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기]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고정관념 깨니 신선하죠?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지난 11월 9일 오후 2시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프레스콜을 열었다. 이날 프레스콜은 연출 옹켕센의 작품 소개 및 배우들의 하이라이트 장면 시연으로 이어졌다.

 

연출 옹켕센은 “그리스 연극과 창극을 맺어주는 지점은 강한 날 것의 감정이다”고 말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연출을 맡은 옹켕센은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 감독이자 세계 주요 축제에 이름을 올린 연출가다. 작품은 국립극장과 싱가포르예술축제가 공동제작하며 옹켕센이 창극 연출에 도전하게 됐다. 그는 그리스 연극과 창극의 연결고리에 대해 “기본적인 판소리 형태에 다가가려고 했다”며 “그리스 연극은 극단적인 부분이 많은데 창극 혹은 판소리도 날것의 감정이 있다. 이 작품은 장대한 감정을 스토리텔러들이 노래한다”고 말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창극을 위해 극본 작업을 다시 했다. 에우리피데스와 장 폴 사르트르의 동명 작품이 원작이다. 원작의 배경인 전쟁만 남겨두고 ‘남겨진 사람들이 지닌 절박한 감정’에 주목했다. 연출 옹켕센은 판소리 본연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무대를 연출했다. 불필요한 요소는 줄이고 간결하고 강렬한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그는 작품의 주된 배경을 오늘날의 공항으로 설정했다. 연출 옹켕센은 “미래와 현재 어딘가에 있는 독특한 시간”이라며 “금색 벽과 흰색 파빌리온이 중앙에 있다. 부유층이 가는 공항 라운지 같다. 코러스의 움직임이 많아서 공간을 깨끗하게 두었다”고 전하며 “무대 앞에 악사들이 앉아있는 것을 보면 전통적인 음악회 느낌이 난다”며 동양적인 스타일을 추구했다고 밝혔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중 캐릭터의 힘은 누구에게 있냐는 질문에는 “네 명의 여인들은 다양한 감정을 상징한다. 물론 헤큐바가 작품 전체에 나오기에 강한 인물로 보인다. 어머니와 할머니, 왕비 역으로 전체 공연을 이끈다. 카산드라는 처녀의 열정과 뜨거움을 상징하고 안드로마케는 어린 자식과 이별하는 어머니로 강조된다. 헬레네는 여성도 남성도 아닌 제3의 성을 상징하는 복합적인 인물이다”고 분석했다.

 

작품은 배역별 목소리와 악기의 특징적인 소리를 연결했다. 헤큐바 역의 배우 김금미는 “그리스군이 쳐들어오는 것을 끝까지 버티려는 노래가 있다. 도와주는 소리는 거문고다. 듬직한 악기”라고 전했다. 극 중 아이를 빼앗기는 아픔을 표현하는 안드로마케 역의 배우 김지숙은 “아이를 잃는 슬픔을 표현하는 모정은 아쟁이다. 아쟁에 슬픔이 잘 나타난다”고 말했다. 헤큐바의 딸인 카산드라 공주 역은 배우 이소연이 맡았다. 그는 “전쟁으로 여인이 가지는 다양한 감정은 모든 신이 절정이다. 가슴속 타오르는 불같은 느낌이 대금으로 숨을 불어 넣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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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감독 정재일은 “연출가의 콘셉트와 안숙선 명창의 전통적인 선율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하는 조율사”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재일은 전통음악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소리꾼과 고수가 판을 이끌어가는 판소리 형식을 차용, 배역 별로 악기를 지정했다. 그는 음악 감독 뿐 아니라 이번 작품에서 무대에 오르는 소감에 대해 “가야금만으로는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부족해 피아노를 넣었다. 헬레네 역을 맡은 배우 김준수는 제가 작곡한 선율을 유일하게 부른다. 제 존재가 파리스가 되었다고” 말했다. 정재일 음악 감독은 전통을 대하는 다양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동서양의 음악은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아 친하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판소리를 이끄는 사람과 퓨전 음악을 하는 사람 모두 필요하다. 이번 작품에서 서양식 작곡이 어색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판소리가 중심이고 고수가 없는 파트도 있다. 타악기가 없어서 가사도 잘 들린다. 관객들도 감동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국악계 아이돌이라 불리는 배우 김준수가 헬레네 역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트로이를 무너뜨린 절세가인 헬레네 역을 남자 배우가 맡으며 고정관념을 깼다. 스타르타를 도망쳐 트로이로 온 헬레네가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존재임을 남자 소리꾼으로 상징하고 있다. 그가 여인들과 섞일 수 없는 존재임을 드러내는 방식은 서양 악기인 피아노와 꾸미지 않은 보이스로도 나타난다. 배우 김준수는 국립창극단에서 주?조역을 맡으며 성장하고 있다. 그는 “트로이 전쟁의 주범일 수 있는 헬레네를 여성 혹은 남성스럽지 않은 느낌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전해 기대를 모았다.  

 

마지막으로 연출 옹켄센은 “작품은 저마다의 뜨거움을 가지고 있는 여인들의 이야기다. 전쟁의 희생자로 시작하지만 살아남는다. 전쟁 이야기는 한국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은 오는 11월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에서 공연된다.
 



박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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