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콘(KoN) "예고 시절 떠올라 즐거워요"


‘Korean On the Note’(KoN), 음표를 타고 다니는 한국인이라는 뜻을 가진 바이올리니스트 콘(이일근). 지난 해 1집 앨범 ‘누에보 집시’를 발표하며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로 한국, 일본을 바쁘게 오가던 그가 <페임>에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서 서고 있다. 그의 첫 뮤지컬 <모비딕>처럼 ‘액터-뮤지션’이란 콘셉트는 없다. P.A예술고등학교 학생 슐로모로 분해 연기와 노래를 선보는 것이다. 이 바이올리니스트, 뭔가 좀 다르다.

“<페임> 슐로모, 예고 시절 내 모습”

“<페임>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세상에나, 다들 발레복을 입고 바닥을 돌고 턴을 돌고 있더군요. 너무 놀라서 입이 쩍 벌어졌죠.”

화려한 춤과 노래로 예술고등학생의 끼를 펼쳐 보여야 하는 작품답게, 파워풀한 춤판이 벌어진 <페임> 오디션 장. 이곳에 바이올린 들고 간 연주자가 당황했던 건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춤을 전공한 어린(?) 지원자들의 홍수 속에서 190cm에 가까운 큰 키에 안경, 바이올린만으로 그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엄살에도 불구하고 음악 명문가 출신 학생, 연기와 노래, 바이올린을 소화해야 하는 ‘슐로모 메첸바움’ 역에, 콘은 적역이었다.

“음악 명문가 아들로 태어난 모범생. 예술학교에 들어가 클래식을 벗어나 밴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대학까지는 클래식만 했었는데 새로운 게 하고 싶어서 크로스오버를 했으니 동기부여가 되더라고요. 내가 이 캐릭터를 만들어야겠단 생각, 슐로모 하면 콘이 생각나게 도장을 쾅 찍고 싶었어요(웃음).”

더욱이 슐로모는 1995년 영국에서 초연 당시에도 ‘바이올린 소년’으로 등장해 오리지널리티를 강화할수 있다는 데 의의를 뒀다. “원작자가 그린 본래의 모습을 강화할 수 있어서 사명감이 생긴다”는 그에게 이번 무대는 즐거운 도전이다. 물론 적응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 특히 춤은 연습 초반 그에게 절망을 안겨줬다고.

“초반에는 춤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 많이 받았어요. 어려서부터 악기를 연주한 사람은 몸이 정상일 수가 없어요. 저는 바이올린을 성장기부터 연주했기 때문에 턱이 비틀어지고 어깨가 굳어있어요. 다행히 군무에서만 춤을 추지만 어설퍼서 튀면 안 되잖아요(웃음). 키가 187cm라 군무라도 눈에 잘 띄는터라.. 그래도 안무 선생님이 전에 비하면 엄청 발전해서 이제는 혼자서 도드라지진 않는다고 칭찬해주셨어요(웃음).”



연습 내내 안 쓰던 근육을 쓰는 통에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지만 같은 배우에게 틈틈이 과외 수업을 받으며 안무를 따라 갔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또 있었다. 연습기간 내내 이어진 10 to 10(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연습). 늦은 밤이나 새벽에 음악작업을 하며 밤낮 구분이 없던 그에게 이 스케줄은 ‘적응’이 필요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밤 10시에 딱 끝내더라고요. 고등학교 때 50분 수업하고 10분 쉬는 것과 똑같아서 처음엔 정신적인 아노미 상태를 겪었어요(웃음). 쉬는 시간 10분 사이에 화장실도 다녀와야 하는데 그 10분이 후딱 가는 겁니다(웃음). 그래도 적응하고 나니 보람이 있더군요.”

노래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도전은 계속됩니다"

지난 해 그는 직접 전곡을 작곡한 첫 앨범 ‘누에보 집시’를 발표하고, 국내 최초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로 인지도를 높였다. 최근엔 일본 활동이 더욱 활발해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뮤지컬에 나오는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바이올린 연주 이외에 그가 가진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장이기 때문.

 

“노래하는 것도 좋아해서 대학 땐 성악을 부전공으로 배웠고. 연기도 하고 싶었어요. 뮤지컬은 이 모든 게 다 들어가 있잖아요. 나이 들어도 뮤지컬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으니, 언젠가는 해야겠다고 마음 한 쪽에 새겨두고 있었는데, 제 예상보다 그 시기가 빨리 온 거죠.”

그의 첫 번째 뮤지컬은 올해 처음 선보인 뮤지컬 <모비딕>. 이 작품에서 그는 과묵하고 거친 바다 사나이 퀴퀘그 역을 맡았다. 공연 관계자들의 추천으로 오디션을 본 후 첫 액터-뮤지션으로 무대에 섰다. 거의 1년의 준비기간을 가지며 뮤지션으로서의 활동에 지장을 받았다지만 그만큼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바로 <페임>에 돌입하며 뮤지컬 배우와 바이올리니스트를 병행했다. 미리 잡혀있던 일본 일정까지 소화해가며 빽빽한 스케줄을 강행한 통에 고충을 겪기도 했다.

“일본 가서 공연을 해야 하는데 <페임>  연습을 하니 바이올린 연습은 할 시간이 없었어요. 연습해야지 하면서도 피곤하니까 누워서 걱정만 하는 거 있잖아요(웃음). 그러니 공연할 때 음정이 깔끔하지 않으면 괜히 스트레스를 받곤 했죠.”

바이올리니스트와 뮤지컬 배우를 병행하는 그만이 알 수 있는 혼란도 있었다.
“뮤지컬 할 땐 소위 말해서 멋있는 동작을 주문 받아요. 무릎 꿇고 허리 휘는 것처럼 오버 액션을 하죠. 반면에 연주 무대에서 연주를 도와주지 않는 동작은 쓸모가 없어요. 그런데 제가 오케스트라 협연 리허설에서 오버 액션을 한 겁니다(웃음). 쉬는 시간에 오케스트라 단원 한 분이 오셔서 ‘동작이 참 크시네요’ 하는데 정신이 확 들더라고요. 무대 장르가 달라지면서 필요한 마인드 체인지에 버퍼링이 걸려요. 연주자들이 뮤지컬 할 일이 거의 없으니 이건 아무도 이해를 못하더군요(웃음)."
한국 최초의 집시 바이올리니스트란 수식은 새로운 걸 좋아하고 여러 분야에 기꺼이 도전하는 그의 마음이 만들어낸 결과. “늦게 찾아온 사춘기” 덕에 서울대 기악과를 다녔지만 1년 넘게 바이올린을 놓은 적도 있고, 군대에 가서는 뉴에이지 등 여러 음악을 접하며 새로운 장르에도 흥미를 가졌다.

 

“바이올린을 잡았을 때, 제 꿈이 레슨 선생님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유학 가서 석박사 하고, 한국 와서 출강하는 게 길이라는 생각을 바꿨어요. 클래식이 상업성을 잃고 일반 대중과도 분리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잖아요. 제 공연에 대중들이 찾아와 주는, 그래서 계속 공연을 할 수 있는 연주가가 되고 싶었어요.”

그의 첫 앨범은 ‘집시음악’이다. 은근히 클래식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 ‘한의 정서’가 서려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잘 맞았다. 반응은 일본에서 먼저 왔다. 점점 협연과 게스트, 방송출연 요청이 늘어났다. 최근엔 전통있는 일본 클래식 프로그램 ‘제목 없는 음악회’에서 2012년 주목할 신인 3명 중 한 명으로 꼽혀 출연했다. 내년에 일본에서 앨범을 발표할 예정. 여기에 노래 앨범까지 계획하고 있다.
“직접 작곡한 노래를 직접 부른 앨범이 조만간 나오지 않을까 해요. 일본 공연 앵콜 때 불렀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이번 집시 음악 뒤엔 일렉트로닉한 음악, 잔잔한 이지 리스닝, 뉴에이지 음악도 하고 싶습니다. 다양한 앨범을 내고 발표하면서 콘이란 사람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선 그의 뮤지컬 <페임>을 무사히 마치는 게 그의 목표. 하면 할수록 뮤지컬 욕심도 난다는 그다.
“내년에 좋은 작품에서 또 저를 불러주시면, 제가 잘 할 수 있다면 하고 싶어요. 일년에 한 두번은 음악과 병행하고 싶거든요. 이제 겨우 두 작품 하는 입장에서 욕심은 부릴 수 없지만,  뮤지컬 배우로서 제의가 들어오면 행복할 것도 같네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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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디 트위터 Q

노래, 연기, 춤 중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Absolutely 춤이고요! (웃음) 예전엔 새벽 3~4시까지 안 자는 건 다반사였는데, 10to10 연습을 하니까 그런 생활은 불가능하더군요. 연습 동안만은 진짜 야간자율학습하는 고등학생이 된 듯 했어요.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페임>을 하면서 느꼈는데, 고등학교 때 왜 연애를 하지 않았을까(웃음). 그때 부모님이 대학 가면 여자친구가 널렸다고 하셨는데 진짜인 줄 알았어요(폭소). <페임>에서는 나의 예고 시절을 기억하면서 연기하지만 연애했던 기억은 없잖아요. 아쉽더라고요. 다시 고등학생이 된다면 연애를 하고 싶어요.

실제로 고등학생 때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교 저학년까지는 정말 말 잘 듣는 학생이었어요. 순진한 모범생. 대학에 여자친구가 대기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거짓말인 걸 나중에 알았죠(웃음). 아, 어머니 저에게 왜 거짓말을 하셨나요(웃음) 그때부터 조금씩 변해갔죠. 부모님이나 교수님은  열심히 클래식 해서 유학가길 원했지만 전 제 인생인데 조금 더 재미있게, 나만이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었어요. 늦은 반항은 고칠수도 없다는데(웃음).

인상 깊었던 뮤지컬이나 도전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면.
아직 두 편밖에 경험이 없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인상 깊게 본 작품은 <노트르담 드 파리> 였어요. 윤형렬씨가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를 부를 때 감명 받고 저도 불러보고 싶었죠. <모비딕> 오디션 때 부른 노래가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죠.



글: 송지혜 기자(매거진 플레이디비 song@interpark.com)
사진: 이민옥(okjas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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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2

  • izero02** 2011.12.12

    어제 페임 보고왔는데 바이올린 연주하시는 모습이 진짜 멋있으시더라구요!

  • A** 2011.12.09

    <모비딕>; 오션션 때 부른 노래가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죠. ->; 오타오타 ㅋㅋㅋ 오션션 X, 오디션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