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무데 데뷔하는 10년차 가수, 데니안

데니안이 연극 [클로져]에 출연한다는 소식은 의외였다. 가수들의 연극이나 뮤지컬 무대 진출은 트렌드처럼 자리 자리잡았다지만 이 작품은 웃음을 좇는 코미디도 달콤한 러브스토리도 아니다. 날카로운 메시지로 감성을 베어 들어오는, 배우로서도 쉽지 않은 연극. 첫 무대 데뷔작으론 무겁다 싶었다. 데니안은, 무대 위에서 그건 기우에 불과함을 보여줬다.

검정색 수트를 말끔하게 입고 그는 예술의전당에 모습을 나타났다. 극중 대현의 의상이다. 명랑한 역할은 아니니 사진촬영 때 분위기를 잡아달라 요청하자 ‘아하하’ 웃음을 터트린다. 대현 옷을 입은 데니안이 불쑥 튀어 나오는 순간이다. 
전날 본 그의 무대가 강렬해서인지 그런 모습이 의외라고 느껴지니 의 첫 데뷔무대는 성공적이라고 할만하다. 공연 잘 봤다고 인사하자 “혹시 낮 공연 봤어요? 그때 헤맸는데”하며 난처해 한다. “어제는 정말 객석 분위기가 적응이 안 됐어요. 다른 배우들은 무대에서 산전수전 다 겪었으니 대처를 잘 하지만 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시원한 콜라로 목을 축이고, 그는 서른 즈음 도전한 연기에 대해 담담하게 말해 나갔다. 

남자 관객들은 좀 찔릴 거에요”
인터파크 소극장 연극 처음이시죠.
데니 안(이하 데니) 연극 자체가 처음이에요(웃음).
인터파크 첫 연극 무대로 선택하기엔 무겁지 않았나요? 로맨틱 코미디 먼저 도전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데니  제가 이 작품을 선택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이 저를 선택한 거에요. 사실 처음에는 안 한다고 했거든요. 영화를 재미있게 보긴 했지만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연습시간도 충분치 않았고. 그런데 연출님이 ‘넌 할 수 있다’고 하는 거에요. 그러고 보니 욕심이 생겨서..하하..사실 연극은 제일 나중에 하고 싶은 장르였어요. 내 연기 바탕이 어느 정도 생기면 그때 가서야 도전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인터파크 본 공연이 시작됐는데, 막상 무대에 서니까 어떠세요.
데니 어려워요. 연습 기간 중의 반은 미쳐버리는 줄 알았어요. 잘 안 되서…. 내가 괜히 한 게 아닌가 후회도 했고. 미묘한 감정변화를 표현해야 하는데 그게 힘든 거에요. 연출님과 동료 배우들이 많이 도와줘서 극복할 수 있었어요.
인터파크 공연은 봤는데 예의상 하는 말은 아니고, 잘 하시던데요.
데니 낮 공연 보셨어요? 그때 헤맸는데….성우형 (운학 역) 이 극중 처방전을 써주는 장면이 있는데 거기에 ‘오늘 되게 썰렁하다’ 썼더라고요(웃음). 그거 이겨내느라 죽을 뻔했어요. 다른 분들은 무대 경험이 많으니 대처방법이 있는데 저는 없으니까. 저녁공연은 재미있게 했어요. 다행히.
인터파크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신 건가요?
데니 일찍부터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어요. 그룹활동을 할 때는 그것만 해야 했고…기회가 되면 꼭 해야지 했어요. 그런데 우연찮게 연극, 영화, 드라마 모두 하게 된거에요. 요즘 새롭게 알아가고 얻는 게 많아서 보람 되요.
인터파크 데니안씨가 연기하는 대현이라는 캐릭터를 같은 남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사실 많은 관객들이 그 캐릭터에 화가 나지 않았을 까요(웃음).
데니 저도 처음에는 뭐 이런 남자가 있나 했어요. 다 지나간 일을 참으면 되는데 툭툭 말을 해서 들춰내는 게.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면서 생각하니까, 그럴 수도 있을 거 같아요. 사랑은 변하는 거라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 사랑은 안 변해요. 사랑의 대상이 변하는 거지. 누구나 그러잖아요. 그런데 대현은 방법이 잘못됐어요. 솔직하지 말아야 할때 솔직하니까.
파크 좀 냉혹한 말 같은데요.^^; 
데니 그런가요? 연기하면서 새삼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실 대현은....나쁜 놈이죠(웃음). 그런데 객석을 보면 커플들이 많이 관람을 하세요. 재미있는 게 남자가 웃는 포인트와 여자가 웃는 포인트가 달라요. ‘남자들 찔리겠다’ 는 생각이 저절로 들어요(웃음). 나도 연기 하면서 찔렸거든.

연기자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인터파크 얼마 전 기사 보니까 ‘난 나쁜 남자였다’라는 기사가 났던데..(웃음).
데니 아, 그거…..god 한창 활동할 때 여자 친구와 헤어진 걸 이야기 한 게 기사가 그렇게 났어요. 그 당시 한창 바빠지면서 여자 친구를 잘 못 만났고, 그걸로 다투다 헤어졌거든요. 왜 나를 이해 못해줄까, 원망을 많이 했었죠. 그때 너무 어렸어요.
인터파크 만약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된다면 어떻게 할 거 같아요?
데니  나이를 먹으니까 좀 더 융통성이 생기더라고요. 일도 열심히 하지만 사랑도 열심히 챙기려고 노력해요. 서로 이해하고 감싸주는 게 필요해요. 그런데 솔직히 일과 사랑 모두 챙기는 건 어려워요.
인터파크 지금 그러는 분 있어요? 
데니 여자친구가 없는 지 2년이 지났어요. 너무 외로워요.

인터파크 이상형을 공개한다면.
데니 어렸을 때는 예쁘면 다 좋았어요. 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이제는 성격이 정말 중요하더라고요. (외모는 안보고요?) 물론 외모도 중요하죠. 전 귀여우면서 섹시한 여자가 좋아요. 하하하. 그런 분이 있지 않을까요? 대부분 귀엽다가 어느 날 어떨 때 문득 섹시해 보이는…(폭소) 그런데 자기 이상형 대로 만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어요. 하하.
인터파크 무대에 서면 무슨 생각이 드나요.
데니 아무 생각 안 나요. 그런데 무대 밖으로 나간 순간 여러 생각이 들기 시작해요. ‘아..내가 왜 그랬지?’ ‘다음 장면에서는 잘 해야지’ ‘흐름 괜찮은데 이대로 끌고 가야지’ 같은 거…
인터파크 소극장이라 실수 하면 티가 많이 날 텐데요.
데니 다행히 아직 실수는 없었어요. 첫 공연 때 좀 그랬네. 신성(대현역 더블캐스팅)이가 연습하는 틈틈이 계속 봐왔거든요. 우리 둘이 대사가 약간 다른 게 있는데 첫공 때 나도 모르게 신성이 대사를 내뱉었다 다시 내 대사를 했다...버벅거렸죠. 하하.  
인터파크 감정 표현이 많았어요. 키스씬도 많고. 어렵지 않았나요?
데니 아니, 뭐, 키스는 많이 해봤는데요(웃음). 저도 걱정 많이 했는데, 막상 올라가니까 괜찮더라고요. 그것보다는 대현의 감정표현이 힘들어요. 그거 때문에 고생도 많이 했고. 그런데 어제 저녁 공연 때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쏟아져 나와서 저도 놀랐어요. 당황스럽던데요. 화나는데 굉장히 슬펐나봐요. 그때 내가 대현 같았어요. 대현은 세심하고 여리고 겉으로는 당당한 척하고…그런 친구거든요. 전 연기자들이 저절로 눈물을 흘리는게 정말 신기했는데, 저도 어느 순간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인터파크 연기자로서의 욕심이 보여요.
데니 연기는 생각했던 거 보다 훨씬 재미있어요. 이번 연극을 하면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 내 캐릭터를 이해하고 느끼는 방법을 배웠어요. 그 상황을 흡수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 등이요. 해보니까 정말 매력 있어요. 얼마 전 영화를 찍었는데, 지금 다시 하라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은데..(웃음)

서른 한 살, 더 여유로워 지다
인터파크 10여 년 동안 가수로 활동 해서 적응할 게 많진 않았나요.
데니 어렵죠. 그런데 가수나 배우나, 둘 다 무대에서 감정을 표현하는 건 같다고 봐요. 다만 방법이나 환경이 다른 거지. 그래서 가수가 연기하거나 그 반대 상황도 자연스러운 현상 같고…
인터파크 god로 엄청난 인기를 얻으셨죠. 대단했어요.
데니 한창 관심을 받을 때가 내가 24~26살 때였는데 우리는 큰형(박준형)이 항상 거만하지 말라고 말을 해줘서 그런지 저도 그렇고 다른 멤버들도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게 별로 없어요. 인기에 연연하지도 않았고….지금은 ‘우리가 그랬지’라고 좋은 추억으로 기억해요. 간혹 그때 생각은 나고요.
내년이 god 10주년이에요. 내년에 태우 제대하고 나면 한 번 뭉칠 생각이거든요. 콘서트로든 뭐로든.
인터파크 god 멤버들이 연극 봤나요. 서로 힘을 주고 그러겠네요.
데니 오늘 공연에 호영이랑 태우가 와요. 태우는 오늘 휴가라 서울 오는 중이라고 온다고 하더라고요. 반갑진 않아요(웃음). 우리 멤버들 사이에 칭찬이란 건 없거든요. 저도 태우 [알타보이즈] 할 때 말투 가지고 되게 놀렸는데… ’야, 그랬다고? 그 말투가 뭐냐~’ 이러면서. 하하. 서로 혹독한 비평을 하면서 우정을 쌓는 거죠 뭐.
터파크 이제 서른 살을 넘었는데, 여러 생각이 들 거 같아요. 연예인으로 오래 생활하면서 나름대로 헤쳐가는 방법도 있을 거 같고.
데니 서른이 넘어가니까 짐이 더 무거워지긴 해요. 집안을 챙기고 앞일에 대해 더 생각하게 되고. 짐이 무거워지더라고요. 그런데 그 짐이 힘들진 않아요. 힘들었으면 일하는 게 힘들고 사는 게 힘들었겠죠. 즐겁게 받아들이면,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연습기간 동안 헤맸을 때도 답답하긴 하지만 한편 재미있었어요. 그렇지 않다면 이 나이에 연기를 시작하는 거에 대해 조급함이 들었을 거에요.
인터파크 또 다른 연극 출연 소식도 들리던데요.
데니 구태환 연출님의 다른 작품이에요. 아까 리딩을 하고 왔는데 [클로져] 리딩 때는 정말 많이 떨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뿌듯하던데요.
인터파크 앞으로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데니 연기는 계속하고 싶어요. 음악은… god가 다시 뭉치면 할 거 같고요. 요즘 TV에서 가수들이 나오는 걸 보면 나도 하고 싶다가도, 한편으로는 그냥 작곡가로만 활동하고 싶기도 해요. 솔직히 내 마음 나도 모르는 거죠, 하하.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가고 싶어요. 여유롭게.



글 : 송지혜 기자(인터파크ENT song@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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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1

  • A** 2008.04.07

    멋있어요~ 무대에서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