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싱 섀도우] 천상 배우, 배해선

무대 위에서 배해선의 연기를 본 사람이면, 무대 밖에서도 그녀의 모습은 어떨까 궁금할 것이다. [아이다] [까미유 끌로델] [에비타]에서처럼 카리스마가 넘칠까 [맘마미아]에서처럼 밝고 싱싱할까.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배해선은 양쪽 다 가지고 있었다. 배우로서의 카리스마와 여성으로서 환함이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소녀 같은 상상력과 호기심까지 더하면 무대 밖 배해선의 모습과 좀 더 가까워진다.

“사람들이 가끔 완벽주의냐고 묻는데, 정말 아니에요. 소문이 잘못났어요. 하하. 날 잘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덤벙댄다고 놀려댄다니까요. 잘 웃고, 실수도 많이 하고 그래요. 다만 연기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서면 평소 제 모습과 달라지는 면은 있어요. 날이 선다고 해야 하나… 왜, 고양이가 긴장하거나 위기감을 느끼면 털을 바짝 세우잖아요. 작품 속에 들어가면 그렇게 되요.”

그는 자신이 맡은 배역에 대한 연구와 탐구가 집요한 편이다. 그래서 자신이 노력파임에는 인정한다.“오늘은 괜찮은 거 같은데 다음 날이면 이게 아닌 거 같은 거에요. 예술에 있어서 완벽은 없잖아요. 계속 매달리고 노력할 수 밖에 없죠.” 

"고통과 욕망의 캐릭터 신다, 배우로선 행운"

7월 8일 개막을 앞둔 창작 뮤지컬 [댄싱 섀도우]에서 신다 역을 맡은 배해선은, 신다의 양면성을 나타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원작 [산불]에서 ‘욕망을 숨기지 않는 여인’ 사월이와 대칭되는 역할이다. 원작의 캐릭터와 어떤 점이 다르냐는 질문에 “요즘 산불하던데 봤나”면서 연습 때문에 보지 못한 것을 우선 안타까워한다.

“원작 산불에서는 사월이는 자신의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역할이라 점례와는 성격이 많이 달라요. 하지만 댄싱 섀도우에서 신다와 나쉬탈라는 그 경계를 확고히 하지 않아요. 신다를 악녀라 하기에도, 나쉬탈라를 착한 여성이라 하기에도 모호하죠. 사실 신다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남자를 나쉬탈라한테 뺏긴 거나 마찬가지고 되찾아 온 거 뿐이잖아요?(웃음) 인간의 불만의 고통, 욕망이 혼재돼 있는 게 이 작품의 매력이죠.”

[댄싱 섀도우]는 여러 의미에서 배해선에게 의미가 있는 작품이다. 신다라는 욕망과 고통이 혼재된 캐릭터를 연기하기가 고통스럽지만 배우로선 행운이기 때문. 게다가 평소 엄마 같은 김성녀를 비롯해 성기윤, 서희승, 황현정 등 내노라 하는 선배들과의 작업이 즐겁기만 하다. 물론 후배들도 있다. 솔로몬 역의 신성록, 나쉬탈라의 김보경 등 뮤지컬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배우들도 함께한다.

“신성록씨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만났는데, 나이에 비해 작품에 임하는 열정이 굉장히 진지해요. 보경씨는 아름다운 목소리가 매력적이고요. 그 친구는 노래 하나로도 이 작품의 성격이나 신비함을 한번에 표현해 내더군요. 보고 있으면 기쁘고 뿌듯해요. 노련한 선배님들의 참여는 이 작품에 기둥 같은 역할을 해요. 다른 내노라 하는 작품에선 주연이신 분들이 이 작품에서 조연과 앙상블로 출연해주시니, 댄싱 섀도우는 정말 축복받은 작품이죠.”

배해선은 천상 배우다. 몸짓 하나, 말 한마디 하나가 배우의 포스가 뿜어져 나온다. 인터뷰 중 레코딩을 멈추면, 호기심 많고 재미있는 그의 성격이 나오지만, 다시 보이스 레코드를 내밀면 작품에 대한 열정, 연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그러니 “창작 뮤지컬이 처음인가”라는 질문은 그의 연기에 대한 자존심과 철학을 건드는 질문이었음이 틀림없다.

“전 지금까지 무대에 서면서 라이선스기 때문에 참여하거나, 창작이기 때문에 거절한 적은 없어요. 라이선스든 창작 작품이든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내는 고통은 같거든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계속해서 공부하고 흡수할 뿐인거죠. 다만, 창작 작품은 충분히 그 뿌리가 좋은데도 초연에서 ‘별로네’라고 속단하고 버려지기 쉬운 건 아쉬울 따름이에요. 작품은 생명체 같아서 계속해서 키우고 다듬어야 성장하거든요.”


[댄싱 섀도우]는 즉흥적인 웃음이나 반응을 일으키는 작품은 아니라고 배해선은 강조한다. 대신 은근하고 깊게 우러나오는 감동을 주기 위해 노력한다. “관객의 빠른 반응 보다는 관객이 집에 가는 도중, 혹은 도착한 다음에도 은근히 계속해서 생각나게 만드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배우로서, 이 작품에 참여하게 된 건 집안의 자랑이에요. 신다라는 인물은 만들어 내기 고통스럽지만 배우로선 행복하다는 거죠(웃음). 게다가 차범석 선생님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라니요…정말 행복하죠.”

신비로운 숲에서 동화 같은, 혹은 처절한 현실 같은 이야기가 펼쳐지는 작품 [댄싱 섀도우]. 이 작품에서 욕망하지만 고독한, 신다로 변한 배해선이 기대된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그는 철저한 준비로 관객 앞에 설 것이기 때문이다.


글: 송지혜(song@interpark.com)
장소협찬 : 파티오(www.thepati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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