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의 꿈> 이문식, 안내상, 홍석천
작성일2009.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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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여름 <한여름밤의 꿈>에 모인 이들 셋은 이제 막 도약하려는 20대 새내기 배우들이었다. 한 줄 대사를 열 가지의 경우로 바라보고 생각하며, 수 많은 밤을 열정으로 지새웠던 이들에게, 그날 무대 위에서 받은 관객들의 열렬한 박수는 어찌 보면 배우의 마력으로 빠져들게 만든 땀의 결실이자 뿌리치기 힘든 달콤한 사탕이었을 것이다. 13년이 흐른 지금, 어엿한 배우로 무대와 브라운관, 그리고 스크린을 누비며 발걸음의 무게를 더해가는 이들이 다시 뭉쳤다. 같은 작품, 같은 배역으로 찬란한 역사를 재현하려는 이들의 관계는 쉽게 정의 내릴 수는 없었다. 동료이자 선후배, 그리고 서로를 너무나 속속들이 알고 있는 끈끈한 형제애가 넘쳐흐르는 이들의 이야기는, 막 바람이 상쾌해질 새벽 무렵을 훌쩍 넘기고야 말았다.
문식 : 아메리카노 한잔이요.
내상 : 파리, 이런거 말고.
문식 : 멤버가 좀 (이상해).
내상 : 바로 나오잖아, 이런 거. 말 받아치는 거는 얘 따라갈 사람이 없어. 1초도 안 걸려. 그냥 대화하듯이.
문식 : 여기는 석천이네니까 석천이가 다 내면 되지 뭐.
내상 : 왠지, 얘는 여기에서 술 먹으면 계산 받을 것 같애.
문식 : 말 안하고 가면 되지 뭐.
내상 : 내가 옛날에 ‘한잔할 청춘아’ 할 때는 절대 돈 안 받았다, 지가 얻어 먹은 게 있는데.
플디 : ‘한잔할 청춘아’가 뭔가요?
내상 : 내가 옛날에 했던 호프집 이름이 ‘한잔할 청춘아’ 였어요.
문식 : 원래는 ‘환장할 청춘아’라고 하려고 그랬대요. 근데 정부에서 검열이 나와서 왜 이렇게 도발적이냐, 그래서 바꿨죠. 근데 오랜만에 보니까 형마저 반갑네.
내상 : 그 말을 또 20년 만에 들으니까, 그 말도 또 반갑다. 태어나서 이런 가게를 처음 와 보고, 이렇게 널널한 인터뷰도 처음 해 보고(웃음).
문식 : 참, 이런 날이 오다니. 폼 나는 가게에서 세 명이 인터뷰 할 줄은(폭소). 근데 너 공연은 얼마나 할 수 있어?
석천 : 나 많이 할 수는 있어. (드라마) 제주도 촬영만 없으면 할 수 있어.
문식 : 그런 말은 나도 하겠다.
내상 : 첫날 대본 받고 리딩 한번 했었는데, 히야, 정말 가물, 가물 하더라.
문식 : 아, (인터뷰)제목이 뭐야? 연극판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구축해서, 10대 스타상을 수상한, 뭐 그런 거? (일동 폭소)
플디 : 세 분이 모이신 게 정말 오랜만이신 것 같아요.
내상 : 너무 오랜만이지. 이렇게 세 명이 뭘 하는 것은 처음이지, 아마?
문식 : 같이 할 가치도 못 느끼고 (내상 : 아하하하하) 그리고 많이 피해요, 서로. 오늘 뭐 어떻게 엮여 가지고 왔는데, 이제 슬슬 저에 대해서 까기 시작한다, 저도 할 얘기 많아요. 안내상의 프로필 비하인드 스토리 제가 다 열면~.(일동 폭소)
내상 : 연극 <심바새매>도 같이 했고 <한여름밤의 꿈>도 같이 했고, 또 뭐했나?
문식 : <춘풍의 처>도 같이 했고.
내상 : 얘(홍석천)는 안 했지.
석천 : 그 때 난 이미 방송에 데뷔했었지. 형들 대학로에서 고생고생 할 때 난 스포트라이트를 벌써 받았지. 제가 공연 보러 갈 때마다 문식이 형이 항상 절 갈궜어요, 먹을 거 사와라. 밥 사와라, 너 돈 잘 벌지 않냐, 그러면서.
플디 : <한여름밤의 꿈> 때문에 모셨어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거 알고 계시나요?
내상 : 뭐, 얹혀 가는 거죠. 이문식이나 홍석천, 이미 유명한 사람들한테.
문식 : 왜 이렇게 겸손을 떨고 그래, 10대 스타가.
석천 : 이러지 않으셨던 분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러세요. 꼭 자기 이미지 관리하느라고.
문식 : 최형인 선생님이 올해 환갑이시거든요. 배우 제자들이 뭘 따로 드리는 것 보다는 공연을 선생님이 연출하시고 저희가 할 수 있는 바대로 준비를 하는게 사실은 가장 큰 의미죠. 다들 스케줄이 바쁘고 그러니까 짬짬이 내서 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석천 : 다른 선배님들도 공연에 참가하고 싶었는데 마침 여름 시즌에 너무 많은 스케줄들이 있고. 근데 문식이 형은 ‘선덕여왕’ 하고 계시죠, 지금 또 ‘남자이야기’도. 또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태양을 삼켜라’라는 SBS 수목드라마를 내상이 형이랑 저랑 같이 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한여름밤의 꿈>을 같이 하게 됐고요. 문식이 형은 항상 저를 갈구는 편이고, 내상이 형은 저를 굉장히 감싸주는 편이에요.
문식 : 자꾸 자기가 당했다는 거야, 얘는 그럴 만한 존재가 못되거든. 호랑이가 고양이하고 자기가 싸웠다고 생각하나? 호랑이는 그냥 갖고 저기 한 거지.
내상 : 미치겠다, 정말. 이렇게 셋이 모여서 녹음기 앞에서 공식적으로 얘기 하려니까. 아하하하. 뭔가 이렇게, 야, 이런 것도 있구나. 아, 재밌어.
플디 : 13년 전에 맡았던 직공들(보텀-이문식, 퀸스-안내상, 플루트-홍석천) 역을 그대로 한다는 것도 새로워요.
내상 : 문식이 같은 경우에는 거의 주연급, 옛날에도 보텀이니까 주연급이에요. 그래서 우리는 얘를 서포트 해주는 역, 그 중에서도 튀는 역할이 석천이가 하는 티스비(플루트)에요. 그때 공연을 하면 문식이랑 석천이 때문에 많이 웃었어. 우리 직공팀이 나오면 관객들도 자지러지고 막 난리 났어. 저는 거기서 잠깐 있다 나오는 역할이라서, 아, 이번에는 좀 나름대로, 다시 하니까 역할을 좀 큰 거 주시려나? 그랬더니 똑같은 역할 주시더라고요. 너무 반가운 거야, 나는 진짜 그 역할을 다시 하고 싶었거든요.
플디 : 다시 시작한 연습, 어떠세요?
석천 :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도 마찬가지고, 저도 그렇고. 처음으로 대학생 때 만들었던 작품인데, 대학로 쪽에서 너무 재밌다고 저희를 초대해서 굉장히 큰 히트를 쳤던 작품이에요.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을 굉장히 새로운 시각으로 너무너무 재미있는 작품으로 만들었는데. 이젠 문식이 형도 굉장히 대성장해서 톡톡 튀는 배우가 됐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이렇게 오랜만에 뭉쳐서 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은 거죠. 섭외가 들어왔을 때 제가 형들 하냐고 다 물어봤어요. 사실 (박)광정이 형도 같이 했던 작품이거든요. 그 형과의 추억이 굉장히 많은데 같이 못한다는 거에 너무 많이 아파서 연습에 참여하면서도, 그 때가 참 그립다,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로. 그 당시 저희 팀이 참 끈끈했었어요. 그리고 그 팀의 사람들이 다 잘 됐어.
문식 : 그게 처음 했던 ‘한여름밤’ 이지? 예술의전당이 아니고. 지금 한양레퍼토리로는 세 번째 하는 건데, 첫 번째 참가 못했던 사람도 있고, 석천이는 매번 해서 아마 더 잘 알 거예요. 그 다음에 예술의전당으로 넘어오면서 (권)해효형하고 (유)오성이 형 같이 했었고.
내상 : 그 때는 제가 두 번째 연극 할 때에요. 근데 나는 문식이가 너무 어려운 거야. 친하기는 하고. 후배인데 얘는 연극영화과를 나왔고 연기에 대해서 알고, 나한테는 하늘 같은거야. 근데 되게 놀랐던 게, 그때 <한여름밤의 꿈> 연습을 하는데 석천이가 전에 잘해서 그 역할을 또 하는 거래. ‘저놈 오바다…’ 그런 생각을 했어. ‘저러면 관객이 반응 안 할 텐데’. 그런데 공연에 딱 들어갔는데 막 터지는거야, 그래서 첫날은 ‘와, 대한민국 관객수준 정말 형편 없다. 어떻게 저런 거에 웃고 있어’, 그러면서 좀 힘들었어.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아, 여기서 놀고 있구나’ 했지. 얘가 놀더라고요. 물론 문식이야 나도 보면서 재밌었으니까 이건 어차피 통하는 거고. 그런데 얘가 의외였어. 티스비가 대본을 봤을 때 쓱 지나가는 역할로 알고 있었는데, 얘가 뭘 막 만들어, 그 와중에. 감각이라는 게 뭐다, 배우가 어떻게 놀아야 되는가에 대해 좀 배우게 해 줬던 아이였던 것 같아요. 자신감이 있구나. 그랬죠.
석천 : 다른 배우들 연기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의 연기를 계산해야 하는데, 연습 할 때부터 형들이, 그거 너무 간 거 아니냐, 그런 얘기들을 하셔서. 그런데 내가 계산했을 때에는 이 역은 이렇게 가도 되는 역인 것 같아서 형들한테 양해를 구해서 호흡을 맞추기 시작했죠. 이번에 오랜만에 같이 대본을 받아서 연습을 하는데, 야, 티스비는 연습 안 해도 되지 않냐? 이러시는 거예요, 그래서 왜요? 그랬더니 대한민국에서 티스비는 니가 최고야, 그러시는 거예요. 제자랑은 아니지만 (문식: 니 자랑이야) 제자랑이었어요, 선배님이 그러셨으니까. 이렇게까지 에너지를 분출해도 될 만한 역들이기 때문에 다른 ‘한여름밤’ 하고는 굉장히 특별한 무대가 되지 않을까 해요.
내상 : 그 때 나는 초짜였으니까 연습할 때 그냥 했지. 문식이랑 나랑 초반에는 상대역이야, “그것도 나 주라, 그것도 나 주라” 문식이가 이러면 관객들은 다 웃는 거야. 난 그게 너무 신기한 거야. 얘는 뭐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그 대사를 그냥 치는 거야. 이문식 배우 같은 경우는 에너지가 참 파워풀한 게 참, 기본 이미지가 있고 또 분출되는 촌스러움, 그런 것들이 얘는 누가 봐도 직공이야. 내가 다시 대본을 읽으니까 나(퀸스)도 직공이었더라고. 나는 내가 워낙 살아온 환경이 귀족이니까 그걸 귀족적으로, 인텔리 적으로 했더라고, 그러니까 안되는거야(웃음).
문식 : 퀸스도 상당히 띨띨한 얘야. 막 저질러 놓으면 보텀이 해결해 주거든.
내상 : 말도 안 되는 설정을 해 놓고 하니 뭐가 되냐고. 얘(이문식)는 뭘 만들고 나는 아니고. 얘네 둘은 <한여름밤의 꿈>을 통해서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던. 나 같은 놈이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 이런 생각을 했었죠. 나는 언제 저 경지에 이르러 보나, (문식 : 왜 그래~) 진짜야, 진짜. 내가 다른 애한테 몰래 연기 지도를 받았어요. 얘한테는 자존심이 상해서 말은 못하고. 배우 생활이라는 게 이런거구나를 느끼게 해 줬던 작품이었죠.
# 그땐 그랬지
내상 : 나는 맨날 얘(이문식)랑 같이 다녔어요. 끝나면 같이 대학로로 넘어오고, 같이 잠도 자고.
문식 : 집이 다 강북쪽에 있어서, 그 때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하고 내상이 형 차 타고 다 넘어왔지. 그 때 집으로 바로 가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역사들이 시작이 됐고. 그게 참 즐거웠었죠. 여러가지 에피소드들도 많고. 그걸 지금 여기에서 발설하며 끝이에요, 끝.(웃음)
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한양대 연영과를 졸업하셔서 한양레퍼토리 행이 자연스러우셨다지만, 안내상씨 같은 경우(연세대 신학과 졸)는 어떻게 합류하신 건가요?
문식 : 얘는 외모 때문에 뽑힌 거고.
내상 : (폭소). 나는 공연예술아카데미에서 최형인 교수님하고 처음으로 연극을 시작한 거에요. 거기서 선생님이 1년간 연기반을 가르치셨어요. 나중에 제가 가게를 하고 있었는데, 우리 가게에 한양레퍼토리팀들이 왔다고 지배인한테 전화가 왔어. 기다려! 무조건 사람들 다 먹이고, 다 취하게 만들어. 그런 다음에 막 달려간거야. 선생님한테, 저 살려주세요, 저 연극하고 싶어요. 막 그러니까 이렇~게 보시더니, 그럼 너 내일 와라, 그러시더라고.
문식 : 여기서 한 인간은 살았는데 극단은 망했어요.(웃음) 극단이 초창기잖아요. 포스터 붙이고, 전단도 뿌리는데, (안내상이) 안 해 본거에요. 저희는 배우들이 다 나가서 포스터 붙이고 티켓 팔고, 홍대, 신촌, 성신여대, 구역을 맡았거든요. 근데 이 양반이 100장을 들고 나갔는데, 안 와. 나중에 와서는 포스터를 이렇게 말아 뒀다 빼서 붙여야 하는데 안 붙여 봤으니, 그 때 바람도 많이 불었대요, 한 장 붙이면 휙 날라가고(웃음).
석천 : 문식이 형은 포스터 붙이면서 경찰서에 많이 끌려 가기도 했어요. 생긴 거 자체가 범죄형이라. 저 같은 경우는 웃으면서, 죄송해요, 저희 연극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러면 그냥 가라고 했는데. (문식 : 난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성격도 있어요. 성격이 있어가지고 교수님 많이 왔다 갔다 하셨죠, 봐달라고.
내상 : 아이고, 말도 마요. 이문식이 가장 많이 선생님 속을 썩였던 것 같아. 학생 운동도 했거든요, 이 인간이. 그런 교수님이 또 없는 거지. 잡혀 들어가면 직접 제자 찾아가서 사식도 넣어주시고.
문식 : 많이 맞기도 하고, 술 금지령이 떨어지기도 했었고.
플디 : 나름 이문식씨가 극단 내에서 군기반장이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문식 : 신입들 들어오면 니가 잡아라, 그렇게 이야기가 내려왔죠. 근데 잡는 방법을 아나, 그래서 내상이 형한테 무조건 얘기를 안 했어요. 근데 술이 화근이었어요. 술 한잔 먹고는 “아, 형, 형, 형~” 막 이랬죠.
내상 : 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얘가 형이라고 하니까. 얘가 그 때 노역을 많이 했어. 얼핏 봐도 나보다 형 같잖아요. 하늘 같은 선배인줄 알았는데 후배라는 거야. 기절할 노릇이었어.
플디 : 두 분(이문식, 홍석천)은 같이 학교도 다니셨겠네요.
문식 : 쟤는 89학번이고, 저는 87학번이니까 학교 다니는 동안 꼼짝 못할 선배지. 한두 학번 차이가 제일 어렵잖아요. 예전에는 내가 뭐라고 하면 깜빡 죽었는데, 지금은 “왜 그래에~” 그러고. 쟤가 여리고 착해서. 한번은 지금 <가족> 찍었던 이정철 감독 생일이었을 때 한양대 강의실에서 ‘사랑가’라는 게 있었어요. 선후배를 떠나서 ‘사랑사랑사랑 내사랑, 이문식 내사랑’ 그러면서 밟는. 밟혔다가 제가 계단에 허리를 찧은 거예요. 순간 싸- 해졌죠. 그래서 바로 한양대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석천이가 울면서 쫓아오면서, 특유의 가느다란 목소리로 “문식이 형 큰일나면 내가 다 죽여 버릴거야, 으이씨”(웃음) 그게 얼마나 웃긴지.
내상 : 얘(석천)가 사람을 대하는 진심이 있더라고요. 얘는 참 순결한 애 같아. 결이 고와요, 아주.
# 먼저가 아니라 깊게 빛나고 싶었던 별
플디 : 홍석천씨가 ‘남자셋 여자셋’으로 세 분 중 가장 먼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으셨잖아요. 다들 연극하실 땐데 어떠셨어요?
문식 : 뭐, 썩 그렇게 부럽진 않았어요. 대학로에서 연극하고 있을 때 나름대로 먼저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있어요. (조)혜련이도 그렇고, (권)해효형도 그렇고. 그런데 그게 정말로 반짝으로 되는 게 아니고, 그동안 쌓여 왔던 것들이 운 때가 맞아서 나가는 거니까 질투하고 이런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된 사람들은 거의 다 학교 다닐 때도 자기 축적을 해 왔었기 때문에 잘 됐다, 박수를 보냈죠.
석천 : 사실은 관점의 문제죠. 형들은 연극에 애정을 더 많이 갖고 있어서, 대학로에서 계속 작품 하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보람을 느꼈던 분들이시고, 이제 저희들은 더 밑이니까, 방송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많이 문을 두드려서 얻어낸 거고. 나중에 형님들도 나이가 들어서 결혼도 하셔야 되고, 이런 여러가지가 있어서 방송이나 영화도 같이하는 게 연기자로서 나쁘지 않겠구나, 라고 생각을 하셨을 때 운 때가 딱 온거죠.
플디 : 배우가 평범한 직업은 분명 아닌데, 이 길로 가야겠다는 확신은 언제 들었나요?
문식 : 육사에 가려다 안되고, 해양대도 안되고. 항공대 다니다 자퇴하고 신방과 가려고 공부하다가 누가 연극영화과라는 게 있다, 거기 뭐하는 데냐? 탤런트 되는 데. 사실 자기 얼굴이 후지더라도 한 30년 정도 자기 얼굴 보고 있으면 괜찮아요.
내상 : (폭소) 야, 그거 말된다, 말 돼.
문식 : 익숙한 건 좋게 느껴질 수 있어요, 사람이. 그래서 탤런트나 될까, 하고 진짜 멋모르고 달려들었죠. 그때까지 연극을 한 편도 안 봤고, 도대체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는데 연극영화과가 탤런트가 되는 곳이라는 것 때문에 무조건 했죠. 동대, 중대는 실기가 40%였고, 한양대는 20%였어요. 그래서 내신하고 학력고사로 밀자고 그랬죠. 예비소집 때 가서 보니까, 정말 선남선녀가 많은 거야. 야, 항공대도 자퇴한 상태라서 이거 안되면 군대로 끌려가는데. 깜깜한 거지. 근데 나중에 보니 됐다는거야, 그래서 이제부터 난 탤런트다 그랬죠.
석천 : 연기를 포기할 뻔도 하셨죠?
문식 : 대학로 나와서 생활을 해야 하니까 아르바이트로 신문배달, 물탱크 청소도 하고. 대학교나 지하에 헬기만 한 물탱크가 있어요. 거기 물을 찰랑할 정도만 남기고 닦는 거죠. 아침에 밥 먹고 내려가면 점심 먹을 때까지 닦고, 점심 먹고 또 내려가서 닦고, 그리고 끝나면 6만원 받고 가는 거야. 근데 방송통신대에 새내기들이 막 오리엔테이션 한다고 다 업되고 그럴 땐데, 아,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내가 내 꿈을 포기하고 지금 뭐하고 있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안 되겠다, 내가 다시 연극을 해야겠다, 그랬죠. 그 때가 위험했어, 사실은. 일본 밀항도 할까 생각했어요.
석천 : 저도 충남 청양 시골 출신이라 대학교 입학할 때까지 연극을 본 적이 없어요. 신방과를 준비하다가 88년도에 강변가요제에서 이상은씨가 대상을 받았는데, 한양대 연영과라고 되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어, 연영과라는게 있구나, 해서 알아봤더니, 다른 대학들은 실기가 40%인데 저희 학교가 20%인 거에요. 그래서 학력고사만 파자, 그래서 들어갔죠. 선배님들 보니까 정말 치열하게 하시더라고요. 근데 탤런트 시험이 매년 있잖아요, 형들 다 가고 저도 몰래 내서 했는데, 결국 다 떨어져(웃음). 그래서 연극판에서 하면서 하나하나 주목 받고, 감독님 보셔서 연기 하는 거 보다가 영화 조금씩 써보고, 정말 바닥부터 시작했던 분들이기 때문에 깊이 있는 연기력을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석천 : 근데 내상이 형은 정말 잘생겼어, 너무 잘생겼지. 내상이 형은 왕 역할도 하고. 정말 다양한 역할 한다. 근데 진짜 내상이 형이 카메라 발이 좋아요. 평상시에는 좀 빈티나는 얼굴인데 화면에서는 굉장히 귀족적이고.(일동 폭소)
플디 : 배우로서 서로를 어떻게 보시나요?
문식 : 연기에 대해서 상대배우를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되고. 중요한 것은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사람을 봤을 때, 참 이런 자리에서 이런 얘기 하는 게 참 닭살스럽고 그런데, 굉장히 맑아요. 깨끗해요, 생각들이. 굉장히 정의롭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할 때 삼풍사건이 있었어요. 그 때 갑자기 내상이 형이 울먹울먹하면서 우리가 거기로 가야된다, 우리가 뭘 도울 수 있나, 그래서 호수를 빼서 물을 뿌리고 했죠. 그 때 내상이 형이라는 사람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다음날 공연도 해야 하는데. 내상이 형하고 같이 생활을 하면서 어떤 그 깨끗함, 순수함, 이런 것들이 이 사람을 좋아하게끔. 그래서 주변에 사람이 참 많아요, 특히 여자들이.
내상 : (폭소) 그 얘기 왜 안 나오나 했다.
문식 : 한때 별명이 사슴농장 주인이었어요. 형이 굉장히 감성적이어서, 비가 오잖아요? 그 때 술 한잔 먹으면 닭똥 같은 눈물이 쫙 흘러요. 그래서 “형, 왜 울어?” 그러면 “비가 오잖아”. 그러니 여자들이 확 안가요?(웃음) 제가 갖지 못한 장점인 것 같아서 부럽고 좋아요. 석천이도 그렇고 내상이 형도 그렇고 연기 외적인 면에서 본다면 뭘 해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게 무대 위에서도 보이고.
석천 : 경구 형이나 오성이 형 같은 경우는 좀 혼내는 스타일이었고, 문식이 형은 조근조근 뒤에서 달래면서 가르쳐 주시던 스타일이었어요. 장난기 있지만 그 속에는 굉장히 깊은 정이 있는 사람이란 걸 느낄 수 있고. 내상이 형 같은 경우는 좀 약한 사람이야, 옆에서 좀 지켜주고, 보호해 줘야 될 것 같은, 그런 스타일.
(문식 : 그러니까 여자들이 뻥뻥 넘어간다니까, 모성 본능을 막 일으켜서, 그게 안돼, 우리는.) TV에서 조강지처를 보고 ‘아니, 저 양반이 어디서 저런 게 나와서 저런 연기를 할까’ 그러면서, 내상이 형이 정말 그 동안 세파에 찌들었구나, 그런 생각도 하고(웃음). 옛날에는 형이 그런 연기를 전혀 못할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선이 고아서 고상한 역할을 많이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참 자연스럽더라. 놀랐죠. 그런 두 분을 보면서 느끼는 게, 스텝이나 감독 입장에서 이런 배우들을 봤을 때 얼마나 행복할까, 라는 생각을 거꾸로 하게 되더라고요. 형들한테 고마워요.
내상 : 나는 문식이가 연극판에서 그런 걸 한번 해봤으면 좋겠어. 사람을 아주 그냥, 눈물을 막 쏟게 만드는 거. 옛날에 우리끼리 레퍼토리에서 최형인 선생님이랑 연기 수업을 많이 했었는데. 얘(이문식)가 그 때 뭘 했더라, 별거 아냐, 근데 얘가 하니까 너무 슬픈거야, 나는. 그때 얘가 연기를 제일 잘 한 거 같아. 이때까지의 모든 영화나 모든 것을 통틀어서 그 때의 감동을 준 게 없어. 어눌한 연기를 풀어냈는데, 짧지만 사람을 아주 후벼 파더라고. 문식이가 어떻게 보면, 지금까지 밝고 재미있는 캐릭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갑자기 영화에서 진지하게 하면 사람들은 눈을 옆으로 쳐다볼 수도 있겠지만, 연극은 문식이의 그것을 친절하게 받아줄 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요.
그래서 문식이한테 바람이 있다면, 소극장이나 아담하게 사람들 모아놓고 연극을 한 지가 꽤 됐을 거야, 짬을 한번 내서. (문식 : 형이랑 하면 내가 하지 / 석천 : 우리 셋이 할까? ) 아니, 얘하고 여자 두 명 나오는 거, 연극 무대 위에서. 이문식의 멜로 연극을 한번 보고 싶다고. 그러면 아마 이문식을 따로 좋아할 수 있는 마니아들이 많아질 거야. 그쪽에 얘는 뭘 많이 갖고 있는데, 사람들은 그걸 몰라, 얘도 모르는 거 같아, 아마 그런 작품 만나게 되면 얘도 놓치기 싫어하기 될 거야. 도와줘야지.
# 울고 웃는, 배우라는 이름
문식 : 하늘이 도와줘서 내가 지금 여기 있는 거야. <달마야 놀자>, <공공의 적> 그 캐스트 후일담을 들어보면, 정말 운이 좋았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보다도 더 실력있고, 그런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간첩 리철진>을 처음 하게 된 이유도 장진 감독이란 사람을 <매직타임>이라는 연극에서 만났고, <매직타임>도 원래 딴 사람이 하기로 되었는데 잘 안돼서 장진 감독이 들어오면서 정재영이랑 신하균이랑 데리고 오면서 <매직타임>을 같이 한 거죠. 또 <달마야 놀자>를 하면서 짬 나는 시간에 <공공의 적>을 할 때 (내상 : 짬 나는 시간이란다, 짬 나는 시간에 한 거야, 그 작품이), 왜냐면 그 때 <달마야 놀자>를 머리 깎고, 메인이었고. 그렇지만 이펙트는 그게(공공의적) 더 쌨고(웃음). 그런 것들을 돌이켜 보면, 상당히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석천 : 배우의 딜레마이기도 한데, 처음에 주목 받은 게 뭐냐에 따라서, 저는 ‘쁘아종’ 역할이었죠, 다른 역할들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시켜주는 경우도 있고, 또 계속 그거를 원하셔서 재창조하는 것도 있고요. 형도 마찬가지로 코미디를 너무 잘하시니까 그 이면에 있는 진지한 연기를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나가는 거란 사실이 마음 아파요. 안내상 선배님 같은 경우도, 작년에 조강지처가 너무 뜨는 바람에 이제 선한 역할 하면 사람들이 놀랄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크게 주목을 받아도 배우는 약간 딜레마가 있는 것 같아요.
문식 : 배우 입장에서 본다면, 비슷한 성향의 캐릭터를 계속해 나간다는 건 재미 없어요. 스스로를 갉아 먹는 것일 수도 있고요. 계속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기가 갖고 있었던 것마저 잊고 살게 되는 거죠. 영화 ‘구타유발자’는 책을 읽어보면서도 참 좋아서 그 자리에서 결정을 했고, 봉연 역할을 했는데, 결과적으로는 좋지 않았죠. 그걸 지금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흥행이 잘 안되면 배우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는 거에요. 만약에 잘 됐으면 ‘어, 쟤가 그런 역할도 하니까 되는구나’ 하고 제작자들이 생각하는데, 잘 안되면 ‘역시 이문식은 그런 역은 아니야’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거죠. 그런 현상이 좀 안타까워요.
석천 : <한여름밤의 꿈>을 아까 연습하면서 티시어스 대사 중에 그런 게 있어요. “배우들이 이렇게 연기하면 관객이 먼저 마음을 받아주는 자세가 필요한데, 관객의 문제인 것 같아”. 배우들은 거기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잇는 것에 대해 밤 새며 연습하고 보여주려고 하는데, 관객은 이 배우에게 보고 싶어하는 것을 딱 정해 놓는 것 같아요. 사실은 배우들한테서 더 많은 기쁨을 빼갈 수 있는 게 관객인데 관객 스스로가 자기들한테 이미지의 틀을 딱 맞춰놓는 것 같아요.
문식 : 나는 약간 좀 다른데, 그건 만드는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해. 관객은 얼마든지 준비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 처음이 어렵지. 외국 같은 경우는 코믹한 거 했다, 진지한 거 했다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 자체도 그렇고 만드는 사람이 그런 여력이 없다라고 표현해야 하나? 어떤 여건의 문제인 것 같아. TV 같은 경우에는 사실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이미지만 있어도 충분히 되거든요. TV에서는 변신을 원하지 않아요. 왜냐하면 밥 먹다 보면서, 어, 저 사람 나오면 재밌겠다, 그래야 보지. 매체 자체의 특성이고 영화나 연극으로 가면 그럴 기회가 조금씩 만들어지긴 해요. 영화 시장이 너무나 안 좋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지다 보니 이제는 석천이처럼 제작을 하거나, 쓰거나, 연출하거나 이런 정도가 아니면 당분간은 힘들죠. 뭐 하러 낯선 사람한테 변신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뭘 하겠어요. 그런 구조적인 것도 있지만, 결국은 다 자기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내상 : 난 그런 것들을 확 뒤집어줄 사람이 아마 일어나는 사람이 아닌가 해. 왜냐하면 계속 통한다는 것은 또 아니거든. 거기서 또 좌절한다고. 계속 됐으니 또 잘 될 거라는 건 오해라는 거지. 변화를 제대로 만들어 냈을 때, 사람들이 와우! 그러는 거고 발전이 되는 건데, 그래, 뭐, 그럴 줄 알았어, 이렇게 되 버리는 건 그 전에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는 것이지.
플디 : 배우로서 이제 세 분 다 40대가 되셨습니다. 40대의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석천 : 제 2, 30대는 굉장히 축복받았다고 생각해요. 제가 갖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문식이 형이나 내상이 형 연기하는 걸 보면, 천상 연기자다, 그런 게 느껴지는데 사실 저는 그렇지 않거든요. 저는 그러고 싶은데, 그렇게 태어났다고 스스로 세뇌를 하고 싶은데, 저는 사실 너무 공사다망 한 스타일이죠. 연기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은 스타일이야. 후배들, 자라나는 연기자들한테 뭔가 더 기회를 주고 싶고, 내년 초에 뮤지컬을 제작하는 게 있어요. 연기자라는 게 항상 선택되는 직업인데, 제가 너무 기다려보니, 짜증나더라고요. 그래서 에라, 그러면 내가 선택을 해 보자, 내가 만들어 보자, 했죠. 근데 참 고마운 게, 주변에 참 대단한 배우들이 많이 있다 보니,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연기자로서 평생 불태워야 되는 사람들한테 여러가지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그런 기회들을 만들어 주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그 전에는 너무 철부지, 어린 얘였던 것 같고, 이제는 이렇게 전체적인 숲을 멀리서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참 고마워요, 주변사람들한테.
내상 : 저는 뭐, 참 묘한데, 요 몇 년이 참 즐겁고 기분 좋아요. 왜냐하면 내가 연기를 마음대로 해 볼 수 있으니까. 옛날에는 그런 기회가 없잖아. 누가 나를 선택 해 줘야 내가 연기를 해 보든, 실패를 하고 좌절을 해보든 될 텐데. 다양성을 습득할 수 있는 공간들이 생기니까 너무 기분 좋고, 내가 이 공간들 속에서 배우로서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에 대해서 도전해 보고 싶고. 계속 뭔가 추진해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기분 좋아서 나머지 별 생각은 없어요.
난 옛날에도 단편영화 참 많이 찍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그게 개런티의 문제는 아니죠. 지금 같은 경우에는 내가 연극을 하고 있단 말이죠, 나는 연극이 너무 좋아, 왜냐하면 직접적으로 관객들을 얼마 만에 만나보는 거야. 근데 어떻게 보면 관객들은 나의 이야기를 들으러 온 단 말이죠. 우선 내가 울면 그네들도 울어버려. 이 속에서 나는 고마워서도 울어요. 거기에 내가 막 빠져 있는 모습을 보고 끝나고 나서도 기분이 좋아. 아, 배우로서의 존재감이라는 것이 이런거구나. 그래서 연극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떠나서 내가 집중해서 뭔가 나를 잊어버리고 다른 인물을 진심으로 창조해 냈을 때 오는 쾌감, 이런 것들이 사는 맛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지금 ‘한여름 밤’을 옛날 방식 그대로 할지, 조금 바뀐 방식으로 할 지 고민인데, 정말 남다르고, 기대가 되고, 크게 보이진 않는 역할이지만, 나한테 너무 소중하고, 퀸스를 잘 해내는 게 지상 과제였기 때문에, 궁금해요.
문식 : 작은 배우는 있지만, 작은 배역은 없다고 했잖아. 지금도 형이 대장이야. 옛날 연극할 때 하고, 지금의 이문식하고 자연인으로 봤을 때, 어머니 용돈도 드릴 수 있고, 어디 가서 술 한 잔도 살 수 있고, 그건 인정해요. 하지만 사실 배우로 들어가면 요즘 좀 의문점이에요. 옛날에 고민할 수 있었던 건 연극 밖에 없었고 오로지 내 생각의 큰 관심거리는 공연이었는데, 그때 만큼 열심히 한 때가 없는 거지. 근데 지금은 그게 안되거든. 스케줄, 개런티, 가족, 어린이날에는 놀아주기도 해야 하고. 상가집도 가야하고 결혼식도 가야하고. 많은 곳으로 분산이 되요, 제 역량이. 여러가지 이유로 올인 하고 있지 못하는 제 모습을 봤을 때, 초심이 사라진 게 아닌가 많이 생각하게 되요. 누가 최선을 다하고 있느냐, 내지는 행복하냐, 라고 물었을 때 주춤주춤하게 된다라는 거죠.
내상 : 아, 감동받으려고 그런다, 얘기하니까. 이거 정말 오랜만에 우리끼리 얘기하니까. 이거 사실 인터뷰 아니야.
문식 : 공연만 할 때는 현실은 힘들지만 나름대로 행복했었거든요. 매일 토론하고 싸우고 또 무대에서 실험하고. 지금의 상황에서 탈출구를 어떻게 마련해야 될 것인가에 대해 고민 많이 하고 있어요. 배우의 ‘배(俳)’가 아닐 비(非)에 사람 인(人)자를 쓰잖아요. 사실 사람이 아닌거죠. 그런 일을 하는데 나를 규제하고 있는 것들에서 이탈해서 깨야 하는 거죠. 우리 작업은 언제나 실패해요. 있지도 않은 인물을 하기 때문이죠. 그러기 위해선 끊임없이 그 생각으로 지내야 해요. 다모 폐인들이 저에게 줬던 열쇠고리 뒤에 ‘초심’하고 딱 박아놨는데, 그때 크게 한방 먹었지. 그런 고민하고 있어요, 요즘엔.
내상 : 드라마나 영화에서 만나는 것 보다 이런 대서 만나니까 너무 반갑고, 13년이 현실화되고, 그게 너무 행복하네요. 그래서 얘네들이랑 함께 한다는 것은, 부딪혀 봐야겠지만, 하면서 옛날에 문식이가 이랬지, 석천이가 이랬지, 하면서 기분 좋을 것 같아요. 통장 잔고에는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안 변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 아닌가요?(웃음)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 장소제공: 마이 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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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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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7.01
모두 훌륭한 배우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관객과 늘 함께 호흡하는 배우가 되셨음 해요^^ 전 낼 님들 공연갑니다... 기대 만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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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6.30
자연스러운 대화 반갑네요. 근데. 40대시라 그런지 말들이 참 많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