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주앙> 빛을 향해 한 걸음씩 - 강태을, 안유진
작성일2009.02.16
조회수22,180
석 달이 넘는 오디션, 그 중 두 달은 TV를 통해 노래와 연기로 긴장하고 다짐하는 자신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에 공개되는 초긴장의 시간이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혹은 처음으로 ‘이런 고난’을 맞았다는 두 배우가 지금 활짝 웃을 수 있는 건 결국 그것을 다 이겨 냈다는 뿌듯함, 그 끝에 만난 무대의 기쁨, 그리고 의지할 수 있는 서로의 어깨에 대한 든든함 때문일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뮤지컬 <돈 주앙>의 돈 주앙 강태을과 마리아 안유진은 이제 갓 몇 번의 공연을 마친 후에 말 그대로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인터뷰 당일 확인한 인터넷에 올라온 관람 후기 개수가 너무나 디테일하게 이들의 입에서 나와 깜짝 놀란 기자, 내친 김에 인상 깊었던 관람평을 물어봤다.
“돈 주앙이 나쁜 남자라고, 옴므 파탈이라고 많이 이야기하는데 자기가 봤을 때는 정직한 사랑을 하는, 정말 진정한 사랑을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나쁜 남자에 물음표를 해 놓으셨더라고요. 사랑에 질투하는 모습이 정직한 것 같아 인상적이었다고요. 인물들간의 관계가 더 보였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정말 전문적이고 굉장히 디테일 하세요.”(강태을)
“가장 많았던 게 ‘안 보면 후회해요’ 더라고요(웃음). 의외로 <지킬 앤 하이드>와 비교해 주신 분들도 많았고요. 지킬은 수정 과정을 오래 거쳐서 한국화가 많이 됐지만, <돈 주앙>은 이번이 외국어로 번역된 첫 라이선스 작이거든요. 이번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다듬어가면 좀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안유진)
작품을 더 원하게 만들었던 오디션
뮤지컬 <돈 주앙>은 길고 카탈스런(?) 오디션으로 유명세를 치뤘다. 3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한 달간의 오프라인 오디션, 이어 돈 주앙을 비롯한 주요 배역들을 뽑는 TV공개 오디션, 그리고 합숙, 워크숍 등 길고도 험한 이 길에 오디션 동기생 강태을과 안유진은 돈 주앙과 마리아로 최종 선발되었다. 첫 눈에 서로를 ‘돈 주앙’과 ‘마리아’로 알아봤다는 이들, 오디션 이야기를 꺼내자 안유진은 “아우~”하는 한숨과 탄성이 섞인 묘한 감탄사를 먼저 내놓는다.
“외국 스텝들은 배우들의 경력은 절대 신경 안 써요. 태을이도 일본에서 잘 나갔던 배우고, 저도 제법 오래 배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10살 이상 차이 나는 친구들과 오디션을 봤었죠. 연출가(웨인)분이 보통 까다로우신 분이 아니거든요. 너무 완벽주의자라서 조금만 틀어지면 못 참으세요(웃음). 다행히 오디션 보는 사람들끼리 융화가 잘 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일본 사계 극단에서 5년간 주역으로 활동하다 지난 해 귀국한 강태을은 오디션이 발굴한 슈퍼 루키. 다른 경쟁자들보다 지명도는 낮았지만, 계속되는 오디션 기간 중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작품 영상을 봤는데 돈 카를로스와 라파엘이 너무나 멋졌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질투’라는 노래를 부르고 돈 주앙이 죽는 걸 보는 순간, ‘역시 돈 주앙이 모든 것을 다 정리하는구나’ 했죠(웃음). 웨인(연출)이 제 목소리가 테너라서 라파엘 노래가 어울린다고 했지만, 3차 오디션에서 펠릭스 그레이(작사/작곡가)가 제 노래를 듣고 관심을 가져줬던 것 같아요. 계속 돈 주앙을 시켜주길 원했고 노래도 다 준비했어요. 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더 준비해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또, 다른 작품 하고 있는 배우들에 비해 시간도 많았고요(웃음).”
겉과 속이 다르다?
<돈 주앙>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프랑큰 퍼터와 자넷으로 먼저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돈 주앙>을 연습하면서 정말 사랑에 빠질 뻔 했다는 이 둘이 ‘뻔’에서 멈출 수 있었던 원인 제공작이기도 하다.
"태을이는 작품에 따라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돈 주앙 연습할 때 남자로 사랑하게 되는 느낌을 받고, 애인한테 하듯이 연습실에서도 정말 잘하거든요. 그런데 <록키호러쇼> 공연장에 오면 내가 아는 태을이가 아니에요(웃음). 다른 배우들도 워낙 재미있고, 급히 분장실에서 옷도 갈아 입다 보면 그날 남자배우들 속옷 색깔도 다 알게 되요. 그래서 왜 쟤가 남자로 보였지?하죠(웃음). 얘도 내가 형 같을 거고, 나도 얘가 그냥 여자 동생 같고(웃음).”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안유진은 그간 <모스키토>, <뮤직 인 마이 하트>, <헤드윅>, <김종욱 찾기> 등에서 밝고 명랑한 ‘왈가닥’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 왔다. 뮤지컬 <대장금>의 장금 역에 이어 곱고 참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두 번째 배역이 마리아가 아닐까?
"이중적인 성격이 있는 건 분명하죠(웃음). 마리아는 결혼해서 한 가정의 아내가 되는 게 당연하던 그 시대, 조각가라는 전문적인 직업을 가진 여자, 굉장히 독립적이고 자기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그런 면이 저와 좀 비슷해서 더 끌렸던 것 같아요. 30대가 되니 남성스러운 면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면서 좀 강한 역할들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강태을은 뮤지컬 <라이온킹>의 무사파, <캣츠>의 멍커스트랩, <대장금>의 조광조 등 선이 굵은 그의 마스크가 십분 매력으로 발휘되는 탄탄한 배역을 주로 소화해 왔다.
“지금 들어서 아시겠지만, 제 목소리가 미성이에요. 어렸을 때는 굉장히 얼굴도 예뻤답니다(웃음). 정말 제 안에 여성성이 참 많아요. 그런데 점점 변해가는 제 얼굴을 보면서, 이 얇은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아(웃음), 해서 항상 거친 소리로 연습을 많이 했고 지금은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의 모습과 평상시 모습은 굉장히 달라요. 팬들도 많이 놀라요. 항상 팬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귀엽다고들(웃음).”
서로 앞다투어 자신들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임을 내세우는 이들. 어색함이 편안함으로, 설레임이 친근함으로 변하자 무대 위 사랑에 목숨을 바치는 돈 주앙과 마리아로 서기에 더욱 애틋해졌다는 두 사람이다.
꿈이 있다면, 그곳으로 간다
강태을의 아버지는 전 서울예대 교수이자 행위예술가로 국내 넌버벌 퍼포먼스를 처음 소개하고 정립한 강만홍. 강태을 역시 지금의 수 많은 배우들처럼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음이 충분히 짐작된다.
“이제 알아요,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을요.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런 거였죠. 아버지가 그런 공연을 하셨고, 그 공연을 보고 따라 했거든요. 어느 날 음악 시간에 애국가를 부르는데 선생님이 “너는 왜 이렇게 바이브레이션이 많냐?”(웃음)고 하시더라고요.”
고교시절 록 그룹사운드에 들어가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연기부터 시작하라’는 아버지의 조언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선 배우의 길. “네 할아버지도 가수셨다”고 나중에야 일러주셨던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후, ‘타고나는 것’이 있음을 느낀다는 강태을은 그 타고남을 탄탄히 할 뼈대를 극단 사계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오)나라 누나, 사계 모든 배우들의 우상이자 어머니 같았던 (김)지현 선배 등 일본에 계셨던 분들이 한국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저는 (고)영빈이 형이 잘 되고 있단 이야기 들으면서 희망을 가졌어요. 두려워할 필요 없다, 뜻이 있다면 가도 좋다고요. 지금 사계에 있는 배우들도 많이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월급도 잘 나오고 우선 안정적인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잖아요. 하지만 샐러리맨처럼 공연을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무엇을 놓고 무엇을 쫓을 것인가는 이 시간을 살아가는 전 인류의 공통된 숙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서서 강태을과 안유진은 한 걸음의 용기와 두 걸음의 자신감으로 세 걸음 나아갈 미래를 꿈꾸고 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젊은 배우임엔 틀림 없다.
“거의 쉰 적 없이 작품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아, 정말 내가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대장금> 이후 대극장 작품으로 뭔가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었고. 이 어려운 과정들이 어쩌면 제가 더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꽉 채워 5년이 넘는 배우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연기자 안유진과 ‘박수치며 함께 하길 원하는 한국 관객에 놀라고도 또 기쁘기 여념 없는’ 강태을은 <돈 주앙> 서울 공연까지 마치기 전엔 새로운 작품에 대한 생각은 버려두었다. 하지만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안유진은 “정극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흘려놓고 있다고 했고, 강태을은 지난 해 이미 만났던 뮤지컬 <대장금>의 조광조로 잠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돈 주앙>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넘버를 꼽아달라는 말에 ‘난 새로워졌지’(Changer)를 동시에 꼽는다. 사랑으로 변해가는 돈 주앙이 이 작품의 백미인 것처럼, 작품을 통해 조금씩 새로워지길 꿈꾸는 둘의 눈빛이 백 마디의 말 보다 더욱 빛났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장소협찬_아이 해브 어 드림
[ⓒ플레이DB m.playd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제 시작이다
뮤지컬 <돈 주앙>의 돈 주앙 강태을과 마리아 안유진은 이제 갓 몇 번의 공연을 마친 후에 말 그대로 ‘상기된’ 얼굴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인터뷰 당일 확인한 인터넷에 올라온 관람 후기 개수가 너무나 디테일하게 이들의 입에서 나와 깜짝 놀란 기자, 내친 김에 인상 깊었던 관람평을 물어봤다.
“가장 많았던 게 ‘안 보면 후회해요’ 더라고요(웃음). 의외로 <지킬 앤 하이드>와 비교해 주신 분들도 많았고요. 지킬은 수정 과정을 오래 거쳐서 한국화가 많이 됐지만, <돈 주앙>은 이번이 외국어로 번역된 첫 라이선스 작이거든요. 이번만 하고 끝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금씩 다듬어가면 좀 더 멋진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요?”(안유진)
작품을 더 원하게 만들었던 오디션
뮤지컬 <돈 주앙>은 길고 카탈스런(?) 오디션으로 유명세를 치뤘다. 3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한 달간의 오프라인 오디션, 이어 돈 주앙을 비롯한 주요 배역들을 뽑는 TV공개 오디션, 그리고 합숙, 워크숍 등 길고도 험한 이 길에 오디션 동기생 강태을과 안유진은 돈 주앙과 마리아로 최종 선발되었다. 첫 눈에 서로를 ‘돈 주앙’과 ‘마리아’로 알아봤다는 이들, 오디션 이야기를 꺼내자 안유진은 “아우~”하는 한숨과 탄성이 섞인 묘한 감탄사를 먼저 내놓는다.
“외국 스텝들은 배우들의 경력은 절대 신경 안 써요. 태을이도 일본에서 잘 나갔던 배우고, 저도 제법 오래 배우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10살 이상 차이 나는 친구들과 오디션을 봤었죠. 연출가(웨인)분이 보통 까다로우신 분이 아니거든요. 너무 완벽주의자라서 조금만 틀어지면 못 참으세요(웃음). 다행히 오디션 보는 사람들끼리 융화가 잘 되서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요.”
일본 사계 극단에서 5년간 주역으로 활동하다 지난 해 귀국한 강태을은 오디션이 발굴한 슈퍼 루키. 다른 경쟁자들보다 지명도는 낮았지만, 계속되는 오디션 기간 중 가장 많은 기대와 관심을 받은 것 또한 사실이다.
“작품 영상을 봤는데 돈 카를로스와 라파엘이 너무나 멋졌어요. 하지만 마지막에 ‘질투’라는 노래를 부르고 돈 주앙이 죽는 걸 보는 순간, ‘역시 돈 주앙이 모든 것을 다 정리하는구나’ 했죠(웃음). 웨인(연출)이 제 목소리가 테너라서 라파엘 노래가 어울린다고 했지만, 3차 오디션에서 펠릭스 그레이(작사/작곡가)가 제 노래를 듣고 관심을 가져줬던 것 같아요. 계속 돈 주앙을 시켜주길 원했고 노래도 다 준비했어요. 저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핸디캡이 있기 때문에 더 준비해 가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또, 다른 작품 하고 있는 배우들에 비해 시간도 많았고요(웃음).”
겉과 속이 다르다?
<돈 주앙> 오디션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뮤지컬 <록키호러쇼>에서 프랑큰 퍼터와 자넷으로 먼저 호흡을 맞췄다. 이 작품은 <돈 주앙>을 연습하면서 정말 사랑에 빠질 뻔 했다는 이 둘이 ‘뻔’에서 멈출 수 있었던 원인 제공작이기도 하다.
"태을이는 작품에 따라 분위기가 너무 달라요. 돈 주앙 연습할 때 남자로 사랑하게 되는 느낌을 받고, 애인한테 하듯이 연습실에서도 정말 잘하거든요. 그런데 <록키호러쇼> 공연장에 오면 내가 아는 태을이가 아니에요(웃음). 다른 배우들도 워낙 재미있고, 급히 분장실에서 옷도 갈아 입다 보면 그날 남자배우들 속옷 색깔도 다 알게 되요. 그래서 왜 쟤가 남자로 보였지?하죠(웃음). 얘도 내가 형 같을 거고, 나도 얘가 그냥 여자 동생 같고(웃음).”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한 안유진은 그간 <모스키토>, <뮤직 인 마이 하트>, <헤드윅>, <김종욱 찾기> 등에서 밝고 명랑한 ‘왈가닥’ 여주인공을 주로 맡아 왔다. 뮤지컬 <대장금>의 장금 역에 이어 곱고 참한 이미지에 어울리는 두 번째 배역이 마리아가 아닐까?
하지만 강태을은 뮤지컬 <라이온킹>의 무사파, <캣츠>의 멍커스트랩, <대장금>의 조광조 등 선이 굵은 그의 마스크가 십분 매력으로 발휘되는 탄탄한 배역을 주로 소화해 왔다.
“지금 들어서 아시겠지만, 제 목소리가 미성이에요. 어렸을 때는 굉장히 얼굴도 예뻤답니다(웃음). 정말 제 안에 여성성이 참 많아요. 그런데 점점 변해가는 제 얼굴을 보면서, 이 얇은 목소리는 어울리지 않아(웃음), 해서 항상 거친 소리로 연습을 많이 했고 지금은 조금씩 익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무대 위의 모습과 평상시 모습은 굉장히 달라요. 팬들도 많이 놀라요. 항상 팬들에게 듣는 이야기가,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귀엽다고들(웃음).”
서로 앞다투어 자신들이 ‘겉과 속이 다른 사람’임을 내세우는 이들. 어색함이 편안함으로, 설레임이 친근함으로 변하자 무대 위 사랑에 목숨을 바치는 돈 주앙과 마리아로 서기에 더욱 애틋해졌다는 두 사람이다.
꿈이 있다면, 그곳으로 간다
“이제 알아요, 그 영향이 컸다는 것을요.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들이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이런 거였죠. 아버지가 그런 공연을 하셨고, 그 공연을 보고 따라 했거든요. 어느 날 음악 시간에 애국가를 부르는데 선생님이 “너는 왜 이렇게 바이브레이션이 많냐?”(웃음)고 하시더라고요.”
고교시절 록 그룹사운드에 들어가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연기부터 시작하라’는 아버지의 조언 따라 자연스럽게 들어선 배우의 길. “네 할아버지도 가수셨다”고 나중에야 일러주셨던 아버지의 말씀을 들은 후, ‘타고나는 것’이 있음을 느낀다는 강태을은 그 타고남을 탄탄히 할 뼈대를 극단 사계에서 만들기 시작했다.
“(오)나라 누나, 사계 모든 배우들의 우상이자 어머니 같았던 (김)지현 선배 등 일본에 계셨던 분들이 한국에서 너무 잘해주셔서 정말 고마워요. 저는 (고)영빈이 형이 잘 되고 있단 이야기 들으면서 희망을 가졌어요. 두려워할 필요 없다, 뜻이 있다면 가도 좋다고요. 지금 사계에 있는 배우들도 많이 갈등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월급도 잘 나오고 우선 안정적인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축복이잖아요. 하지만 샐러리맨처럼 공연을 하는 제 자신을 발견했죠.”
무엇을 놓고 무엇을 쫓을 것인가는 이 시간을 살아가는 전 인류의 공통된 숙제, 선택과 집중의 기로에 서서 강태을과 안유진은 한 걸음의 용기와 두 걸음의 자신감으로 세 걸음 나아갈 미래를 꿈꾸고 있음이 강하게 느껴지는 젊은 배우임엔 틀림 없다.
“거의 쉰 적 없이 작품을 하면서 바닥을 드러내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에 도전하면서 스스로 굉장히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아, 정말 내가 잘 하고 싶다’는 욕심이 강하게 들었거든요. <대장금> 이후 대극장 작품으로 뭔가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도 숙제로 남아 있었고. 이 어려운 과정들이 어쩌면 제가 더 원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꽉 채워 5년이 넘는 배우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연기자 안유진과 ‘박수치며 함께 하길 원하는 한국 관객에 놀라고도 또 기쁘기 여념 없는’ 강태을은 <돈 주앙> 서울 공연까지 마치기 전엔 새로운 작품에 대한 생각은 버려두었다. 하지만 데뷔 후 첫 연극 무대에 서 보고 싶다는 안유진은 “정극 하고 싶어요”라는 말을 선배들에게 흘려놓고 있다고 했고, 강태을은 지난 해 이미 만났던 뮤지컬 <대장금>의 조광조로 잠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돈 주앙> 중 가장 마음에 와 닿는 넘버를 꼽아달라는 말에 ‘난 새로워졌지’(Changer)를 동시에 꼽는다. 사랑으로 변해가는 돈 주앙이 이 작품의 백미인 것처럼, 작품을 통해 조금씩 새로워지길 꿈꾸는 둘의 눈빛이 백 마디의 말 보다 더욱 빛났다.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 다큐멘터리 허브(club.cyworld.com/docuherb), 장소협찬_아이 해브 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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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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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3.08
와~~ 두분 너무너무 좋아요~~!!!!느낌이 참 좋은 돈주앙과 마리아~!! 딱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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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2.21
25일날 보러갑니다~ 강태을씨.. 무척 기대하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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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님 2009.02.17
아무래도 오디션때부터 준비해오신 두 배우님이라 그런지 무대가 좀 더 안정감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