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즈] 손호영

"인터파크!”. 배우 대기실에 들어서자 뮤지컬 배우로 데뷔한 손호영이 장난끼 묻어나는 목소리로 맞아준다. 활짝 웃는 그에게선 타인을 처음 만날 때면 따르는 약간의 어색함이나 경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수 많은 인터뷰를 소화해낸 베테랑 가수의 노련함인가 했더니, 그냥 그의 성격 같다. 타인에게 일단 호의적이고 다가서는데 주저하지 않는, 그런 사람.

최근 손호영은 연기자로 변신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개봉했던 [용의주도 미스신]에 이어 요즘은 뮤지컬 [싱글즈]에서 매력적인 남자, 수헌으로 무대에 서고 있는 중이다.
“수헌역으로 제의 받았을 때 깜짝 놀랐어요…너무 느끼해서” 수헌 역할에 대해 묻자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농담 반 진담 반인 대답이 돌아왔다. 손호영 표 수헌은 느끼함은 줄이고 다정다감한 면은 업그레이드된 더 귀여운 남자라는 거다.

손호영은 이미 배우라는 타이틀을 어색해 하지 않았다. 국민그룹이었던 god 멤버에서부터 최근 솔로앨범까지 9년의 세월을 가수였지만, 그 끼는 그를 가수로서만 있게 하는 않는 가 보다. 그러니 지난해 영화출연에서부터 올해 뮤지컬, 가수활동까지 만능 엔터테이너로 거듭나고 있는 건 당연한 절차일지도 모른다. 특히 뮤지컬은 그가 ‘정말 좋아서’ 찾은 공간이다. 노래와 연기, 관객과의 호흡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장르가 바로 뮤지컬 아닌가. 그에게 뮤지컬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선 전 무대를 좋아해요. 노래하고 관객들과 함께 하는 것도 좋고, 연기를 해보니까 이 또한 매력이 굉장하더군요. 뮤지컬은 그걸 다 하잖아요. 최고 아니겠요?”

영화 이후, 뮤지컬 [싱글즈]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그는 바로 출연을 결정했다. 그 동안 가수 활동에 충실하면서 놓친 대본이 많았지만 이번마저도 그럴 수는 없었던 것. 김태우, 바다, 옥주현 등 그의 친구들이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도 자극을 줬지만, 그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욕심을 내고 있었던 터다.

“태우가 출연했던 알타보이즈는 몇 번을 봤는지 몰라요. 주현이의 아이다도 보고, 바다의 노트르담드 파리는 곧 볼 예정이고요. 친구들이 무대에 선 걸 보면 정말 부러웠어요. 와, 좋겠다. 이런 생각. 사실 그 이전부터 뮤지컬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시간이 맞질 않았던 건데, 이번에는 아주 좋은 기회였어요.”

관객의 소중함 ‘뼈저리게‘ 느끼다
의욕적으로 출연한 만큼 열심히 연습한 덕에, 요즘 손호영의 무대는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베테랑 가수 면모를 십분 발휘한 콘서트 같은 커튼콜은 화제가 되고 있다.
“오프닝과 엔딩은 제 의견도 많이 반영해 주셨어요. 전에는 커튼이 한번 내려가서 끝이었지만, 이젠 다시 올라갑니다. 수헌은 극 중에서는 땀을 흘리지 않는데 커튼콜 때는 땀 좀 흘려요(웃음).”

손호영은 [싱글즈] 연습 때부터 공연 시작 2주가 지나가면서까지 거의 하루도 쉬지 않는 강행군을 펼쳤다. 자신이 출연하지 않는 날에는 객석에 앉아 공연을 관람하고 연습을 멈추지 않아 살도 많이 빠진 상태. 그래도 무대에서 연기한다는 건 신선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자신을 보러 공연장을 찾는 팬들에게는 항상 고맙다.



“팬들이 정말 좋아해요. 티켓 값이 한 두 푼도 아닌데 너무 많이 보러 와서 미안하기도 하고… 제가 나오는 무대는 다 보려고 하는 친구도 있는 거 같거든요. 사실 이점이 걱정스럽기도 해요. 지난 번하고 비슷한 연기인데 식상하지 않을까 이런 거. 예를 들어 웃기는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야 재미있지만, 두 번 째, 세 번 째에서는 예상할 수 있으니까 덜 웃기잖아요. 그런 점은 걱정스러웠어요.”

그는 매번 자신을 찾아주는 관객과 팬들이 항상 감사하다. 특히 한 때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사랑을 받은 그룹 god의 멤버였기 때문에 더욱 실감한다.
“god 시절에는 사실 느끼지 못했어요. 인기가 많다고는 하는데 그게 어떤 건지는 몰랐던 거에요. 늘 관객이 많았으니까 배가 불렀던 것 같아요. 그 당시 콘서트를 하면 항상 풍선을 들고 있던 팬들로 꽉 차 있었는데 그게 우리가 정말 최고의 사랑을 받아서 그런 거라고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god가 콘서트 위주로 활동을 할 때부터, 그때부터 알았어요. 아… 티켓은 이렇게 팔리는 거고, 관객들이 오지 않으면 어떤 일이 생기는구나. 관객, 팬들의 소중함이 뼈저리게 느껴지더군요.”

솔로 앨범을 내면서는 인기 그룹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한 가수에게 쏟아지는 비딱한 시선과 편견을 이겨내야 했다. ‘유명 그룹에서 나왔다는데 얼마나 하나 보자’는 시선이 늘 그를 따랐고 이를 씻어내기 위해 혹독한 노력을 했다. 새롭게 시작한 영화와 뮤지컬도 마찬가지.
“시선이 곱지 않았어요. 10년 동안 가수로만 살다 보니 제가 연기와 뮤지컬을 하는 게 어색한가 봐요. 영화 찍을 때 감독님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감독님은 절 잘 모르셔서 제가 스크린에서 연기하는 게 괜찮았지만 절 가수로 많이 보아온 분들은 어색해 할 수 있다고. 그렇지만 전 앞으로도 계속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에 제가 더 노력할 수 밖에 없는 거 같아요.”

“배우 손호영도 봐주세요”
손호영은 올해 29살이 됐다. [싱글즈]는 29살 여성들의 좌충우돌 일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니 그와도 무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요즘 하도 어린 친구들이 많아서 내가 옆에 있으면 늙어 보여요. 아직 만으로 27살인데..(웃음).” 장난스럽게 말하고 있지만 사실 그는 나이에 민감하진 않다. 10년 후에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을 거 같다고 한다. “그때 즈음이면 결혼은 했을 것”이라고 덧붙일 뿐이다.

그와 대화를 해보면, 부드럽고 차분한 그의 이미지보단 밝고 장난스러운 이미지가 더 가깝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어찌 보면 [싱글즈]의 귀여운 악동, 정준 역할도 잘 소화했을 거 같다.
“어떤 분이 말씀하시더라고요. 제가 캐스팅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정준으로 캐스팅 된 줄 알았다고. 제 생각도 그래요. 친한 여자친구들도 많고, 장난끼도 다분하고…만약 정준 역할이었다면 재미있게 했을 거 같아요(웃음). 지금 민영기씨가 정준 역할을 하시는데 너무 잘 하세요. 그런데 그 분이 [지킬앤하이드]에 출연했다고 하더라고요. ‘에?’ 했죠. 너무 놀랐어요. 연기로 이렇게 확확 바뀌다니. 지금 정준을 연기하는 그분에게선 상상이 안 가거든요. 저도 무대에서 그렇게 하고 싶어요.”

공연이 진행되면서 손호영은 점점 뮤지컬의 매력을 하나하나씩 발견해 나가고 있다. 관객들은 눈치 못 챌 소소한 실수에 당황하고 박수 갈채에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다. 그래서 [싱글즈] 이후에도 뮤지컬 무대에 계속 서고 싶다.

“이런 욕심 없었는데, 이젠 대형 뮤지컬에도 서보고 싶고, 아주 작은 소형 뮤지컬에서 서보고 싶어요. 대형 작품은 그 자체로 흥미 있을 거고, 소형 뮤지컬은 관객 숨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지금 [싱글즈]도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그는 올해도 바쁠 예정이다. 뮤지컬 이외에도 버라이어티쇼, 드라마, 앨범까지 소화해내야 한다. 물론 뮤지컬도 지속적으로 계속 도전한다. 여러 가지 활동을 지향하지만 그는 “가수일 땐 100% 가수, 배우일 땐 100% 배우로만 인식되고 싶다”고 분명히 말한다.

“[싱글즈] 보러 오실 때 ‘연예인이, 가수가 무대에 섰네‘라고 보시기 보다, 그냥 즐겨주셨으면 해요. [싱글즈] 포스터에 ‘즐겨라’라고 써 있잖아요. 이게 정답인 거 같아요. 그저 재미있게 웃고 감상하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요? 이후에도 뮤지컬은 기회를 준다면 계속 하고 싶어요. 요즘 정말 빠졌다니까요(웃음).”


글 : 송지혜(인터파크ENT 공연기획팀 song@interpa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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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3

  • A** 2008.04.17

    손호영 싱글즈 너무 잘하시던데요 역시 호영님입니다. 앵콜~

  • A** 2008.02.27

    싱글즈 손호영...봐야 했는데...ㅠㅠㅠ 보고 싶다

  • A** 2008.02.26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