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김성녀, 마이웨이

연극 <친정엄마> 고두심,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강부자, 연극 <엄마를 부탁해> 손숙으로 이어지는 국가대표 엄마 열전에 김성녀가 합류했다. “꼭 함께해야 한다”는 박명성 대표의 요청에 대본도 읽지 않고 뮤지컬 <엄마를 부탁해>에 바로 승선한 것. “무대는 마이웨이”라고 말하는 의리파 배우 김성녀의 눈물 나는 엄마이야기를 만나보자.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손진책씨가 밤새 울었어요.
이것 좀 보라면서 책을 툭 던져주더라고요.
기대감을 잔뜩 가지고 봤는데, ‘난 눈물도 안 나는데?’ 싶었어요.”

‘마당놀이 30주년’ 고별무대 이후 첫 번째 작품입니다.
소설 ‘엄마를 부탁해’를 보고 손진책씨가 밤새 울었어요. 책을 툭 던져주면서 이것 좀 보라고. ‘얼마나 슬프면 저렇게 울었을까’, 기대감을 잔뜩 안고 책을 봤는데 ‘난 눈물도 안 나는데?’싶었어요. ‘엄마를 부탁해’와의 첫만남은 그랬어요. 연극 <엄마를 부탁해>도 관객 분들에게 큰 사랑을 받긴 했지만 전 ‘드라마가 좀 약하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거든요.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도 아니었는데 소설, 연극에서 감동받지 못했던 제가 벌을 받나 봐요. 너 한번 당해봐라 하고(웃음). <댄싱섀도우> 당시에도 그랬지만, 어떻게든 창작뮤지컬을 뿌리내리려고 하는 박명성 대표의 몸부림이 좋아서 꼭 함께 하자는 말을 거절하기 싫었어요. 대본도 안보고 “아, 그럼 해야지” 그렇게 된 거죠.


<댄싱섀도우>로 시련을 겪었던 박명성 대표를 일으켜 세운 힘이 “개런티를 받지 않겠다”고 말한 선생님의 응원 덕분이었다고 들었어요.
개런티 다 받았는데(웃음). 그 때 정말 돈도 많이 들이고 열심히 했거든요. 아휴, 그런데 엄청난 손해를 입을 것 같았어요. 박명성 대표는 돕고 싶어요, 항상. 어려운 연극인들을 도우려고 하고, 사람들 챙기는데 일등이에요. 제가 큰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가능하다면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제 <엄마를 부탁해>만의 매력은 찾으셨어요(웃음)?
기승전결로 표현하지 않고도 하나로 모아내는 소설의 힘, 절제된 표현으로 가슴을 저미게 만드는 작품의 힘을 느껴요. 연습실에 오면 매일 울어요. 자신들의 엄마와 맞닿는 부분들이 다 달라서 이 배우는 이 부분에서 울고, 저 배우는 저 부분에서 울고, 이 스태프은 또 다른 꼭지에서 울고…. 모든 배우들이 첫 리딩 때부터 울었어요. 본능적으로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엄마 이야기라는 게 이 작품의 장점이자 단점인 것 같아요. ‘미안하다’라는 테마곡을 생각 하면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엄마를 부탁해> 안무를 하는 김성일이 친동생인데, 제가 이 곡을 부르면 “누나, 나 못 견디겠어”하고 구석으로 가버려요, 엄마 생각 난다고. 다른 배우, 스태프들이 그 부분에서는 전부 다 울거든요. 저도 눈물이 나서 그 노래를 끝까지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울고 이런 거 싫어하는 성격인데 늙어서 조리개가 약해져서 그런가? 자꾸 눈물이 나네(웃음).”

관객들에게 어떤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으세요?
저희 엄마의 모습이 <엄마를 부탁해>속 엄마와 똑같아요. 전 큰딸(차지연)처럼, 제 일만 열심히 하겠다고 그랬던 딸이고. 연습을 하면서 가슴이 아플 때가 많아요, 큰 딸이 “여행을 가고 싶다, 소극장을 만들고 싶다, 일 년의 계획을 세울 때마다 엄마 이야기는 없었다”라는 대사를 하는데 그게 바로 제 이야기였어요. <엄마를 부탁해>는 울자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엄마가 된 사람들은 엄마의 의미를 생각하게 되고, 가족들과 얼마나 소통하면서 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게 이 작품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교과서에 나오는 착하고, 순종적인 엄마의 모습이 아니라 관객들이 ‘아, 우리 엄마가 저랬었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살아있는 엄마상을 무대에서 그려보고 싶어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배우, 그게 제 자부심이에요.
나이든 배우가 무대를 지킨다, 무대를 지키겠다는 사명감.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가고 있어요.”

‘마당놀이 30주년’ 고별무대에 섰던 감회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원래 불효한 자식들이 많이 울지, 효도한 자식들은 울지 않는다고 하잖아요(웃음). 지난 30년 동안 최선을 다해서 해서 그런지 홀가분했어요. 제 청춘을 다 바쳐서, 365일의 절반을 마당놀이를 위해서만 살았거든요. 후학을 양성해서 마당놀이의 저변을 더 넓히고 싶은 바람을 갖고 있어요. 재출발하자는 의미로 지금은 잠시 호흡을 고르는 중이에요.

마당놀이를 통해서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았어요.
뮤지컬, 연극 어느 장르에도 끼지 못하고 열외로 취급 받았던 마당놀이에 질긴 생명력을 준 건 바로 2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었어요. 대중들이 좋아하는 배우, 그게 제 자부심이에요. 전문가들이 연기 잘한다, 좋은 배우다라고 하는 것 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한 분이 “연기 잘하시던데요”라는 말을 들을 때 힘을 얻어요. 요즘 아이돌, 스타 시대잖아요. 이렇게 나이든 배우도 힘을 내서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사명감, 후배들을 생각해서라도 더 열심히 가고 있어요.”


극단 미추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어요.
손진책씨와 만나서 30년 동안 마당놀이를 위해서 열심히 살았어요. ‘마당놀이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약속을 지킨 건 우리 두 사람 모두에게 뿌듯하고, 기억에 남는 일이에요. 팔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진 와중에도 무대에 섰고…. 극단 미추 30주년인데, 미당놀이도 30주년이 됐어요. 극단 미추에도, 마당놀이에도 개혁과 정비가 필요한 시기가 온 거죠. 지금은 안살림을 탄탄하게 하도록 내공을 쌓고 있는 중이에요. 손진책씨가 극립극단 틀을 잡고 다시 나올 때쯤 극단미추도, 마당놀이도 다시 출발하게 될 것 같아요.

배우로서 바람이 있다면요.
연극 <3월의 눈>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어요. 정확한 화술, 표현력을 가지고 무대에 오른 노년의 배우들을 보면서 ‘저 나이가 됐을 때 나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그리고 앞으로 삼십 년이 흘러서 아흔 살이 됐을 때, <벽 속의 요정>의 무대에 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소망(웃음). 나이가 들어서도 1인 32역의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에너지를 가진 배우로 남아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주 가까운 소망은 엄마를 가진 모든 사람들이 <엄마를 부탁해>를 봤으면 좋겠다는 거에요(웃음). 전 엄마 뱃속에서부터 무대에 있었던 사람이거든요, 숙명적인 이곳에 계속 서 있을 수 있으면 좋겠어요. 무대는 저한테는 마이웨이, 그 자체거든요.

글: 강윤희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kangjuck@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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