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단독 콘서트 여는 가수 김종국
작성일200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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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한 남자’ 김종국이 단독 콘서트 무대에 오르고 있다. 2004년 12월 31일 첫 번째 콘서트에 이어 5년 만인 이번 무대에 기대와 부담감이 뒤섞여 있다는 그는 14년간 자신을 지켜봐 준 팬들에게 ‘Just Listen’이라는 메시지를 가장 먼저 남겼다.
“그나마 작년 연말에 조인트 콘서트를 해서 조금 부담이 줄었어요. 무대에 서는 느낌을 좀 찾았거든요. 어떤 방향으로 가야 관객들이 좋아하겠구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됐고요.”
지난 주말 부산에 이어 오는 21일과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두 번째 단독 콘서트는 그에게 군 생활로 잠시 멀어진 팬들과의 거리 좁히기임과 동시에 자신의 많은 히트곡들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비주얼 보다 노래로 감동을 전해야 하는 입장이니까, 노래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공연장의 규모를 크게 하는 것 보다 음향에 더 신경을 써서 좋은 음악을 사람들에게 들려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크죠. 아무래도 제 장점이 사람들이 많이 아는 곡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잖아요.”
1995년 댄스 그룹 터보로 데뷔한 후 ‘검은 고양이’, ‘회상’, ‘사이버 러버’ 등 빠른 비트의 경쾌한 노래를 비롯, 2001년 솔로 변신 후 ‘한 남자’, ‘제자리 걸음’, ‘사랑스러워’, ‘고맙다’, ‘어제보다 더’ 등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깜찍하게 팬들의 감성을 적시며 사랑 받았던 곡이 그 누구보다 많은 가수이기에 노래에 욕심을 키우는 김종국의 모습은 지극히 당연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다 같이 많이 부르고 즐길 수 있는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곡 마다 연결될 수 있는 사연도 있고, 제가 14년 동안 가요계에 있었으니 그 대중 음악의 흐름도 볼 수 있도록 말이죠.”
하지만 음악회 같은 느낌이 날 정도로 ‘완벽하게 귀로 즐길 수 있는 무대’ 뿐 아니라 신나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후반부도 준비 중이라는 귀띔이다.
지난 3월 선보인 싱글 앨범 수록곡 ‘행복병’까지 최근 그의 음악엔 말 그대로 행복과 기쁨, 사랑이 가득하다. 달콤한 선율에 희망을 가득 담은 가사까지, 무엇이 그토록 ‘행복해 나는 행복해’를 외치게 하며 ‘내게 와줘서 고맙다’고 느끼게 하는 것일까.
“예전에는 많이 그러지 못했는데, 쉬면서 작은 일상의 소중한 것들에 대해 많이 느끼게 되었어요. 물론 짜증나는 일들도 많겠지만, 내가 이런 위치에 있고, 이렇게 힘든 세상에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행복하고 좋다는 걸 깨달았죠. 그런 게 기본이 되어서 행복하고 좋은 노래를 많이 하려고요. 슬픈 노래도 물론 부르겠지만 주로 밝은 노래, 희망을 주는 노래를 더 선호하는 편이에요.”
최근 그는 노래 뿐 아니라 10년 넘게 알고 지낸 동료 가수가 여전히 어색함을 느끼는 수줍은 사람, 건장한 체격에 게임엔 영 소질이 없는 이미지로 TV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고도 있다.
“부담 많이 됐죠. 그 전에 ‘엑스맨’ 같은 프로그램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었는데, 이번에 나올 때도 과연 재미있을 것인가, 하고요. 요즘 세상이 가만히 앉아서 보기만 하는 게 아니라 판단하고 평가하고, 그런 것들을 굉장히 즐기잖아요. 그래서 초반에 부담을 느꼈는데 이제 조바심 안 내고 편하게 하니까, 보시는 분들도 객관적으로 봐 주시는 것 같아요. 재미를 주기 위해 일부러 무얼 하는 게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면 그게 결국 보여지는 것 같더라고요.”
군생활로 인한 공백기를 걷어내고 대중과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좋은 계기임과 동시에, 강원도 산골에 사는 아주머니도 흥얼거릴 수 있는 친숙한 음악을 하고자 하는 스스로의 마음가짐과도 잘 맞는 프로그램이라 재미있게 하고 있다는 김종국.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가수로 지내온 14년의 생활이 날카롭고 치열한 계산이 오가는 경쟁적 모습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그저 귀 기울이는, 뽐내지 않고 걷는 정직한 걸음걸이로 그려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보컬로서 자기 색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건
댄스와 발라드, 그리고 이번 콘서트 무대 뿐 아니라 종종 선보이는 트토트 노래까지,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 주고 함께 추억할 수 있는 노래 속에 살고 싶다는 그의 실천이 때론 ‘가수로서의 색이 무엇인가’하는 질문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뮤지션이라면 그만의 색깔이 있잖아요. 전 그것이 개인의 역량이나 장르가 아닌 음악적으로 가는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이 ‘나의 음악’을 표현하고 싶어하는 것이냐, 아니면 사람들에게 좋은 음악을 전달하고 싶은 것이냐는 분명 목적이 다른 건데, 저는 후자 쪽이죠. 제가 어렸을 때 대중음악을 들으면서 즐거웠고, 슬픈 일도 달랠 수가 있었거든요. 그랬기 때문에 제 음악으로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그러면서 그는 가수 이승철을 자신의 롤 모델로 꼽았다.
“앞으로 저는 대중가수로 영원히 남고 싶은데, 그 모태가 되는 사람이 승철이 형이에요. 형은 음악적인 자질도 굉장히 뛰어나지만, 대중들이 좋아하는 흐름에 자신의 목소리나 음악적인 색을 많이 맞춰가는 걸 봤거든요. 곡도 자작곡 위주 보다는 주변의 좋은 곡들을 선별해서 자기가 정말 잘 불러 전달하고 있고, 제가 가고 싶은 길이 바로 그런 길이에요.”
학교에서 작곡 및 공연예술에 대해 공부해 온 그가 섣불리 자작곡을 선보이지 않는 것도 그러한 까닭이다.
“터보 때 두 곡을 썼었죠. 관련 공부도 하다 보니 자꾸 내 곡을 욕심내기 시작했는데 아무래도 서툴다 보니 전문가들의 작품과 많이 다르더라고요. 그 사이에서 객관적인 판단력을 잃지 않아야 하는데 약간 혼돈이 왔었거든요. 내가 만든 음악을 앨범에 싣는 것도 물론 중요하긴 하지만, 지금까지는 보컬리스트로서 참여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어요. 아직까진 글이나 멜로디나, 너무 잘 해주시는 분들의 작품으로 함께 작업할 때 만족감을 더 느껴요. 그래서 욕심 부리진 않으려고요. 요즘 저작권료도 많이들 신경 쓰잖아요(웃음). 그런데 그런 것이 아닌 순수한 목적으로 다가가고 싶고, 그래서 서서히 준비를 하고 있긴 해요. 조만간 글 쪽으로 참여를 하려고요.”
쉽진 않았지만 언제고 잊혀지지 않았던 대중가수로 14년을 걸어온 김종국에게 조금 일찍, 6년 후 20년 가요인생을 산 자신의 모습이 어떨지 물어 보았다.
“일단 결혼을 좀 해야겠죠, 그때면 40이잖아요(웃음). 서른 일곱? 여덟쯤 해야 되지 않을까, 아직 많이 남았죠(웃음). 승철이 형이나 문세 형님 같은 분들 보면서 ‘나도 저렇게 되어야 할텐데’ 그런 생각 많이 해요. 크게 이슈를 만들기 보다는 1년에 적어도 한 곡 이상씩은 사람들 추억과 함께하는 노래를 남겼으면 좋겠어요. 20주년 콘서트 할 때도 어린 학생들도 즐겨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는 가수요. 앞으로의 6년도 제가 잘 꾸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잘해서 결혼도 하고 건강한 연예인으로 사람들 기억 속에 남는 것, 그게 제 바람이에요.”
글: 황선아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una1@interpark.com)
사진제공: 원오원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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