에서 타이틀롤을 맡는다. 2012년 ‘헤다 가블러’, 2016년 ‘갈매기’를 통해 연극배우로서 각인시킨 이혜영은 이번 무대에서 모든 것을 잃고 고립되어버린 한 여자의 절망적 심경을 풀어낼 방침이다. 여배우라면 누구나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다. 13일 용산구 서계동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혜영은 “인간이 살면서 누구를 만나는 게 관건이라면 배우로서 ‘메디아’란 역할을 만난 것이 일생일대의 도전”이라면서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여자, 엄마, 인간, 배우로서 내 인생자체를 돌아보게 한 작품이다. 기쁘고 행복하게 작업하고 있다”며 작품에 큰 의미를 뒀다.고대 그리스 비극의 정수 ‘메디아’는 아이스킬로스, 소포클레스와 함께 고대 그리스의 3대 비극 작가로 불리는 에우리피데스의 역작이다. 주인공 ‘메디아’가 공주로서 살아온 과거의 ‘기억’과 자신을 버린 남편 이아손에 대한 ‘욕망’ 속 결국 파국을 맞는 비극적 내용을 담는다. 이혜영은 “무엇보다 연기를 이렇게 세련되게 하는 사람을 현실에서 마주본 것은 처음”이라며 연출을 맡은 헝가리의 배우 겸 연출가 로버트 알폴디에 대해 극찬했다. “알폴디는 놀라운 연기자이다. 그에게 한수 배웠다. 그동안 연기를 거저 해왔더라. 메디아가 끝나고 나면 굉장히 (연기) 좋아질 것 같다.”복귀작으로 ‘메디아’를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신화로만 알고 있던 메디아 대본을 받고 도대체 이 끔직하고 섬뜩한 이야기를 어떻게 표현할까.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면서도 “그런데 작업하면서 그녀가 너무 이해되더라. 하나도 이해 안 되는 게 없었다. 사랑, 고통, 복수, 그녀의 모든 것에 조금의 의심도 없다. 관객은 굉장히 열광하거나, 좋아할 것”이라고 웃었다.알폴디도 “이혜영은 머리를 잘 쓰는 배우다. 그에게서 용기를 얻는다”며 “메디아는 아주 아름다운 이야기면서 동시에 욕망과 열정을 말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으며 우리 모우 안에 존재한다. 연출도 배우도 모두 아주 솔직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귀띔했다.패션 1세대 진태옥이 이번 연극을 통해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한다. 진태옥은 “사실 작업참여를 결단하기까지 어려웠는데 연출이 멋있더라”며 농을 던지며 “이혜영 배우에 대해서도 항상 멋있다는 생각을 했다. 비극, 사랑도 있고 다방면을 가진 좋아하는 캐릭터다. 그 자리에서 오케이했다”고 말했다. 이어 진태옥은 “런웨이나 연극과 동일한 부분이 있더라. 컬렉션할 때는 나를 표현하지만 연극에선 배우와 연출, 작품의 성격을 배치한다는 것 외에 공통점이 많다. 메디아성격에 포커스를 맞췄다. 메디아의 여성적인 부분은 검정 벨벳, 실크 망토로 표현, 모든 것을 포기한 이미지는 붉은색 저지로 표현해 캐릭터를 충실하게 담았다”고 했다.이달 24일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하는 연극 ‘메디아’에서 무대 의상에 처음 도전하는 패션계 1세대 진태옥 의상 디자이너(왼쪽부터)와 연출을 맡은 로버트 알폴디를 비롯해 메디아 역을 맡은 배우 이혜영(사진=국립극단).▶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7.02.13 / 조회 3,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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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만에 돌아온 '슬픔의 노래'…김동수 vs 김석주
10월28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서 개막
원년 멤버와 뉴웨이브팀 두 페어로 무대 서
예술가의 역할과 인간 보편적 성찰 다룬다[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이 시대 예술가의 역할과 인간 보편적인 성찰을 다룬 연극 ‘슬픔의 노래’가 15년 만에 부활한다. 오는 10월 28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3관에서 원년 멤버와 새롭게 구성한 두 팀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작품은 제 26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정찬 소설이 원작이다. 1995년 초연한 뒤 5차례의 걸쳐 공연하는 동안 꾸준하게 작품성과 예술성을 인정 받았다. 복사지 1만 2000장을 허비할 만큼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는 극작가 오은희의 각색과 연극배우 출신인 김동수 연출의 작업을 통해 소설을 연극화시킨 작품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호평 받았다.‘슬픔의 노래’는 실제와 허구를 교묘히 직조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헨릭 구레츠키를 인터뷰하기 위해 폴란드로 간 신문사 기자이자 소설가인 ‘유성균’이 현지에서 만난 유학생 ‘박운형’, ‘민영수’의 사연을 들으면서 전개되는 이야기다. 고난의 체험을 생의 원천으로 살아가는 두 사람과 조국의 땅에서 망각으로 살아가는 유기자의 모습이 현재를 사는 우리 모습으로 투영하면서 극에 서서히 빠져들게 된다.원작 ‘슬픔의 노래’는 실존했던 현대 폴란드 대표 작곡가 헨릭 구레츠키의 교향곡 3번 제목을 그대로 옮겨왔다. 영화감독 크쥐시토프 키엘슬로브스키의 영화시리즈 ‘블루’, ‘화이트’, ‘레드’의 상징을 대변하는 듯한 배우 3인의 색채와 폴란드 연출가 그로토브스키가 주장한 가난한 연극을 향한 배우들의 에너지를 녹여낸 작품이라 할만하다. 이번 2016년 작품은 두 버전을 골라보는 재미를 선사한다. 1995년 초연부터 참여한 연출가 김동수와 배우 박지일·남명렬, 30여년 경력의 손성호로 구성한 레전드팀, 초연부터 스태프로 참여한 김석주가 연출이 되어 작업하는 뉴웨이브팀으로 나눠 배틀 아닌 배틀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02-589-1001.▶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9.26 / 조회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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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돌아온 '코펜하겐' 14일 개막
남명렬·서상원·이영숙 원캐스트로 출연
7월 14~31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연극 ‘코펜하겐’(사진=극단 청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세기 과학자들의 양심을 둘러싼 미스터리를 다룬 연극 ‘코펜하겐’이 1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6년 만에 관객을 만난다. 작품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미국과 독일 과학자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실제 사건을 다룬다. 1998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원자탄의 제조과정과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의 원리 등 널리 알려진 물리학의 개념을 주요 소재로 과학자가 갖는 철학적인 갈등과 고뇌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이번 공연에는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2009년과 2010년 공연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남명렬이 다시 한 번 ‘닐스 보어’ 역을 맡았다. 윤우영 연출은 “이번 공연은 작품을 보다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조명·영상·음악을 보완했다”며 “하이젠베르그가 왜 위험을 무릅쓰고 닐스 보어를 찾아갔는지 등 불확실한 세상을 살았던 천재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생에 집중했으면 한다”고 관람팁을 전했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7.12 / 조회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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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집착·욕망…소극장서 만나는 인간본성 셋
기대 '업' 올여름 소극장 연극 3편
'코펜하겐'…과학자 양심갈등 고백
서울공대 출신 극단 국내 첫 소개
'데블 인사이드'…세기말 惡순환성 그려
김태훈·박호산 등 웃음·긴장 동시에
'까사발렌티나'…하이힐 신은 남자
성소수자 편견 유쾌하게 풀어해외에서 호평받은 소극장 연극 ‘데블 인사이드’(위부터 시계방향) ‘까사발렌티나’ ‘코펜하겐’이 올여름 관객을 찾아왔다. 하이힐을 신은 남자 배우를 비롯해 스릴러와 코미디를 오가는 배우의 열연 등이 무대를 풍성하게 채운다(사진=극단 맨씨어터·아시아브릿지컨텐츠·극단 청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화려한 무대장치도 스타급 배우도 없지만 강한 매력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소극장 공연들이 있다. 6년째 흥행신화를 이어온 ‘마마 돈 크라이’(8월 28일까지 유니플렉스 2관)는 2010년 초연에서 입소문만으로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마성의 뮤지컬’이란 별칭을 얻었다. 두 형제의 끝나지 않은 한판 승부를 다룬 연극 ‘트루웨스트 리턴즈’(8월 28일까지 예그린씨어터) 역시 1994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이후 꾸준히 사랑받으며 앙코르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외에도 독특한 매력으로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소극장 연극 세 작품이 관객을 찾아왔다. 20세기 천재 물리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코펜하겐’(7월 14~31일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과 극단 맨씨어터의 스릴러 코미디 연극 ‘데블 인사이드’(7월 31일까지 아트원씨어터 2관), 김수로프로젝트 18탄으로 선보이는 ‘까사발렌티나’(9월 11일까지 DCF 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다. 연기파 배우들이 창조한 개성 넘치는 캐릭터, 허를 찌르는 연기, 지적인 매력으로 무장한 작품들이다. △서울대 공대생이 처음 소개…‘코펜하겐’‘코펜하겐’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재로 한다. 1998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30여개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미국과 독일 과학자가 첨예하게 대립했던 실제 사건을 다룬다. 원자탄의 제조과정과 불확정성 원리, 상보성의 원리 등 널리 알려진 물리학의 개념을 주요 소재로 과학자가 갖는 철학적인 갈등과 고뇌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흥미로운 점은 처음 ‘코펜하겐’을 국내에 소개한 곳이 서울대 공대 연극반 출신이 만든 극단 실극이란 것이다. 그때 그 단원들은 현재 대부분 기업의 CEO, 대학교수로 변신한 상태다. 극단 실극이 공연을 올릴 당시 객원연출을 맡은 인연으로 이번 공연에서도 지휘봉을 잡은 윤우영 연출은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며 “미래를 알 수 없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전하는 불확실한 삶에 관한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연극 ‘데블 인사이드’의 한 장면(사진=극단 맨씨어터).△“누구나 마음 속에 악마 하나쯤은”…‘데블 인사이드’1997년 뉴욕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데블 인사이드’는 퓰리처상(2007), 뉴욕드라마비평가상(2011)을 수상한 미국 작가 데이비드 레인지-어바이어의 데뷔작이다. 산행 중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알고 있던 아버지의 죽음이 사실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것이란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작하는 악의 순환성을 그린다. 침수한 도시, 넘쳐나는 쓰레기, 사람을 물어뜯는 굶주린 개 등 도덕과 질서가 무너진 혼란스러운 세기말을 배경으로 여섯 명의 등장인물은 오로지 자신들의 욕망에만 집착한다. 그렇게 끔찍한 상황 속에서도 배우들은 일방적 대화, 우연과 필연이 얽힌 설정 등으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폭소가 터지게 한다. 오싹한 긴장감을 웃음과 함께 선사하는 이들은 연기파 배우 김태훈·박호산·우현주 등이다. 배우들은 과장된 상황과 캐릭터로 스릴러와 코미디의 간극을 오가며 색다른 연극적 재미를 선사할 예정이다. 연극 ‘데블 인사이드’의 한 장면(사진=극단 맨씨어터).△하이힐·스커트 입은 여장남자…‘까사발렌티나’1962년 뉴욕 캐츠킬산맥에 있는 한 리조트 ‘슈발리에 데옹’에 모인 일곱 남자가 심상치 않다. 좀더 완벽한 여장을 하기 위해 이들은 곱게 화장을 하고 예쁜 드레스를 입으며 하이힐을 신는다. 나이도 직업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크로스 드레서’(Cross-Dresser)라는 은밀한 취미를 갖고 있다. ‘까사발렌티나’는 이성의 복장을 즐기는 사람을 뜻하는 크로스 드레서를 소재로 한다. 1960년대 미국의 화려한 의상, 매력적인 배우들의 파격적인 여장 모습이 더해져 신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뮤지컬 ‘라카지’ ‘킹키부츠’ ‘뉴시즈’ 등을 집필한 미국 최고의 극작가 ‘하비 피어스타인’이 극본을 썼다. 크로스 드레서와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시선과 오해를 유쾌하고 도발적으로 풀어냈다. 2014년 토니어워드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한 것을 비롯해 드라마데스크어워드 남자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바 있다. 성종완 연출은 “우리는 크로스 드레서, 동성애자는 물론이고 사실 모든 사람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살아간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어렵다는 작가의 가치관이 고스란히 반영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까사발렌티나’의 한 장면(사진=아시아브릿지컨텐츠).▶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7.12 / 조회 2,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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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코펜하겐' 6년 만에 다루는 '과학자들의 양심'
연극 ‘코펜하겐’이 6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오른다. 연극 ‘코펜하겐’은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대립했던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작품은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그렸다. 공연은 1998년 영국에서 초연된 이후 지금까지 약 30여 국가의 언어로 공연되고 있다. 연극 ‘코펜하겐’은 실존 인물을 캐릭터로 설정했다. 실존 인물들은 핵분열과 원자탄의 제조과정, 불확정성원리와 상보성의 원리 등 널리 알려진 물리학의 개념들을 쉽게 풀어내고자 했다. 연극 ‘코펜하겐’의 메인포스터는 ‘닐스 보어’, ‘하이젠베르그’ 그리고 ‘마그리트’ 등 세 명의 등장인물 각자 내면의 깊은 고민을 품고 있는 듯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이는 진지함을 넘어서 비장함마저 감도는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공연에는 배우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배우 남명렬은 지난 2009년과 2010년 ‘코펜하겐’에 이어 ‘닐스 보어’를 연기한다. ‘하이젠베르그’ 역은 배우 서상원이 캐스팅됐다. ‘마그리트’ 역은 이영숙이 열연한다. 연극 ‘코펜하겐’은 7월 14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6.06.27 / 조회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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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물리학자를 둘러싼 미스터리…'코펜하겐' 돌아왔다
6년 만에 앙코르
7월 14~31일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국내외서 작품성을 인정 받았던 연극 ‘코펜하겐’이 6년 만에 앙코르 공연을 올린다. 20세기 물리학을 꽃피우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당대 최고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를 둘러싼 미스터리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 1998년 영국에서 초연한 이후 지금까지 약 30여개 국가에서 공연되고 있다. ‘과학자의 양심’을 두고 실제 미국과 독일 과학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실제 사건을 다룬다. 원자탄의 제조과정과 불확정성원리, 상보성의 원리 등 널리 알려진 물리학의 개념들을 주요 소재로 학자들이 갖는 철학적인 갈등과 고뇌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극 중 캐릭터를 설정했고, 생명과학·로봇공학 등 우리 사회와 밀접하게 맞닿아 있는 과학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배우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7월 14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한다. 6월 24일부터 7월 10일까지 공연 예매 시 50%의 사전 예매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당신의 생활 속 언제 어디서나 이데일리 ‘신문 PDF바로보기’▶ 스마트 경제종합방송 ‘이데일리 TV’ | 모바일 투자정보 ‘투자플러스’▶ 실시간 뉴스와 속보 ‘모바일 뉴스 앱’ | 모바일 주식 매매 ‘MP트래블러Ⅱ’▶ 전문가를 위한 국내 최상의 금융정보단말기 ‘이데일리 마켓포인트 3.0’ | ‘이데일리 본드웹 2.0’▶ 증권전문가방송 ‘이데일리 ON’ 1666-2200 | ‘ON스탁론’ 1599-2203<ⓒ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2016.06.22 / 조회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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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연극 ‘아버지와 아들’…혼재하는 오늘을 담다
연극의 기원에서 찾을 수 있는 변하지 않는 진리 연극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 시대 디오니소스 신을 기리기 위한 제의에서 파생된 노래와 춤에서 찾을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제우스와 세멜레의 아들로 생명력과 포도주를 다스리는 신이다. 따라서 그는 풍요와 삶을 상징하며, 사람들 사이에서 삶을 있는 그대로 포용하는 신이라 일컬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술을 마신 뒤 느끼는 감정인 ‘도취’의 정서가 제의에서 행해지는 춤과 노래에서도 반영되었다고 기록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때의 연극은 오늘날의 것과는 상이한 모습 일 것이다. 하지만 디오니소스 제의가 인간 삶의 영위를 위해 신에게 청탁을 드리는 범국가적인 행사였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이러한 도취의 정서는 인간 삶의 적나라한 단면을 연극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볼 수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현실을 ‘재현’한 것으로 간주할 수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수 많은 연극이 인간의 삶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인간은 당대의 이야기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리스 시대의 연극을 다시 관람하고, 전 세계의 수 많은 연출가들이 오늘날에도 셰익스피어 작품을 두고 고민을 한다. 시대를 막론하고 연극에서 나오는 인간 군상은 비슷한 패턴으로 범주화되기 때문일 것이다. 삶의 현장의 미쟝센만이 다를 뿐 인간이 겪는 갈등과 화합의 구도는 인류가 탄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진리처럼 존재한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좋은 작품의 판단기준은 역시나 시의성 따라서 어떤 작품이 좋은 작품인가에 대한 질문에 명확히 답변하자면 다른 배경, 다른 표현 안에서도 ‘시의성’을 부여해야 한다는 언급만이 가능하다. 시?공간을 초월한 인간 군상을 내포하는 작품이 널리 표현되는 진리로써 인류에게 유의미한 작품으로 역할하기 때문이다. 2015년 9월, 서울에서 공연된 연극 ‘아버지와 아들’은 분명 1895년 농노 해방 무렵을 시대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이 작품이 오늘의 관객에게 가치있는 이유는 이 작품이 현대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시대상과 과거를 중첩시켜 시의성의여지를 주는 다양한 담론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인물의 갈등과 화합을 그린 연극은 상당히 많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희곡 세 자매의 경우만 봐도 근대에서 현대로 격변하는 시대 상황에 놓인 사회 구성원들의 모습을 세 자매라는 개인들로 치환하여 다양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대에 대한 논쟁, 거기에서 생겨난 담론에 대한 치열함 속에서 관객은 연극의 오늘날 우리 사회가 봉착한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동일하게 느끼게 해주는 작품은 많지 않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이 여타의 러시아 작품보다 오늘을 사는 관객에게 더 큰 시의성을 주는 이유는 바로 이런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시대 담론에 대한 여러 접근 보통 시대의식에 대해 가감없이 드러내고자 한다면 사실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희곡에서 묘사하는 그대로 무대 위에 작품을 ‘찍어내려고’ 노력하는데 급급하다. 지나친 일반화일 수도 있지만, 번역극들의 경우 표현의 방식이 ‘재현’에 그치는 경우 타 문화, 타 지역에 대해 몰이해한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 몰입도를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도 소위 ‘사실적인’ 재현이 무대 곳곳에 등장한다. 인물들이 입고 있는 의상이나, 무대 중앙 공중에 달린 샹들리에, 파티에서 남녀가 사교춤을 추는 장면 등을 통해 쉽게 알 수 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이 작품이 관객으로 하여금 감정의 극적 몰입을 이끌 수 있었던 요소는 대사의 처리이다. 번역투 대사를 그대로 차용할 경우 가진 ‘동화책’을 읽는 듯한 어색함을 떨치기 위해 인물의 말을 구어체와 문어체를 혼재하도록 작업한 흔적이 눈에 띈다. 의상이나 대도구 등으로 시대성을 살리면서도 관객의 이해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시대 담론에 대한 논쟁을 다양한 접근으로 대체함으로써 관객으로부터 설득력을 부여받은 것이다. 상징적인 미쟝센의 대비를 통한 주제의식의 강화 그런가 하면 상징적인 미쟝센을 활용하여 작품의 메시지를 더욱 강력하게 부각한 지점도 있다. 하얀색과 초록색의 색채 대비가 강렬한 무대 세트가 바로 그 부분이다. 무대 양 옆으로는 하얗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져있고, 무대 전면 바닥에는 푸른 잔디가 깔려져 있다. 그런데 푸른 잔디 위에서는 아르까지와 바자로프를 포함한 신세대로 대변되는 인물들이 주로 말과 행동을 하고 앙상한 나무가 심어진 무대 중심부에는 구세대의 전형으로 등장하는 아버지와 큰 아버지가 연기를 한다. 이는 배우들의 동선을 통해 세대의 갈등과 그 경계를 상징적으로 언급하기 위해 이러한 무대 미쟝센을 연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구세대와 신세대의 경계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작품은 사실적인 구현과 상징의 혼합적 표현을 활용한다. 이러한 맥락은 작품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두드러지는데 메시지의 중심에는 ‘세대교체’문제가 대두된다. 유산계급으로 치환되는 아르까디의 집안과 무산계급으로 대변되는 바자로프의 집안을 번갈아 조명하는 형식으로 세대 갈등에 대한 견해 자체에 대한 언급 뿐 만아니라 세대 내부에서 일어나는 계급 간 견해 차이까지 감각적으로 그려낸다.아르까디의 집안은 자본가의 집으로써 구세대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를 중심으로 사회 개혁에 대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며 이념에 대한 강제력을 드러낸다. 그러므로 모든 사회적 움직임이 의미가 없다고 주장하는 바자로프는 신세대의 전형으로 그려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큰 아버지와 대립한다. 반면에 무산계급으로 그려지는 바자로프의 집안은 ‘아들을 숭배한다’는 표현을 쓰는 바자로프의 부모들을 통해 구세대가 신세대와 화합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점을 드러낸다. 구세대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무산계급 또한 갈등을 겪는데 사회 모순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구세대의 긍정성을 바보스럽다고 여기는 바자로프의 견해 때문이다. 신세대의 사회를 대하는 방식과 무산계급 구세대의 이념 또한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것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아버지 세대가 계급 간에 다른 양상을 보인 것처럼 아들 세대에서도 다른 양상을 읽어낼 수 있다. 아르까디와 바자로프는 공통적으로 모든 것을 부정하고, ‘의미 없음’에서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니힐리즘을 신봉한다. 하지만 자본가의 아들 아르까디는 바자로프와 달리 구세대가 쌓아놓은 역사적 맥락에 대한 인정은 한다. 구세대의 전형으로 대변되는 큰 아버지가 알 수 없는 불어를 읊조리며 책상에 앉아 늘 지나간 이론들과 씨름하는 것에 대해 모두가 그를 비웃지만 아르까디는 그의 과거 업적에 대해는 부정도, 비판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자로프는 그런 모든 것들을 부정한다. 상류 집안은 ‘신사적임, 점잖음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는 그의 대사를 통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는 이 두 청년이 사랑이라는 감정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대해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아르까디는 결국 자신과 비슷한 유산계급의 발랄한 여자 까쟈와 결혼하고, 무산계급이었다가 남편에 의해 자본가가 된 안나에게 사랑을 느끼는 바자로프는 그녀와 자신 사이에서 사상적 공통분모를 찾고나서 그녀에게 깊은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만 현실에 놓인 벽을 스스로 더 높이 쌓고 이루어지지 못하는 결말을 맞이하기 때문이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 공연 모습_국립극장 제공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폭로 결론만 보면 극단적 진보주의 청년 바자로프의 죽음 이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주변인들의 모습을 통해 비극적이고 모순적인 삶의 모습을 드러낸 것이 이 작품의 현 주소이다. 이 작품이 우리 시대의 담론을 그려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보면 바자로프의 죽음은 개혁가의 죽음으로 결론지을 수 있으므로 희망이 죽은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바자로프가 죽은지 얼마 되지 않아 열린 아르까디 부자의 결혼식에서 피로연을 즐기는 사람들 사이로 그의 뜻을 받들겠다는 유산계급 아르까디의 모습이 드러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식 도중에 바자로프를 대신해 니힐리즘을 계승하겠다고 부르짖는 아르까디의 말이 신빙성 있는가 이다. 수 많은 아르까디가 오늘날까지 존재했겠지만 과연 문제 해결을 할 수나 있을 것인가에 대해 물을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아들이 한 날에 결혼하는 비논리적인 세상에 대한 단면, 그리고 개혁의 목소리를 시끌벅적한 축제로 무마하려는 부패적 삶의 모습, 진실을 마주했을 때 도망가려는 현상에 대한 단면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드러난 부분이 결혼식 장면이다. 따라서 우리의 삶이 어떠한지를 가장 강렬하게 쏟아내는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은 스스로 가장 큰 동요와 심정적 자극을 받을 것이다.나여랑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5.09.14 / 조회 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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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과 사랑 그린 <아버지와 아들> 개막
어느 누구보다 가깝지만 또 그 속을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그린 연극 이 가을의 시작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제작진과 배우들은 지난 2일 프레스 리허설을 열고,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연극 은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이반 투르게네프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아일랜드의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재창작한 작품이다. 이번 공연은 이성열 연출의 지휘로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김호정, 윤정섭, 이명행 등 배우들의 신구 조화가 돋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공연은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인들에게 땅을 나눠주고 농지경영에는 속수무책인 아버지 니꼴라이와 큰아버지 빠벨이 사는 고향 농장에 대학을 막 졸업한 아들 아르까디가 혁명을 꿈꾸는 친구 바자로프와 함께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일은 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큰아버지 빠벨은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바자로프가 마음에 들지 않아 사사건건 부딪치고, 아르까디와 바자로프의 환영 파티에 아름답고 매력적인 여성사업가 안나가 방문하면서 평범하고 조용했던 러시아 농가는 시끌벅적해진다.이날 리허설을 통해 아버지 세대를 대표하는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는 각각 우리네 아버지의 모습을 사실감있게 보여줬으며, 윤정섭, 이명행은 아들 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분해 세상을 바꾸려는 열정이 가득한 젊은이의 모습을 표현했다. 베테랑 배우들이 펼치는 힘 있고 안정적인 연기는 극의 몰입감을 한껏 끌어올린다. 세대 간의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는 170분이라는 다소 긴 시간 동안 지루할 수도 있지만 삶에 대한 밀도 있는 묘사와 배우들의 열연에 힘을 얻어 무대 위에서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글: 강진이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jini21@interpark.com)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5.09.04 / 조회 8,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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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 갈등과 화해, 다른 경지로 보여줘…<아버지와 아들>
한 소년의 비정상적인 첫사랑을 그린 소설 으로도 유명한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이 연극 무대로 소개된다. '아일랜드의 체홉'이라 불리며 등의 작품을 쓴 극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이반 투르게네프의 소설을 희곡으로 재탄생시킨 이 오는 9월 관객들과 만난다. 지난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는 이 작품의 국내 연출을 맡은 이성열을 비롯해 오영수, 남명렬, 유연수, 이명행, 윤정섭 등 출연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은 1862년 발표된 소설로, 등장 인물 중 한 명인 급진적 지식인 바자로프를 '니힐리스트'라 수식하며, 환멸에 젖은 청년 지식인의 허무주의 특성을 수면 위로 떠올린 작품이기도 하다. 농노 해방을 앞두고 세대 간 갈등이 극에 달했던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관념과 이상의 세대인 아버지들과 행동과 혁명의 세대인 아들들의 갈등을 다뤄 화제를 모았으며, 아일랜드의 작가 브라이언 프리엘이 희곡으로 재창조해 1987년 연극이 런던에서 초연되기도 했다. 아버지 세대바실리 역의 오영수, 나꼴라이 역의 유연수, 빠벨 역의 남명렬(왼쪽부터)이성열 연출은 한국 공연을 앞두고 "러시아의 정치상황 등의 부분은 낮추는 대신 보편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갈등, 화해, 용서, 이해 등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욱 극적인 소설 속 장면들이 희곡에서는 일상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고 목가적으로 표현될 것을 예고하며, "브라이언 프리엘은 아주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을 낯설어 보이게 하고 있어 이런 부분이 체홉과 닮았다."고 덧붙였다. 일상이 가진 불안함, 꿈이 사라진 세상의 들뜬 표정이 아이러니하게 관객들에게 다가갈 것이라는 예고다. 또한 "그간 모녀의 갈등을 다룬 작품은 많았지만 부자 간의 갈등을 담거나 이들의 화해까지 다룬 작품은 많지 않았다."며 이 가진 남다른 위치를 강조하며, "극중에서 바자로프가 죽음으로서 모든 화해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러한 자기 희생은 이 작품이 가진 힘이자 다른 작품에서 이루지 못한 경지"라고 강조했다. 아들 세대 - 아르까디 역의 이명행, 바자로프 역의 윤정섭(왼쪽부터)제목처럼 극의 중심에는 아버지들과 아들들이 있다. 촌스럽고 보수적인 아버지지만 아들에 대한 사랑이 큰 바실리는 오영수가,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신지식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는 또 한 명의 아버지 니꼴라이는 유연수가 맡는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니힐리스트 바자로프 역은 윤정섭이, 그의 친구이자 진보적 성향을 지녔으나 결국 계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아버지로부터 농장을 물려받는 아르까디 역은 이명행이 나선다. 아버지 세대이나 일하지 않고 책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이상주의자로, 니꼴라이의 형인 빠벨은 남명렬이 분한다. 자신이 부르짖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사이에서 괴리와 모순을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이 인간의 본질을 더욱 깊게 파고든다는 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립극단 제작으로 오는 9월 2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국립극단 제공
2015.08.20 / 조회 7,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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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한 소통을 하고 있나요?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개막
사랑이라는 이름 뒤에 무관심과 이기심을 감춘 가족의 모순을 그린 연극 이 지난 8일 개막했다. 이 연극의 제작진은 개막 4일째인 11일 작품의 전막을 언론에 공개했다. 영국 극작가 니나 레인(Nina Raine)이 쓴 은 2010년 영국에서 초연되며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이끌어낸 작품으로, 청각장애인 빌리와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관계를 통해 진정한 소통이 결여된 모순된 가족의 모습을 통렬하게 꼬집는다. 국내에서는 올해 처음으로 무대에 오른 이 작품에서는 의 박정희 연출이 지휘를 맡았고, 남명렬과 남기애가 각각 빌리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김준원과 방진의가 빌리의 형 다니엘과 누나 루스를 각각 맡았다. 빌리와 그의 청각장애인 여자친구 실비아는 이재균과 정운선이 연기한다. 연극은 빌리의 가족이 각기 문학과 음악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뽐내며 격렬히 토론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자신만의 원칙을 가족들에게 강요하는 아버지 크리스토퍼와 추리소설가 어머니 베스, 석사 논문을 준비하는 다니엘과 오페라가수 지망생 루스는 모두 빌리를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빌리가 청각장애인인 것을 부정하며 빌리에게 비장애인처럼 듣고 말할 것을 요구한다. 빌리를 둘러싼 가족들의 이기심은 빌리가 서서히 청각을 잃어가는 여자친구 실비아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표면 위로 드러난다. 실비아를 통해 수화를 배우고 직업까지 갖게 된 빌리는 자신이 가족으로부터 진정한 지지와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고 분노한다. 150분간 밀도 높은 연기를 펼친 배우들은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각기 출연 소감을 밝혔다. 남명렬은 이 연극의 원제목이 ‘가족’이 아닌 ‘트라이브스(tribes, 부족)’임을 상기시키며 “가족이라고 하면 보통 따뜻한 느낌을 떠올리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족도 그저 개개인으로 살아간다. 서로 사랑한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기 방식대로 사랑하고 소통하는 가족의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연극”이라고 설명했다. 극중 맡은 역할처럼 실제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남기애 또한 “작가가 개인이 가진 배타성을 이야기하고자 ‘트라이브스’라는 제목을 지은 것 같다.”며 “그 의미를 계속 생각하면서 역할분석을 했다.”고 말했다. 에 이어 두 번째로 연극에 출연하게 된 이재균은 선배들 못지 않게 흡입력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1년 전 이 연극의 대본을 받았다는 그는 “모험이지만 꼭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각장애인 빌리를 연기하기 위해 수화도 배우고 많은 연구를 했다는 그는 “청각장애인이 어떻게 세상을 느끼고 생각하는지 이해하기까지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말이 아닌 눈과 마음으로 얘기를 하는 법에 대해서도 많이 배운 것 같다.”고 전했다. 빌리의 누나 루스로 분한 방진의는 이번 연극출연에 대한 큰 만족감을 표했다. 그간 많은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해온 그녀는 오페라가수가 되기를 원하지만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 괴로워하는 루스의 괴로움과 애정결핍에 상당부분 공감했다고. 방진의는 “평소에 내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노력을 많이 하는 스타일이라서 루스를 연기하고 고민하는 동안 행복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의 박정희 연출은 “처음에는 이 연극이 청각장애인이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할수록 ‘거울 같은 작품’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네 가족을 비추는 거울 혹은 사회적으로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일 수도 있고, 나 자신에 대한 거울이 될 수도 있다.”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한 소통에 대해 곱씹어볼 것을 권했다. 공연은 오는 12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펼쳐진다. 글: 박인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iapark@interpark.com) 사진: 기준서(www.studiochoon.com)
2014.11.16 / 조회 7,7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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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로 상대방 이야기를 듣고 있나요? <가족이란 이름의 부족: 트라이브스> 11월 개막
자신만의 논리로 무장해 쉼 없이 서로의 의견을 쏟아내고 비난, 비판을 일삼는 가족 안에서 청각장애인 막내 아들은 어떤 존재로 자리하는가. 진정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지, 현대 사회인들에게 물음을 던지고 있는 연극 가 오는 11월 예술의전당에서 개막한다. 2010년 영국 로열 코트 씨어터에서 초연한 (원제 는 2006년 연극 을 통해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드 등에서 '가장 촉망받는 극작가상'을 수상한 젊은 기대주 니나 레인의 작이다. 청각장애인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작가는, 공동체, 언어, 소통이라는 소재를 가족이라는 형태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예술의전당과 노네임씨어터컴퍼니가 공동 제작하는 이번 작품에서, 집안의 가장이자 자신이 알고 있는 언어적 지식을 총동원해 사람들을 공격하는 크리스토퍼 역에 남명렬이 캐스팅되었으며, 그의 아내이자 이기적인 가족 구성원 중에서 유일하게 모든 가족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베스 역엔 남기애가 낙점되었다. 언어에 관한 석사 논문을 준비 중으로 대마초와 항우울제를 수시로 복용하는 큰아들 다니엘 역은 김준원이, 가족 중 유일하게 언어와 관련되지 않은 일을 하는 오페라가수 지망생 루스 역은 방진이가 맡았다. 또한 날 때부터 청작 장애인으로 평생 가족들의 대화 방식에 맞춰 살아오다 여자친구 실비아를 통해 자신의 언어를 찾은 막내 아들 빌리 역은 이재균이, 빌리의 여자친구로 점차 청력을 읽어가는 수화통역사 실비아 역은 정운선이 그려낼 예정이다. 연극 등을 만들어온 박정희 연출과 뮤지컬 , 연극 등 다수의 묵직한 무대를 만들어온 무대디자이너 박동우 등이 참여한다. 오는 11월 8일부터 12월 14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며 9월 16일 오후 2시부터 프리뷰 티켓 예매가 가능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4.09.16 / 조회 7,0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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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숨막히는 여운과 친밀함 사이
강한 바람이 불어왔을 때 꺾이지 않는 것은 유연한 것들이다. 자연스럽게 몸을 굽혀 바람을 맞이하고 뿌리의 힘을 받아 다시 서는 모습이 단명하지 않는 힘이며 비결이다. 셰익스피어가 쓴 이 지금까지 쉼 없이 고전의 정수로 꼽히며 무대에 서는 까닭은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등 주옥 같은 명대사들, 강렬한 캐릭터들이 탄탄한 뿌리로 지탱하는 동시에 많은 부분들이 시대와 무대에 맞게 변주되며 현재의 생명력이 더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은 변주의 운명을 타고난 것일 수도 있다. 1600년 전후로 추정되는 불분명한 저작연도를 비롯, 다수의 판본, 희곡상 뚜렷한 판단으로 그려내기 모호한 부분들이 많다는 점은 매번 무대를 만드려는 이들의 이해와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또 다른 줄기를 찾아내게 만든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오경택 연출의 도 마찬가지다. 무대, 의상 등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많은 부분들이 그 시대의 고증 대신 오늘날의 감각을 따르고 있으며, 인물에 새로운 결을 그려내는 노력도 확실히 드러난다. 특히 어두움이 가득한 빈 무대, 뒷면에 매달린 수많은 사각 철제 합판 조각이 작품의 이미지를 지배하는 것이 돋보인다. 쉼 없이 '너는 누구인가', '나는 누구인가'를 되묻듯 극중 인물들을 비춰내는 수 많은 거울이 되기도 하는 철제 조각은 인물들의 등퇴장 통로로도 활용되며, 이때 판을 거두고 내리는 과정에서 나는 판이 휘어지는 소리, 날카로운 바람이 매섭게 날아와 부딪히는 것 같은 소리는 극의 긴장과 빠른 전개감을 더욱 고조시키는 음향 효과로도 작용한다. 햄릿 주변 인물들의 결을 더욱 풍성히 새긴 것도 신선하다. 독배를 든 거투르드(서주희 분)의 의연함과 햄릿을 향한 당부의 말은 여인으로서의 욕망이 모성에 패배했음을 보여주는 '어머니'에 가까웠고, 조심스럽지만 사랑의 웃음을 숨기지 않는 오필리어(전경수 분)는 과거 여러 모습과 달리 더욱 발랄한 모습이다. 특히 왕과 결탁하여 햄릿을 해하려는 악인으로 전락하는 모습에서 벗어난 폴로니어스(김학철 분)는 그의 희극성이 더욱 부각되어 극 전체에 쉼표와 웃음의 공간을 마련하고도 있다. 이는 이 관객들과 더욱 가깝고 친근하게 만나게 되는 길이 되어 주고 있고 관객들 역시 십분 무대를 즐기며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햄릿(정보석 분) 또한 그간 흔히 만나왔던 지독히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모습이 아닌, 상황에 즉각 분노하고 더욱 명민하고 민첩하게 행동하는 자의 모습이었다. 빠른 전개와 극과 극의 인물이 대치되며 벌어지는 순간의 파열음이 강하다. 그의 고뇌는 자신 안에 갇히지 않고, 관객들의 머리와 가슴을 향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더욱 무대로 이끌리는 지점이나, 무대를 지배하는 아슬한 기운과 빈 공간을 밀도 높게 채우는 여운은 덜하다. 결국 매번 이 다양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주는 햄릿의 고뇌를 침범할 수 없으며, 그의 고뇌는 언제나 작품 전체를 압도하는 거대한 감흥의 중심이 된다. 많은 시도와 현대적인 조합 역시 '성격이 운명이다'는 셰익스피어의 명제 안에서 운신한다. 기본 캐릭터와 구조가 가진 어마어마한 힘이다. 그 밖의 인물들에게 칠하는 새로운 색과 시선이 작품에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어려운 것은 아마도 이 가진 태생적인 특성 때문일 것이리라. 정보석, 남명렬, 서주희, 김학철, 박완규 등 배우들의 농밀한 연기는 관객들을 충분히 설득하고 있다. 의심할 필요가 없는 배우들이다. 그러나 캐릭터와 무대 등에 부여된 나름 탄탄한 의미들이 기본적으로 이 갖는 강렬한 이미지를 덜어낸 느낌이 크다. 오늘날 고전을 논하는 의의를 '동시대성의 발견'에 두고 있다는 연출가의 의도는 성공한 듯 하나 에서 기대하게 되는 치열한 번뇌의 모습과 오랜 잔상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재)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2.13 / 조회 1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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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불안 닮은 <햄릿> “인간의 모습 최대한 보여줄 것”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독백으로도 유명한, 전세계 문학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연극 이 연말 명동예술극장 무대에 오른다. 1601년 경으로 추정되는 때에 탄생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중 하나로 덴마크의 왕자 햄릿의 고뇌를 그린 이 작품은 그간 수 많은 형태로 전세계에서 공연되어 왔으며, 주인공 햄릿의 복잡한 정신세계는 다수의 철학자, 예술가 등의 연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번 의 연출을 맡은 오경택은 “고전에서 동시대적인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핵심적 화두라고 생각한다”면서 햄릿에게서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낼 것을 예고하고 있다. “우리 세계는 더욱 발전되었고 다채로워졌으나, 정작 ‘내’가 할 일이 없어 사회의 일원이 되기 어렵고, 어떻게 살지 막막하여 방황하는 젊은이들을 보여주고 싶다.” 또한 원작에 충실하되 인간의 모습을 최대한 보여주길 의도하고 있는 오 연출은 그간의 작품들이 햄릿에만 집중되었던 것을 지적하며 “햄릿 주변인물들의 숨겨진 모습과 관계들을 드러내려고 의도했다”고 한다. 오필리어의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과 독이 든 술잔을 드는 거투르드의 의도 등 여성 캐릭터들의 입체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기를 시작하면서부터 햄릿에 대한 꿈이 있었다는 정보석은 이번 작품을 통해 그 꿈을 이루게 되었다. “햄릿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무정형적인, 언제 어떻게 튈지 모르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햄릿이 미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미치기 직전까지 가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근대사에서 가장 부침이 심했던 80년대에 대학을 다녔는데 당시 사회와 나라를 위해 나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지 못해 꼬리에 따라다니며 스스로를 위로했던, 그러한 모습들이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매 장면들마다 날것의 감정이 드러나는 햄릿을 시도할 것이다.” 자신의 형을 죽이고 햄릿까지 없애버리려고 하는 클로디어스 역은 등의 남명렬이 맡으며, 오필리어의 아버지이자 재상 폴로니어스는 14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김학철이 분한다. 또한 햄릿의 어머니 거투르드 역의 서주희, 햄릿의 연인 오필리어 역의 전경수, 죽은 아버지와 동생의 복수를 위해 햄릿과 결투를 벌이는 레어티즈 역의 박완규도 만날 수 있다. 12월 7일 공연 후엔 오경택 연출, 정보석을 비롯한 배우들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9일, 10일 공연 전에 작품을 더욱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는 강의도 준비되어 있다. 연극 은 오는 12월 4일부터 29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명동예술극장 제공
2013.11.19 / 조회 1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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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료임박] 이대로 놓치기 아까운 연극 ‘필로우맨’, ‘꿈’
탄탄한 작품성과 신선한 소재로 사랑 받아 온 두 편의 연극 ‘필로우맨’과 ‘꿈’이 다음 주 막을 내린다. 연극 ‘필로우맨’은 한 소녀의 살인사건의 진실을 펼치는 파헤치며 드러나는 이야기다. ‘21C 천재 예술가’라 불리는 극작가 마틴 맥도너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연극 ‘꿈’은 2012 국립극단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첫 번째 작품이다. 오래된 사찰 낙산사를 배경으로 신라 시대와 식민지 시기의 이야기를 절묘하게 엮었다. 이번 주 무대에 마음이 동한다면 이대로 보내기 아까운 연극 한 편은 어떨까.‘모든 것은 이야기다’연극 ‘필로우맨’9월 15일(토)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연극 ‘필로우맨’은 9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공연된다. 이번 공연은 ‘작품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연이은 매진사례를 기록하고 있다.이번 공연은 2003년 초연 후 5년 만에 다시 공연된다. 작품은 살인사건에 얽힌 한 형제와 그들을 취조하는 형사들의 진실 공방 속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스토리텔러 카투리안은 이야기를 쓰는 작가다. 그는 지능이 어린아이에 머물러 있는 형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카투리안의 이야기와 동일한 수법으로 살인이 일어난다. 형사 투폴스키와 에리얼은 카투리안과 그의 형을 용의자로 지목해 취조를 시작한다. 2012년 연극 ‘필로우맨’은 무대 위에서 카루리안의 이야기를 강렬한 영상으로 구현한다. 주인공 카투리안은 극 중 스토리텔러로 등장해 영상과 긴밀한 호흡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번 무대는 뮤지컬 ‘엣지스’, ‘마이 스케어리 걸’, 연극 ‘레인맨’, ‘날 보러와요’ 등을 연출했던 변정주가 맡는다. 배우들은 주인공이자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카투리안 역에 김준원이 출연한다. 노련하고 냉정한 형사 반장 투폴스키 역은 손종학이 함께한다. 카투리안의 형 마이클 역은 이현철이,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형사 에리얼 역에는 조운이 열연을 펼친다. 신라와 일제시대를 넘나드는 ‘꿈’연극 ‘꿈’9월 16일(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연극 ‘꿈’은 9월 16일(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강신일, 남명렬 등 관록의 연기파 배우들과 김명화 작가, 최용훈 연출가 등의 창작진이 함께했다.연극 ‘꿈’은 ‘삼국유사 탑상’ 중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신’을 모티브로 한다. 삼국유사의 인물과 꿈을 소재로 글을 쓴 이광수와 최남선이 등장해 두 시대의 연관성을 부여한다. 춘원 이광수는 친일분자라는 비판을 받으며 불안과 번뇌에 휩싸인다. 이 과정에서 춘원 이광수는 삼국유사의 조신지몽을 소재로 작품을 쓰며 자신과 조신을 동일시한다.작품은 신라 시대와 식민지 시기를 신화적 상상력과 역사적 고증을 통해 절묘하게 엮는다. 시공간을 뛰어넘는 무대 설정을 통해 몽환적인 무대 분위기를 연출한다. 정지혜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9.06 / 조회 4,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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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 ‘한국의 판타지, 삼국유사에서 상상한다’
승려 일연이 신라, 고구려, 백제 3국의 유사를 모은 역사서, 삼국유사 속 이야기가 현대적인 해석과 메시지를 담은 새로운 연극으로 탄생한다. 오는 9월 1일부터 12월 9일까지 국립극단은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이름으로 총 5편의 연극을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역사, 불교, 판타지의 세계가 야사, 민담 등을 통해 표현되고 있는 삼국유사를 통해 더욱 확장된 시야로 독창적인 작품을 제시한다는 각오다. 5편의 창작 작품 릴레이 중 가장 먼저 선보이는 건 김명화 작, 최용훈 연출의 (9.1~16). 삼국유사 중 ‘낙산의 두 성인 관음과 정취, 그리고 조선’을 모티브로 한 이 작품은 삼국유사 속 등장 인물과 소설가 이광수, 최남선을 등장시킨다. 욕망과 금기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들 인물들을 통해 선행과 악행, 성과 속 등 상반된 가치 속 깨달음에 대한 물음을 진지하게 건넨다. 강신일, 남명열 등 17명의 배우들이 출연할 예정이다. (9.22~10.7)는 귀신도 탐을 낸다는 신라 당대 최고 미인 ‘수로’가 주인공이다. 요란하고 희한하며 예리하고도 흥미로운 그녀를 둘러싼 이야기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몽환적인 판타지로 펼쳐질 예정. 배우, 작가, 연출가로도 활약하는 홍원기가 쓰고 박정희 연출이 지휘를 맡는다. 세 번째 작품 (10.13~28)는 최치언이 쓰고 이성열이 연출한다. 무당, 상인, 호족의 아들 등 그 존재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처용을 등장시켜 부조리한 현대 사회를 고발하고 한국인의 집단 무의식의 존재를 찾아내고자 한다. 이남희, 유연수, 김수현, 이명행 등의 배우들이 출연한다. 경순왕, 마의태자, 낙랑공주가 나오는 원전 ‘김부대왕’을 모티프로 한 네 번째 작품 (11.3~18)은 권력의 중심에서 살아남고자 힘과 욕망의 줄다리기를 인물들에 집중한다. 현대적으로 해석된 말투, 행동, 의식주 등을 통해 왕가의 정치가 마피아의 모습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어 현대 정치사의 한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등을 쓴 극작가 김태형과 등의 박상현 연출이 함께 한다. 마지막 작품 (11.24~12.9)는 삼국유사 기이편에 실린 ‘도화녀와 비형랑’의 이야기를 비튼다. 설화는 죽은 왕의 혼령과 미녀 도화 사이에서 태어난 반인반귀 비형을 중심으로 하지만 에서는 귀신 길달에 집중하여 당시 신라사회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한다. 뛰어난 건축술과 천문학으로 신라 발전에 큰 공헌을 했지만 역사속에서 외면 받는 꿈꾸를 로맨티스트 길달의 아픔이 무대 위에 펼쳐질 예정이다. 의 작가 차근호 작, 극단 여행자의 대표 양정웅이 연출을 맡았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2.08.13 / 조회 1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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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을린 사랑> 처참한 비극적 운명, 이것이 나의 존재인가
레바논 태생 캐나다 작가 겸 연출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연극 이 올 6월 공연한다. 한국에서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영화 ‘그을린 사랑’이 2010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으며, 그 해 최고 화제작으로 떠오른 이후 2011년 정식 개봉,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프랑스 영화감독 드니 뵐뇌브는 연극을 본 후 충격에 휩싸여 5년간의 준비 끝에 영화로 새롭게 만들어 내었다. 와즈디 무아와드가 ‘존재에 대한 질문’이라고 묘사한 바 있는 은 어머니 나왈이 남긴 유언에 따라 편지를 전해주기 위해 그녀의 자녀인 쌍둥이 남매가 자신들의 아버지와 손위 형제를 찾아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다. 잘 몰랐던 어머니의 과거를 거슬러 가는 남매는 믿을 수 없는 충격적인 사실들을 접하게 되고, 이는 곧 자신의 존재를 깨닫는 과정이 된다. 그리스 신화 속 비극인 오이디푸스 모티브가 현대적으로 강렬하게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배삼식 작가가 한국 무대를 위해 원작 희곡을 다듬고, 등의 김동현 연출이 꼼꼼하고 치밀한 연출을 다시 한번 선보일 예정. 김동현 연출제작발표회장에서 김동현 연출은 “대부분의 행동과 사건이 말로서 이어지는 작품으로, 굉장히 연극성이 강하다”고 설명하면서 “구체적인 장소는 많지만 한 공간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사보다는 침묵을 강조했던 영화와 달리 강렬한 시적 대사와 탄탄한 서사 구조가 돋보이는 것이 이번 작품의 특징. 레바논 내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장소를 명시하지 않아 보편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본 연극에서, 14세에 연인의 아이를 가진 소녀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세 명의 배우가 나누어 나왈 역을 맡는다. 순수하고 깨끗하지만 뜨거운 사랑을 통해 임신을 한 10대 나왈 역엔 이다아야가, 그 이후부터 3, 40대의 모습은 배해선이, 가혹한 운명 앞에서 침묵을 선택하는 60대 나왈은 이연규의 몫. 나왈 역을 맡은 이연규, 이다아야, 배해선(왼쪽부터)“처음엔 한 인물을 세 명이 나눠 하는 것에 의문을 가졌었다”는 이연규는 “나왈 역을 맡은 세 명의 배우가 동시에 한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도 있는 등 연극적 특징을 크게 갖고 있는 작품임을 깨달았다”면서 “작품 속 상황이 너무 버겁고 고통스러워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많이 느꼈고, 이 고통은 한 인간이 살아온 역사가 다 녹아 있는 크고 깊은 이야기가 이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나왈의 유언에 따라 형과 아버지에게 편지를 전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쌍둥이 남매 시몽과 잔느 역은 김주완과 이진희가 소화할 예정이다.쌍둥이 남매 시몽, 잔느(김주완, 이진희)와남매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를 권하는 공증인 르벨(백익남)그토록 찾아 헤맸던 첫째 아들과, 쌍둥이 남매의 아버지가 동일 인물임을 알고 비극적인 자신의운명을 침묵으로 감당했던 나왈, 이를 이해하지 못했던 시몽과 잔느는 어머니의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는 과정을 통해 비로소 어머니의 침묵과 자신들의 존재의 근원을 깨닫게 된다. 배우 남명렬이 종군사진기자, 파힘, 말락, 샴세딘 등 4역에 나서는 등 1인 다역의 활용도 눈에 띈다. “한 명을 여러 명의 배우가 나눠 하거나 한 명의 배우가 여러 역할을 소화하는 것은 이 대본 자체가 탄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작품 속 비극이 보편적이고 편재해 있다는 것을 드라마틱하고 아이러니한 구조 속에서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김동현 연출의 변이다.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인간의 비극과 의지는 윤상, 김동률, 이적 등의 가수들과 함께 작업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뮤지션 정재일의 음악이 더해져 전개될 예정. 와즈디 무아와드가 고국 레바논의 내전을 배경으로 쓴 ‘피의 약속’ 삼부작 중 두 번째 작품인 은 6월 5일부터 7월 1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배경훈(Mr.Hodol@Mr-Hodol.com)
2012.05.16 / 조회 1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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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잊혀진 꿈을 찾아서! 극단 연우무대 ‘그리고 또 하루가’
극단 연우무대의 60번째 정기 공연 작품 ‘그리고 또 하루’가 4월 25일부터 29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이번 작품은 2012년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품이다 극단 연우무대는 문성근, 강신일, 송강호, 유오성, 김윤석, 김내하, 송새벽 등 많은 배우를 배출했다. 연우무대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한씨 연대기’,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날 보러와요’, ‘이’, ‘오! 당신이 잠든 사이’, ‘해무’ 등이 있다. 연극 ‘그리고 또 하루’는 삶의 근본적인 희망과 꿈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최명숙 작가의 작품으로 연극 ‘해무’, ‘길삼봉뎐’, ‘살’의 안경모가 연출을 맡았다. 또한, 남명렬, 이지현, 이화룡 등이 출연한다. 이번 작품은 무인도를 배경으로 남자와 여자의 잊혀진 꿈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무인도에서 역경 극복의 의지가 전혀 없는 여자가 삶의 목표와 계획이 뚜렷한 남자를 사랑한다. 어느 날 남녀는 각각 죽음과도 같은 고비를 겪고 여자는 무언가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여자는 빛 고래의 꿈을 꾸고, 그 꿈에 취해 바다로 뛰어든다. 이지선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2.04.09 / 조회 8,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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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프루프’로 연출에 도전한 뮤지컬 전문가 이유리 교수를 만나다
연극 ‘프루프’는 강혜정, 이윤지가 주연을 맡아 공연계에서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또 하나의 화젯거리가 있다. 바로 연출을 이유리 교수가 맡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동숭아트센터 기획부장, 서울예술단 프로듀서 출신인 기획자이자,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 뮤지컬과 학장을 맡고 있는 뮤지컬 전문가다. 그런 그녀가 ‘연출’에 도전했다. 그것도 전문 분야 뮤지컬이 아닌 연극으로. 생소하고 궁금한 것이 많아진다. 연극 ‘프루프’ 연출에 대한 고민과 고뇌 때문인지 그녀는 핼쑥해진 모습으로 인터뷰 장소에 나타났다. 야윈 얼굴과 질끈 묶은 머리에서 그녀의 나이는 전혀 가늠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되자마자 거침없이 터져 나오는 그의 공연에 대한 이야기는 공연계에서 지내온 세월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그녀는 “몇 번의 터닝 포인트가 있었지만 결국은 공연을 택할 수밖에 없었어요. 공연은 내 내부의 명령이었죠”라며 공연과 자신의 삶을 연결시키는 천성적인 공연예술가였다. Q. 공연 기획자로서 쌓아온 명성과 노하우, 교수로서의 편안한 지위가 있는데, 갑자기 연출이라니 놀랐습니다. 연출 도전에 대한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연희단거리패 창단멤버로 연극을 시작하면서 공연계에 입문해 올해로 25년째 공연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처음에는 배우로 시작했죠. 배우 기질이 아니라는 생각에 1년 만에 배우를 그만뒀어요. 그리고 나서 진짜 하고 싶었던 일은 연출이었죠. 하지만 그 당시에는 자신이 없었어요. 요즘도 연출로서의 삶이 어려운데, 그 당시에 연출 생활은 정말 힘들었거든요. 그리고 저는 연출의 가져야 할 가장 큰 능력이 배우나 스텝 등과 함께 작업하는 사람들을 자신의 세계로 인도하는 장악력과 통솔력이라고 생각해요. 젊은 저에게 그런 능력은 없었던 것 같아 포기했죠. 궁극적으로 하고 싶었던 작업을 계속 미뤄왔던 거에요. 최근 연출 작업을 하겠다는 의지가 생겼고, 극단 후배이자 기획 후배이기도 한 악어컴퍼니 대표가 제게 기회를 줘서 이렇게 연출로서 입봉하게 됐어요. Q. 뮤지컬 전문가에게 첫 연출 입봉 작품이 연극이라는 것이 낯섭니다. 연극 ‘프루프’를 첫 작품으로 택하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저는 ‘사람’에게 관심이 많아요. 스스로를 몽상가라고 부를 정도로 인간의 내면 심리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죠. 더불어 첫 연출이기에 연출의 힘이 많이 드러나지 않는 공연이었으면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프루프’가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이 작품은 초연도 아니고 배우를 통해 극이 드러나는 작품이잖아요. 하지만 연출을 처음 해보니 정말 쉽지 않아요. Q. 공연계가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립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공연계가 힘든 것은 한국의 실정만은 아닌 것 같아요.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공연 비즈니스의 운명이 아닌가 싶어요.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연극배우나 스텝 등 대부분 공연예술가들은 가난하죠. 아르바이트로 돈을 모아서 공연하는 실정이니까. 그것은 공연계의 특수한 구조 때문인 것 같아요. 뮤지컬로 예를 들어볼게요. 다른 비즈니스들은 시장이 세계적으로 보급돼 있는 반면 뮤지컬은 브로드웨이, 웨스트앤드, 유럽 군소, 일본 등 많아야 다섯 개 정도가 시장이죠. 이렇게 특수한 시장에서 산업이 활성화되기는 힘들어요.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에 활성화돼 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죠. 공연은 전체 제작비의 60%가 인건비로 사용되는 굉장히 원시적이고 수공업적인 형태의 구조를 가졌어요. 공연 산업이라는 말자체도 최근 생긴거에요. 앞으로도 영원히 계속 공연예술가들은 공연계가 어렵다고 이야기 하면서 살 것 같아요. 숙명인 거죠. Q. 공연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처럼 들립니다. 아니에요. 암울할 필요는 없어요. 공연의 묘미는 여기 있죠. 창의적으로 작업을 하는 것이 다른 어떤 일보다 성취욕구가 크고, 정신적으로 만족감을 주죠. 그렇기에 사람들이 직업으로 삼아 버티는 거에요. 어렵지만 희소가치는 있어요. 세상이 아무리 바뀌어도 인간 대 인간이 직접 소통하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인 공연은 영원히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Q. 최근 뮤지컬계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한국 뮤지컬이 안고 있는 큰 문제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에요. 공연은 전문가 시장인데 한명의 전문가가 만들어지는데는 정말 많은 시간과 공이 필요하죠. 현재 한국 뮤지컬계 역사가 짧다보니 극소수의 전문가가 극소수 시장을 주도하고 있어요. 전문적인 교육도 기존에는 없었구요. 그렇기에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으로 책임감을 느껴요. 뮤지컬 배우나 스텝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연극과의 교육이 연극 교육에서 춤, 노래를 강화시키는 뮤지컬 교육으로 바뀌고 있고 뮤지컬과들이 늘어나고 있죠.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Q. 구체적으로 어떤 교육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과 기업이 협력하는 산학협력 체제가 필요해요. 제작사에서 창작공연을 올리기 전에 학교에 학생들과 함께 워크샵형태를 갖는 거죠. 제작사 입장에서는 학교에 구축돼있는 시설과 인적 자원 등의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고, 학생들은 실전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좋죠. 이러한 산학협력 체제는 점점 증가할 거라고 예측돼요. Q. 지금까지 기획, 연출, 교육까지 많은 것들을 하셨습니다. 공연에 대한 갖고 계신 철학이 있습니까? 30대에 맹렬하게 기획자로 살았어요. 그때 저는 ‘지금은 비즈니스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각자적 운동을 하는거다’라고 얘기하면서 치열하게 일했죠. 공연계는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부분에 가치를 두면 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드는 세계에요. 하지만 공연은 사람끼리 소통하고 본질적으로 부딪히면서 작업을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이제까지 공연인으로 살아 온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공연계에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뮤지컬이 서양에서 들어온 공연 장르이긴 하지만 ‘신명’을 외치는 우리 민족과 참 잘 맞아요. 창작뮤지컬에 좋은 콘텐츠가 나와서 세계적으로도 발휘할 수 있는 공연물로 키우고 싶어요. 작품성과 대중성을 잡는 창작뮤지컬의 모델이 되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꿈이죠. 공연계는 누군가 치열한 의식을 가지고 시도하면 최초의 것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요. 15년 전, 연극 ‘어머니’를 하면서 ‘아트포스터’라는 것을 처음 시도했었고, 연출로의 입봉도 늦은 나이에 시작했죠. 실험적이고 도적적이고 또 개척적인 이 기질이 고달프긴 했지만 후회 하지 않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제 운명이자 또 지금 한국의 뮤지컬 시장이 갖고 있는 운명이 아닐까요. 글_ 뉴스테이지 김문선 기자, 사진_ 뉴스테이지 강태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1.12 / 조회 15,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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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우리가 풀어야할 함수관계, 연극 ‘프루프’
연극 ‘프루프’는 배우 강혜정의 출연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영화 출연을 위주로 활동했던 그녀의 첫 연극 데뷔무대라는 점과 출산 이후 공식적인 행보로 선택한 첫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녀 역시 제작발표회 당시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걷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전한 만큼 무대는 배우로서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다. 많은 선배 연기자들이 무대를 거쳐 갔고 연기의 깊이를 알았던 것처럼 배우 강혜정 역시 같은 길을 선택했다. 그녀는 10개월 가까이 굳어있던 머리를 흔들어 깨우고, 캐서린이라는 인물에 비로소 생기를 불어넣었다. 캐서린이 느꼈던 불안과 고민은 마치 그녀 안에 이미 녹아들어 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분출된다.- 캐서린에 대입되는 불안정한 자아유독 자아가 강하고, 자기 안으로 깊이 침잠하는 사람들이 있다. 캐서린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불안정한 기질 때문에 주변 사람들과 부딪히고, 충돌한다. 그녀가 어긋나는 이유는 천재적으로 회전하는 수학적 두뇌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연약하고,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연극 ‘프루프’는 캐서린의 정서를 아버지와 언니, 그리고 할의 관계를 통해 섬세하고 촘촘하게 그려낸다. 관계 안에서 끊임없이 실패를 경험하는 캐서린은 극의 후반부에서 조금씩 마음을 열고 세상과 소통하기에 힘쓴다. 캐서린은 연약하지만 삶에 대한 의지와 애착이 그를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게 한다.- 짜임새 있는 극 구조극의 구조는 마치 로버트가 겪는 정신분열 증세처럼 현실과 과거가 교차된다. 마치 그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장면 장면을 따다 놓은 느낌이다. 따라서 각각의 장면은 낱개로 서로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이 작품의 짜임새를 획득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아버지 로버트와 그를 닮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캐서린, 그녀와 관계된 클레어와 할의 관계가 극 전체를 관통하는 축을 이루기 때문이다. 한 장면 안에 군더더기가 없고 깔끔하다. 어떤 장면은 극 결말을 암시하는 장치로 사용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순서를 뒤바꿈으로써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한다. - 집 안으로 들어갈 수 없는 캐서린캐서린은 주로 집 밖에 머문다. 무대도 일반적인 작품처럼 장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닌 집 밖 마당이다. 사람들은 문을 열고 닫으며 집을 드나들지만 캐서린은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에도, 혼자 수학 증명을 풀 때도, 할을 만날 때도 모두 이 장소에 서 있었다. 캐서린이 느끼는 소외감과 모든 것으로부터 배제되었다는 고독은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더욱이 아버지의 정신분열 증세를 물려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그녀가 처음부터 극복해야 될 과제였다. 배우들의 호연과 군더더기 없는 연출은 이 모든 것을 뛰어 넘는다. 극이 후반부로 흘러갈수록 치밀하게 계산된 개연성 덕분으로 관객들은 캐서린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볼 수 있다.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10.28 / 조회 17,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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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사람과 사람 사이도 증명되나요?”
수학에서 정답은 하나이지만 푸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사람도 그렇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저 사람과 나의 관계에 대해 각자의 방법으로 함수를 풀고 증명해나간다. 는 천재 수학자가 겪는, 사람간의 고통스러운 함수 관계를 그리는 연극이다.아버지에게 천재적인 수학 능력을 이어 받았지만, 정신질환을 앓은 아버지 때문에 자신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는 캐서린 역은 강혜정과 이윤지가 맡아 사뭇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낸다. 지난 19일 공개된 프레스콜에서 이윤지는 차갑고 냉철한 캐서린을, 강혜정은 그보다 더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서린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남명렬, 이윤지, 강혜정, 정원중20대에 위대한 업적을 남겼지만 50대에 접어들어 정신분열증세를 보인 로버트 역엔 배우 남명렬과 정원중이 캐스팅됐고, 캐서린의 언니이자 활동적인 커리어우먼 클레어는 하다솜과 김태인이 연기했다. 또한 캐서린과 세상을 이어주는 남자 할 역은 김동현이 열연한다. 데이비드 어번의 희곡으로 2000년 초연돼 2001년 토니상을 수상했고 국내에선 2003년 김광보 연출, 2008년 유연수 연출로 소개된 바 있다. 2010년 는 이유리 연출이 맡아 인간의 내면을 밀도 있게 드러낸다. 는 12월 12일까지 대학로예술마당에서 공연된다. 25번째 생일날, 아버지(정원중)의 환영과 나누는 캐서린(강혜정). 로버트의 장례식. 서로 호감을 느끼는 할(김동현) 캐서린(이윤지). 사랑에 빠지는 두 남녀. "이 집을 팔고 나와 뉴욕에 가자" 언니 클레어(김태인). "난 언니가 싫어!" 서로를 믿지 못하는 캐서린과 할. 정신질환을 앓는 로버트(남명렬). 그를 돌보는 딸 캐서린(이윤지).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이민옥(okjassi@daum.net)
2010.10.21 / 조회 9,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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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지만 다른, 그들의 캐서린 <프루프> 강혜정, 이윤지
배우 강혜정과 이윤지가 그들의 첫 연극 에서 같은 역할로 만났다. 갖고 있는 매력, 연기 스타일 면에서 상반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두 배우이기에 흥미롭게 무대를 지켜보는 이들이 많을 것. 이들이 그려낼 인물은 근본적인 불안함에 고슴도치처럼 가시를 세우는, 천재 수학자 캐서린이다. 수학의 천재였던 아버지에게 재능을 물려받았지만 마찬가지로 아버지처럼 자신도 미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지닌, 수학적 명민함과 감정적 불안함을 동시에 가진 캐릭터이다. 출산 후 첫 공식 무대인데다, 영화에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던 강혜정과 그 동안 여성적이고 귀여운 이미지 대신 신경질적인 내면을 보여줄 이윤지의 연기 대결이란 점만으로도 연극 관객에겐 즐거운 소식이다. 다른 에너지, 다른 캐서린한 작품에 출연하며 서로 견제하고 시기(?)하곤 한다는, 여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식상한 클리셰는 두 사람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한 달 이상 연습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 서로에게 자상한 언니, 믿음직한 동생이 되었다. 강혜정은 이어진 인터뷰 스케줄로 지친 기색인 이윤지의 끼니 걱정을 하고, 이윤지는 “굉장히 자상한 면이 카리스마 뒤에 숨어 있다”며 고마움을 드러낸다. 강혜정(이하 강)_전 윤지씨가 먼저 (프루프를) 하기로 했다는 걸 듣고 대본을 받았어요. (이윤지에게) 그래서 사실 너를 대입해서 읽은 게 되게 컸거든. (이윤지: 진짜?) 되게 재미있었어요. 이윤지(이하 이)_전 아무 이야기 없이 대본이 왔어요. 읽으면서 이게 연극 대본인 걸 알았거든요. 100% 작품 때문에 도전을 했죠. 인터미션까지 2시간인데, 저만 잘 해낸다면 정말 밀도 있는 무대가 될 것 같았어요. 아버지에게 광기를 물려받았을 지 모른다는, 근본적인 내면의 불안함을 지닌 캐서린은 그만큼 신경질적이고 예민한 캐릭터다. 액션이 크거나 감정을 마음껏 분출하진 않지만 캐서린으로 분한 두 사람은 곤두선 마음을 객석까지 전해야 한다.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강혜정과 차갑고 귀여운 이미지를 넘나드는 이윤지. 두 배우의 개성이 워낙 뚜렷해 각기 다른 캐서린을 만나는 것도 이번 무대의 즐거움일 것. 강_전 여러모로 윤지씨와 제가 공통점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적인 부분이 대부분이겠지만 연기자로서 비슷한 점은 리딩 때 처음 느꼈어요. 이 배우와 내가 에너지가 많다라는 점이 굉장히 닮았더라고요. 물론 다른 종류의 에너지에요. 이 친구가 다 안고 품는 에너지라면, 저는 다 불태워 버리는 에너지죠. 정말 에너지가 많은 배우에요. 무대에 섰을 때 같은 종류는 아닐지라도 분명히 파워풀 한 두 명의 캐서린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_ 전 관객으로서 제일 기대가 돼요. 언니가 이 작품을 한다고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은 반드시 두 배우의 공연을 다 봐야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정말 많이 달라요. 그런 의미에서 언니가 캐스팅 된 게 굉장히 흥미진진했어요. 내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무대를 기대하고 있다는 건 굉장히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강_캐서린은 별난 캐릭터에요. 짜증스럽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그러면서 위태로워요. 그런 캐서린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제가 본 윤지씨와 제가 다르긴 하더라고요. 스타일과 성격이 다르니까. 되게 재미있어요. 볼 때 마다. 소통의 부재, 외로움작품에서 캐서린이 이질적으로 보인다면, 그건 그녀가 수학천재라는 설정 때문일 수도 있다. 알지 못하는 기호와 암호 같은 숫자를 줄줄 풀어내는 그녀가 수학은 멀리했던 사람에겐 안드로메다만큼이나 멀리 느껴지기 일쑤. 강혜정이 “수학 이론은 다 외우지도 못했다”며 고개를 절래 흔드자 “틀리게 해도 관객들이 모르지 않을까”라며 깔깔 웃는다. 강_그 수학이론 틀리게 하면 기억했다가 인터넷에 올리는 사람도 있대요. 이_독해, 독해(웃음). 제가 봤을 땐, 국어 천재도 아니고 문학 천재도 아닌 수학 천재가 된 것은 가장 딱딱 맞아 떨어지는 것들과 존재의 외로움 같이, 상반된 것들이 만났을 때 생기는 해결 할 수 없는 여백. 그런 것 때문에 다뤘다고 생각해요. 강_그래도 암산이나 수학 잘 하는 사람은, 사람 같지 않아요(웃음). 저희 친오빠가 그렇거든요. 물론 내가 못하는 것들을 연기하니까 좋긴 해요. 그거 있잖아요. 악역을 보면 어느 순간 그 사람도 나빠 보이거든요. 우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우린 또 천재 역할이잖아요. 마냥 똑똑해 보이지(웃음). 수학 이야기엔 깔깔 웃지만 극 중 캐서린이 겪는 외로움, 타인과 소통의 어려움은 연기자로서 사는 마냥 남의 일은 아니다. 강_캐서린의 외로운 면에는 이입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비단 그 아이(캐서린)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 있거든요. 어쩌면, 한 사람은 제대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다른 잣대와 해석 같은 것들로 이 사람을 틀리게 만들고 있지 않나, 그래서 외롭지 않나. 이 친구(이윤지)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쓸쓸해질 때가 많죠. “자극, 서로 매일 받아요” 이_ 연습 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분위기가 너무너무 좋아요. 저희는 항상 이야기가 끊이지 않거든요. 즐겁다는 이야기가 부족할 정도에요. 첫 연극에 도전하며, 한 달 이상 연습을 이어오며 생기는 정은 배우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고 있었다. “식성부터 말투까지 닮아간다”는 연습실 분위기를 자랑하기 여념 없다. 최근 아이를 출산한 강혜정은 “떡두꺼비 같은 아이를 두고 나오니 더 책임감이 든다”면서 “그래도 마음으로 낳은 윤지만 하겠나”며 깔깔 웃는다. 아이 자랑을 자주 들은 이윤지가 스스로 “마음으로 낳은 아이”라며 관심을 쏟고 있는 것. “아직 아이를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캐서린의 괴팍한 모습으론 볼 수 없고, 공연 끝나면 언니에게 부탁해서 볼 것”이라며 애정을 드러낸다. 사적으론 친한 언니 동생이지만 연기자로선 서로가 자극이 되는 상대라고. 강_윤지는 감정을 자유자재로 활용 해요. 밀고 당길 줄 아는 것 같고요. 그런 부분이 있으니까 흥미롭게 지켜볼 수 밖에 없어요. 매 순간 다르죠. 그걸 볼 때 마다 찌릿찌릿 하죠. 나도 저거 한 번 해볼까? 하고 나중에 하면 나와는 맞지 않고(웃음). 이_전 언니에게 받는 건 자극 밖에 없어요(웃음). 항상. 똑 같은 글자로 이렇게 서로 다르게 한다는 게 신기할 정도에요. 강_캐서린이 50명 정도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그렇죠?(웃음) “호기심을 일으키는 공연은 관객이 찾을 것”이라는 강혜정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들의 캐서린을 직접 보고 싶은 호기심으로 충만해졌으니까. 2010년 가을, 두 배우의 연극이라는 첫 경험에 주목해본다.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사진: 정근호
2010.10.08 / 조회 19,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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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같은 나의 첫 무대 <프루프>의 강혜정, 이윤지
아버지를 닮았다는 것, 천재성과 더불어 언제 찾아올 지 모르는 정신질환까지 자신 안에 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부녀 관계에 아슬함을 더한다. 연극 는 아버지와 그의 딸, 자매간, 타인 간의 관계를 통해 어긋나 있던 소통의 궤도가 제자리를 찾게 될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도전하는 강혜정과 이윤지에게는 작품 속 증명의 숙제 뿐 아니라, 배우로서 무대 위에서도 빛나는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연기하는 마음 가짐은 언제나 같아. 강혜정‘무대가 좋다’ 시리즈 작품이 줄곧 큰 관심을 받아왔다. 그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가? 첫 작품이 잘 되면,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만큼 잘 되야 된다는 부담감, 없진 않다. 영화나 드라마, 또 공연을 할 때나 그런 생각만 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자꾸 딴 생각을 하면 흐트러진다. 특히 나 같은 경우가 그렇다.(웃음) 흥행에 대한 불안감과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목표로 하는 건 아니다. 단지 진짜 최선을 다하는 것을 생각한다. 이 앞에 앉아 계신 분부터 저 끝의 관객에게까지 목소리가 가야 한다, 이런 것들 포함해서, 지금도 훈련하고 있다. 지금 공연 중인 는 봤는가? 절대 쉬운 공연이 아니더라. 배우들이 상당히 연기를 매끈하게 잘 하신다. 제일 인상 깊었던 건, 문근영은 사실 우리에게 큰 스타배우지 않느냐. 그런 스타배우가 과감히 자기의 몸을 무대 위에서 드러내 춤을 추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정말 어린 친구지만 많은 것을 배웠다. 물론 나도 그 나이땐 못할 게 없었지만(웃음) 저 에너지는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놀랐다. 함께 출연하신 진경 선배님을 보면서 와, 어떻게 작은 발성으로 저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을까, 굉장히 안정된 톤으로 연기하시는 것 같았다. 그 나이때 못할 게 없었다고 했는데, 그래도 못했던 것이 있다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되는 역할은? 난 아직 어리다.(웃음) 건방진 소리일 수도 있지만, 선택할 수 있는 기회만 있다면 지금도 난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단 열 일곱 살 고등학생 역할이어도. 그러나 그런 작품을 내게 주진 않으시겠지.(웃음) 그러나 그녀(문근영)에겐 갈 거 아닌가.(웃음) 기회만 된다면, 스물 다섯의 강혜정으로 돌아간다면, 공룡이나, 골룸 같은 역할? 해보고 싶다.(웃음) 수학이 소재로 등장하는데,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가? 실제로 수학을 풀어햐 하는 장면은 없다. 그래서 따로 수학 공부를 하진 않았지만 관심은 생겼다. 어느날 포털 사이트에 ‘i=허수’라는 문구를 봤는데 예전같으면 쳐다도 안 봤을 걸 그걸 클릭해서 찾아보기도 했다.(웃음) 작품의 작가가 진짜 이야기 하고 싶은 건 꽉꽉 막힌 수학자들이 답답한 수학적 소통법으로 소통하다가, 사람 관계에 답 안나오는 경우 되게 많지 않느냐, 그렇게 증명이 안되는 모습들,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관계, 그런 것들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연극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 반응은 어땠나? 사실 좀 의외다, 라는 반응을 보이실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언젠가는 내가 꼭 한번 겪어야 될 관문중에 하나라고 생각하시더라. 잘 할 수 있을거란 말씀을 많이들 해 주신다. 영화 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가장 마음 단단히 먹는 부분이, 그분들에게 창피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출산 후 복귀가 빠른데, 체력적인 것을 비롯해 힘든 점은 없는가? 일을 하면서 좋은 에너지를 받기 때문에 힘이 딸린다는 느낌은 없다. 다만 극대화된 에너지를 보여주고 나선 비단, 아이를 낳고 안 낳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지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랑 떨어져 나오는 건 너무 힘들다. 더 같이 있고 싶고 계속 놀고 싶다. 연기를 하고 싶단 욕심만으로 이 작품을 택한 건 아니다. 연극이라는 게 머리에서 발 끝까지 보여주는 작업이어서 나를 단련해야 하는 것들이 너무 많더라. 그런 걸 겪다 보니 내 몸을 회복하는 부분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되고 있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작품을 오랜 시간 두고 분석하고 리딩하며 서로 이야기 주로 받는, 이런 과정을 통해 10개월 가까이 굳어 있던 머리가 회전하는 것 같고. 또, 창피하지 않은 날씬한 엄마가 되고 싶기도 했다.(웃음) 기존 작업들과 연극 연습과정에서 느껴지는 차이점은? 영화는 한 장면, 장면으로 찍어나가고, 그 한 장면을 위해 하루의 에너지를 쏟는다. 그러나 연극은 장면, 장면이 연결된 한 극을 위해 그 하룻동안의 에너지를 쏟아야 된다. 그게 젤 적응이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진짜 어려울 것 같은데, 그걸 극복하기 위해서 연습 많이 하고 있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예전에 무대를 하나도 모를 때도 그렇고, 그냥 공연만 보러 다녔을 때도 그렇고, 지금에도 드는 생각이, 저 무대 위에서 제대로 걸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누군가가 나를 본다고 하면 모든 게 다 신경이 쓰인다. 제대로 걷기가 참 힘들다. 지금 무대 연기를 하시는 많은 분들이 어마어마한 고충을 통해서 이 무대에 올라간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된다. 연습하면서 들었던 칭찬과 지적이 있다면? 난 빨리 배운다고 하더라. 그리고 나머지가 다 지적이다.(웃음) 습관적으로 걸어왔던 품세나 말하는 것이 연극적이지 않은 부분들이 있어서 많이 지적받는다. 더블 캐스팅 된 이윤지를 평가해 본다면? 내가 평가를 내릴 입장이 아니어서 조심스럽다. 다만 그 친구는 머리가 정말 비상하다. 분석력도 뛰어나고, 감성적으로 갖고 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그것들이 연습할 때 캐릭터의 동선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런 것에서 배우는 게 너무 많다. 감성도 좋고, 머리도 좋고. 게임 끝난거 아니냐.(웃음) 내가 더 잘할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더라.(웃음) 노력하는 사람에게 이길 제간이 없더라. 배우 인생에 중요한 포인트 될 것. 이윤지 강혜정이 똑똑하고 섬세하다고 이야기 하더라. 그렇다면 이윤지가 보는 강혜정은? 실제로 난 화장실에 있다가도 이따금 엄마를 부른다.(웃음) 그 정도로 겁이 많고, 그러다 보니 조심성이 많은 것 같다. 망설이는 게 많고, 그런 부분을 보고 이야기 하신 좋은 평가 같다. 실은 언니를 처음 본 건 올드보이 오디션 장이었다. 언니가 오디션 하는 걸 듣기만 했는데, 그때 알았다, 그냥 집에 갈까?(웃음) 그게 어떻게 보면 내 시간을 아끼고, 더 효율적일 것 같았다.(웃음) 그렇게 강한 인상을 받고, 또 현재 스타일리스트도 같기 때문에 언니 소식도 자주 접하고, 남다른 친근감이 있었다. 같은 역할이고, 언니와 내가 상반된 이미지라 이번 작품에서 연기할 때 아마도 작전을 다르게 짜야 할 것 같다. 연습실에서 언니 하는 걸 볼 때 너무나 색다른 표현을 하셔서 놀라곤 한다. 앞서 짐승 같은, 본능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말을 했는데, 배우 이윤지 뿐만 아니라 인간 이윤지로서의 다짐이나 도전 같이 느껴진다.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배우로서 정말 좋은 것이다. 아직 난 성장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의미에서 스물 일곱에 이런 작품과 배역을 맡은 건 결정타이며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간 굴레스러웠던 것들을, 본능에 충실해서 연기를 하다 보면 조금 더 그 굴레를 잘 지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굴레를 깨버리겠다는 것이 아니라, 분명 내가 노력을 하고 원해서 만들었던 것이고, 뭔가 다른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해 왔기 때문에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벗어나는게 아니라, 내가 조금 더 외면했던 부분에 좀 더 솔직하고 진실에 가깝게, 그러면 내 굴레를 지키기가 더 수월해 질 것 같다. 대학 재학 시 연극을 하기도 했다. 어떤 작품의 어떤 역할이었나?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라는 작품이었다.(2008년 12월 중앙대학교 연극학과 50주년 기념 공연) 헤르미온이라는 왕비 역을 맡았었는데 감정의 기복도 심하고 판타지 한 작품이었다. 학교 작품이었다고 하기엔 규모가 무척 컸다. 그때 역시 스스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건, 연습실 공간 자체가 너무 좋다. 모든 게 갖춰진 채로 보여지는 내가 아니라, 앞구르기도 하고 다리도 찢고(웃음) 그런 모습들, 잊으면 안 되는데 잊었던 것들을 다시 찾는 곳이 연습실이다. 아직 많이 배워야겠지만 연습실이 너무 좋고, 쉬는 날에도 다른 분들도 나와 계셔서 자극이 많이 된다. 말고 하고 싶은 작품이나 배역은? 정말 인터뷰를 위한 말이 아니라, 정말 진심으로 이 작품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무실 실장님이 스케줄을 정리하시면서 “만약 이 작품을 하게 된다면”이라고 말씀하셨는데 그 때 “하게 된다면이 아니라 할거에요”라고 이야기 했다.(웃음) 내겐 정말 필연적인 작품이다. 아마도 캐서린이라는 역할을 통해서, 연습기간까지 몇 개월을 살고 나면 좀 더 여유 있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솔직하고 좀 더 진실한 사람이 될 것 같다. 무대에 대한 욕심을 더욱 내게 될 것도 같다. 학교 다니면서 많은 연극을 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을 보며, 어떤 밀도로 짜여지는지 알다 보니, 원래 이 느낌이지, 이거지, 하는 도움을 많이 받게 된다. 다음에 드라마든 영화든 접하게 되면 그 때 내 마음가짐이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여러모로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2010.09.20 / 조회 1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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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혜정, 이윤지 첫 연극 <프루프> 제작발표회 현장
천재 수학자이자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주인공이기도 했던 존 내쉬를 모티브로 한 연극 가 10월 공연에 앞서 지난 14일 제작발표회를 열었다. 악어컴퍼니와 나무액터스가 함께 기획하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인 는 존 내쉬와 그의 가상의 두 딸, 그리고 존의 제자 할이 등장해 인간의 천재성과 광기, 이들 사이의 복잡하고도 밀도 높은 관계를 풀어가는 작품이다. 미국의 극작가 데이비드 어번의 작품으로, 2000년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토니어워즈 최우수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인정 받아 현재까지 전세계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뮤지컬 평론가 및 기획자로 활동해 왔으며 이번 작품으로 연출가로 나서는 이유리는 “관객들이 공연을 보고 나서, 나는 어떤 가치로 사나, 나는 어떤 사람이며 내 주변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새롭게 해석한 인물의 모습이 이번 공연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2003년, 2008년 한국 공연 당시 추상미, 장영남, 김지호 등의 열연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 는 이번 공연에서 연기파 배우 정원중이 천재 수학자이나 말년에 정신분열증세를 보이는 로버트 역을 맡았으며, 그의 천재성을 물려 받은 둘째 딸 역엔 강혜정과 이윤지가 함께 나선다. 오랜만에 만난 강혜정결혼, 출산 후 첫 공식 무대를 연극으로 택한 강혜정은 “캐서린은 천재 수학자 아버지 밑에서 천재성, 광기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 그 안의 소중함을 깨닫는 성장 드라마가 바로 ”라고 설명했다. 또한 캐서린을 두고 “본능에 많이 충실한, 다듬어 지지 않은 짐승 같은 모습이 나와 닮은 것 같다”는 그녀는 “최선을 다한다는 점에선 출산 전후 마음가짐은 똑같지만, 영화와 달리 편집이나 컷이 없이 2시간 내내 전신이 무대 위에 노출다는 점에서 무척 긴장된다”고 덧붙였다. "저도 첫 연극이에요" 캐서린 역의 이윤지최근 드라마에서 똑 부러진 커리어우먼 역을 소화한 이윤지 역시 이번 작품이 데뷔 후 사회에서의 첫 연극. “대본을 받자마자 다 읽었고, 캐서린을 할 것을 직감했다”는 그는, “그간 선보였던 이미지와는 다른, 배우나 개인 이윤지로서 본능적인, 솔직해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품이 작품에서만 끝나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 생각이 더욱 난다는 천재수학자 로버트 역의 정원중“돌아가신 부친을 향한 용서의 기분이 있어 우리 형제들도 보러 오면 많이 울 것 같다”는 정원중은 구체적인 언급은 아끼면서도 “맘에 드는 대사들이 많은데 최대한 관객분들에게 편안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작품에 대한 태도를 진중히 이어나갔다. 스승의 증명을 믿고 밝혀 나가는 제자 할 역의 김동현이 밖에 “키스신이 무척 떨린다”고 말해 좌중에 웃음를 터트리게 만든 김동현은 천재수학자 로버트의 제자인 할 역을 맡아 강혜정, 이윤지와 호흡을 맞춘다. 이상주의자들 사이에서 갈등이 많아 현실적인 성공을 이뤄내는 캐서린의 언니 클래어 역으로 김태인과 하다솜이 번갈아 나설 예정이다. 캐서린의 언니, 클레어 역의 김태인, 하다솜#속닥속닥 시리즈 "무슨 이야기 중?" #새로운 부녀 탄생# 우리만의 증명을 해 보일까요? 화이팅! 천재와 광기 사이, 수학 증명의 과정을 통해 개인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을 풀어내는 연극 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2월 12일까지 컬쳐스페이스nu에서 공연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기준서(스튜디오 춘 www.studiochoon.com)
2010.09.16 / 조회 1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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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리뷰] 사막 같은 외로움, 연극 ‘풀포러브’
사람은 누군가와 함께 살 수밖에 없다. 우리들은 끊임없이 사랑에 빠지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문득 ‘이게 정말 사랑일까?’하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아무도 답을 알려주지 않는 이 질문을 끝없이 되풀이해가며 무수한 시간들을 흘려보내온 사이, 우리 앞에 지난 7월 연극 ‘풀포러브’가 도착했다. 이 작품을 보고 있으면 정말이지 ‘이게 과연 사랑일까?’하는 질문이 떠오른다. 85분이라는 러닝타임 동안 주인공 메이와 에디가 하는 거라곤 싸우고 헐뜯고 다시 포옹하기뿐이다. 조명이 켜지면 관객들은 다짜고짜 그들의 사랑싸움을 지켜봐야한다. 장면이 진행될수록 그 둘의 사적인 관계는 분명해진다. 메이는 에디에게 왜 그렇게 화를 낼 수밖에 없는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여전히 질문은 남는다. 그들의 관계는 사랑일까, 외로움일까. 연극 ‘한여름 밤의 꿈’ 이후 두 번째 연극 무대에 서는 김효진의 연기는 튀거나 거슬림 없이 흘러간다. 관련 논문이 수백 건에 이를 정도로 탄탄한 대본 역시 스토리나 짜임새 면에서 손색이 없다. 연극 ‘풀포러브’는 사막 한 가운데 위치한 어느 모텔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남명렬이 연기하는 노인의 모습은 몽환적이면서도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그 어떤 힘을 발휘한다. 연극 ‘풀포러브’는 (주)악어컴퍼니, (주)나무엑터스, CJ엔터테이먼트가 공동기획한 ‘무대가좋다’ 시리즈의 개막작이다. 두 번째 작품인 연극 ‘클로져’에 비해선 다소 대중적인 요소가 덜하지만 극작가 샘 셰퍼드의 대표작이기도 하고 마니아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작품이다. 단순히 연극 한 편으로서가 아닌 문학적으로도 뛰어나다는 평을 받았다. 무대는 단을 높여 객석에서 볼 때 다소 높게 설치됐다. 그 아래로는 사막을 상징하는 하얀 모래가 수북이 깔려있다. 캐나다 퀘벡의 프랑스어권 작가인 미셸 마르크 부샤르의 연극 ‘고아뮤즈들’에서도 사막의 모래가 작품의 중요한 메타포로 사용된 적 있다. 엄마에게 버림 받은 네 남매는 모래바람이 부는 마을 한 복판에서 쓰라린 상처를 떠안고 살아간다. 두 작품은 모두 주인공의 아픔과 외로움을 나타내는 도구로 ‘모래’를 끌어들였다. 주인공 메이의 마음은 마치 이 황량한 사막의 모래와도 같다. 이복오빠이자 연인인 에디는 그녀에게 헛된 환상만 심어주고 늘 그녀를 떠났다. 15년 동안이나. 상처 받고 기다리는 것에 이제 더는 지쳐버린 메이는 오직 악다구니로 에디를 대한다. 그러나 증오하면서도 그가 곁에 있어 주기를 바라는 메이. 질긴 인연의 고리를 끊고자 하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을 촉촉하게 적셔주는 건 에디뿐이다. 이 작품은 이복남매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은 인간의 본성에 숨겨진 외로움에 대해서 말한다. 깊은 바운스가 들어간 음악이 극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며 작품의 내용을 함축적이고 밀도 있게 들려준다. 연극 ‘풀포러브’는 오는 9월 12일까지 대학로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뉴스테이지 최나희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8.12 / 조회 19,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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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 포 러브> "이 사랑, 참 치열하다"
그를 찾아 4천 킬로미터. 보이지 않는 운명의 사슬은 그들을 갈라놓고 또 다시 이어놓는다. 도무지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남녀의 관계, 연극 가 공연 장면을 공개했다. 지난 주 프리뷰 공연을 시작한 는 샘 셰퍼드 원작, 조광화 연출의 무대로, 이복 남매라는 끊을 수 없는 운명의 사슬을 타고 만남과 이별을 반복할 수 밖의 없는 외로운 인간을 그리고 있다.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 김정화, 김효진 등 그간 연극 무대에서 쉽게 만날 수 없었던 배우들이 한 데 모여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 8일 공개된 공연 장면에선 이복 형제 메이와 에디 역에 전 배우가 같은 장면을 번갈아 시연해 보였다. 에디와 메이가 서로를 증오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끌리는 모습의 1막과 헤어짐의 과정에서 힘겨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하는 2막, 그리고 다시 서로를 찾게 되는 3막에서의 장면이 이어졌다. 출연진들프리뷰 공연 첫 무대를 서기도 했던 박건형은 “장시간의 호흡 등 뮤지컬과 분명한 차이점을 느끼고 있다”면서 “무대가 좋다 시리즈 뿐 아니라 다른 작품에 꼭 출연하고픈 욕심이 생길 정도로 매력적인 장르가 연극”이라고 덧붙였다. 조광화 연출은 에디 역을 맡은 박건형, 조동혁, 한정수를 두고 각기 “무대 중심을 잡는 배우, 텍스트가 가장 충실하게 보이는 배우, 가장 텍스트와 다르게 표현해 또 다른 맛을 내는 배우”로 설명했다. “매 회마다 같은 정서를 갖고 똑같이 가는 것이 싫어 애드립을 하게 된다”는 한정수는 “한 달 동안 12시간 이상씩 연습에 충실해왔다”고 말했다. 김정화와 함께 메이 역을 맡은 김효진은 “내 발전 위해 연극을 택했고, 큰 호흡으로 무대 위에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에너지를 키우려고 노력중”이라며 다짐을 밝혔다. 연인인 유지태를 두고 “극중 키스신을 아직 보진 못했는데 이해해줄 것”이라는 그녀는“연극을 하겠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 가장 많이 응원해 줬다”는 말을 더하기도 했다. ‘무대가 좋다’ 시리즈 개막작, 연극 는 오는 9월 12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연극 공연장면 서로를 피해도 만날 수 밖에 없는 에디(박건형)와 메이(김정화)."정말, 떠나겠어!""헤어질 수 없다는 거, 우리 너무 잘 알지"세 명의 에디와 두 명의 메이의 열렬한 입맞춤. "아빠, 전 어떻게 해야 하나요?"불행의 씨앗은, 아버지 때문?(아버지 역_ 남명렬)"증오? 미움? 아니 사랑이야"또 다른 에디, 조동혁"넌 내게서 벗어날 수가 없지"메이의 새 남자친구 마틴(박해수) 등장"잘 봐, 마틴. 메이와 내가 어떤 사이인지."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7.12 / 조회 17,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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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가 좋다’ 제작발표회, “대학로의 새 바람 되겠다”
등 8편의 작품이 차례로 선보일 연극 시리즈 ‘무대가 좋다’가 오는 7일부터 9개월 간 펼쳐진다. ㈜악어컴퍼니와 CJ엔터테인먼트㈜, ㈜나무엑터스가 함께 기획한 이번 시리즈는 최고의 작품, 최고의 배우, 최고의 제작 시스템이 뭉쳐 관객들이 무대를 좋아할 수 있게 만들 진정한 공연 축제를 선사하겠다는 포부다. 지난 8일 ‘무대가 좋다’ 제작발표회가 열린 아트원시어터1관에는 2층까지 많은 취재진들이 자리해 페스티벌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내었다. “오랫동안 꿈꿔오며 꼭 해보고 싶었던 프로젝트”라고 서두를 연 ㈜악어컴퍼니 조행덕 대표는 “좋은 컨텐츠와 좋은 배우들이, 많이 왜소해진 대학로를 관객들이 찾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격년제로 예상하고 있는 ‘무대가 좋다’ 시리즈는, 라이선스 연극으로만 라인업이 구성된 올해와 달리 다음 시즌에는 창작 연극, 발레, 콘서트 등 다양한 무대와 함께 할 것이라고 한다. 또한 TV, 영화 등 공연 이외 매체에서 주로 활동을 해 온 ㈜나무엑터스 소속 연기자들의 대거 출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것에 대해 조행덕 대표는 “배우로서 연기한다는 큰 맥락에서 무대 위와 카메라 연기는 같다고 생각하며, 배우들이 대학로에서 더 많은 인정을 받으리라 믿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준상, 박건형, 이신성 등 공연을 많이 하는 배우들이 회사에 많은 건 회사의 지향점과 그들의 뜻이 같기 때문”이라고 말한 ㈜나무엑터스의 김종도 대표는 “관객과 호흡하며 소통하는 것이 연기자들의 깊이와 영역을 넓히는데 도움이 되고, 또한 배우들의 무대 개런티는 낮지만 관객들이 많이 공연장을 찾아 대학로가 활성화 되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동업자 의식을 갖고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보대사 신세경특히 이번 시리즈의 홍보대사를 맡은 신세경은 “의미 있는 자리에 홍보대사로 참여하게 되어 영광”이라며 “앞으로 공연장을 찾아주시는 관객분들 한 분, 한 분을 위해서 좋은 공연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시리즈 첫 작품인 (Fool For Love)의 출연 배우들도 함께 자리했다. 연출을 맡은 조광화는 “원죄적인 트라우마를 가진 이복남매 두 남녀가 서로 떠날 수도 없고 만날 수도 없는, 지독한 사랑이야기”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 등과 일직선상에 있는 느낌인 이번 작품은, 자기 사랑을 처리하지 못하는, 그래서 어른스런 사랑을 해 내지 못하고, 자꾸 상처 주고 그럴수록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라고 부연한 조 연출은 “끝없이 서로를 찾고 있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 자신들의 그리움이 자극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의 이복남매 중 오빠 에디로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이 트리플로 나선다. 이들에게 이번 작품은 첫 연극 무대이다. “대학 때 이후 10년 만에 사회에서 하는 첫 연극”이라는 박건형은 “같은 무대라 해도 연극이 뮤지컬과도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고 그것이 설레임이자 두려움이기도 하다”며 “아직 대본의 무게에 눌려 있는 것 같지만 연극하는 이 순간이 너무나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복 오빠 에디 역의 한정수, 박건형, 조동혁최근 드라마 ‘추노’, ‘검사 프린세스’에서 활약한 한정수는 “세 명의 에디가 너무나 다른 모습이라 경쟁의식은 전혀 없다”며 “연습할 때 동생들한테도 재밌게 해 주려고 많이 노력한다”고 말해 팀 내 분위기 메이커 임을 인정하며 좌중에 웃음을 낳기도 했다. 이복오빠 에디의 동생이자 그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메이 역은 김효진과 김정화가 맡는다. 이복 동생 메이 역의 김효진, 김정화“전체적으로 어둡고 굉장히 진한 이야기에 매력을 느꼈다”는 김효진은 “폭발적이며 끝까지 격야되어 있는 메이 캐릭터에 두려움이 앞서기도 했지만 도전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으며, 그러한 두려움을 넘어섰을 때 배우로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신인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복남매 아버지 역의 남명렬, 마틴 역의 박해수남명렬은 이들 남매의 아버지로, 박해수가 메이의 남자친구인 마틴 역으로 나서 작품을 더욱 탄탄히 지탱해 줄 것으로 기대 받는 연극 는 오는 7월 6일부터 약 2달 간 공연 예정이며, 이를 시작으로 8편의 연극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르는 ‘무대가 좋다’는 내년 4월까지 계속된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_김귀영(club.cyworld.com/docuherb)
2010.06.09 / 조회 1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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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기] 당신의 첫 데이트, ‘무대가 좋다’ 제작발표회
홍보대사 신세경, 배우 박건형, 한정수, 김효진 등 참석2010년 6월 8일, 대학로 아트원씨어터에서는 ‘무대가 좋다’ 및 연극 ‘폴포러브’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나의 첫 데이트’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무대가 좋다’는 ㈜악어컴퍼니, ㈜나무엑터스, CJ엔터테인먼트㈜가 공동제작하며, 배우 신세경이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연극 페스티벌이다. ‘무대가 좋다’는 7월 6일부터 9월 12일까지 진행된다. 작품으로는 ‘풀포러브’, ‘클로져’, ‘트루웨스트’, ‘프루프’, ‘거미여인의 키스’, ‘아트’, ‘댓페이스’가 있다. ‘무대가 좋다’의 제작발표회에는 CJ엔터테인먼트㈜ 김병석상무, ㈜나무엑터스 김종도대표, ㈜악어컴퍼니 조행덕대표, 홍보대사 신세경이 참석했다. 조행덕 대표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페스티벌이다. 좋은 콘텐츠, 멋진 배우, 축적된 노하우들을 가진 세 곳이 만나 한판 놀아보자며 기획됐다. ‘나의 첫 데이트’라는 카피는 우리들의 첫 데이트를 생각하며 그 설렘과 두근거림으로 관객들을 찾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뜻한다”고 말했다. 홍보대사 신세경은 “이 페스티벌은 좋은 작품으로 관객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를 만들고자 하는 공연 축제다. 의미 있는 축제의 홍보대사가 돼 영광이다”며 “앞으로 9개월 동안 관객 한분 한분에게 좋은 공연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배우 박건형은 “연극 도전이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아직 ‘풀포러브’의 대본의 무게에 눌려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 걱정들을 즐길 수 있을 만큼 지금 이 순간들이 너무나 행복하다. 좋은 무대 보여드릴 것이다”고 밝혔다. 김효진은 “카메라 연기에 익숙해져 긴 호흡을 가져야한다는 것이 부담되지만 무대 에너지를 얻고 싶고 스스로의 단점을 넘어서고 싶은 욕심이 있다. 캐릭터의 매력 또한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 중 하나다. 섬세하고 디테일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대본 분석을 많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무대가 좋다’의 개막작은 연극 ‘풀포러브’로 7월 6일부터 9월 12일까지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연극 ‘풀포러브’의 제작발표회에는 연출 조광화, 배우 남명렬, 박해수, 박건형, 한정수, 조동혁, 김정화, 김효진이 참석했다. 조광화 연출은 “풀포러브에 대한 해석이 다양하다”며 “사회의 모든 갈등이 사라지고 남게 되는 것이 남녀의 갈등이라고 생각된다. 서로를 더듬으며 방황하면서 사랑의 성취를 이루지 못한 채 끝없이 욕망하는, 상실감에 빠져있는 현대인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배우 남명렬은 “만나면 서로 상처주고 할퀴지만 돌아서면 그리워져 다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다.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지 우리는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행동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일상적의 운명적 사랑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글, 사진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6.08 / 조회 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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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나 따위’가 이뤄낸 행복,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애정의 시선 몇 년 전, 그녀는 일본의 어느 서점에 간 적이 있다. 일본에서 사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방문한 곳이다. 눈에 띄는 한 권의 책을 샀다. 일본어도 잘 모르고 맡길 사람을 구하기도 어려워 번역하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조금씩 번역을 한 후 2009년 서울문화재단 젊은예술가지원사업의 서류합격을 거쳐 쇼케이스를 진행했다. 합격했다.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연극 ‘기묘여행’이 그것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의 부모와 가해자 부모의 만남을 시작으로 한다. 연극은 이들이 만나 사형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해자를 면회하러 가는 과정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형수의 부모와 피해자의 부모가 함께 여행을 간다, 이 한 줄만으로도 귀가 솔깃해지고 고통이 전해지죠.” 연극 ‘기묘여행’의 연출가 류주연이 말한다. “그 한 줄이 주는 고정적 이미지가 있는데 그것은 신파로 빠지기 쉽다는 것과 마찬가지거든요. 취향의 문제인데 개인적으로 신파를 좋아하지 않아요. 저에게는 어떻게 하면 이 상황을 더욱 담담하게 풀어갈 수 있을까가 고민이었죠.” - 작은 거인의 조용한 외침이 크게 울린다 이 기묘한 여행 속에는 아픔과 슬픔을 감싸고 있는 위트가 있다. “원작의 고통과 분노, 광분, 슬픔 등의 표현들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어요. 그 외의 유머나 위트는 원작에 있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하려고 했겠죠. 고통을 고통으로만 풀어낸 작품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정치적 관점에서는 합법의 이름으로 인간의 생명을 빼앗는 게 정당한 것인가에 대한 거죠.” 사형제도 여부는 이미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매체가 논쟁하며 호소해왔다. 류주연은 사람과 생명에 대해 소통하고 싶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하는 많은 사람들, 생각해보면 그들이 피해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럴 수 있어요. 남의 이야기니까. 관객들이 피해자이건 가해자이건 그들의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실감했으면 좋겠어요. 생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죠.” 다소 무거운 주제의 이 연극은 어둡지 않다. 오히려 시종일관 재치와 몽환적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렇게 공연이 끝나면 아릿한 안타까움이 몸 전체를 관통한다. “연극의 소재는 인간과 인간을 다루는 것, 인간과 사회를 다루는 것, 사회와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의 경우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말하고 싶어요. 사실 처음부터 뚜렷한 목적을 갖고 연극을 시작한 건 아니에요. 작품을 하면서 그동안을 되돌아보니 ‘아, 나는 인간과 사회에 관심이 많구나’ 알게 된 거죠. 대부분의 작품들이 그랬어요. 그것이 아마 제가 하고 싶은 게 아닐까 깨닫고 있는 중이예요.” 비극이 내포하는 희극, 희극이 담고 있는 비극. 지금 시대는 너무나 고단하고 피곤하다. 먹고 살기가 빠듯해 여유가 없다. 그것 때문일까, 관객들은 코미디에 집중하고 대학로에는 코미디 포스터로 가득하다. “그만큼 사람들이 피곤하니까 연극마저도 피곤하게 관람해야하나 생각이 들겠죠. 이해가 되기 때문에 연극은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웃고 싶어 한다면 웃겨줘야죠. 다만 그냥 웃기는 것이 아니라 웃으면서도 생각하고 돌아갈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만약 사람들이 울고 싶어 한다면 연극은 울려줘야 해요. 역시 무작정 감성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울더라도 집에 가서 울도록, 내내 울 수 있도록, 생각하면서 울게 만들어야죠.” - 연극을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스물여섯. 그때 그녀의 나이 스물여섯이었다. 직장을 다니다가 연극판에 뛰어들 당시 그녀는 어렸고 또 늦기도 했다. 연극 전공생도 아니었고 직간접적인 연극적 경험도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유리가면이라는 만화책을 보고 연극이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연극에 대한 애정은 항상 있었는데 너무 사랑해서, 너무 사랑하면 그 존재가 커 보이고 쉽사리 다가가지 못하잖아요. 나 따위가 어떻게 라는 생각에.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나 따위더라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극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그녀 역시 경제적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가장 버티기 힘든 나이가 20대 말에서 30대까지인 것 같아요. 한 10년에서 15년? 주머니에 몇 백 원 넣고 살아야하는 시간이 길죠. 그게 지나면 조금 나아지지만 그렇다고 절대 부유해지지도 않아요. 그런데 돌아보면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잘 살려고 아등바등 하잖아요. 그렇지만 일정의 수준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죠. 그럴 바에야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게 훨씬 행복한 것 같아요. 물론 저도 30대 초중반에는 연극을 계속 해야 하는 건지 고민했었어요. 순수하게 경제적인 문제로.” 그녀는 연극을 하고 싶다는 후배를 필사적으로 말린 적도 있다. “그 친구는 부모님께도 폭탄선언을 하고 연극을 하기 위해 마음을 다잡았는데 제가 뜯어말렸어요. 지금은 사회생활 하고 있는데 가끔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냥 하라고 할 걸.” 그녀는 이제 연극을 사랑하는 후배들에게 말한다. “하고 싶은걸 해라, 그리고 하면서 행복해라.” 그녀는 당부한다. 인생이 너무 짧다고. “엊그제가 스무 살 같은데 벌써 나이가… 건강하고 왕성하게 활동할 수 있는 시기가 너무 짧아요.”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갈 것이다. 그것도 아주 행복하게.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는 것, 그것이 마치 지금 우리가 추구해야할 목표인 것처럼 포장되고 있는 문화가 건강하고 올바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김구선생님도 말씀하셨잖아요. 문화가 살아야 한다, 문화를 살려야 한다고. 다소 걱정되는 문화적 현실을 인식하는 가운데 행동으로 옮기는 삶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 틀에 자신을 끼워 맞추지 않고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향해 애쓰고 몸부림치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전성진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2 / 조회 8,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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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Factory.28] 모든 아픔은 타당하다, 연극 ‘기묘여행’
생명은 소중하다는, 당연한 이야기의 기묘한 전달 당신의 여행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있는가. 여기 기묘한 여행을 떠나는 한 남자의 가방이 있다. 가방 속에 익숙한 것은 없다. 그것이 가방 주인의 철학이다. 남자는 ‘여행은 비일상, 가방 속에서 익숙한 것들이 나오면 비일상의 즐거움이 깨져버리기에 새로운 물건들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그의 가방에는 낯선 것들로 가득하다. 청테이프, 식칼, 밧줄, 염산, 전기톱, 그리고 직접 만든 인형까지. 남자는 이것들을 짊어지고 어디로 가려는 것일까. 이제 남자의 기묘한 여행이 시작된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남자 곁에는 일어나지 못하는 어린 딸이 동행한다. - 침묵으로 더욱 극대화되는, 그 슬픔 동반여행. 설레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다. 여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해방감은 일말의 기대감을 자극하는 법. 그러나 동반여행을 떠나는 두 부부사이에는 숨통을 조이는 불편함만이 식은땀과 침묵으로 일관돼 드러난다. 이들은 살인자와 피해자의 부모들로 사형선고를 받은 살인자에게 가는 길이다. 극단 산수유의 연극 ‘기묘여행’은 피해자 부모와 살인자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담담한 묘사들은 3년 전의 살인임을 알리나 표면적으로만 과거일 뿐, 침묵으로 드러나는 당사자들의 아픔은 그것이 절대 과거일 수 없는 현재임을 호소한다. 어색한 상황과 형식적 대화들이 오고가는 사이, 상처들은 꿈틀대며 점차 선명해진다. 침묵하는 슬픔은 오열보다 고통을 극대화시킨다. 살의로 가득 찬 피해자 아버지와 어떻게든 아들의 목숨만을 살리고 싶은 가해자의 어머니는 안절부절 못한 채 당황하기만을 반복한다. 연극이 주목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남은 자들의 삶이다. 연극 ‘기묘여행’은 어느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결이나 치유로 과장하지도 않는다. 남은 자들의 삶을 제시하며 관객에게 질문할 뿐이다. 이 작품은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을 통해 서로의 아픔을 목격하게 만든다. 입장은 다르지만 고통은 같다. ‘그 때’를 위해 3년을 30년처럼 견디어 온 아버지와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파리하게 일상을 유지하고 있는 어머니, 극도의 불안 상태 속에서 속죄의 기회를 달라고 애걸하는 가해자의 부모 모두 설득력이 있다. 그들의 주장 모두가 타당하며 모두가 충분히 아프다. -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로운, 그 슬픔 이들 사이에는 만남을 알선한 코디네이터와 자원봉사자가 있다. 코디네이터는 현재 꽃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는 과거에 살인을 집행했던 교도관으로 단 한 번의 집행 경험이 있다. 한 번의 경험이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자원봉사자는 과거, 누군가에 의해 아버지를 잃었다. 그럼에도 연극 ‘기묘여행’은 과도하게 슬퍼하거나 울부짖지 않는다. 그들의 슬픔은 침묵 외에도 무대와 음악 등으로 ‘기묘하게’ 전달된다. 비사실적 무대와 사실적 소품의 대비, 살아서 고통 받는 사람과 죽은 딸의 등장, 연극의 흐름을 신선하게 바꿔놓는 음악 등이 조화돼 낯선 화음의 성공적 소통을 알린다. 고통이 유발하는 희극적 상황은 유머가 된다. 섬세한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있으면서도 날카롭다. 밀도 있는 날카로움 끝에 찔린 관객들은 연극이 제시하는 문제에 대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게 된다. 살인자 앞에서 식은땀만 흘려대던 남편과 달리 감정의 균형을 잘 잡아가던 아내는 어느 순간 폭발하며 딸을 돌려달라고 외친다. 극은 절정을 찍었고 화해는 없다. 남자는 고백한다. “지금까지 꽤 긴 걸음이었던 것 같은데 원래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지금도 제 마음 속에는 살의가 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향한 인간의 연민과 순수함이 남았다. “그러나 죽일 순 없습니다. 아빠로서는 실격이겠죠. 그렇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지금도 내 마음 속에는 엄청난 살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죽일 순 없습니다.” 난데없는 노래방에서의 대면을 시작으로, 서로가 만들어온 인형을 안고 찌르기를 지나 살인자와 대면하기까지의 기묘한 여행. 연극 ‘기묘여행’은 사형 제도를 밑거름삼아 생명의 존엄성과 숭고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뚝심 있는 연극 철학으로 신뢰감을 주는 연출가 류주연과 남명렬, 예수정 등 말이 필요 없는 배우들의 만남은 기묘여행에 동참하는 관객들로 하여금 동행의 기쁨을 맛보게 했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4.21 / 조회 18,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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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탈을 쓴 생명 이야기, 연극 ‘기묘여행’
사형제도는 인간의 본질적 인권 침해인가 연극 ‘기묘여행’이 4월 17일부터 2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연극 ‘기묘여행’은 2004년 일본의 토시노부 쿄죠우가 쓴 작품으로 사형수와 피해자 부모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획의도에 대해 공연관계자는 “인간의 생명이 법이나 제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는가에 대한 반문을 통해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재창하고자 한다”며 “살인이라는 1차 재해에 가려져 간과됐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과 아픔이라는 2차 재해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쉽게 죽을 수도, 죽일 수도 없는 인간 양심의 순수한 근원을 밝히고자 한다”고 전했다. 작품 속에는 딸의 살해범인 사형수를 직접 죽이겠다는 아버지,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을 받아들인 살해범, 교도관으로 사형집행 경험이 있는 코디네이터 등이 등장한다. 피해자의 아버지는 복수를 생각하며 가해자의 어머니는 아들이 항소해서 어떻게든 살기를 바란다. 한편 과거의 교도관은 이제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을 알선하는 코디네이터가 돼 있다. 연극 ‘기묘여행’은 살인을 둘러싼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과 순수성을 이야기한다. 연출의도에 대해 연출가 류주연은 “사형 제도의 찬반 논쟁을 화두로 삼기보다는 인간 생명의 숭고함에 초점을 맞추어 전개하고자 한다. 이는 심지어 사형제도가 완전 폐지된 나라일지라도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라면 꼭 생각해 봐야 할 이야기인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공연에서 피해자 어머니 역은 연극 ‘바다와 양산’, ‘그린벤치’, ‘신의 아그네스’, ‘다우트’ 등에서 열연했던 예수정이, 피해자 아버지 역은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인간, 리어’, ‘보이첵’, ‘에쿠우스’, ‘한스와 그레텔’ 등의 남명렬이 맡는다. 이 외에도 김정영, 오일영, 장용철, 권지숙, 신용진, 신용숙, 김원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참여한다.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22 / 조회 8,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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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배우 남명렬, 그의 언어에 끌리다
연극 ‘코펜하겐’의 물리학자 ‘닐스 보어’ 봄의 햇살이 당도했으나 물러나지 않은 겨울바람 때문에 거리의 인파들이 허둥대는 계절의 어느 평일 오후. 배우 남명렬은 스웨터와 점퍼, 목도리에 헤진 가죽가방을 메고 카페로 들어왔다. 관객에게 익숙한 무대 위 고뇌의 눈빛과 카리스마 대신 한결 편안하고 자유로운 모습이었다. ‘거미여인의 키스’, ‘햄릿 프로젝트’, ‘프루프’, ‘갈매기’, ‘바다와 양산’, ‘에쿠우스’, ‘한스와 그레텔’, ‘마라, 사드’, ‘세자매’ 등. 그가 출연했던 수많은 작품 때문인지 그는 지적인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거기에 중후한 미소와 끊임없이 재생되는 유머, 쉬지 않는 탐구. 그러니까 대충 중년의 남자 연극배우에게 할 수 있는 찬사를 끌어 모아다가 믹스시키면 배우 남명렬이 남는다. “93년도, 첫 공연을 했던 산울림소극장 2층 연습실 마룻바닥이 생생히 기억나요. 지금 그 연습실은 사라졌지만 마치 조금 전에 만졌던 느낌이 들 정도로 선명해요. 그때 나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절박감이 크지 않았나 생각해요.” 배우 남명렬은 삼십대에 직장을 그만두고 연극을 하기 위해 서울로 왔다.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간들이 쌓여 묵직한 여유로 드러났다. - 거대한 담론 속 인간에 대한 탐구 그는 곧 개막할 연극 ‘코펜하겐’에서 물리학자 닐스 보어 역을 맡았다. 연극 ‘코펜하겐’은 2007년 서울대학교 공대 연극반에 의해 소개됐고 2008년 극단 청맥에 의해 정식 초연됐다. 이 작품은 ‘1941년, 왜 베르너 하이젠베르그(독일의 물리학자, Werner Karl Heisenberg, 1901.12.5~1976.2.1)가 닐스 보어(덴마크 출신의 물리학자, Niels Henrik David Bohr, 1885.10.7~1962.11.18)를 찾아왔는가’라는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배우 남명렬은 2009년 무대에 올랐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의 논쟁은 과학계뿐 아니라 문화예술, 철학 등 여러 분야에 많은 담론을 던져줬어요. 과학을 소재로 하지만 결국 인간의 내면을 다루고 있죠.” 원자 세계에서의 불확실성을 통해 인간 내면의 불확실성을 드러내는 이 연극은 생소한 과학 용어와 원리들을 쏟아낸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렵더라고요. 관객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배우는 파헤칠 것이 많은 작품일수록 매력을 느껴요.” 그래서 그는 파헤치고 또 파헤쳤다. “배우도 모르고 이야기하면서 관객이 알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다들 학구적인 친구들이라 그날 연습하며 모르는 것이 나오면 집에 가서 열심히 찾아봤어요. 그 다음날 ‘그건 이런 거야’ 하면서 알려주죠. 듣는 상대방에게 또 다른 질문이 생기겠죠? 그러면 ‘그건 내일!’하면서 또 찾아보는. 이런 과정을 한 달 이상 반복했어요. 거의 스터디그룹이었죠.” 노벨상 수상자 리처드 파인만은 ‘양자역학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말한 바 있다. “우리가 이 대본을 보며 그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요. 그래도 알아가는 과정들이 참 재밌었어요. 관객 혹은 지인들이 공연을 본 후 물리학에 대해 정말 잘 아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때 ‘우리 노력이 헛되지 않구나’라는 걸 느꼈죠.” 이 작품만이 아니다. 그는 유독 어렵고 많은 양의 대사들과 함께했다. 대사 잘 외우는 비법이 있지는 않을까. “잘 해야겠다는 스스로의 강박관념과 작품에 대한 관심이 어떻게든 외우게 하지 않나 생각해요. 외우지 않으면 공연을 못하니까. 누구나 잘 할 수 있는데 단지 저에게 기회가 주어진 것뿐죠. 대사를 잃어버려서 공연을 망치게 할 배우는 아마 없을 걸요?” 그럼에도 보는 관객의 입장에서 감탄을 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실수도 있을 법한데 그가 실수하는 모습을 본 관객들을 찾기도 어렵다. “다른 방법이 아니고 여유 같아요. 무대 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소화할 수 있도록 여유를 갖는 것. 그냥 나이를 먹어서 그런 거죠.” - 연극은 인생, 인생은 또 다른 연극 연극배우라면 경제적 문제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삼십대의 나이였다면 더욱이 절실할 것이다. “물론 경제문제에 있어 절대적 빈곤의 수준이 있어요. 일 년에 연봉이 200만원이라면 절대적으로 빈곤하죠. 이런 이야기를 하면 ‘당신은 그래도 작업을 하니까’라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저 역시 어려운 시기는 있었어요.” 그는 후배들이 시선을 조금 길게 두기를 바랐다. “단언하지는 못하지만 우리나라에서 굶어 죽는 사람은 드물죠. 아르바이트를 해서라도 먹고 살 수는 있어요. 연극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가만 생각해보면 경제문제는 상대빈곤이거든요. 물질적으로 욕망하는 바를 소득 수준 안에서 해결한다면 이 연극이 못할 정도로 좌절할 거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는 연극 무대는 시간과 열정을 배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살아가는 세월만큼 무대 위에서 녹아나기 마련이에요. 그 세월은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어요. 그러니 연극이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선을 조금 길게 봤으면 해요.”그렇다면 관객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그는 한 발 물러난다. “저는 행위를 하는 입장으로 관객들에게 무언가를 요구할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대신 사회의 이슈와 유행을 따라가는 과정 속에서 소중한 것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채 가려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다시 한 번 뒤돌아보며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도 연극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죠. 그러려면 때때로 심각하고 진지하면서도 고뇌하는 모습을 던져줘야 해요. 그런데 그런 연극을 하면 관객이 없어요. 연극계 내부에서는 의미 있다고 이야기를 하겠죠. 그러나 우리만의 의미라면 그것이야말로 의미 없지 않나 생각해요.” 그는 연극 ‘코펜하겐’을 통해 관객과 ‘의미 있는’ 소통하기를 바란다. “우리는 현재 재미와 가벼움, 즐거움을 위해 달려가는 말 위에 있죠. 잠시 말고삐를 잡고 ‘속도를 조정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이 작품과 함께 했으면 해요. 담론 자체는 거대하지만 그 속에 인간적인 부분들이 많이 있거든요. 유머도 있고.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르는 말초적 세상에서 무언가를 돌아보고 싶다면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애쓰고 있고요.” 글_뉴스테이지 이영경 기자, 사진_뉴스테이지 강지영 기자 (newstage@hanmail.net)
2010.03.19 / 조회 19,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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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 사드> 배우 남명렬, “연극은 무언가를 제시해 주는 일”
우연히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아, 적어도 헛걸음을 한 건 아니구나’하고 안심해도 좋다. 또, 일부러 날짜를 꼽아가며 열심히 공연장을 찾는 관객이 이 배우를 만난다면, ‘오늘 만큼은 가볍지 않은, 작품의 밀도를 제대로 느껴보고 싶어’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로 무대에서 선 지 올해로 16년. 코믹하거나 혹은 잔잔하거나, 또는 강하거나 진한 모습으로 서 온 그이지만 한결같이 변하지 않는 것, 그것은 ‘믿을 수 있는 배우’라는 점이다. 연극 의 사드로 돌아올 연극 배우 남명렬의 이야기다. 연극 가 벌써 올해 네 번째 작품입니다. 대학 연극 동아리 100회 기념 공연을 올 초에 연출도 하고 배우도 하고. 그것까지 하면 , , 까지 벌써 다섯 작품이네요. 지난 번에는 좀 무리하긴 했죠. 끝나고 4일 후에 이 들어갔거든요. 굉장히 고민스러웠고 개인적으로 힘들기도 했어요. 작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것 뿐만이 아니라 외부의 시선도. 예를 들어 비슷한 시기에 두 작품을 하게 되면 혹여 전 작품의 캐릭터나 공연하는 유형이 뒤에 하는 작품에 스며 나온다든지, 그러면 저 사람은 대사만 달리하고 똑같이 한다고 너무 쉽게 비교할 수도 있죠. 또 둘 중 하나라도 완성도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게 되면 “무리하니까 작품 망치지” 이런 얘기도 들을 수 있고요. 다행히 둘 다 나쁘지 않은 평을 받아서 작품 끝내고 두 달 간 맘 편히 쉬었습니다. 는 국내에서 자주 공연되는 작품은 아닙니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올 중반기에 서울시극단에서 해서 올 해 같은 작품이 두 번 공연되는 셈이네요. 한 10여 년 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을 본 적이 있는데 마라와 사드만 나오는, 많이 각색된 2인극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그 때는 무슨 이야기 하는 지 잘 몰랐는데 이번 작품을 연습하면서, 아, 이런 얘기구나, 하고 있습니다. 작품 같이 하자는 제안은 올 초에 받았고, 아르코극장 기획공연으로 작년 말에 이미 공연이 결정되어 있었죠. 서울시극단에서 그 후에 작품이 결정 되었는데 여기 연출가에게 자기네들이 먼저 해도 되겠느냐 연락이 왔었대요. 그런데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이 어떻게 올려지는 비교해 보는 것도 재밌잖아요. 이라는 작품을 할 때, 일본 배우와 연출가가 만든 작품과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든 두 작품을 교토아트센터에서 차례로 공연한 적이 있었어요. 우리는 한국에서 다 연습해서 그 친구들 공연 이틀 후부터 공연하는 식으로. 그런데 일본 공연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가 만든 것과 너무 다른거죠.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연기 패턴, 무대도요. 관객들도 저번에 저 공연을 봤는데 이번엔 이 작품을 보고 비교해 본다던가. 물론 예술행위에서 어느 게 더 좋고 나쁜 건 있을 수 없겠죠. 하지만 어떤 부분에 대해서 호감을 느끼는 것도 있고 또 그렇지 않을 수 있잖아요. 원작 그대로를 풀어낼 예정인가요? 되도록 피터 바이스란 작가가 쓴 것을 다 구현하려고 애쓰고 있어요. 유럽 배경이다 보니, 프랑스 대혁명이라든지, 상징적으로 압축된 유럽 역사의 이해랄까, 알아듣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은 좀 차지 한 것도 있지만요. 10여 전엔 힘들었지만, 지금 ‘아, 이런 이야기구나’하고 이해하신 부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같은 작품도 인간과 삶에 대한 작품이지만 개인의 일상들이 나에게 얼마나 감동을 주는가 등의 미시적인 관점이라면, 는 역시 인간의 삶을 이야기 하지만, 우리가 평소 이야기 하는 삶의 문제에서 좀 삭제된, 좀 더 거시적인 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집단 내에서는 반드시 지배자와 피지배자가 생기고, 그 사이 불평등이 존재하죠. 그 부분에 대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논쟁, 과연 무엇이 모두가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사회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자기 철학에 대한 주장이 이 작품에 들어 있어요. 자칫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는데, 물론 그런 거대담론은 있지만 굉장히 실제하는 어떤 것을 쉽고 적나라 하게 이야기 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을 보며 ‘나는 어떤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는 걸까’를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 아닐까, 합니다. 리얼리즘 작품은 작품에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동화해 카타르시스를 느낍니다. 이 작품은 그런 경우와는 다르죠. 관객들이 이 작품과 어떻게 호흡하길 원하십니까. 브레히트 이전까진 일반적인 리얼리즘 연극들에서처럼 철저한 동화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형식이었고 그것이 주류였습니다. 하지만 브레히트는 ‘어차피 무대 위에서 하는 건 연기다, 근데 왜 실제처럼 하느냐’라고 했고 관객이 극에 몰입될 만하면, 이것이 연극이라는걸 보여줬죠. 하지만 그렇게 딱 중간에 깨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완벽히 동화되도록 만들어야 되요. 그렇지 않으면 깰 이유가 없는 거죠. 이 작품도 상당 부분 그러한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무대 위의 상황이 진짜 우리네와 똑같아’가 아니라 ‘아, 저런 게 있을 수 있구나’하고 그 이외의 것을 생각하지 못하게, 지금 상태에만 몰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그렇게 몰입하다 중간에 탁! 깨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음악이나 다른 배우들의 움직임, 광기 등을 많은 사용하려고 합니다. 맡으신 ‘사드’는 어떤 인물인가요? 현재 사드 후작은 가학변태성욕인 사디즘에 대한 걸로 제일 많이 알려져 있죠. 그가 오랫동안 감옥에 갇힌 것도 그 때문이긴 하지만 그에 대한 표피적인 부분만 우리들이 인식하고 있기도 해요. 그는 사회를 바라보고 인간을 바라볼 때 왜 허울을 가지고 보느냐, 깊이 개인으로 들어가고, 들어가면 결국 사람에게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 밖에 남지 않는다고 주장했어요. 사회를 바라볼 때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한, 좋은 세상이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혁명과 싸움이 거듭되는데, 실제로 민중이 행복했던 경우가 있느냐, 없다는 거죠. 마라가 사회혁명을 이야기 했다면 사드는 개인의 혁명을 이야기 한 거에요. “너 자신을 분명히 바라 봐라”고요. 진지한 작품에서 주로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이미지 때문일까요? 지금까지 해 왔던 작품 중에 좀 골치 아픈 작품들이 많았어요(웃음). 만 해도 연습하는 내내 핵물리학 공부시간이었죠. 이전에 했던 이런 작품들 때문에 사실 그렇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지적일 것이다’라고(웃음) 생각하시기도 하고. 그런 작품 준비할 때 연출이나 이런 사람들이 저를 많이 떠올리나 봐요.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게 저의 경쟁력 일 수도 있겠다, 싶어요. 적어도 일정 부분 저에 대한 신뢰가 있는 것이잖아요. 관객들에게, 책으로도 몇 번을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것들을 저를 통해 3차원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 물론 모든 작업이 성공적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런 능력을 조금 가지고 있다면, 그건 희열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무척 코믹하고 평범한 역할을 한 경우도 많아요. 그 당시에는 “계속 이런 이미지로 굳어지면 어떻게 해?”라고 걱정해 주시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요. 연극 비 전공자로 평범한 직장인에서 30대에 들어 본격적으로 연극을 시작하셨습니다. 큰 계기가 없지 않고선 힘든 일 아닌가요? 밖에서는 제가 별 충격적인 일 없이 살아온 사람처럼 보일 테지만, 여러가지 과정들이 좀 있었어요. 근데 제 자신을 들여다 보면 사소한 일은 굉장히 신경 쓰고, 좀스럽고?(웃음) 그런 편인데 큰 일을 겪으면 오히려 우왕좌왕 하기 보다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하고 굉장히 차분하게 해결하는 편이에요. 제약회사 영업부에 한 6년간 있었는데, 그 생활 자체가 좀 인간적이지 않다는 생각을 했어요. 속성상 목표액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그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이에요. 이건 너무 싫어, 싫어,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일단 그만 두고 보자, 했죠. 연말 보너스가 당시 250%였는데 그건 놓칠 수가 없어서(웃음) 12월 31일에 딱 그만 뒀어요. 그러고 나서 뭘 할까, 하다 연극을 했던 게 제일 재미있었다고 깨달은 거죠. 직장 생활하면서도 대전에서 지속적으로 연극하는 사람들과 교류도 있고 공연도 했거든요. 여럿이 함께 창단한 극단도 있고 하니 대전에서 연극을 시작했고, 우연히 서울 공연 단체가 같이 공연 해 보자고 해서 서울로 오게 되었어요. 서울 데뷔작이 이윤택 극본, 채윤일 연출의 이었는데 굉장히 인기가 있었죠. 뭐가 뭔지 모르고 했던 터라 스스로 만족스럽진 않았지만 서울에서 작업을 하면서 많은 걸 깨달았어요. 연습 기간, 공연기간도 차이가 났고. 좀생이라는 고백은 의외인데요.(웃음) 옛날 보다는 덜해졌지만, 좀 ‘파르르’하는 성격이 있어요. 대학 졸업 후 입사할 때 아버지가 “명렬아, 넌 그 파르르한 성격을 좀 죽이고 살렴” 그런 말씀까지 하셨죠(웃음). 지금은 참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게, 그런 내면을 숨기기 위해서(웃음). 앞에 해야 될 일을 그냥 놔두고 있질 못해요. 밥 먹고 바로 설거지를 해 놔야 하고, 집에서 대본이나 책을 볼 땐 주변을 정리해 놔야지, 너저분하게 있으면 자꾸 신경 쓰여서 책이 눈에 안 들어오는 거죠. 아들이 저랑 성격이 달라서 그런 걸 좀 머리 아파해요(웃음). ‘커피프린스 1호점’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오랫동안 많은 연극작품에 출연한 것 보다 드라마 한 편의 여파가 크긴 크죠. 영화나 TV 등의 매체는 파이 자체가 크잖아요. 큰 파이에서 한 쪽만 떼어도 그 조각이 큰데, 연극은 파이 자체가 작기 때문에 전체를 다 먹어도 큰 조각 하나보다 작을 거에요. 단지 나는 어느 매체에서 할 때 내 자체의 활용도가 있느냐, 그 차이지요. 매체가 다를 뿐 하는 일은 같은 일이잖아요. 물론 매체에 적절한 변화된 연기는 해야겠죠. 요즘은 크로스오버가 많은 시대이고 오히려 대중 매체 스타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연극이나 뮤지컬 쪽으로 오는 사람도 많잖아요. 그러나 연극이 내 성장의 분명한 토양이 됐고, 어쨌든 연극에 발을 딛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정체성이 흔들리는 사람도 있는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이 연극에 잔뼈가 굵다가 다른 매체에서 활약하게 되도 적어도 두 달은 연극에 할애해야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요. 물론 개인의 선택이지만, 정동환 선배 같은 경우는 TV 작품을 그렇게 많이 해도 1년에 두 편 이상씩 연극을 하잖아요. 그런 것이 롤 모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학로에서 16년, 배우 남명렬이 가진 지금의 목표는 무엇일까요. 농담처럼 이야기하는 인생 목표가 있어요. ‘가늘고 길게 살자’(웃음). 때때로 있는 듯 없는 듯, 그런데 어느 날 보면 ‘어? 있네!’(웃음). 그래야 스스로에게도 스트레스가 덜하고. 나를 찾는 사람이 꾸준히 매년 있는 것,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같이 한 것이 실망스럽지 않다고 매번 인식되는 삶이 반복되는 것. 그리고 나이에 걸맞는 삶의 모습을 하는 것, 그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물론 그 나이의 얼굴이라는 것이 계량화 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생각하는 50대의 얼굴, 그것이 되고 싶은 거죠. 아저씨가 되고 싶진 않아요. 지금 현재 사회 속에서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유행하는 사고, 책, 삶의 패턴, 이런 것들에 대해서 민감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난 예술가니까. 김아라 연출이 어느 자리에서 “배우를 일반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면 안돼, 또 다른 하나의 인간 유형으로 봐줘야 해”라고 한 적이 있는데 사실 그래요. 도덕적이면서도 반 도덕적이어야 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고, 감성적인 영역에 있는 사람이거든요. 그런 걸로 인해서 훨씬 더 많은 영감을 갖게 되고 다른 개인들에게 더 큰 영감과 삶의 활력, 새로운 가치를 형성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주거든요. 또 평소의 내 삶을 닦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무대에 서 있으면 자신의 평소 모습이 정말 다 드러나거든요. ‘나’라는 재료를 가지고 다루기 때문에 재료가 구축해 내는 배역은 반드시 차이가 있습니다. 30대 초반에 선택했던 삶이 지금 이 순간까지 좋은 선택이었다, 라고 앞으로도 계속 생각하며 살고 싶은 꿈이 언제나 있죠.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 브라운 팩토리
2009.09.28 / 조회 11,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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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펜하겐> 하이젠베르크가 코펜하겐으로 간 까닭
“물리학자가 핵분열에 대한 연구를 계속할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을 만들었던 핵물리학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연극 이 지난 19일 프레스콜 행사를 가졌다. 연극 은 지난 50년간 미국과 독일 과학사학자들이 논쟁을 벌여온 독일 과학자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이젠베르크가 위험을 무릅쓰고 코펜하겐으로 보어를 찾아 갔는가, 두 사람은 무슨 얘기를 주고받았는가, 근대 물리학의 전환기이자 핵무기 개발 경쟁의 정점에서 이 만남이 어떤 역할을 했는가' 등에 대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정이 전개된다. 이번 무대에는 ,의 남명렬(보어), ,의 이상직(하이젠베르크), 영화 ‘나비’, 연극 ,의 김호정(마그리트)이 출연한다. 지난 2007년과 2008년에 이어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윤우영 연출가는 “물리학 이론과 인간의 불확실한 내면을 연극으로 절묘하게 보여준 작품”이라며 “최근에 접하기 어려운 진지한 연극이라는 점에 큰 의미를 두고 싶다”고 밝혔다. 연극 은 세계 30여 개국에 공연 됐으며 1998년 영국 이브닝 스탠다드 어워즈 최우수 연극상, 2000년에는 토니상 최우수 신연극상, 최우수 연출가상, 최우수 여자연기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에 이은 과학연극 세 번째 시리즈이기도 한 연극 은 5월 19일부터 6월 7일까지 두산 아트센타에서 공연된다. 프레스콜 현장코펜하겐으로 날아온 하이젠베르크(이상직)제가 하이젠베르크에 온 이유를 아십니까?사랑스런 아내, 마그리트(김호정)과 함께사건 속으로!저 사람, 마음에 안 들어~고민에 빠진 보어(남명렬).내조의 여왕 마그리트(김호정).불확정성의 원리 vs 상보성 원리하이젠베르크, 그의 뒷 이야기는?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9.05.20 / 조회 10,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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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숫자 밑에 어린 사람 이야기
인생은 자기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끊임없는 사투일지도 모른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사회에게, 자신이 맞닿아 있는 이들에게 존재하는 ‘내’ 모습이, 그대로 나에게 투영되기 때문이다. 연극 에서는 아버지와 딸, 연인이 서로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투영해 나간다. 천재수학자이지만 중년에 정신분열로 힘든 삶을 보내는 남자와 그런 아버지를 위해 대학을 포기하고 곁에 있는 딸. 한 겨울 정신이 나간 채 문밖에서 뜻 모를 이야기를 써나가는 아버지, 그를 감싸 안을 수 밖에 없는 딸의 심정이 마음을 두드리고 적신다. 가장 존경했던 수학자 아버지가 정신분열증으로 갑자기 낯선 사람이 될 때의 충격과 서글픔은 이 작품의 주인공 캐서린이 겪어야 고통의 중심이다. 그리고 아버지가 죽은 후 밀려오는 허무함과 자신도 미칠 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그녀를 예민하고 신경질 적으로 만들었다. 그녀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사람을 방어적으로 대하지만 오래된 집 안에서 단지 아버지와의 교감만으로 살아오던 그걸 대신할 그 무엇이 절실해 보인다. 김지호는 연극 이후 두 번째 서는 이번 무대를 한층 성숙한 연기력으로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과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으로 지치고 예민해진 캐서린을 표현하고 있다. 아버지가 다시 상태가 안 좋아 진 걸 알고 절망하는 표정에서 그녀가 이제 연기파 배우 대열에 합류했음을 느낄 수 있다. 또 천재 수학자이지만 정신분열증을 앓는 로버트 역의 남명렬의 연기는 강한 아우라를 만들어낸다. 유머감각 많은 자상한 아버지에서 정신분열로 광기 어린 모습으로 변할 때면 놀람보다는 서글픔을 먼저 건넨다. 또한 정원조는 엉뚱하지만 순수한 로버트의 제자로 나와 그의 매력을 제대로 드러내며 특히 여성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 작품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이, 특히 캐서린과 로버트가 갈구하는 건 애정과 신뢰다. 이들은 수학천재라는 다른 사람들이 갈구하면서도 그들을 외부인으로 몰아가는 요소를 지니고 있는 동시에, 정신분열증, 혹은 정신분열증에 걸릴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해결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수학문제를 붙잡고 있듯 끝이 보이지 않은 인내에서 아버지와 딸, 언니와 동생, 여자와 남자, 이들이 얻는 것 역시 서로에 대한 애정과 신뢰다. 제목에서도 느끼듯, 이 작품에서 수학은 재미있는 양념이 된다. 허수, 소수 등이 등장하며 맛깔난 유머의 소스로 쓰이기도 하고, 등장 인물들의 자아를 찾아주는 열쇠가 되기도 한다. 헐리웃 영화에서 많이 본 ‘천재 수학자’ 이야기가 또 다시 나와 식상할 수도 있지만, 이 작품에서 진짜 이야기 하는 건 수 아래에 숨어있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쉽게 쉽게 넘어가면서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묵직하게, 그러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관객을 이끈다. 코믹 연극에 지쳤다면 한 수학자의 남다른 인생을 엿보는 건 어떨까.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2008.08.08 / 조회 1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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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프> 알기도, 믿기도, 풀기도 어려운 인간관계의 함수
실존 인물인 천재수학자 ‘존 내쉬’의 일생을 모티브로 한 연극 가 오는 7월 공연을 앞두고 지난 26일 연습현장을 공개했다. 2001년 브로드웨이 초연 이후 토니상과 퓰리처상 등 수 많은 연극상을 휩쓸며 그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은 연극 는 2003년 국내 초연과 2005년 공연에서 추상미, 장영남, 최용민, 장현성 등 연기파 배우들의 인상적인 열연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2년 전 연극 이후 두 번째로 연극 무대에 서는 김지호가 배우 서은경과 함께 천재수학자의 딸인 캐서린 역할을 맡아 화제를 낳고 있다. 또한 수학자 로버트 역은 오랫동안 선이 굵은 연기로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고 있는 배우 남명렬이, 수학자의 제자 할 역에는 , 등을 통해 배우의 입지를 다지고 있는 정원조가 맡았다. 또한 성공한 커리어 우먼인 캐서린의 언니 역으로 이경선이 분할 예정이다. 이날 공개된 연습 장면은 아버지의 죽음 이후 더욱 예민해진 캐서린의 모습과 교수를 진정으로 존경했던 제자 할, 그리고 불신에서 시작되어 사랑의 감정으로 발전하는 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연습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지호는 “하면 할 수록 어려운 작품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먼저 극단에 전화해 연극 하고 싶다고 졸랐다”며 시종일관 환하게 웃는 모습이었다. 또한 “드라마를 촬영할 땐 놓치는 부분, 안 되는 부분, 알고 싶은 부분을 미처 해결하기도 전에 극이 진행 되어서 답답함이 생기고, 그래서 연극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욱 강해진 것 같다”며 연극 무대를 계속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 에 이어 의 연출을 맡으며 배우 뿐 아니라 연출가로도 활약 하고 있는 유연수는 “수학에서 모티브를 따 왔지만, 인간의 함수 관계가 더 복잡하고 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간에 대한 작품”이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한 후, “사랑과 일, 믿음 등의 관계를 신선하고 탄탄하게 풀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에 이어 두 번째로 함께 하는 배우 정원조에 대해서는 “진실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하는 배우”라고 칭하며 앞으로의 성장가능성이 더욱 큰 사람이라고 평하는 모습이었다. 연습장면 아버지의 죽음 후 더욱 예민해진 캐서린, 그녀를 찾아온 할믿음은 오해를 떨쳐내야 얻어지는 법둘 사이, 사랑이 싹튼다.연습을 지켜보고 있는 스텝들(우측이 유연수 연출)천재수학자 로버트 역의 남명렬캐서린의 언니 역의 이경선할 역의 정원조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8.06.27 / 조회 16,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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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극의 절대 강자, 연극 [노이즈오프] 연습현장
한번쯤 궁금했을 것이다. 정제된 연기를 보여주는 무대 뒤는 어떤 모습일까. 이런 호기심을 풀어주는 연극이 있다. 바로 ‘쉿! 조용’이라는 뜻의 연극 [노이즈오프]. 이 작품은 극 중 극 을 올리기 위한 배우들과 연출의 처절한 몸부림 등 무대 뒤 상황을 적나라게 펼쳐놓다. 공연이 코앞인데 제대로 연습도 안 된데다 얽히고 꼬인 배우와 스텝간의 관계 때문에 의 무대 뒤편은 처절할 정도다. 9월 25일 동숭아트센터에서 올라가는 [노이즈오프]의 생생한 연습 현장을 엿본다. 노이즈오프 극 중 연극 의 배우들. 개막이 코앞이라 한창 리허설 중이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니… 가는 귀가 먼 노배우 (양택조 분), 극중극에선 도둑 역할이지만 항상 극의 흐름을 끊어놓기 일쑤. 극중 바람둥이 로저 역할을 맡은 배우(서현철 분).심란한 표정이 역력하다. 렌즈가 빠져 일순간 연습 중지! 공연을 어떻게 올라갈지.. 연출(안석환 분)의 심정이 말이 아니다. 극중극 연습 중. 낫씽온도 ‘연습만 제대로 됐다면’ 재미있는 연극일 것. 무대밖, 복잡한 애정관계의 일면. 연습을 위해 가무대를 세운 연습장. 무대 뒤에서 동선을 맞추느라 [노이즈오프] 연습실은 하루가 짧다. 인터뷰 [노이즈오프] 연출 서재형 VS [낫씽온] 연출 안석환 안석환씨는 지난해에 이어 다시 [낫씽온] 연출로 등장한다. 안석환(이하 안) 다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반가웠다. 나 이외에도 송영창씨, 서현철씨, 박호영씨가 지난해에 출연했던 연기자들이다. [낫씽온]과 같은 연극의 실제 연출이었다면. 안 실제 연습이 그렇게 제대로 안되고 꼬인다면, 연출로서는 미치고 팔짝 일이다(웃음). 하지만 배우로서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는 크게 힘들지 않다. 나는 연출역할이기 때문에 주로 가만히 앉아 있거나 서있으니까. 다른 배우 분들이 1인 2역이라 고생이 많다. 복잡한 동선을 지닌 [노이즈오프]를 연출해 보니 어떤가. 서재형(이하 서) [노이즈오프]는 작가가 10년에 걸쳐 쓴 작품이라고 한다. 그만큼 애쓴 작품이라 지문에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동선이 명시돼 있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지문대로 정확하게 수행하기가 쉽지 않다 것이다.(웃음) 실제로 [노이즈오프]와 같은 상황이 일어나기도 하나. 서 실제로 공연이 거의 그렇다. 전날 기회가 있으시면 와보라. 더 엄청난 일도 많이 일어난다. 내 경험에는 공연 전날 세트를 없앤 적도 있다. 동선을 다 만들어 놓고도 심각한 일이 벌어질 때가 적지 않다. [노이즈오프]가 약간 과장되긴 하지만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쨌든 두 연극을 연출하는 연출가로서 서로를 평가한다면(웃음). 서 아주 잘하는 연출이다(웃음). 안 서재형 연출은 열심히 하는 동시에 각이 있는 연출가다. 이 연극에 새로운 힘을 불어 넣어 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노이즈오프]의 매력은 말한다면 안 뒤집어지는 엄청난 코미디가 있다. 상황 코미디로서는 최고라고 생각한다. 서 관객 여러분이 궁금해하는 무대 뒤의 모습이 여기 있다(웃음).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2007.08.24 / 조회 14,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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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트] 치열한 심리극 "당신은 확신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하겠습니까?’ 연극 [다우트]는 이와 같은 물음으로 시작한다. 확신이 서지 않으면? 흔들리다 의심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의심’이라는 것은 잡초처럼 질기고 강해서, 사그라 들었다가도 다시 뻣뻣이 살아나 활개를 친다. 사람을 옭아매고 괴롭히지만 벗어나기란 쉽지 않다.
‘다우트(Doubt)’라는 제목대로 이 작품은 슬슬 살아나는 의심을 매개체로 인간의 본성과 나약함을 펼쳐놓는다. 의심은 카톨릭 사관학교 교장수녀로부터 시작된다. 깐깐하고 엄격한 엘로이셔스 원장수녀는 제임스 수녀의 말 한마디에 의심에 사로잡히고 만다. 플린신부가 어린 흑인 남학생을 ‘건드렸다’는 것. 의심에 의심을 거듭한 끝에 엘로이셔스 수녀는 플린신부를 추궁하지만, 그는 격렬하게 부인한다.
과연 누구의 말이 진실일까. 이 연극의 묘미는 여기에 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관객들 조차 엘로이셔스 원장수녀의 의심이 정당한지, 아니면 괜한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는 것인지 판단할 수가 없다. 여러 정황을 끼어 맞춰도, 모르겠다.
사실 이 연극에서 헷갈리지 않는 사람은 따지고 보면 플린 신부 한 명이다. 하지만 그는 부인한다. 억울하다고 한다. 그런데도 엘로이셔스 수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고, 갈팡질팡하는 제임스 수녀와 관객들은 과연 누가 억울한지 판단이 안 선다.
이 연극에서 확신이란 없다. 오히려 확신을 경멸하고 비웃는다. 그래서 연극이 끝날 때 까지고 결말은 열려 있고 판단은 관객이 알아서 해야 한다. 불친절하지만 여운이 오래갈 수 밖에 없다.
연극 [다우트]는 2005년 플리쳐상, 토니 상, 비평가 상 등을 휩쓸고 지금까지 뉴욕에서 성황리에 공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앵콜 공연에 들어가며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벗어 내버릴 수 없는 의심을 매개체로 심리드라마가 짜임새 있게 엮여 보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일 것이다.
특히 배우 김혜자가 표현하는 엘로이셔스 수녀가 인상 깊다. 그녀는 따뜻한 이미지를 버리고 자신의 의심을 확신하는 엄격하고 깐깐한 수녀 역을 완벽하게 표현해 낸다. 게다가 마지막 ‘나도 모르겠다’며 자신의 의심을 또 다시 의심하는 부분에서는 인간적인 갈등과 혼란을 담아낸다. 또한 이리저리 갈피를 못 잡는 제임스 수녀와 뭔가 석연치 않지만 억울할지도 모르는 플린신부 역할을 맡은 윤다경과 남명렬도 제 색깔을 찾아 표현한다.
의심은 확신보다 불편하고 어렵다. 이 편치 않은 갈등과 심리전이 연극 [다우트]에 녹아있다. 사실, 이 세상에 100% 확신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에 수긍하고 열광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2007.03.13 / 조회 10,8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