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자유의 노래, 이상은
작년 겨울, 새로 나온 이상은의 앨범이 13집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것은 정규 앨범의 이야기일 뿐, 그녀가 참여한 앨범과 바다 건너 태어난 싱글 앨범들을 합치면 그녀의 디스코그라피 자리는 누구보다 넉넉해야 할 듯 하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리. 올해 노래하는 사람으로 세상에 선 지 20년, 싱어송라이터로 우뚝 서서 자신의 색을 노래로 빚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단숨’에 길들여진 한국 가요계에 놀라움 그 자체다.
긴_ 호홉
20년이 흘렀기에 할 수 있는 이야기. 여기도, 저기도 아닌 어중간한 제 3의 공간이 아니라, 아주 대중적인 것과 잠시 등을 졌던 고집스런 나의 예술성 사이에 놓여 이 둘을 오갈 수 있는 새로운 길, 그녀는 자신의 13집을
“담다디와 공무도하가 사이가 없는 거예요. 그 사이를 채워주는 앨범이라고 생각해요. 그러고나니 이 제3의 길이 나랑 너무 잘 맞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치우치지 말자, 예술성과 대중성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맞춰보자, 아주 어렵지도 않고 쉽지도 않은. 혹은 어렵기도 하고 쉽기도 한.”
강변가요제 대상곡인 담다디는 열 아홉 그녀에게 폭포처럼 쏟아지는 관심을 안겨 주었지만, 진심이 담긴 나의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갈증을 더욱 느끼게 했다. 그래서 그녀는 훌쩍 미국으로 떠났다.
“제대로 차 한 잔을 끓이기 위해서 한 가문이 대대손손 노력을 하듯, 장인이 자신만의 빛깔을 띠는 청자를 위해 수 많은 도자기들을 스스로 깨듯, 그렇게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그들도 차가 완성되면, 도자기가 제 빛을 내면 세상에 내 놓잖아요. 이제 나만의 음악이 뭔지 알게 되었고, 세상 속 내 자리로 가고 싶었어요.”
3집부터 직접 곡을 만들고 부르는 이상은의 노래들에는 자연의 색이 가득하다. 누구는 치유의 음악이라, 누구는 자유의 음악이라 했다. 세계적 트랜드를 품고도 전무후무할 독창성의 음악이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단지 ‘하고 싶은 음악’일 뿐이다.
“좋은 작품을 만드는, 오래 남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철이 없었을 때는 그게 힘든 줄도 몰랐는데 이제는 그 길이 분명 힘든 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죠. 하지만 요즘에는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열매가 맺히는 느낌이 드니까,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가로서 날 봐준다는 걸 알게 되니까요. 또 인기연예인이 아니니까 발 뻗고 잘 수도 있고요.(웃음).”
마음이 이끄는 길
‘재미있지 않으면 하지 마라’를 외치는 그녀가 본능(?)에 충실한 작업 중 하나가 여행이다. 얼마 전 스페인을 다녀온 그녀의 모습이 TV 프로그램으로 제작되기도 했고, 베를린에서의 여행은 <삶은 여행>이라는 책으로 출간되었다.
“제가 하고 싶은 데로 살아 온 거죠. 자유 속에 음악과 여행이 있어요. 못 가본 곳이 훨씬 많아요. 앞으로는 음악이 있고, 축제도 있고, 그런 나라를 가보고 싶어요. 미국에서 학교 다닐 때 신문에 싼 관광지로 나와서 자메이카를 갔었는데 ‘이게 뭐야!’ 그랬거든요. 지금은 레게 음악을 좋아하니까 그곳도 다시 가보고 싶어요.”
가수보다 싱어송라이터, 그리고 아티스트라는 말이 더욱 어울리는 까닭은 그녀가 여행을 담은 책 뿐 아니라 시집과 예술관련 책까지 낸 작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도 한 신문에 문화 전반에 대한 칼럼을 쓰고 있어요. 스페인에 다녀온 것도 곧 책으로 쓸 예정이고요. 다들 완성된 것을 보여주는데 저는 그 과정에서 실험했던 것을 보여줬던 것 같아요. 음악도 그렇고. 매끈한 것 보다 약간 아방가르드 한 것….제가 그런 것을 좋아하니까요.”
문득 그녀가 한걸음에 성큼 우리 집에 놀러 온 것 같은 기분이다.
“그동안 계속 앞으로 걸어가기만 하다가 올해는 좀 뒤돌아 보자, 하니 많은 것들이 보이더라고요. 여러 가지 오해들도 그렇고요. 음악의 질이나 수준을 높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저는 예나 지금이나 진심이 담긴 것을 원했고, 그런 작업들을 해 왔다고 자부해요. 사람이 듣고 싶다는 것에 거부감을 가져서는 안되지만, 나만을 위해서, 또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만 음악을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았죠. 이 차이와 양쪽의 즐거움을 아는데 20년이 걸렸다니까요!!!(웃음)”
그녀는 우스게 소리로 ‘작살 간지’, ‘폭풍간지’를 이야기 했다.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며 시원히 웃는 그녀지만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알고, 그것을 하는 사람”이 진정 간지나는 사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Festa! Festa!
그녀는 강하게가 아닌, 깊게 생각하는. 그리고 유쾌하게 말하는 사람이었다. 오는 6월,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콘서트 ‘Festa, Festa’는 이름만으로 그녀의 분위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저는 공연과 음반 내용을 다르게 해요. 음반은 좀 더 자연적, 유기적이고 포크스럽다면, 공연은 좀 더 트랜디 하다고나 할까? 한번 보고 사라지기 때문에 ‘지금’스러운 것들을 보여주고 싶은거죠. 제 공연에는 놀러 온다고 생각하고 많이 오세요. 즐겁게, 좋은 에너지를 많이 받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함께하는 ‘에스꼴라 알레그리아’라는 브라질 그룹이 있는데 우울증 있는 분들에게 정말 좋아요. 아주 자연스럽게 (가슴을 치며) 여기서부터 즐거워지거든요.”
자신의 음악을 순수한 마음으로 느낀다면, 그것으로 삶에 대한 힘을 얻는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이상은. 단순히 좋은 음악을 하기 위해 걸어온 길이기 때문에 이불을 흠뻑 적실 만큼 울었던 과거도, 수 많은 고민들도 다 ‘잘 했던 일’이라 생각 한다는 그녀는, 그렇게 다시 한번 우리에게 친근한 악수를 건네고 있다.
“이제는 사람보다 음악에 관심을 가져주는 시대잖아요, 참 좋아요. 좋은 작품을 만들면, 오래 남을 수 있어서요.”
음악 한 곡 만드는 걸 10년 동안 배웠고, 앨범을 어떻게 만드는지 배우는데 5년이 걸렸다는 이상은. 한 봉우리에 올라선 그녀는 아직도 ‘진화중’을 외치며 앞으로의 20년을 길게 내다 본다.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면서, “오예~!”를 외치며, 성숙되는 음악과 더욱 성숙하는 아티스트로 말이다.
글 : 황선아 기자(인터파크ENT suna1@interpark.com)
사진 :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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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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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05.28
노래가좋습니다가수도좋습니다앨범도좋습니다목소리도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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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05.28
노래가좋습니다가수도좋습니다앨범도좋습니다목소리도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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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8.05.28
언제보아도 멋진 그녀.. 며칠전 야외 공연하시는 모습을 TV에서 보았는데.. 여전히 멋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