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발톱] 유준상 “연습에 연습…무대에 서면 생각을 지웁니다”

깔끔하고 댄디한 이미지의 유준상이 악랄하고 거친 본성을 지닌 캐릭터로 변신한다. 3년만에 다시 서는 무대, 뮤지컬 [천사의 발톱]에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쌍둥이 친형을 죽이고 그 죄책감에 버려진 아이를 키우며 형으로 살아가는 인물 이두역을 맡았다. 자신의 본성을 억누르고 살던 그가 자신이 키운 아이의 여자친구에게 마음을 빼앗기며 악마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캐릭터다. 처음으로 1인 2역에 40대 역할을 맡아 연기하고 있는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의 연습을 소화하며 이 작품에 푹 빠져있었다. 느와르 창작 뮤지컬로 돌아온 유준상을 만났다.

지난 [천사의 발톱] 제작발표회 때 보다 여윈 거 같다. 연습이 고됐나.
아니다. 오히려 살이 쪘다(웃음). 영화 천개의 혀를 하면서 몸을 만들었었는데, 이 작품 연습하면서 다시 불었다. 연습 끝나면 너무 배고파서 자기 전에 먹고, 일어나서 또 먹고 하니… 원래는 이런 것(코코아)도 안 먹었었는데(웃음).

연습량이 많았나.
하루에 열 시간에서 열 두 시간 연습했다. (오래한다고 하자) 요즘 다 그렇게 하지 않나? 공연할 때는 그 정도 연습을 해줘야 안심이 된다. 연습할 때 끊임 없이 연구하고 실험하고 익힌다. 그리고 무대서 서서는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운다.

오랜만에 무대에 복귀해서 많은 준비를 했을 거 같다.
사실 그 동안 연말마다 콘서트에 참가하고 레슨을 받는 등 뮤지컬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번 작품에 대한 준비는 반복 연습 이외에는 없다. 사실 연습 때는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어떻게 동작을 해야 할 지 머리 속에서 끊임 없이 생각한다. 냉정하게 나를 외부에서 바라보지 않고 빠져버리면 극을 망친다고 생각한다. 그게 제일 힘들다.

[천사의 발톱]대본은 언제 보았나.
3~4년 전에 초고를 받았다. 연출 형님과는 13년이라는 시간 동안 친분을 쌓았던 지라 작품으로 꼭 만나보고 싶었다. 3년 전에 대본을 보고 이건 내가 꼭 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에 스케줄이 맞아 출연할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다.

여고생을 짝사랑 하는 역할이다. 거부감은 없었나(웃음).
그렇지 않다. 언제 여고생이랑 짝사랑 하는 역할을 해보겠나(웃음).

이번 작품에서 자신의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가는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어느 점에 주안점을 두고 연기를 하나.
양 극단의 본성을 지닌 일두, 이두 캐릭터 중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신경 쓴다. 순간 순간 맞춰가는데 어느 한 순간도 잘못되면 중심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여기에서 이두 역할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 친구한테 아주 연민이 간다.
이두는 형 일두를 죽이고 20년간을 거짓된 모습으로 살아온다. 그러다 어느 순간 자신의 본 모습이 튀어나오는 캐릭터다. 종종 [지킬 앤 하이드]와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건 자기 자신의 본성을 끌어내는 것이라 선악 구분과는 전혀 다르다.

40대 역할을 맡게 됐다. 40대 역할은 처음이 아닌가.
그러고 보니 처음이다. 사실 요즘에는 외모가 내 나이에 맞게 돼가서 좋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나이보다 너무 어려 보이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배우에게 나이에 맞게 보이는 건 아주 중요하다. 그래야 그만큼 깊이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사의 발톱에서도 40대로 안보이고 20대로 보이면 문제지 않겠나.

후배들과 공연을 하는데 어떤가.
오랜만에 뮤지컬 무대에 오니 요즘 후배들 실력이 정말 좋다는 걸 알았다.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다. 우리 때에는 열정, 패기로 밀고 나갔다면 지금 친구들은 실력도 있고 하더라. 요즘 관객들이 사랑해 주는 이유가 다 있구나 생각했다.
지금 같이 더블하는 친구 김도형 군도 아주 실력이 좋은 배우다. 짝귀, 마담, 희진도 주목해서 보면 좋을 거 같다. 요즘 난 밖에다 자랑하고 다닌다. 이 친구들 나중에 일낼 친구들이라고.

최근 연습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 작품은 느와르 풍의 뮤지컬이기 때문에 격렬하다. 그래서 연습이 끝나면 거의 탈진 직전까지 가곤 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면 너무 행복하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무대에서 아무 생각이 안 나도록 연습을 많이 하는 거고.

[천사의 발톱]에서 관객들이 어떤 점을 기대하고 관람을 하면 좋나.
요즘은 사회고 사람들이고 많이 스트레스 받고 억눌려 있어 이를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가필요하다. [천사의 발톱]은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 스트레스를 날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에너지가 있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연기 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최근 스타로 떠오른 뮤지컬 스타들이 쏟아져 나온다.
모두 후배들인데 선배 입장에서 흐뭇하다. 내가 그 정도 나이였을 때에는 지금 같은 뮤지컬 토양이 아니어서 힘든 부분이 많았다. 관객들도 뮤지컬 한번 찾기가 힘들었을 때였고. 불과 1~2년 전에 뮤지컬 열풍이 일어나기 시작한 거니까. 관객수준도 무척 높아졌으니, 이제 공연 하는 사람들이 더 잘해야 한다고 본다.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5~60대 넘어서도 목 관리 몸 관리를 잘해서 계속 무대에 서고 싶다. 우리나라 뮤지컬이 발전하려면 40대 이상의 배우들이 생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분들이 사실은 너무 중요하고 그분들이 계셔야 지금 후배들이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20대 배우들이 40대 역할을 하고 할머니 역할도 하니까 그 깊이가 살아나지 않을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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