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으로 돌아온 슈퍼주니어 예성, 성민
작성일2010.02.16
조회수22,128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연습실을 뛰어다니는 두 남자의 몸놀림이 예사롭지 않다. 검을 들고 무술 대결을 펼치는가 싶더니, 어느새 여배우와 손을 맞잡고 사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앙상블과 어울려 장터 장면을 연출하다가도 한 쪽 구석에 앉아 상대 배우의 동선을 꼼꼼히 노트한다. “정말 무섭게 연습해요”라는 홍보 담당자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대입 시험을 앞둔 수험생의 자세로, 온 전력을 다해 연습실을 뛰어다니는 두 남자. 관록보다 빛나는 열정과 풋풋함을 가진 슈퍼주니어 예성과 성민의 뮤지컬 스토리, <홍길동>으로 돌아온 그들의 두 번째 이야기다.
“아이돌 가수니까 주인공 하는 거지? 선입견을 깨고 싶었어요”
4집 앨범준비, 뮤지컬 연습, 그룹 슈퍼주니어 동료들의 순탄치 않은 행보 등 몸도 마음도 편안하지 만은 않은 요즘이다. ‘슈퍼주니어’ 타이틀을 단 이후 최대 고비라고 말할 수 있는 요즘, 두 번째 뮤지컬 무대 <홍길동>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이유는 딱 한가지다.
“두 번째 무대니까 더 잘해야 하잖아요. 첫 번째 작품인 <아킬라>를 보셨던 분들은 더 많은 기대를 하고 오실 텐데,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사실 <아킬라>를 준비했을 당시보다 스케줄이 훨씬 더 늘어났어요. 그래서 물리적인 연습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연습실에 왔을 때는, 최대한 많은 걸 받아들이고 시도하려고 해요.” (성민)
“'겨우 두 번째 작품인데 뭘 얼마나 하겠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성민이도, 저도 두 번째 작품이라서 달라진 점이 많아요. <남한산성>을 했을 때는 뭐가 뭔지도 모르고, 선배님들이 끌어주시는 대로 쫓아가기도 바빴어요. 지금은 혼자 고민하는 시간도 늘어났고, 스스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예성)
지난 해 예성은 <남한산성>으로, 성민은 <아킬라>로 뮤지컬 신고식을 치렀다. ‘아이돌 가수 티켓파워’라는 단맛에 빠진 뮤지컬 시장이라지만 실력과 연륜으로 무장한 뮤지컬 배우들 틈바구니 사이에서 예성과 성민이 두 번째 무대의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건 누가 뭐래도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다.
“뮤지컬에 진출한 아이돌 가수에 대한 선입견이 있잖아요. “아이돌 가수니까, 주인공 하는 거겠지”라는. <남한산성> 때 저한테 제일 처음 캐스팅 제의가 들어왔던 역할이 젊은 주인공 오달제 였어요. 그 때 제가 오달제 대신에 정명수 역할을 하겠다고 했던 이유도 “쟤는, 아이돌 가수니까 주인공인 오달제를 하겠지”라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고 싶었거든요.
지금도 부족한 점이 많지만, 제가 부족한 이유는 아이돌 가수여서 부족한 게 아니라, 이제 겨우 두 번째 무대에 오른 뮤지컬 배우여서 그런 거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많은 가능성을 가진 뮤지컬배우로 봐주셨으면 하는거죠.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던 뮤지컬 이었는데, <남한산성>에서 만난 조광화 연출님, 이정열, 배해선 선배님께 많은 걸 배우면서 뮤지컬이 제가 평생 하고 싶은 장르가 됐거든요. 뮤지컬 무대에 오를 때 만큼은 슈퍼주니어가 아닌, 뮤지컬 배우로 불리고 싶어요.” (예성)
“무대 경험은 많지만, 뮤지컬 무대는 엄연히 다르잖아요. (예성)형도 그렇고, 뮤지컬 첫 작품을 하면서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킬라>는 대사가 ‘아킬라’ 밖에 없었지만, 내면 연기가 필요했거든요. 고생도 많이 하고, 힘들었던 만큼 첫 작품에 대한 애정이 많아요. <아킬라>는 틈만 나면 자랑을 하고 싶을 만큼 추억이 돼준 작품이고, 평생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아요.” (성민)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 무대에 진출한 예성과 성민은 ‘뮤지컬’이라는 코드로 슈퍼주니어의 다른 멤버들보다 끈끈한 형제애를 나누고 있다. 예성은 뒤늦게 불어온 ‘뮤지컬 늦바람 마니아’로, 성민은 ‘모태 뮤지컬 마니아’로 뮤지컬에 대한 애정을 키웠다.
“부모님께서 뮤지컬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아주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하고 같이 공연을 봤었는데, 기억에 남는 뮤지컬이 <사운드 오브 뮤직> 이에요. 그 때는 뮤지컬이라는 장르인지도 모르고 마냥 즐겁게 봤었죠.” (성민)
“슈퍼주니어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다른 장르를 생각할 겨를이 없었어요. 그러다가 ‘연기도 한 번 해보고 싶다, 그런데 나는 노래를 계속 하고 싶은데’라는 생각을 할 무렵에, 슈주멤버가 출연한 <제나두>라는 뮤지컬을 처음 봤어요. 그게 제 인생에 처음 본 뮤지컬 이었어요. 그 때 이후로 작품을 꾸준히 챙겨보고, 작년에 <남한산성>에 출연하게 된 거죠. 정말 <남한산성> 때에는 연습실에서 한발자국 내딛기도 겁이 났어요. 이정열 선배님과 배해선 선배님이 저를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하나하나 다 가르쳐주셨다니까요. 저를 뮤지컬 후배로 인정해주신 그 분들 덕분에 뮤지컬 배우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긍지를 갖게 됐죠. 제일 처음, 뮤지컬을 사랑할 수 있었던 당시의 기운을 되새기면서 <홍길동>을 준비하고 있어요.” (예성)
“<홍길동>, 두 번째 무대”
공연 개막을 며칠 앞둔 요즘, 포스터와 버스 광고판에서는 도복을 입은 예성과 성민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여운, 조범준과 함께 연기하게 될 그들의 두 번째 뮤지컬, <홍길동>이다.
“<남한산성>을 끝내고 차기 작에 대해 고민할 때쯤, <홍길동>이 눈에 들어왔어요. 누구나 한번쯤 영웅을 꿈꾸잖아요. 홍길동은 백전백승의 영웅이 아니라, 오백 년 전 실제로 장성에서 살았던 인물 이었다는 점이 가장 끌렸어요. 우리나라 역사에 기록된 인물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좋아요. 정말 홍길동이 된 기분이잖아요.” (예성)
“뮤지컬 <홍길동>에 나오는 홍길동은 천하무적 영웅이 아니에요. 사람들에게 상처 받고, 사랑에 슬퍼하고, 외로워하는 인간적인 모습의 홍길동 이거든요.
두 살 터울인 두 사람. 형인 예성이 조심스러운 내딛기로 <홍길동>에 진입했다면, 성민은 훨씬 더 활기찬 기운으로 성큼성큼 <홍길동>에 젖어 들고 있다. 감수성이 풍부한 예성의 감정은 애절한 눈물장면에서, 활발한 성민의 성격은 화려한 무술장면에서 빛을 발한다.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습득하는 편이에요. 뮤지컬 <홍길동>에는 실제로 태권도를 전공하신 분들이 나오시거든요. 무대에서 볼 수 있는 스턴트 액션, 태권도 기술은 원 없이 보실 수 있을 거에요.” (성민)
“홍길동이 여인인 배수진과 손을 맞잡고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 있거든요. 정말 이 사람과 사랑에 빠진 감정을 표현하려고 하려는데, 이게 생각보다 어려운 것 같아요(웃음). 홍길동에 같이 캐스팅된 여운, 범준이 형이 그 장면을 연습할 때는 눈을 크게 뜨고 관찰해요.” (예성)
홍길동이라는 하나의 이름을 표현하지만, 예성과 성민이 선보이는 홍길동은 각자의 매력을 야무지게 챙겨낸 두 가지 색을 띄고 있다.
“(예성)형이랑 저는 성격이 정반대거든요. 달라서 더 재미있어요. 형이 표현하는 홍길동은 냉정하면서도 카리스마가 있어요. 외로움을 많이 타면서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려는. 예성이 형이 연기하는 홍길동은 중독성이 있어요, 저도 자주 보러 가게 될 것 같아요.” (성민)
“성민이가 연기하는 홍길동은 혈기왕성한 모습이죠. 그러면서도 특유의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느낌이 살아있어요. 무엇보다 활기 넘치는 홍길동이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요.” (예성)
같은 역할을 다른 색으로 소화하고 있는 두 남자에게 경쟁의식이 생기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져봤다.
“정말 라이벌 의식은 없어요. 같은 팀이기때문에 서로 도움이 되죠. 숙소에서 같이 연습할 수도 있고, 같은 홍길동이지만 다른 홍길동을 연기하는 동생을 보면서 느끼는 점이 많거든요. 성민이와 같이 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도 많이 줄었고, 즐기면서 하고 있어요.” (예성)
함께 숙소 생활을 하는 두 사람은 툭 튀어나오는 뮤지컬 <홍길동> 대사를 주고 받으며 아침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이동중인 차 안에서 뮤지컬 넘버를 부르며 <홍길동>의 세상으로 빠져든다. 슈퍼주니어 멤버들의 응원, 총 13회 공연 중 10회 이상 관람을 한 예성의 어머니 등 주위 사람들의 애정과 응원이 깊어질수록 뮤지컬을 향한 두 남자의 꿈의 깊이도 깊어졌다.
“지금 가장 큰 꿈은 <홍길동>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거에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면서 노래로만 연결되는 송쓰루(Song thruogh) 뮤지컬에 매료됐었어요. 콰지모도 역에 캐스팅 되면 분장을 안하고 바로 무대에 설 수 있을 것 같아요!(웃음). 언젠가는 <노트르담 드 파리>, <지킬 앤 하이드> 무대에 서고 싶어요.” (예성)
“명지대학교 영화뮤지컬학과에 재학 중인데, 학교에서 배우는 게 참 많아요. 교수님들이 실제로 뮤지컬 무대에 서는 동료배우라는 점이 좋죠. 앞으로 큰 무대에도 많이 서고 싶고, 많은 경험을 쌓고 싶어요. 뮤지컬에 대한 욕심이 많은 만큼 지금 맡은 역할을 잘 해내는 게 가장 꿈이고, 목표에요.” (성민)
뮤지컬 관계자들 사이에서 예의 바름과 연습실에서의 부지런함에 대한 칭찬이 돌림노래로 이어지고 있다. ‘건실청년’ 예성과 성민, 두 사람의 두 번째 무대가 시작됐다.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미지팩토리_송태호(club.cyworld.com/image-factory), 서울 심포니오케스트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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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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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10.02.18
오늘 드디어 시작이군요. 성민씨 예성씨 여운씨 조범준씨 모두 화이팅이에요. 성민씨 완전 팬이에요. 아킬라도 너무 좋았어요. 이번에도 열심히 하신 만큼 좋은 작품 될거라 기대해요. 제 조카랑 같이 가요. 그떄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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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10.02.17
내일이 시작이군요~!! ^^ 정말 기대됩니다~~ 공연하시는 모든 분들 막공까지 힘내세요! 예성도 아리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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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10.02.17
예성화이팅!! 아리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