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발레씨어터 내한공연

아메리칸발레씨어터(American Ballet Theatre, ABT)의 내한 공연이 목전으로 다가오면서 발레팬들의 설레임도 커지고 있다. 영국 로열 발레단, 파리 오페라 발레단와 더불어 세계 정상으로 꼽히는 이 발레단은 오프닝 갈라쇼에 이어 가장 화려하고 볼거리 많다는 발레 ‘돈키호테’를 선보인다. 특히 이번 무대는 앙헬 코레야, 팔로마 헤레라, 호세 카레뇨, 시오마라 레이즈 등 ABT 소속의 기라성 같은 스타 발레 군단의 실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에 놓치면 아까운 기회이기도 하다.

이 무용단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던 원동력이자 특징 중 하나로는 개방성과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ABT는 1939년 창립 이후 다양한 스타일을 가진 안무가에게 문호를 개방해 왔고 창작의 자유를 장려했다. 그 결과로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쉬니코프에서부터 덴마크의 에릭 부룬, 영국의 알리샤 마르코바, 미국의 젤시 커클랜드까지 세계 최고의 무용수들이 기량을 펼치며 명성을 높였고, 2006년에는 국회에 의해 미국 국립발레단으로 선정됐다. 그 사이 이 발레단은 42개국 131개 도시, 미국 55개주에서 그들의 역동적이고 우아한 무대로 환호성을 받았고, 2001년에는 중국과 홍콩에서 투어 무대를 갖기도 했다. ABT는 국내 내한공연 하루의 오프닝 갈라와 나흘의 각각 색다른 돈키호테를 준비했다.


 

돈키호테는 발레 팬들이라면 그 화려한 무대에 대한 기대로 가슴 설레일 레파토리다. 세르반테스 원작을 기반으로 아름답고 발랄한 아가씨 키트리와 가난하지만 낙천적인 이발사 바질리오가 우여곡절 끝에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경쾌하고 코믹하고 풀어놓는다. 게다가 플라멩코를 가미한 이국적인 매력과 고전발레가 추구했던 고난이도 테크닉과 기교가 결합돼 화려한 발레의 진수를 엿볼 수 있다.

 

이번 내한 무대는 미하일 바리쉬니코프 버전 이후의 ABT 예술 감독 캐빈 맥킨지와 수잔제프가 연출한, 국내 초연 돈키호테 프로덕션이다. 스피디한 전개와 브로드웨이의 화려함이 배합, 1995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서 팔로마 헤레라와 보카 주연으로 큰 성공을 거둔 이후 ABT 역사상 최고의 돈키호테로 평가 받고 있다. 네 번의 돈키호테가 각각 다른 스타 무용수들로 이뤄져 있으니 골라보는 맛이 크다.



돈키호테에 앞서 선보이는 오프닝 갈라 역시 관심을 받고 있다. 클래식 발레의 정수를 보여줄 헤럴드 랜더의 ‘에튜드’와 트와일라 타프의 올해 신작 ‘래빗 앤 로그’가 묶였다. 이번 갈라쇼에는 질리안 머피, 데이빗 홀버그, 에단 스티펠, 호세 마뉴엘 카레뇨 등 ABT의 스타들이 총출동했다는 것만으로 흥분되지 않겠는가.




이번 우리 나라를 찾는 무용수들은 ABT가 자랑하는 스타들이 총출동한다. 앙헬 코레야, 호세 카레뇨, 팔로마 헤레라, 질리안 머피, 에단 스티펠 등 세계 발레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무용수들. 돈키호테 4회의 공연은 매회 다른 캐스팅으로 마련돼 골라보는 재미를 주고 있다.


 

 호세 마뉴엘 카레뇨는 1987년 뉴욕 콩쿠르 금메달, 1990년 미국 잭슨 콩쿠르 그랑프리를 수상하고 영국 국립 발레단(English National Ballet), 영국 로열 발레단을 거쳐 1995년 ABT에 수석무용 수로 합류했다. '돈키호테' 'Who cares'에서 팔로마 헤레라와 파트너를 이룰 때면 춤에 세련된 느낌을 불어 넣는 귀족의 풍모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파트너 수잔 제피를 리프팅 할 때의 견고함은 지금도 여러 발레 코치들이 인용하는 교본과 같은 파트너십이다. 기품과 난도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피루엣을 보이는 그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 '백조의 호수'의 지그프리트, '신데렐라',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 '돈키호테'의 바질 역에 특별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돈키호테'에서는 파트너의 회전축을 완벽한 각도로 지지해서 자신이 손을 떼더라도 관성으로 키트리가 탄력 있는 회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안정감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돈키호테'에서 보이는 당당하고 여유로운 8회전 피루엣, 매끈하고 탄탄한 상체 근육의 밸런스는 명불허전이다.
호세 마뉴엘 카레뇨의파트너 팔로마 헤레라는 그랑 푸에테(회전동작), 아다지오 밸런스 등이 완벽하다는 평을 받으며 뻔한 장면도 볼거리로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 무용수. 특히 앙헬 코레야와의 환상적인 궁합으로 이들의 파트너링은 ABT 공연에서도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힙합댄스, 일명 나이키 동작까지 해낼 만큼 움직임이 빠르고 샤프한 헤르만 코르네호는 타고난 민첩성과 빠른 이해력으로 사랑을 받는 ABT의 수석 무용수다. 장난꾸러기 같은 얼굴로 마임을 이어가다가도 거칠고 남성적인 카리스마를 풍기는 연기력으로 발레에 요구되는 연극적인 요소를 제대로 소화한다는 평을 받는다. 마치 중력이란 말은 존재하지 않는 듯 하늘을 가르는 그의 도약을 두고 “트램폴린 위에서 놀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곤 한다.

시오마라 레이즈는 작은 신장이지만 강인한 테크닉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무용수. 한쪽 다리로는 에티듀드을 하고 다른 발로는 포인트를 주고 있는 동안에도 몸을 꼼짝 안 할 만큼 안정감을 주며 회전이 매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지난 일본 세계 월드 갈라의 유명한 리프트 신에서 10초 동안 공중에서 머무르며 내려오지 않아 관객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기도 했다. 2001년 입단해 2003년 수석 무용수로 올았다.





에단 스티펠은 16세의 나이로 로잔 콩쿠르 은메달을 차지한, 전형적인 미국 발레 아이돌. ABT 입단 이후 품위 있고 부드러운 배역이 그에게 집중적으로 주어졌을 만큼 외모와 춤추는 스타일이 전형적인 미국 아이돌 스타일이다. 탄탄한 체구에서 나오는 강력한 도약과 뚜렷한 표정 연기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ABT에서는 질리안 머피와의 절묘한 호흡이 돋보여서 돈키호테 키트리의 32회전에서는 4회전을 연속으로 2세트로 집어넣는 과감한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질리안 머피는 큰 키에 고난위도 포즈를 빠르고 정확하게 만들어 내서 관객들의 뇌리에 머피가 움직이는 잔상이 오래도록 남게 하는 무용수. 2002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이래 ABT의 주요 배역들을 석권했다. ABT에는 니나 아나니아시빌리를 비롯 팔로마 헤레라 등 회전의 명수들이 많은데, 머피는 회전 중의 악센트 등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팬들의 각광을 받았다.




데이빗 홀버그는 2000년 9월 ABT 산하 스튜디오 컴퍼니에 입단해 이듬해 4월 ABT 군무진으로 합류했고, 2004년 솔로이스트로, 2006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할 만큼 고속 성장을 이룬 무용수. 빼어난 외모로 발레 애호가들과 여성 무용수진들의 사랑을 받고 있기도 하다. 장신이지만 몸의 균형이 잘 잡혀있어 미셸 와이즈, 질리안 머피 같은 장신 여성 무용수들과 파트너를 이룰 때 환상적인 무대를 만든다. 리프트와 홀딩이 안정되고 능숙해서 갈라 무대에서 처음 만나는 여성 무용수들의 칭찬을 받기도 한다

미셸 와일즈는 전형적인 미국형 체형과 테크닉을 갖고 있는 장신의 뭉용수다. 파트너의 서포트 없이도 완벽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 탄탄한 근력이 돋보인다. 특히 코믹하고 경쾌한 배역에서는 단원들 가운데 최고의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고, 미국 안무가들이 좋아하는 얼굴형을 갖고 있어 우아한 느낌의 배역에 자주 오른다. 도약이 높이와 파워면에서 훌륭하고 몸은 부드러워 현대 무용과 재즈에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무용수다.


 



글: 송지혜 기자(인터파크INT song@interpark.com)
사진제공 : 세종문화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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